머리 감는 마음


 아침에 빨래를 할 때에 머리를 감는다. 겨울이니 따순 물이 나오도록 튼 다음, 찬물이 나오는 동안 머리를 감는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 아침을 맞이했으면 이대로 잠이 들지 않기를 바라며 찬물로 머리를 감고, 아침에 조금 눈을 붙인 다음 일어나서 빨래를 할 때에는 얼른 잠이 깨라며 찬물로 머리를 감는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에 지난달 즈음부터 아이를 세운 채 감길 수 있다. 아이가 머리를 푹 숙이도록 하며 머리를 감기면 애 아빠로서는 몹시 수월하다. 그러나 아이는 이런 머리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애 아빠가 쪼그려앉은 다음 허벅지에 아이를 살며시 눕힌 다음 아이 고개를 왼손으로 잘 받치면서 감겨야 좋아한다. 아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따땃한 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느낌을 맛보지 않나 싶다. 눈을 지그시 감은 아이 머리에 물을 끼얹고 비누를 살짝 발라 비비면서 이마에 쪽 뽀뽀를 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일은 거의 떠오르지 않으나, 어머니가 나를 이렇게 허벅지에 눕힌 채 머리를 감겼던 일은 떠오른다. 지난날 내 어머니는 내 머리를 감겼고, 이제 나는 내 아이 머리를 감긴다. (4343.11.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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