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17일까지 인천과 서울을 오락가락하는 마실을 마치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물이 얼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기에 설마 얼랴 싶었는데 얼고 말았다. 아직까지 안 녹는다. 몸은 무척 무겁다. 하루를 자고 따뜻한 낮에 햇빛 받는 사진으로 새로 찍거나 스캐너로 긁어야지. 이번 책은 다음주쯤에나 알라딘 목록에 뜨려나. 아직까지 책방에는 안 들어가네... 

  


책을 내놓으며 붙인 꼬리말 : 삶을 사랑하는 글쓰기


 삶을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목숨을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책을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며 사진을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풀과 나무와 꽃과 나비와 벌레 모두를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자전거와 하늘과 바닷물과 물고기를 사랑하는 글쓰기입니다.

 꾸미고 싶지 않은 글쓰기입니다. 가꾸고 싶은 글쓰기입니다. 덧바르고 싶지 않은 글쓰기입니다. 껴안고 싶은 글쓰기입니다. 내세우고 싶지 않은 글쓰기입니다. 토닥이며 어루만지고픈 글쓰기입니다.

 《사랑하는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이 땅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대로 살피지 않으며 엉뚱하게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겹말을 바로잡는 이야기를 펼치며 붙인 “사랑하는 글쓰기”라는 이름은 자칫 너무 크거나 동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아니, 참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사랑하는 글쓰기”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집식구와 이웃과 동무와 둘레 사람들 누구나 우리 말글을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을 담아 글 한 줄을 쓰고, 내 사랑을 실어 말 한 마디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미움을 담는 글이 아닌 사랑을 담는 글로 거듭나면 고맙겠습니다. 가르침을 밀어넣는 말이 아닌 사랑으로 함께 배우는 말로 새로워지면 반갑겠습니다.

 국어학이나 언어학이라는 틀에 사로잡히기보다, 내가 사랑할 말과 내가 좋아할 글이라는 고운 보금자리 마련하면 기쁘겠습니다. “우리 말 달인”이라거나 “우리 말 상식”이라거나 “바른 말 고운 말”이라는 울타리에 매이기보다, 서로서로 사랑할 삶과 다 함께 어깨동무할 터전이라는 어여쁜 마음밭 일구면 보람차겠습니다.
 

..  

 그동안 나온 내 낱권책들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양철북,2010)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내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은 2007년부터 2010년 12월까지 모두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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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빨래 개는 옆에서 빨래 개기를 따라하는 어린이.

 - 20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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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11번가’ 바보짓


 내 새 책 《사랑하는 글쓰기》가 나왔다. 제때에 나오지 못했으나, 이렇게 종이에 곱게 찍혀 태어난 모습을 보니 눈물이 글썽하다. 이 아이는 나와 내 둘레 사람들이 얼마나 아끼거나 사랑할 수 있으려나. 책이 새로 나오기도 했고, 옆지기가 인천에 오랜만에 마실을 하고프다고 말한다. 애 아빠는 이런저런 볼일로 지난달에 인천으로 마실을 했지만, 옆지기는 넉 달 만에 인천으로 마실을 한다. 아이랑 모두 인천으로 마실을 다니기도 넉 달 만이다.

 전철을 타고 인천으로 가는 길에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온몸이 찌뿌둥하다. 아주 잠깐조차 쉬지 않으며 놀아대려 하는 아이를 전철에 얌전히 앉힐 수 없다. 뛰놀고픈 아이는 전철 같은 데가 얼마나 갑갑할까. 콩콩 통통 튀고플 텐데.

 아이하고 복닥이다가 살짝 숨을 돌리려고 머리를 창문에 기댄다. 히유 하고 한숨을 쉬는데, 오른쪽 위에 대롱대롱 달린 광고판이 보인다. 전철이든 버스이든, 이런 탈거리 구석구석은 눈을 쉴 곳이 없이 광고판이다. 버스나 전철이 사람 눈길이 닿는 데마다 이렇게 광고판을 덕지덕지 붙인다면, 이들 회사가 광고삯 받는 만큼 버스삯이나 전철삯을 안 받아야 옳지 않으려나. 광고삯은 광고삯대로 받으며 우리 눈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흔들면서 찻삯은 또 찻삯대로 다 받으니 얼마나 몹쓸 노릇인가.

 광고판 그림에는 책을 잔뜩 그려 놓았다. 책 그림 옆으로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선다. 사이에 잔글씨로 무어라무어라 적었구나. 안경을 쓰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번 주 베스트셀러는 무조건 무료 배송 …….” 아, ‘싸게’ 살 뿐더러 집에 드러누워 거저로 받아 보기까지 하는 이 책들이란 ‘읽는’ 책인가, ‘사서 쓰고 버리는’ 책인가. 모든 책은 적어도 10% 에누리에 적립금까지 몇 퍼센트가 되는데, 이 몫은 누가 내지? 책값에 이 몫이 담기는가, 출판사가 피를 뱉어야 하는가, 책방이 살을 깎는가? 내 삶을 밝히며 내 넋을 살찌우는 책을 나누는 좋은 책방 이야기란 어디론가 숨고, 이처럼 서로서로 더 싸게 많이 팔아치우는 장사꾼들 놀음놀이만 번쩍번쩍 춤을 추어야 하는가?

