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72 : -으로부터 수입되어 사용되었 -ㄴ 온도 차이 -ㅁ 확인


일본으로부터 수입되어 사용되었던 때와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일본에서 들여와 쓰던 때와 엄청나게 다른 줄 알 수 있다

→ 일본한테서 받아들여 쓰던 때와 엄청나게 틈이 있다

《언어의 높이뛰기》(신지영, 인플로엔셜, 2021) 104쪽


이 보기글은 ‘-으로부터’에 ‘-되어’에 ‘-되었던’에 ‘-ㄴ(-난)’에 ‘-ㅁ을’처럼 붙이면서 잇지만 여러모로 엉성합니다. 일본을 거쳐서 낱말을 받아들일 적에는 ‘-에서’ 들어온다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인다는 뜻이라면 “일본한테서”처럼 ‘-한테서’를 붙입니다. ‘들여와’서 ‘쓰는’ 말입니다. 억지로 누가 밀어넣은 탓에 어쩔 길 없이 ‘쓰인’ 말이 아닙니다.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음을”은 옮김말씨예요. ‘-ㄴ’과 ‘-ㅁ’을 모두 손질합니다. 나라마다 말이 다르고 사람마다 마음이 다른 결을 차근차근 짚을 적에, 말빛도 삶자락도 제대로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수입(輸入) : 1. 다른 나라로부터 상품이나 기술 따위를 국내로 사들임 ≒ 무래(貿來) 2. 다른 나라의 사상, 문화, 제도 따위를 배워 들여옴

사용(使用) : 1.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 2. 사람을 다루어 이용함. ‘부림’, ‘씀’으로 순화

온도(溫度) : [물리]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수치. 물리적으로는 열평형을 특징짓고 열이 이동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양이며, 미시적으로는 계(系)를 구성하는 입자가 가지는 에너지의 분포를 정하고 그 평균값의 표준이 되는 양이다

차이(差異) :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확인(確認) : 틀림없이 그러한가를 알아보거나 인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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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위하수체



 위하수체인 체질을 관리하는 방법 → 배처짐을 다스리는 길

 위하수체라서 평소에도 조심한다 → 속처짐이라서 늘 살핀다


위하수체 : x

위하수(胃下垂) : [의학] ‘위 처짐’의 전 용어



  ‘위하수체’라는 한자말은 일본에서 쓰는 듯싶습니다. ‘위하수 + 체(體)’인 얼개로 “위하수인 몸”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위하수’ 하나만으로도 어떤 몸인지 나타냅니다. 이를테면 ‘코머거리’라 하면 코가 먹은 몸이라는 뜻을 저절로 나타냅니다. ‘이앓이’라 하면 이를 앓는 몸이라고 그저 그대로 나타내지요. 그래서 우리말로는 ‘배처짐’이나 ‘뱃속처짐’이나 ‘속처짐’처럼 수수하게 나타낼 만합니다. ㅍㄹㄴ



나는 위하수체야! 남의 체질을 갖고 사람을 놀리지 마

→ 나는 속처짐이야! 남을 몸빛으로 놀리지 마

→ 나는 배처짐이야! 남을 몸으로 놀리지 마

《개와 샌드백 下》(카오리 오자키/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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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중고거래



 중고거래로 구입했다 → 다시쓰기로 샀다

 중고거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 헌살림을 널리 사고판다

 중고거래를 통해서 찾았다 → 헌것으로 찾았다


중고거래 : x

중고(中古) : 1. 이미 사용하였거나 오래됨 2. = 중고품 3. 그리 오래지 아니한 옛날 4. [역사] 역사의 시대 구분의 하나로, 상고(上古)와 근고(近古)의 중간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 때부터 통일 신라 시대까지의 시기를 이른다

거래(去來) : 1. 주고받음. 또는 사고팖 2. 친분 관계를 이루기 위하여 오고 감 3. 예전에, 사건이 일어나는 대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이나 관아에 가서 알리던 일



  누가 쓴 살림을 사고팔기도 합니다. 새것만 사고팔지 않습니다. 헌것도 사고팝니다. 헌것을 사고팔 적에는 ‘다시쓰다·다시팔다’나 ‘되쓰다·되팔다’ 같은 낱말로 나타낼 만합니다. ‘헌것·헌살림’ 같은 낱말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중고 거래 앱으로 팔았어야 하는 건데

→ 되팔기 무른모로 팔아야 했는데

→ 다시쓰기 꽃으로 팔아야 했는데

→ 헌살림 모로 팔아야 했는데

《개와 샌드백 下》(카오리 오자키/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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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리고 죽어 5
토요다 미노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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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13.

온하루를 바쳐서


《이거 그리고 죽어 5》

 토요다 미노루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12.31.



