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동물원 動物園


 온 가족이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 온집안이 짐승뜰로 나들이를 갔다

 동물원은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 가두리는 없애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동물원(動物園)’은 “각지의 동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을 가리킨다고 하지요. 그러나 들짐승과 숲짐승과 바다짐승을 함부로 잡아서 돈으로 사고팔면서 가두는 곳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짐승뜰’이나 ‘짐승뜨락·짐승마당·짐승터’일 테고, 어느 모로 보면 ‘가두다·가두리’나 ‘가둠터·가둠굿·가둠칸’이나 ‘짐승우리·짐승울’입니다. ㅍㄹㄴ



동물원에 가면 마음껏 먹으며 편하게 살 수 있어

→ 짐승뜰에 가면 마음껏 먹으며 느긋이 살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린드 워드/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2) 82쪽


이 나들이에서 얻은 게 있다면 동물원에서 서로 다른 방에 갇힌 동물들처럼, 남편과 나 역시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 이 나들이로 배웠다. 짐승뜰에서 서로 다른 칸에 갇힌 짐승처럼, 짝꿍과 나도 서로 잇지 못하고 저한테만 갇힌 줄 알아보았다

→ 이 나들이로 배웠으니, 짐승터에서 서로 다른 칸에 갇힌 짐승처럼, 짝과 나도 서로 잇닿지 못하고 스스로 갇힌 줄 알아차렸다

《그림책에 흔들리다》(김미자, 낮은산, 2016) 173쪽


비건을 지향한 이후로 동물원에 가지 않고 있지만

→ 풀밥을 바라고서 짐승뜰에 가지 않지만

→ 풀을 먹은 뒤부터 짐승터에 안 가지만

《노래하는 복희》(김복희, 봄날의책, 2021) 137쪽


별빛 동물원에 놀러올래?

→ 별빛 짐승뜰에 놀러올래?

《멋진 하나》(강기화·홍종훈, 동시요, 2021) 24쪽


동물원에 살지만 실은 적막 속에 있는 것 같아요

→ 짐승우리에 살지만 막상 고요히 갇힌 듯해요

→ 짐승터에 살지만 아마 말없이 잠긴 듯해요

《고향에 계신 낙타께》(김성민, 창비, 202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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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라이트 트랩light trap



라이트 트랩 : x

lighttrap : 예찰등(豫察燈)

light trap : 유아등(誘蛾燈), [사진] 차광 장치

ゆうちゅうとう(誘蟲燈) : light trap



일본에서는 영어 ‘light trap’을 ‘등화채집’이라는 한자말로 옮겨서 씁니다. 우리는 영어도 일본한자말도 그냥그냥 쓰기 일쑤인데, 이제는 우리말로 ‘빛덫’이나 ‘빛살덫’이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나방을 잡는 데 사용할 라이트 트랩(light trap)을 만들어 주었다

→ 나방을 잡을 때 쓸 빛덫을 꾸려 주었다

→ 나방을 잡는 빛살덫을 엮어 주었다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마루야마 무네토시·주에키 타로/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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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탕 湯 (흙)


 흙탕이 되었다 → 흙밭이 되었다

 흙탕이 일지 않을 때까지 → 흙물이 일지 않을 때까지

 흙탕물을 뒤집어쓰다 → 흙물을 뒤집어쓰다

 흙탕물을 튀겼다 → 흙물을 튀겼다


  ‘흙탕(-湯)’은 “흙이 풀리어 몹시 흐려진 물 = 흙탕물”을 가리키고, ‘흙탕물(-湯-)’은 “흙이 풀리어 몹시 흐려진 물 ≒ 이수·흙탕”을 가리키고, ‘진흙탕(-湯)’은 “흙이 질척질척하게 된 땅”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외마디 한자말 ‘탕(湯)’은 ‘물’을 가리킵니다. ‘흙탕물’은 잘못 쓰는 겹말입니다. 그저 ‘흙물·진흙물’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흙탕물은 온몸에 튀어오르고

→ 흙물은 온몸에 튀어오르고

《새벽 들》(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89) 32쪽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탐욕과 허영의 시장을 걸으면서

→ 흙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길미와 치레란 저잣길 걸으면서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5) 51쪽


