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83 : 희미 온기 -졌


희미하지만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 어렴풋이 따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옅지만 포근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무》(고다 아야/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7) 20쪽


잘 몰라도 따스하다고 느끼면 ‘어렴풋하다’거나 ‘옅다’고 합니다. 옮김말씨 ‘느껴졌기’는 ‘느꼈기’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희미하다(稀微-) : 분명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

온기(溫氣) : 따뜻한 기운 ≒ 난기(暖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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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대충대충



 대충대충 넘어가다 → 어물쩍 넘어가다 / 날림으로 넘어가다

 대충대충 끝내다 → 그냥 끝내다 / 건성으로 끝내다 / 슥 끝내다

 대충대충 넘겨 버리곤 → 함부로 넘겨 버리곤 / 마구 넘겨 버리곤


대충대충(大總大總) : 일이나 행동을 적당히 하는 모양



  일을 제대로 안 할 적에는 여러 가지로 나타냅니다. ‘가볍다·어렵잖다·어림·어림셈·어물쩍·주먹셈·훑다’라든지 ‘간추리다·추리다·얼추·한·어렴풋이·흔하다’라 할 만합니다. ‘거의·건성·두루뭉수리·두루뭉술·뭉수리’나 ‘겉핥기·겉훑기·무게없다·슥·스윽·쓱·쓰윽’이라고도 하지요. ‘고리조리·그리저리·요리조리·이리저리’나 ‘그냥·그럭저럭·그런대로·그저’라 할 수 있어요. ‘꽤·꽤나·퍽·퍽이나·제법·적이’나 ‘날다·날림·날라리·날림치’로 나타내고, ‘넌지시·넘기다·눙치다’나 ‘닥치다·닥쳐들다·닥쳐오다·되는대로’로 나타내요. ‘마구·마구마구·마구잡이·막·막하다·망탕·함부로’나 ‘살-·설-·살그머니·살그니·살그미·살금살금’으로 나타내도 어울립니다. ‘살며시·살몃살몃·살포시·살짝·사부작·스리슬쩍’이나 ‘슬그머니·슬그니·슬그미·슬금슬금·슬며시·슬쩍·슬렁슬렁·설렁설렁·어슬렁’으로 나타내지요. ‘아마·아마도·아무·아무나·아무라도·아무도·아무렇게나·아무 생각 없이’나 ‘어설프다·어수룩하다·어정쩡하다·어정거리다·어줍다·어중이·어중이떠중이’로 나타낼 만합니다. ‘어쩐지·얼-·얼렁뚱땅·얼레벌레·얼버무리다·얼치기·엉성하다·어벙하다’라 할 수 있어요. ‘우물거리다·우물쭈물·우물쩍·이래저래·이러니저러니·이렇든 저렇든·이럭저럭·이러쿵저러쿵·이렁저렁’이나 ‘뚝딱·턱·턱턱·탁·탁탁·톡·톡톡·툭·툭툭’이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두루뭉술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슬렁슬렁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되는대로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얼렁뚱땅 하는 아이였거든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오카다 준/김난주 옮김, 국민서관, 2007) 52쪽


그렇게 대충대충 문제 풀래?

→ 그렇게 설렁설렁 풀래?

→ 그렇게 아무렇게나 풀래?

《사춘기 준비 사전》(박성우, 창비, 2019)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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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감상적 感傷的


