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7. 넘나들기



  넘나들 수 있는 사이일 적에 ‘너나들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너’하고 ‘나’가 다르되, 사람이라는 숨빛으로는 하나이면서 나란합니다. 서로 다른 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누구나 ‘사람’이라는 넋으로는 아름답게 ‘사랑’인 줄 반갑게 맞아들이는 마음이기에 너나들이라고 합니다. 너나들이로 마주할 적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럼없이 넘나들면서 날갯짓을 하고 활갯짓으로 어울려요. 너나들이가 아닐 적에는 으레 남남입니다. 가르고 쪼개고 할퀴고 깎고 팽개치고 따돌리고 시샘하고 핀잔하고 타박하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넘나드는 사이로 넘어서지 않으니 그만 담을 쌓아요. 나란히 넘나들 줄 알기에 마음에 사랑을 담고 꿈을 담으며 씨앗을 담습니다. 홀가분히 넘나드는 나날이기에 삶을 가꾸는 길에 손을 맞잡아요. 가붓이 넘나드는 하루이기에 살림을 짓는 눈빛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가로막으려는 담은 사나울 뿐 아니라 스스로 죽어가는 굴레입니다. 차분히 차곡차곡 담아서 이루는 그릇이란, 숲을 이루는 나무처럼 든든히 그루를 이뤄요. 우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요? 우리는 어떤 발걸음인가요? 들숲메를 넘나들면서 바람과 바다가 한몸을 이루는 빛줄기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새벽마다 새날을 그리고, 밤마다 밝게 별바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살가이 마주하는 살뜰한 숨결이 너머로 갑니다. 알뜰히 맞이하는 아름다운 숨소리가 넌지시 드나듭니다. 두런두런 잇는 말은 이야기를 이루면서 찰랑찰랑 물결로 일어납니다.



넘나들기


바다는 소금을 머금고서

온누리를 고루 돌아본다

바람은 물씨를 앉히고서

뭇누리를 두루 드나든다


들숲메를 흐를 적에는 가볍게

갯벌에 이를 즈음에는 묵직히

민물과 짠물이 넘나드는 사이

온숨결이 서로 자라고 깨어나


나는 새날을 그리고서

아침마다 길을 나선다

너는 새마음을 담고서

밤마다 꿈길 접어든다


마을까지 어울릴 적에는 살뜰히

이웃으로 마주하는 곳은 알뜰히

생각과 수다가 넘나드는 동안

온사랑이 차츰 퍼지고 일어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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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6. 봄소리 건너



  따뜻봄이 저문다. 곧 더운여름이다. 여름이니 덥게 마련이고, 땀흘리면서 몸을 북돋우고 살린다. 땀없는 여름이란 찌꺼기를 안 내보내느라 그만 속으로 곪는 굴레이게 마련이다.


  하늘을 열고 싹과 눈과 움을 틔우는 여름에는 모두 찬찬히 자란다. 볕을 받아들이기에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햇볕을 쬐기에 뭇숨결이 빛난다. 새벽이슬을 머금으니 곱게 반짝인다. 새벽을 지나 아침에 이슬을 모르는 채 하루를 보내니 어느새 속으로 곯는다.


  봄소리가 천천히 저문다. 여름소리가 이제 다가온다. 밤낮으로 뭇새가 노래를 베풀고, 나뭇잎은 바람을 반기면서 온하루를 춤으로 보내다가 저물녘이면 함께 꿈길로 간다.


  글책 건너에 바람책과 바다책이 있다. 그림책 너머에 하늘책과 잎책이 있다. 사진책 둘레로 벌레책과 나비책이 있다. 모든 이야기책은 하루책이고, 모든 낱말책은 오늘책이요 살림책이다.


  서울에도 시골에도 새가 날아앉아서 쉬어갈 수 있기를. 쉬어가는 모든 새가 노래할 틈이 있기를.


ㅍㄹㄴ


https://www.instagram.com/p/DKGFOhUTaG5/


손전화에 담은 그림을 옮기지 못 하는 바람에

인스타하고 이어놓는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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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3. 칼에 가둔 몸



  합천 어린씨랑 어른씨를 만나고서 이틀에 걸쳐서 이야기꽃을 폈다. 진주랑 순천을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순천버스나루에서 열린뒷간을 들어가는데, 똥을 누고서 그대로 내뺀 자국을 본다.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고흥에서도 이 나라 어디에서도 흔히 보는 모습이다. 돌이쉼칸(남자화장실)만 이럴까? 순이쉼칸(여자화장실)도 물을 안 내리는 분이 적잖다고 듣는데, 시골집처럼 퍼내는 뒷간을 쓰기에 물내림쉼칸을 이 꼴로 해놓는가 싶어 갸우뚱한다.