  《이거 그리고 죽어 5》을 아이들하고 즐겁게 읽습니다. 반갑게 맞이해서 기쁘게 읽는다고 할 만합니다. 언제쯤 다음걸음이 한글판으로 나오려나 손꼽아 기다리면서, 되읽고 새로읽고 다시읽곤 합니다. 《이거 그리고 죽어 5》에서는 그야말로 온힘을 쏟아부어서 그리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짚습니다. 언뜻 보면 “활활 불태운 붓끝”이기에 이제 한 줌 재가 된 듯싶습니다. 그러나 온힘과 온마음과 온넋을 그러모아서 빚은 그림 한 칸이란, ‘불태우기·불사르기’가 아닌 ‘붓기(쏟아붓기)’입니다. 불이란 불길(분노)이게 마련이라 그만 잿더미로 갑니다만, ‘붓다’일 적에는 여름날 소나기나 봄날 눈녹임비처럼 온누리를 푸르게 적셔요.


  마지막 기운까지 쏟아붓고서 드러눕기에 어느새 기운을 차려서 일어나고, 다시 붓을 쥐면 뜻밖에도 예전에는 느끼지 못 하던 찌릿찌릿 벼락이 온몸으로 퍼지는 줄 알아차리지요. 다 쏟아부었다고 여겼기에, 예전 몸짓을 모두 녹여낸 셈이요, 바야흐로 새몸으로 거듭나서 새그림을 빚을 수 있습니다. 불태움질이 아닌 쏟아붓기일 적에는 풀벌레가 허물벗기를 하듯 ‘낡은 우리 몸을 스스로 벗는’ 길입니다.


  우리말 ‘기쁨(기쁘다)’이란 ‘깊다’하고 밑동이 같습니다. ‘길다’와 ‘길’에다가 ‘기르다’와 맞닿기도 합니다. ‘기쁨’이라고 할 적에는, 깊이 스미면서 차오르는 빛일 뿐 아니라, 길디길게 잇는 길처럼 스스로 나아가는 빛살로 뻗고, 스스로 살리고 살찌우고 북돋우듯 기르면서 ‘기운’을 일으키는 몸짓이자 마음이라고 할 만합니다.


  기쁠 적에는 굳이 안 웃으면서 차분히 있기도 합니다. 속으로 기운과 빛이 넘쳐오르니 굳이 겉으로 티를 내지 않더라도 둘레를 밝혀요. 이와 달리 ‘즐거움(즐겁다)’일 적에는 즐거운 티가 풀풀 나면서 활짝 웃고 떠듭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즐겁다’는 ‘즈믄(1000·천)’이라는 셈값을 나타내는 낱말하고 밑동이 같고, ‘졸졸·줄줄’이며 ‘줄기·줄기차다·줄거리’에 ‘지며리’처럼 맑고 밝게 흐르는 물빛으로 노래하는 결이거든요. 이리하여 ‘즐겁다’는 ‘짓다·집’으로 잇는 낱말이라서, 맑고 밝게 피어나는 웃음과 이야기로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집)로 나아가는 마음과 몸짓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쁨이나 즐거움은 꼭 ‘좋은일’에서만 느끼지 않아요. 좋든 안 좋든, 언제나 우리 스스로 이 삶을 배우고 누리고 나누고 베풀고 받아들이고 다시금 주고받는 사이에 피어나는 마음입니다. 가시밭길도 기쁘고 즐겁습니다. 꽃길도 즐겁고 기쁩니다. 온하루가 늘 사랑인 줄 알아보는 눈빛이기에 기쁘고 즐겁게 마음을 다스려서 이 삶을 짓고 가꾸면서 길이길이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이거 그리고 죽어》는 기쁜 길이 무엇인지 짚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러면서 즐거운 노래가 무엇일까 하고 곱씹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기쁨과 즐거움을 왼손과 오른손에 놓으면서, 둘 사이를 가만히 오가고 지켜보고 하나로 어우르는 삶을 찾아보려는 매무새라고도 여길 만합니다.


  더 빼어난 붓끝은 없습니다. 더 높거나 낮은 붓질도 없습니다. 그저 이곳에서 스스로 차분히 짓는 붓끝입니다. 오늘은 오늘까지 쏟은 땀방울로 눈망울이 빛납니다. 오늘을 실컷 누리기에 오늘부터 맞이할 새날에는 이슬 한 방울과 빗물 한 톨을 두 손에 놓고서 새롭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ㅍㄹㄴ


“천재란 게 칭찬인가? 내가 아이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엄마가 인기 만화가여서도, 타고난 센스가 있어서도 아니야. 아이의 몇 백 배나 그렸으니까 그런 거지. 자기가 노력 안 하는 것에 대한 변명 아냐?” (14쪽)


