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투덜 투덜 투덜



해가 환하고 바람이 자는가 싶은

포근한 첫겨울 첫머리에

깡똥소매에 맨발차림으로

부산 벡스코 큰집에 간다


이 큰집에 사람도 많아

책잔치인데 책 안 사는 사람도 많아

붕어빵 먹던 손으로 책 만지고

새책인데 휙휙 거칠게 넘길 뿐 아니라

한 손으로 훅 들어서 팔랑거리기도 하네


책을 안 사고 안 읽으려면

책잔치 큰마당에

구경하려고, ‘공짜 선물’ 얻으려고

그냥그냥 놀러, 아니 토요일 때우려 왔구나


2025.12.13.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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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휴가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2.19.

인문책시렁 465


《주부의 휴가》

 다나베 세이코

 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8.1.29.



  일본스런 한자말 ‘주부’는 한자 ‘主婦’로 적습니다. 집일을 맡는 순이만 가리키는 셈입니다. 집일을 맡는 돌이가 있더라도 ‘주부(主夫)’라는 한자말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낱말책에 ‘主夫’가 없더라도 ‘살림돌이’는 제법 많습니다. 임금이 없고 나라가 없이, 푸른별 모든 곳에서 다 다른 마을이 다 다르게 조촐히 이으면서 다 다른 집에서 다 다른 사람이 살림을 지필 적에는 ‘한집안’ 모든 사람이 ‘살림꾼’이었어요. 지난날에는 굳이 ‘살림순이·살림돌이(主婦·主夫)’로 가를 일이 없습니다. 이제는 ‘主婦’나 ‘主夫’가 아닌 ‘살림꾼’으로 돌아갈 때요, ‘살림지기’에 ‘살림님’으로 서로 북돋우면서 철들어야지 싶습니다.


  《주부의 휴가》는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지켜본 삶을 들려주는 얼거리입니다. 살림길을 잊은 아저씨나 할아버지는 엉성하거나 허술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만, 꾸중을 꾸준히 들으면서 조금씩 바뀌곤 합니다. 꾸지람뿐 아니라 ‘잘하네!’ 같은 한마디를 들으면서 차츰 거듭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들이고 숲이고 메이고 바다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들빛에 숲빛에 멧빛에 바닷빛입니다. 저마다 스스로 어떤 빛인지 돌아보면 넉넉합니다. 서로 다르면서 하나인 파란별에서 함께사는 줄 느끼면 즐겁습니다.


  집안일을 즐겁게 하면 됩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면 됩니다. 서울에서건 시골에서건 풀꽃나무를 풀꽃나무 숨결로 바라보는 하루이면 됩니다. 언제나 어질게 눈뜨는 하루를 열기에 서로 살갑게 만나고 어울립니다. 집일을 안 하거나 살림을 등지는 이라면, 사내이건 가시내이건 “눈은 떴다지만 멍청할” 테지요.


  우리 터전(사회·정치)을 보면, 믿음길(지지정당)이 다를 적에는 ‘다르다’고 받아들이지 않기 일쑤예요. 어떻게 저런 ‘얼간이’를 믿느냐고 손가락질을 하고 할퀴고 싸웁니다. 순이돌이로 다른 몸이건, 믿음길이 다른 삶이건, 배움길이 엇갈리건, 그저 서로 다릅니다. 시골에서 살건 서울에서 살건 그냥 다릅니다. 이 나라이건 옆나라이건 그냥 달라요.


  무엇이건 그저 ‘같이보기’이면 됩니다. 다른 서로가 다른 줄 받아들이려면, 어느 하나뿐 아니라 모두가 다른 줄 바라보고 품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아줌마도 쉬고 아저씨도 쉬어야지요. 할머니도 쉬고 할아버지도 쉬어야 하고요. 느긋이 함께 일하고서 넉넉히 같이 쉬기에, 모든 하루는 새록새록 살림빛으로 반짝입니다.