진흙탕을 첨벙첨벙 뛰어다니는 게 좋아요

→ 진흙물 첨벙첨벙 뛰어다니기가 좋아요

→ 진흙 웅덩이를 첨벙첨벙 뛰어다니기를 좋아해요

《오토의 비 오는 날》(나타샤 임·파멜라 T. 레비/김은정 옮김, 제삼기획, 2002) 3쪽


물살도 빠르지 않았지만 진흙탕이었다

→ 물살도 빠르지 않았지만 진흙물이었다

→ 물살도 빠르지 않았지만 진흙이었다

《우리 이웃 이야기》(필리파 피어스/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1) 64쪽


흙탕물 범벅이었던 자리

→ 흙물 범벅이었던 자리

→ 진흙물 범벅이었던 자리

《노끈》(이성목, 애지, 2012) 69쪽


진흙탕 물이 신발과 치마에 튀기 시작했다

→ 진흙물이 신발과 치마에 튄다

→ 진흙이 신발과 치마에 튄다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이수연, 길벗어린이, 20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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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함께 빗소리 (2024.7.13.)

― 부산 〈책과 아이들〉



  어제까지는 한여름 뙤약볕이라면, 오늘은 아침부터 구름밭입니다. 구름이 가득한 아침은 바람이 싱그럽게 달랩니다. 아침바람과 함께 산뜻하게 〈책과 아이들〉에서 ‘이오덕·권정생 읽기모임’을 꾸립니다. 마침 어제 대구마실을 하면서 만난 책을 자리에 풀어놓고서 하나하나 짚고 이야기합니다. 갓 나온 책이건 이미 나온 책이건 속빛을 헤아려야 ‘읽기’입니다. 줄거리만 짚을 적에는 ‘읽기’하고 멀어요. 글감(소재)과 뜻(주제)만 따질 적에도 ‘읽기’라 하지 않습니다.


  떠난 두 어른은 앞으로 이 땅과 이 별이 한결 나아가기를 바랐는데, 스무 해나 열 해 앞서를 돌아보자면, 오늘은 참으로 나아갔을까요? 아니면 나아가는 시늉일까요? 안 나아가면서 쳇바퀴일까요? 나아가려는 이웃이 있으면 발목을 잡나요?


  낮에는 ‘말이 태어난 뿌리 : ㅂ’을 추스르는 자리를 꾸립니다. 오늘은 거의 첫가을바람 같다고 느끼는데 우릉우릉하더니 어느새 빗소리가 쏴아 퍼집니다. 꽤 길게 볕날이더니 바야흐로 비날로 돌아섭니다. 함께 빗소리를 느끼면서 ‘ㅂ’으로 여는 뭇낱말 가운데 ‘비·바람·바다’를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우리 몫(할 수 있는 만큼)이란 무엇인지 두런두런 말을 섞습니다.


  누구나 몫을 하면 됩니다. 몫을 넘어가거나, 그릇에 담기 벅찬 일을 맡지는 않을 노릇입니다. 아이나 아픈 이한테 짐을 지우지 않아요. 혼자 온일을 다 하라고 떠밀지 않아요. 그렇지만 벼슬이며 감투를 혼자 쥐려는 분이 무척 많아요. 돈과 이름을 홀로 잡으려는 분이 꽤 많아요. 큰힘을 휘두르려는 분마저 참 많더군요.


  우리말 ‘추임새’가 있습니다. ‘감탄사·리액션·흥·코러스·화답·동조·응답·대응·케팔라’를 모두 가리켜요. 출렁이는 물결마냥 춤처럼 신명나는 소릿가락이기에 추임새예요. 우리나라에 “신바람 이박사”라고 하는 멋스런 노래지기가 있는데, 쿵짝쿵짝 놀랍도록 맞출 줄 아는 이녁을 눈여겨보거나 제대로 마주하는 글꾼(평론가)은 아주 드물어요. ‘국졸 + 관광버스 길잡이’여서 얕보려나요.


  빗소리 사이에 추임새마냥 우레가 곁들입니다. 쩌렁쩌렁 벼락이 치니, 큰길에서 부릉거리던 자잘소리를 모두 잠재웁니다. 빗소리란 비노래요 비수다입니다.