 감상적 기분 → 들뜬 마음 / 두근거림 / 설렘 / 눈물꽃 / 슬픔비 / 먹구름

 감상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마라 → 눈물지으며 일을 다루지 마라

 추억은 감상적인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 옛일은 설렌다


  ‘감상적(感傷的)’은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쉽게 기뻐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쓸쓸하다·외롭다·오솔하다’나 ‘홀·홀로·홀몸·혼몸·혼자 있다·호젓하다’로 손봅니다. ‘쓰다·쓰겁다·쓰라리다·쓰리다’나 ‘허전하다·서운하다·섭섭하다·아쉽다·아프다·앓다’로 손보고, ‘마음앓이·속앓이·속아프다·가슴아프다’로 손봐요. ‘눈물·눈물겹다·눈물꽃·눈물짓다·눈물빛’이나 ‘눈물앓이·눈물비·눈물팔이·눈물장사’로 손보고, ‘서글프다·서럽다·섧다·시름·식다’로 손보면 돼요. ‘가라앉다·갈앉다·처지다·늘어지다·잠기다’나 ‘걱정·근심·끙끙거리다·무겁다·찢기다·찌뿌둥’으로 손볼 만합니다. ‘달랑·덜렁·덩그러니·축·축축하다·촉촉하다’나 ‘구슬프다·슬프다·미어지다·잠을 못 자다’로 손보고, ‘슬픔꽃·슬픔길·슬픔바람·슬픔빛·슬픔구름’이나 ‘슬픔비·슬픔앓이·슬픔짓다·슬픔팔이·슬픔장사’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애타다·애끊다·애끓다·애틋하다’나 ‘먹구름·비구름·뜬눈·눈검정·검정·검정꽃·검은꽃’으로 손보지요. ‘까맣다·깜깜하다·컴컴하다·캄캄하다’나 ‘새까맣다·새카맣다·시꺼멓다·시커멓다’로 손보고, ‘멍·멍울·멍들다·멍꽃·멍울꽃’으로 손봐요. ‘아롱빛·이슬맺다·아련하다’나 ‘들뜨다·두근거리다·설레다’로 손봐도 됩니다. ‘피말리다·씻을 길 없다·풀지 못하다·털 길 없다’나 ‘하느작·하늘거리다·흐늘거리다·흐물거리다’로도 손봐요. ‘설다·섣부르다·어설프다·어줍다·어쭙잖다·철없다·철모르다’로 손봐도 되고요. ㅍㄹㄴ



군산에 와 차에서 내리자 나는 감상적이 된다

→ 군산에서 내리며 두근거린다

→ 군산에서 내리자 애틋하다

→ 군산에서 내리니 미어진다

《민요기행》(신경림, 한길사, 1985) 88쪽


뭔가 감상적인 추억거리가 있을 법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 무슨 아련한 얘깃거리가 있을 듯하지만 정작 그와 다르다

→ 어떤 애틋한 옛일이 있을 듯하지만 막상 그렇지 않다

《풀종다리의 노래》(손석희, 역사비평사, 1993) 31쪽


“모두가 상상한 건 축복의 따뜻한 불빛입니다.” “상당히 감상적으로 말하는군.”

→ “모두 기쁘면서 따뜻한 불빛을 생각했습니다.” “무척 애틋하게 말하는군.”

→ “모두 기쁘면서 따뜻한 불빛을 그렸습니다.” “무척 슬픈 듯이 말하는군.”

《천재 유교수의 생활. 애장판 12》(야마시타 카즈미/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0) 259쪽


자기계발서는 감상적인 일화와 지혜로운 명언을 이용하여

→ 나가꿈책은 애틋한 이야기와 슬기로운 옛말로

→ 길닦기책은 설레는 이야기와 눈밝은 말씀으로

→ 나찾기책은 눈물겨운 일과 환한 말씀을 앞세워

→ 나를 돌보는 책은 이슬맺는 일과 어진 말씀을 따와서

《건강 신드롬》(칼 세데르스트룀·앙드레 스파이서/조응주 옮김, 민들레, 2016) 112쪽


그러나 그것은 감상적인 생각이었다

→ 그러나 섣불렀다

→ 그러나 어설펐다

→ 그러나 어쭙잖았다

→ 그러나 철이 없었다

→ 그러나 내가 얕았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신영복, 돌베개, 2017) 21쪽


하지만 감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완벽한 장작을 태우더라도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으니까요

→ 그러나 슬퍼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장작을 훌륭히 태우더라도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으니까요

→ 그런데 서운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장작을 멋지게 태우더라도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으니까요

→ 그렇지만 아쉬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장작을 잘 태우더라도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으니까요

《노르웨이의 나무》(라르스 뮈팅/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2017)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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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아직 안 죽었습니다



  나는 ‘중학교 자퇴’하고 ‘고등학교 자퇴’를 못 한 채 억지로 여섯 해를 버텼다. 게다가 어머니가 들려주신 “십이년이나 학교를 다녔는데 대학교를 안 가면 아깝지 않아?” 하는 말씀에 흔들렸다. ‘열두 해 감옥살이’가 아깝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국민학교만 겨우 마쳤다. 어머니는 가시내라서 눈물을 삼키며 중학교에 못 갔단다. 우리 아버지는 ‘사범학교’를 ‘입주과외’를 하며 다녔고, 요새로 치면 푸른씨 나이에 국만학교 교사 노릇을 했다. 가난한 집안 맏아들이라서, 어려서 남집에서 눈칫밥 먹으며 돈벌이를 하여 집안을 먹여살리고 세 남동생을 대학까지 보냈는데, 정작 아버지 이녁은 ‘고졸’도 아닌 ‘사범출신’에다가 대학 구경도 못 한 삶을 언제나 푸념과 하소연과 고래술로 터뜨리곤 했다.