ㅍㄹㄴ


생각도 하지 않으니 부랑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인과응보라고. 그런 녀석이 또 부랑자가 된다. 되어도 별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28쪽)


“책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책장을 접어도 되잖아. 다 읽으면 헌책방에 내다 팔아도 되지. 버리든 태우든 화장실 휴지로 쓰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 남자 중 어떤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책에 집착해서 책을 읽다가 메모를 하거나 책장을 접으면 잔소리한다고 한다. (39쪽)


애초에 여자한테 남자는 필요 없었던 거야! 아이만 있으면 되는 종족이었어! 맞아, 그렇게 생각하면 여자의 수수께끼가 저절로 풀려. (124쪽)


원자력발전소 유치 지구로 거론된 고장 사람들은 부디 《도쿄에 원자력발전소를!》이란 책을 읽어 주시기 바란다. 무시무시한 책이지만 원자력발전소의 공포를 아주 냉정하게, 떠먹여 주듯 차근차근 설명하기 때문에 잘 읽히고 지루하지 않다. (197쪽)


악녀란 남자가 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악녀는 자아가 있는 여자란 뜻이다. (206쪽)


#田邊聖子


+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8)


불같이 혼이 난 할아버지는 뾰로통해진다

→ 불같이 꾸중 들은 할아버지는 뾰로통하다

→ 불벼락 맞은 할아버지는 뾰로통하다

12쪽


나는 여자가 말한 사절이란 단어가 꽤 인상적이었다

→ 나는 그분이 말한 살래살래가 꽤 낯깊었다

→ 나는 그이기 설레설레라 해서 꽤 놀랐다

14쪽


아이라인을 어떻게 그리라고

→ 눈매를 어떻게 그리라고

→ 눈줄을 어떻게 그리라고

16쪽


그런 표정 때문에 신뢰가 안 가서 상품의 이미지를 다운시킨다

→ 그런 얼굴 때문에 못미더워서 살림값이 떨어진다

→ 그런 낯빛 때문에 미덥지 않아 살림빛이 떨어진다

23쪽


부모의 비호 아래 능력에 맞지 않는 생활 습관이 배어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 어버이가 감싼 탓에 주제에 맞지 않게 사는 줄 깨닫지 못하고

→ 엄마아빠가 오냐오냐하느라 주제넘게 사는 줄 깨닫지 못하고

29쪽


인간은 본래 무일물이다

→ 사람은 워낙 빈손이다

→ 사람은 처음에 빈몸이다

→ 사람은 맨몸으로 난다

30쪽


열대야가 닷새째 계속되고 있다

→ 닷새째 밤더위이다

→ 닷새째 불볕밤이다

37쪽


왜 이렇게 무감한 인간으로 생겨먹은 것일까

→ 왜 이렇게 무딘 놈으로 생겨먹었나

→ 왜 이렇게 맹물인가

→ 왜 이렇게 밍밍한가

46쪽


친구 집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지내는 주부의 휴가를 온 것이다

→ 동무 집에서 책바다에 빠져 지내는 살림말미를 왔다

→ 동무 집에서 책누리에 빠져서 쉬려고 왔다 

→ 동무네 책숲에 빠져서 숨돌리려고 왔다

49쪽


웃으며 게이트로 사라졌다

→ 웃으며 너울길로 사라졌다

→ 웃으며 길머리로 사라졌다

→ 웃으며 사립으로 사라졌다

52쪽


뇌우가 조금이나마

→ 벼락비가 조금은

→ 비벼락이 조금은

54쪽


만일 성인 남자였다면 그렇게 융통성 없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 아저씨였다면 그렇게 막힌 짓은 하지 않습니다

→ 나이든 사내라면 그렇게 바보짓은 안 합니다

56쪽


월급이 500석 늘어났다나 봐요

→ 달삯이 500섬 늘어났다나 봐요

56쪽


완전히 인민재판이나 다름없었다

→ 아주 물어뜯기이다

→ 그저 족칠 뿐이다

→ 그야말로 헐뜯는다

75쪽


인상이 불쾌한 남자일수록 반드시 가정이 있기 마련이다

→ 거북한 사내일수록 반드시 집이 있게 마련이다

→ 고약한 놈일수록 반드시 집안이 있게 마련이다

103쪽


특히 중년 부인과 노년 부인이 까다로워요

→ 아줌마와 할머니가 참 까다로워요

109쪽


소생도 그런 생각

→ 나도 그런 생각

→ 저도 그런 생각

117쪽


각 작가 나름의 취향에 고민이 뒤엉킨 결과물을 보며 백화난만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 지은이마다 즐겁게 헤아린 열매를 보며 아름꽃 같아 재미있다