‘그리고 싶다. 빛을. 그림자를. 봄 햇살의 따뜻함을. 여름날의 생명력 넘치는 하늘을. 가을날의 차분한 평온함을. 겨울날의 차갑게 맑은 공기를.’ (36∼37쪽)


“난폭해! 무모한 설정을 무모한 설정으로 받아쳤어! 고민하고 있어! 마음 착한 후지모리가 고민하고 있어!” (67쪽)


“그건 테시마 선생님한테 너무 심하게 굴어서.” “날 위해서 그린 겁니까? 그런 부탁 한 적 없습니다만.” “아뇨, 제가 화가 나서.” “그럼 개인적인 분노를 위해 사람을 한 번만 보고 폄하하고 모욕한 겁니까? 만화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일 텐데요.” (107쪽)


“다음번엔 제대로 재미있는 만화로 싸우겠습니다!” (116쪽)


“정마아아알? 《기생수》보다 재미있었냐아아아아∼?” “뭐랑 비교하는 거니. 뻔뻔도 해라!” (177쪽)


“열심히 노력했지만 내가 졌어. 이거 그렸으니까 죽을까?” (195쪽)


#これ描いて死ね #とよ田みのる


+


《이거 그리고 죽어 5》(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


내가 원하던 건 바로 이거였어

→ 나는 바로 이 길을 바랐어

→ 난 이렇게 하고 싶었어

141쪽


그렇게 대단한 애가 신입부원이라니

→ 그렇게 대단한 애가 새내기라니

→ 그렇게 대단한데 새사람이라니

142쪽


차분하게 부감해서 생각하자

→ 차분히 내려다보며 생각하자

→ 차분하게 새보기로 생각하자

17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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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샌드백 : 하 - 완결
카오리 오자키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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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13.

나이는 나무처럼


《개와 샌드백 下》

 카오리 오자키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12.30.



  새봄을 맞으면 어느새 나비가 팔랑팔랑 들숲을 날아다닙니다. 언제 고치를 틀었고, 언제 날개돋이를 했고, 언제 어디에서 겨울잠을 마치고 일어난 나비일까 하고 한참 바라봅니다. 겨울에는 찬바람과 누렇지만 부드럽게 시드는 풀포기를 가볍게 쓰다듬고, 봄에는 푸릇푸릇 돋는 풀포기에 내려앉는 산들바람과 나비를 문득 지켜보다가 나무한테 다가가서 “겨우내 애썼구나” 하고 쓰다듬습니다.


  해마다 넷쨋달을 맞이하면, 마녘 시골에서는 마늘밭에 풀죽임물을 오지게 뿌립니다. 마늘밭이 온통 하얗게 풀죽임물잔치를 이루는 모습을 처음 본 해에는 “마늘을 굳이 먹어야 할까?” 하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한 해를 지나고 다섯 해를 지나고 열 해를 지나고 열다섯 해에 이른 오늘 다시 헤아립니다. 마늘밭이며 논밭 풀죽임물 못지않게 시골과 서울 어디나 부릉부릉 쇳덩이가 매캐한 김을 끝없이 뽑아내요. 풀죽임물만 걱정할 노릇이 아닌, 그저 모든 쇳덩이를 근심할 노릇이더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읊습니다. “바람아, 하늘아, 우리가 잘못했구나. 그렇지만 늘 새롭게 파랗게 불어 주니 고마워.” 바람은 우리 목소리를 듣고는 어느새 돌개바람을 일으켜 풀죽임물을 훅 날립니다. 하늘은 우리 마음을 듣고는 어느새 굵게 빗방울을 떨굽니다.


  꽃과 나비와 새 곁에, 나무와 풀벌레와 사람이 나란히 서는 봄입니다. 《개와 샌드백》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제법 나이든 순이와 스물 언저리인 돌이가 몸뚱이에 앞서 마음으로 먼저 만나서, 서로 그동안 스스로 어떤 응어리와 멍울을 온몸으로 새기면서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삶을 갉아먹었”는지 말로 주고받으면서 풀어내는 얼거리입니다.