  그러니까 나는 어머니랑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인 ‘대학생’이 되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감옥이자 지옥인 곳을 더 참아내기로 하면서, 인천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골라서 붙었다.


  대학교에 붙은 종이(합격통지서)를 받은 두 분은 눈물바람이었고, 나는 한숨바람이었다.


  처음 보고 겪는 대학교는 애들 장난보다 못해 보였다. 길잡이책도 낱말책(네한사전)도 변변히 없이 이웃말(외국말)을 가르친 지 서른 해가 넘은 듯싶었다. 너털웃음이 나왔다. 한 해를 또 어거지로 버티는데, 이제 안 되겠다. “어머니, 대학교를 들어갔으니 됐죠? 한 해를 버텼으니 됐죠? 이제 그만둘게요.” “뭐? 졸업을 해야지! 어떻게 들어간 대학교인데!” “대학교라는 데는 그냥 허울이고 엉망이에요. 저는 고졸로 살려고 합니다. 고등학교까지 다녔으면 됐잖아요?” “얘가 무슨 말을 해? 네가 그만두면 엄마가 얼마나 섭섭한지 아니? 너희 아버지는 되게 섭섭해할걸. 맨날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으니 더 화를 낼거야. 넌 아버지 화를 어떻게 견디려고 그러니?”


  대학교 2학년이던 때에 군대를 갔다. 둘레에서 나더러 미쳤다고 했다. 서울에서 이만한 대학교에 들어갔다면 군면제나 뒤로 빠지는 길이 수두록하다고 여기저기서 알려준다. 장학퀴즈 출신자 어느 윗내기는 “이 바보야. 우리 공장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그러며 알바비도 벌고 공부하며 졸업장을 따야지. 넌 왜 멍청하게 구니?” 하며 타박했다. 우리 아버지는 나더러 군대 가지 말고 아무튼 네 해를 참고 견뎌서 마치면, 나를 장학사로 넣을 수 있고, 장학사 아니어도 교육청에 자리 하나 마련해서 밀어넣으면 군생활 안 해도 된다고 버럭버러 윽박질렀다.


  삶이란 뮐까? 대학교와 졸업장은 뭘까? 그냥 고졸이나 중졸이나 무학자이면 안 되나? 군대는 왜 빼야 하나? 서로 돈주고 돈받기로 어지러운 판이면, 민주나 정의나 교육하고는 다 동떨어진 불바다이지 않나? 온나라 곳곳이, 우리집과 또래와 둘레 모두 “또다른 전두환”이라고 느꼈다.


  아버지하고 크게 두 판쯤 싸우고서 집을 나왔다. 아주 마땅히 대학교를 그만두었다. 1999년까지 새벽일꾼(신문배달부)으로 지냈고, 이해 여름에 펴냄터(출판사)에 책팔이(영업부)로 자리를 얻었다.


  지난 2010년에 낸 작은 혼책(독립출판물)이 있다. 이 혼책은 내가 2007년부터 꾸리는 책마루숲(사전 짓는 책숲)을 돕는 이웃한테만 우편으로 부쳤다. 어러 이웃 가운데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한 분이 있다. 그분은 이제 정년퇴직을 했겠지. 그런데 그분은 그때 ‘함께살기 혼책’을 재단 책꽂이에 남겨두셨나 보다. 2025년에 비정규직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어느 분이 이 혼책을 보았고, 이 혼책을 쓰고 낸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어찌저찌 알아보니, “최종규 씨가 아직 죽지 않았”고, “아직 죽지 않으셔서 만날 수 있어서 놀라워서, 경기 안양에서 부산으로 날아와서,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하는 수업을 꼭 듣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빙그레 웃는다. 그렇구나. 나는 안 죽었구나. 안 죽고 멀쩡히 살아서 이렇게 새롭게 낱말책(국어사전)을 쓰고, 곁님하고 두 아이랑 시골살림을 짓는구나.


  고등학생 적에 곁일(알바)을 하며 번 돈으로 바지 한 벌을 산 적 있다. 벌써 서른다섯 살 묵은 바지는 낡고 해졌다. 처음에는 긴바지였으나 기장을 잘라서 튿어진 데를 덧대고 손질하노라니 어느새 깡똥바지로 바뀌었다. 바지도 멀쩡하고 사람도 말짱하다. 하루하루 고맙게 삶길을 잇는다. 풀꽃나무를 곁에 두면서, 해바람비를 실컷 마시면서, 늘 파란노래로, 손수 가꾸고 나누면서. 2025.11.1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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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창비청소년시선 38
신지영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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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3.