→ 글쓴이마다 멋스레 살핀 열매를 보며 온꽃 같아 재미있다

184쪽


포식의 시대가 오고 나서

→ 배부른 날이 오고 나서

→ 배불뚝이날이 오고 나서

186쪽


악녀란 남자가 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 나쁜순이란 사내가 본 바일 뿐이다

→ 막순이란 머스마가 본 눈일 뿐이다

20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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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석 石


 몇 석을 옮겼는지 → 몇 섬을 옮겼는지 / 몇 자루 옮겼는지

 100석을 짓는다면 → 100섬을 짓는다면


  ‘석(石)’은 “부피의 단위. 곡식, 가루, 액체 따위의 부피를 잴 때 쓴다. 한 석은 한 말의 열 배로 약 180리터에 해당한다”라 하는군요. ‘섬’으로 고쳐씁니다. ‘볏섬’이나 ‘자루’로 고쳐쓸 만합니다. ‘멱·멱서리·멱둥구미’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4백 석을 생산하는 논밭일을 하는 데 소실들은 노동력을 제공하여야 했다

→ 400섬을 낳는 논밭을 짓는데 꽃아씨도 일하여야 했다

→ 400섬을 얻는 논밭을 짓는데 버금각시도 일하여야 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2》(조갑제, 조선일보사, 1998) 324쪽


쌀 300석에 인신공양의 제물로 팔려 간다

→ 쌀 300섬에 바치는 몸으로 팔려 간다

→ 쌀 300섬에 몸을 바쳐 팔려 간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박현희, 뜨인돌, 2011) 194쪽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 올림쌀 석온 섬에 팔려

→ 드림쌀 석온 섬에 팔려

→ 바침쌀 석온 섬에 팔려

《몸의 중심》(정세훈, 삶창, 2016) 24쪽


월급이 500석 늘어났다나 봐요

→ 달삯이 500섬 늘어났다나 봐요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8)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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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노년여성·노년여자·노년부인



 노년여성을 배려하는 정책은 → 할머니를 헤아리는 길은

 노년여자는 소외되었다는 → 늙은네는 뺐다는

 노년부인한테 양보하였다 → 할멈한테 내주었다


노년(老年) : 나이가 들어 늙은 때. 또는 늙은 나이

여성(女性) : 1. 성(性)의 측면에서 여자를 이르는 말. 특히, 성년(成年)이 된 여자를 이른다 ≒ 여 2. [언어] 서구어(西歐語)의 문법에서, 단어를 성(性)에 따라 구별할 때에 사용하는 말의 하나

여자(女子) : 1.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 ≒ 여 2. 여자다운 여자 3. 한 남자의 아내나 애인을 이르는 말

부인(婦人) : 결혼한 여자 ≒ 음신(陰臣)



  나이가 든 분을 가리킬 적에는 ‘할머니·할멈·할미·할매’라 하면 됩니다. 할머니는 스스로 ‘늙다·늙네’라 말하곤 합니다. ‘늙님·늙은네·늙으신네’나 ‘늙다리·늙둥이·늙은이·늙사람·늙은사람·늙은내기’라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특히 중년 부인과 노년 부인이 까다로워요

→ 아줌마와 할머니가 참 까다로워요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8)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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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백화난만



 백화난만(百花爛漫)의 시대가 도래했다 → 온꽃누리가 열린다

 현재는 백화난만이라고도 → 이제는 갖은꽃이라고도


백화난만(百花爛漫) : 온갖 꽃이 활짝 펴 아름답고 흐드러짐



  온갖 꽃이 활짝 핀다면 ‘갖은꽃·온꽃’이라 하면 됩니다. ‘아름꽃·아름빛·아름꽃빛·아름빛꽃’이라 할 만합니다. ‘아름답다·아름치·아리땁다’나 ‘흐드러지다·어우러지다’로 나타내지요. ‘꽃나무·꽃나무풀·꽃풀·꽃풀나무’로 그릴 만해요. ‘풀꽃·풀꽃나무·풀꽃길·풀꽃빛’이나 ‘풀붙이·풀꽃붙이·풀꽃나무붙이’로 얘기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각 작가 나름의 취향에 고민이 뒤엉킨 결과물을 보며 백화난만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 지은이마다 즐겁게 헤아린 열매를 보며 아름꽃 같아 재미있다

→ 글쓴이마다 멋스레 살핀 열매를 보며 온꽃 같아 재미있다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8)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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