  모든 응어리는 남이 아닌 내가 받아들입니다. 모든 고름은 남이 아닌 내가 내놓습니다. 모든 멍울도 생채기도 우리가 스스로 남깁니다. 햇살이 내리쬐기에 우리 살갗이 다치지 않습니다. 빗방울에 맞기에 우리 몸에 구멍이 나지 않습니다. 누가 옆에서 무어라 쫑알거리든 우리 마음이 다칠 까닭이 없습니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한테 “어머니 어릴적 얘기 좀 들려주셔요.” 하고 여쭈면 한 마디도 안 하기 일쑤였습니다. 떠올리기 싫은 일이 가득하기에 차마 말을 하기도 싫을 뿐 아니라, 떠올리기만 해도 욱씬거리기만 한 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요즈음 우리 집 아이들이 저한테 “아버지 어릴적에는 어땠어요?” 하고 물으면 빙그레 웃으면서 지나온 일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줄줄이 머릿속에 떠올린다. 낱낱이 짚으면서 그때 겪은 일과 오늘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우리 삶은 늘 하나입니다. 오늘과 모레와 어제는 언제나 하나로 흐릅니다. 오늘을 제대로 알려면 어제를 짚을 노릇이고, 어제 왜 그런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면, 머잖아 다가올 모레를 꿈과 사랑으로 그릴 노릇입니다. 어떤 모레를 맞이할는지 알고 싶다면 바로 오늘 즐겁게 살림씨앗을 가꿀 노릇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삶이라는 길을 사랑이라는 숨결과 눈빛으로 가꾸는 살림을 숲빛으로 품는 목숨붙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나 말로 우리 삶을 그리고, 글로 우리 삶을 그립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글이란, “우리 이야기”이면서 “아이곁 이야기(육아일기)”이기도 합니다. 순이돌이가 나란히 앉아서 서로 어떤 어린날을 누렸고 젊은날을 보내면서 어른살이를 짓고 싶은지 이야기할 적에, 비로소 이 나라는 천천히 아름답게 바뀌리라 봅니다.


  우리가 나눌 말이란, 늘 ‘삶·살림·사랑·숲’ 네 가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이야깃감으로 삼기에 언제나 어깨동무하면서 집과 마을과 나라와 별을 함께 일굴 수 있습니다. 혼자 살림을 꾸리든, 둘이 같이 살림을 꾸리든, 아이를 낳든 안 낳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삶·살림·사랑·숲’ 네 가지를 마음으로 담아내어 몸으로 녹아내기에 사람일 뿐입니다.


  말 한 마디란 말씨이고, 글 한 줄이란 글씨입니다. 어떻게 말씨앗과 글씨앗을 남겨서 스스로 돌아보고, 이웃과 아이한테 베풀려 하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생각하기에 사람이고, 생각을 안 하기에 사람이 아닌 겉껍데기 살가죽입니다.


ㅍㄹㄴ


“이렇게 멋진 여자를 어설프게 사랑해선 안 돼!” (47쪽)


“영혼은 배신하지 않아. 좋아해요, 니치코 씨.” (49쪽)


“저걸 갖고 있으면 언제까지고 거짓말쟁이라며 그 사람을 탓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분노가 부족했었나?” (61쪽)


“모모, 유통기한이라는 말을 자기 자신에게 쓰면 안 돼!” (109쪽)


‘이상한 기분이다. 이젠 못 만나는 거지? 아츠무. 당신도 다리였어. 내가 도쿄를 살아내기 위한.’ (192쪽)


#尾崎かおり #犬とサンドバッグ


+


《개와 샌드백 下》(카오리 오자키/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생식 능력이 퇴화한 일개미는

→ 낳지 못하는 일개미는

→ 씨알이 사라진 일개미는

5쪽


매일 먹이를 모으거나 유충을 보살피는 등

→ 늘 먹이를 모으거나 애벌레를 보살피며

5쪽


이 노선은 왜 아직도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지 않는 걸까

→ 이 길은 왜 아직도 겹닫이를 안 놓을까

→ 이쪽은 왜 아직도 덧닫이를 안 둘까

13쪽


주로 클레임에 대응해야 하니까 자존심이 깎여나가요

→ 딴죽질을 마주해야 하니까 마음이 깎여나가요

→ 딴지걸기를 받아야 하니까 속이 깎여나가요

15쪽


처음으로 원나잇을 해버렸네

→ 처음으로 하룻밤을 해버렸네

→ 처음으로 그러안아 버렸네

→ 처음으로 믐을 섞어버렸네

20쪽


중고 거래 앱으로 팔았어야 하는 건데

→ 되팔기 무른모로 팔아야 했는데

→ 다시쓰기 꽃으로 팔아야 했는데

→ 헌살림 모로 팔아야 했는데

62쪽


왜 남자만 여자한테 조공을 바치고도 차여야 돼?

→ 왜 사내만 가시내한테 바치고도 차여야 해?

80쪽


나는 위하수체야! 남의 체질을 갖고 사람을 놀리지 마

→ 나는 속처짐이야! 남을 몸빛으로 놀리지 마

→ 나는 배처짐이야! 남을 몸으로 놀리지 마

114쪽


용천수를 찾아 수풀로

→ 옹달샘을 찾아 수풀로

→ 샘물을 찾아 수풀로

180쪽


석양을 보고 있어

→ 저녁놀을 봐

→ 노을을 봐

184쪽


40견입니다. 노안이 시작됐어요

→ 마흔어깨. 잘 안 보여요

→ 어깨앓이. 눈이 이제 어두워요

18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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