  이따금 생각에 잠긴다. 책을 안 읽으니 밑동(기본예절)이 없을까? 책을 읽어도 밑동이 없을까? 새롭게 배우고 익혀서 스스로 빛내려는 마음이 있다면, 밑동이 든든히 서는 나무를 담은 ‘나’이리라. 안 배우고 안 익히느라 그저 빛바랜 채 버릇대로 길든 삶이라면, 제 마음도 안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망가지느라 ‘나’가 사라지면서 나뒹굴지 싶다.


  시외버스에서 책을 읽으려다가 내처 잤다. 시외버스를 한참 타야 하니 조금은 자고 조금은 기지개를 켜면 될 테지.


  칼은 도마를 놓고 밥을 지을 적에 쓸 일이다. 몸에 칼을 대면 스스로 죽겠다는 뜻이다. 몸에는 포근히 어루만지는 손길을 대어 살살 살려야지 싶다. 칼을 대어 바꾸거나 꾸미면 그만 몸에 갇힌다고 느낀다. ‘미운몸’이란 없기에 미운몸을 고칠 까닭이 없다. ‘예쁜몸’이란 없으니 예뻐 보이도록 꾸밀 까닭이 없다.


  나무 한 그루에 맺는 잎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새로 돋는 풀싹은 저마다 다르게 생긴 잎빛이다. 우리는 나무처럼 잎처럼 풀처럼 모두 다르게 빛나기에 푸른넋이자 파란숨이라고 본다. 몸을 가두지 말고 살리자. 몸에 칼이 아닌 눈빛을 놓자. 손에 칼이 아닌 호미랑 붓을 쥐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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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5.25. 보는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꽤 지난 이야기인데, ‘보는눈’과 ‘듣는귀’ 같은 낱말을 엮은 적이 있습니다. 둘레에서는 으레 띄어서 “보는 눈”이나 “듣는 귀”처럼 씁니다만, 두 낱말은 하나로 여겨야 어울리겠다고 느꼈습니다. 그저 ‘눈’이나 ‘귀’라고 할 적에는, 보거나 듣기도 할 테지만, 안 보거나 안 듣기도 합니다. 따로 ‘보는눈’과 ‘듣는귀’처럼 새말을 쓸 적에는, 우리 스스로 눈과 귀를 새삼스레 마주하고 느끼면서 편다는 뜻입니다.


  문득 ‘보는틈’과 ‘듣는틈’처럼 새말을 여밉니다. 누구나 눈과 귀를 열면서 널리 배우고 살뜰히 익힐 텐데, 보거나 들을 틈을 낼 줄 알아야 배움길과 익힘길로 나아가겠구나 싶어요. 틈을 내기에 눈과 귀를 열어요. 틈을 안 내거나 못 내기에 눈과 귀를 못 열거나 닫습니다.


  우리말 ‘틈’은 1초나 1분이나 1시간뿐 아니라 한 달이나 한 해나 열 해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스스로 기울이려는 마음에 따라서 늘 다르게 맞아들이는 틈입니다. 틈을 내기에 틔우고, 틔울 줄 알기에 싹트고 움틀 수 있어요.


 2025.5.26. 서울 화곡동 〈악어책방〉 ― 19:30부터 “마음글 쓰기” 두걸음


 2025.5.27. 서울 숭실대 옆 〈라이브러리 두란노〉 ― 10:00부터 “섬섬꽃” 석걸음


 2025.5.27. 부천 원미동 〈용서점〉 ― 16:00부터 “사읽어용” 새걸음 (+ 로자 파크스)


  이틀에 걸쳐서 서울과 부천 사이를 오가면서 이야기꽃을 폅니다. 이야기씨앗을 함께 누릴 이웃님은 사뿐히 마실해서 즐겁게 어울리는 늦봄빛을 오순도순 주거니받거니 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용서점〉에서 다달이 여는 이야기꽃은 이달부터 새걸음으로 꾸리려고 합니다. “숨은사람찾기”마냥 우리가 스스로 잊으면서 그만 놓치거나 지나친 아름길 이야기를 다루려는 자리입니다. 이 첫걸음으로 ‘로자 파크스’를 다룹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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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47 : 사전 -져 있


사전에 풀어져 있어

→ 낱말책에 풀었어

→ 낱말책에 풀이해

→ 낱말풀이를 해

→ 말뜻을 풀이해

→ 말책에 풀이를 해

《생각이 깊어지는 열세 살 우리말 공부》(변택주, 원더박스, 2025) 42쪽


낱말책은 뜻풀이를 담습니다. 낱말책은 뜻을 풀이합니다. 뜻풀이가 ‘담기다’나 ‘실리다’처럼 쓰기도 하고, ‘담다’나 ‘싣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사전에 풀어져 있어”는 옮김말씨입니다. “낱말책에 풀었어”나 “낱말책에 풀이해”쯤으로 바로잡습니다. “말뜻을 풀이해”나 “낱말풀이를 해”처럼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사전(辭典) :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 말광·사림·사서·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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