  지난날 우리한테 길잡이 노릇을 한 분도, 오늘날 스스로 길잡이가 되어 땀흘리는 우리도, 다 다른 노래와 추임새와 손길과 눈망울로 만나기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다 다른 생각씨와 사랑씨와 살림씨와 노래씨로 태어나는 작은씨 같은 책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요. 꼭 이렇게 새길로 가리라 봅니다. 빗줄기는 더 굵군요. 저녁에도 밤에도 우렁우렁 빗발이 흐드러집니다.


ㅍㄹㄴ


《국어 지필평가의 새 방향》(이형빈, 나라말, 2008.12.30.)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이오덕, 보리, 1993.8.15.)

《꽃이 펴야 봄이 온다》(셋넷학교 엮음, 민들레,2010.2.27.)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에냐 리겔/송순재 옮김, 착한책가게, 2012.2.20.)

《나비문명》(마사키 다카시/김경옥 옮김, 책세상, 2010.10.12.)

《달콤 달콤 & 짜릿 짜릿 1》(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4.12.8. )

《도라에몽 42》(후지코 F.후지오/박종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4.7.22.)

《말해요, 찬드라》(이란주, 삶이보이는창, 2003.5.20.)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스즈키 마모루/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7.7.3.)

《변산공동체학교》(윤구병·김미선, 보리, 2008.2.5.)

《분수의 비밀》(루이제 린저/유혜자 옮김, 책과콩나무, 2010.6.30.)

《삽 한 자루 달랑 들고》(장진영, 내일을여는책, 2000.12.15.)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녹색세대》(린다 실베르센·토시 실베르센/김재민 옮김, 맥스미디어, 2009.7.30.)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 민들레, 2001.11.15.)

#掘眞一郞 #木の國

《튼튼 제인》(루머 고든 글·에이드리엔 아담스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14.3.10.)

《포도 눈물》(류기봉, 호미, 2005.8.30.)

《해바라기》(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 뜨인돌, 2005.8.10.)

《희망은 있다》(페트라 켈리/이수영 옮김, 달팽이, 2004.1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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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도
이진경 지음 / 이야기꽃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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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7.27.

그림책시렁 1609


《나의 속도》

 이진경

 이야기꽃

 2025.6.2.



  ‘달리기’만 하면 다 되거나 다 좋다고 잘못 아는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달리기’를 하기 앞서 무엇을 하고, ‘달리기’를 마친 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분히 짚거나 알리는 어른을 좀처럼 못 찾아봅니다. ‘배구황제 김연경’이라고 하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저는 김연경 씨가 뛴 거의 모든 자리를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는데, 1시간을 뛰건 2시간을 뛰건, ‘뛰는 자리’ 앞하고 뒤에 적어도 2시간 남짓 몸풀기를 하더군요. ‘축구황제 메시’도 매한가지인 줄 압니다. ‘배드민턴 안세영’이나 ‘피겨 김연아’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나의 속도》는 ‘마라톤 대회’를 줄거리로 삼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숱한 어른들 사이’에 있으면서 고개숙이는 아이를 눈여겨보는 얼거리입니다. ‘남들처럼’이 아닌 ‘나대로’를 보여준다고 할 텐데, 이 그림책은 ‘몸풀기 없이 바로 내뛰는 길’부터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탕!’ 하고 총을 쏘면서 우르르 뛰쳐나갈 때부터 ‘달리기’라 여길는지 모릅니다만, 긴긴 길을 달리기 앞서 한참 몸을 풀 노릇이고, ‘마라톤 대회’에 나아가기 앞서 집과 마을에서 삶터를 둘러보면서 느긋이 바람을 가르는 길부터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라톤’을 참으로 ‘긴달리기’답게 담아낸 책으로 《카나타 달리다 1∼10》이 있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분들이 부디 《카나타 달리다》라는 그림꽃(만화책)을 찾아보기를 빕니다. 《카나타 달리다》를 찾아보았다면 《좋은 사람》(타카하시 신)을 함께 찾아보시기를 바라요. 긴긴 걸음을 내딛으면서 “나는 달린다”와 “나는 바람”과 “나는 파랗게”와 “두 다리로”를 담아내는 눈길과 손길과 발길과 마음길과 숨길과 삶길과 사랑길과 숲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다시 짚어 보시기를 빌어요.


ㅍㄹㄴ


나의 속도 → 나는 달린다 . 나는 바람 . 나는 파랗게 . 두 다리로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건데

→ 그저 하면 되는데

→ 그대로 하면 돼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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