노래책시렁 524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신지영

 창비

 2021.11.30.



  작은집이 다닥다닥 모인 골목마을을 스무 해 즈음 지켜본 바를 옮겼다고 하는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입니다. 글쓴이 맺음말 그대로 이 꾸러미는 ‘지켜본’ 바를 그렸구나 싶습니다. 다만, 지켜보기보다는 ‘살아낸’ 바를 그리면 한결 나았을 텐데 싶어요. 지켜보기는 으레 ‘구경’에서 맴돌고, ‘스치기’와 ‘지나치기’로 고입니다. 살아낸 바가 아닌 지켜본 바를 글로 담을 적에는 ‘꾸밈없이’ 담기보다는 ‘꾸며서’ 담으려고 하더군요. 더 가난하고 더 아프고 더 힘들고 더 지치고 더 고되고 더 까마득하다고 자꾸 낮추고 내리고 떨구려는 글치레로 휩쓸리기 일쑤입니다. 가난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가난은 가난입니다. 돈있는 저 너머는 그저 돈있는 저 너머일 뿐입니다. 가난하면 그저 다 아파야 하지 않고, 가난하니 다 불쌍하지 않습니다. 돈있고, 장사를 안 하고, 가게에서 힘들어 꾸벅꾸벅 안 졸면, 안 불쌍하거나 마냥 기쁜 삶일는지 아리송합니다. 가난한 푸름이는 으레 이런 마음이겠거니 하고 넘겨짚으면서 쓰기보다는, 그저 글쓴이 마음과 삶을 담으면 됩니다. 가난하기에 더 높여야 하지 않고, 안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글감으로 안 삼아야 하지 않습니다.


ㅍㄹㄴ


쓸모가 없다니 정말 다행이다 / 쓸모가 많아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 /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쓸모가 뭔지 잊어버릴 거다 / 발견되지 않은 나만의 쓸모는 그래서 안전하다 (무쓸모/12쪽)


이 작은 교실에서도 / 가끔 네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 / 그러면 나는 내가 만졌던 네 마음을 떠올려 / 조금은 못생겼지만 그게 또 사랑스러운 / 우리의 마음 (닮다/26쪽)


너무 피곤해 코를 골다 / 자기 코골이에 놀라서 깨기도 한다 / 엄마는 (어려운 질문/44쪽)


눅눅한 지하의 공기를 뚫고 / 낮은 천장을 뚫고 / 주인집 지붕을 뚫고 / 푸른 희망의 지느러미 쫓아 헤엄쳐 올라가다 / 도착한 옥탑방 / 아직은 괜찮다 (이사/49쪽)


+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신지영, 창비, 2021)


발견되지 않은 나만의 쓸모는 그래서 안전하다

→ 그래서 못 찾아낸 내 쓸모는 아늑하다

→ 그래서 못 본 내 쓸모는 고스란하다

12


누구의 마음도 다 따뜻하게 느껴지지

→ 누구나 마음이 다 따뜻하다 느끼지

→ 다 마음이 따뜻하다 느끼지

27


찢어질 것도 없이 가난한 게 우리 집이라는데 그것도 감상적인 거였구나

→ 찢어질 데도 없이 가난한 우리 집인데 눈물꽃이었구나

→ 찢어질 구석 없이 가난한 우리 집인데 눈물팔이였구나

34


전대에 손을 찔러 넣고

→ 쌈지에 손을 찔러 넣고

→ 돈자루에 손 찔러 넣고

36


한 번만이라도 잡아 보면 안다. 서러워서 자신을 지키는 것들은 얼마나 말랑거리는 슬픔을 가졌는지를

→ 슥 잡아 보면 안다. 서러워서 스스로 지키는 이는 얼마나 말랑거리듯 슬픈지를

→ 살짝 잡으면 안다. 서러워서 스스로 지키는 누구나 얼마나 말랑말랑 슬픈지를

78쪽


네가 하루분의 기다림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 네가 하루를 기다리며 꾸역꾸역 삼킨대서 무슨 자랑이라고

→ 네가 기다리는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서 무슨 자랑이라고

82


누군가 다듬어 준 생선만 먹고

→ 누가 다듬어 준 고기만 먹고

→ 누가 다듬은 물고기만 먹고

86


담임이 심각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 길님이 근심으로 따스하게 말한다

→ 샘님이 깊고도 너그럽게 말한다

90


다문화 친구랑 짝을 지어서 동네 지도를 그려 올 것

→ 다살림 동무랑 짝을 지어서 마을길을 그려 와라

→ 나란꽃 동무랑 짝을 지어서 마을그림을 해 와라

9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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