 그러나, 책방들이 이렇게 춤을 추면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이 이 춤 가락에 맞춘다. 한두 사람이 아닌 참 많은 사람이 이 가락에 이 춤을 추고 저 가락에 저 노래를 부른다. 책을 장만해서 읽는 사람이란 차츰 사라지면서, 1회용품 같은 싸구려 물건을 늘 새롭게 장만해서 쓰고 버리는 사람만 자꾸 늘어난다. 책이 태어나지 못하고, 책이 읽히지 못하며, 책이 녹아들지 못한다. 바보짓이 바보짓이 아닌 듯 뿌리를 내리고, 바보짓을 할수록 돈을 거머쥘 뿐 아니라, 바보짓 막놀이가 온누리를 휘감는다.

 권정생 할아버지는 당신 살던 동안에 당신 책이 ‘느낌표 책’으로든 무슨 책으로든 뽑혀서 불티나게 팔리는 일을 두려워 했다. 가만히 보면, ‘느낌표 책’으로뿐 아니라 무슨무슨 추천도서나 필독도서나 권장도서로 뽑히는 일도 두렵다. 책은 기관이나 단체나 교사가 ‘좋은 책’이랍시고 뽑아서 이름표를 붙일 수 없다. 책은 책을 장만해서 읽는 사람 스스로 가슴으로 마주하고 사랑으로 껴안으며 나무처럼 가지를 벌리고 잎을 틔우며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 한다.

 해리포터·하루키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으로 읽혀야 한다. 이오덕·리영희는 지성인이 아닌 책으로 읽혀야 한다. 이원수·권정생은 추천명작이 아닌 책으로 읽혀야 한다. 책은 삶으로 자리를 잡고, 삶은 책으로 다시 살아숨쉬며, 사람은 책을 책다이 가꾸는 가운데, 사람은 삶을 삶다이 일구어야 한다. 바보짓 사람들이 바보짓을 멈추지 않으니 ‘도서 11번가’는 바보짓을 그치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도 새삼스러이 바보짓을 벌일밖에 없다. 책방들이 책방 구실을 하도록,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 구실을 옳고 착하며 예쁘게 해야 한다. (4343.1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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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옷과 글쓰기


 엄마랑 아빠랑 마실을 나온 지 사흘째, 바깥사람을 잔뜩 만나며 아침부터 쉴새없이 놀던 아이가 저녁을 먹을 무렵 금세 곯아떨어진다. 아침잠이 거의 없고 낮잠은 아예 없다시피 하는 아이는 배가 꽤 고플 텐데 이렇게 밥자리에 앞서 곯아떨어지곤 한다. 아빠는 아이를 안고 밥집으로 들어선다. 스물아홉 달째 살아가며 키가 제법 큰 아이는 걸상 둘을 옆에 붙인 다음 머리를 아빠 허벅지에 올려야 비로소 눕힐 만하다. 한 시간 남짓 이렇게 눕혀 놓는데 허벅지 눌리는 무게가 퍽 나간다. 아이는 하루하루 새롭고 새삼스레 자랄 테니까. 허벅지 눌리는 무게를 가늠하면서 우리 아이가 어느 만큼 더 자랐는가를 곱씹고,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내가 이 아이 나이만 하던 어린 나날 내 어버이는 나를 돌보느라 얼마나 속을 썩이거나 애를 먹였을까 하며 돌아본다. 아이가 꽤 짓궂다 싶도록 말썽을 부린다든지 말을 안 듣는 모습이란 아이가 나쁜 넋이라서가 아니라, 아이 나름대로 힘들거나 고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추스른다. 아빠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한결 살갑거나 따스히 해 주지 못하는 일이 많으니까. 집일을 하고 글쓰기를 한다면서 아이랑 더 놀지 못하는 한편, 아이 손을 잡고 멧길 따라 숲마실 하기도 제대로 못하니까.

 허벅지에 아무 느낌이 없을 무렵 아이 머리를 걸상에 내려놓는다. 고이 잠든 아이는 깨지 않는다. 함께 밥자리에 있던 분이 겉옷을 벗어 아이한테 씌워 주었다. 밥집에 들어왔기에 겉옷을 벗을 만하기도 했는데, 애 아빠는 따로 겉옷을 입지 않았다. 더위도 잘 타고 추위는 잘 안 타며 가방 짐이 무겁다면서 겉옷을 잘 안 입는다. 이러다 보니, 이렇게 겨울날 밖에서 아이가 잠들었어도 아이를 감싸 줄 너른 품 옷이 없다.

 아이도 알겠지. 제 아빠가 겉옷 없이 살며 제 몸을 한껏 따스히 보듬지 못하는 줄을. 아이는 아이 스스로 더 튼튼해지거나 씩씩해지거나 다부지게 살아야 한다고 시나브로 알아채겠지. 제 두 다리로 일찍부터 우뚝 서면서 제 길을 걸어야 하는 줄을. (4343.1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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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날 인천마실을 하는 요 며칠. 책값으로도 또 꽤나 돈이 나가고, 책값 아닌 돈으로도 여러모로 돈이 나가다. 그러나, 네 식구 다 함께 오랜만에 인천 배다리에 들러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주고받는다. 글은 한 줄 끄적일 겨를조차 없으나, 이렇게 보내는 하루하루도 나와 옆지기랑 첫째랑 뱃속 둘째 모두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리라 믿어 본다. 

 고마운 사람과 고마운 생각을 나누며 고마운 삶을 즐겁게 받아 안는다. 사들이는 책을 읽으면서도 좋은 마음을 북돋우지만, 마주하는 사람들 얼굴로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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