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적 敵


 누구의 적인지 불분명하다 → 누구 맞잡이인지 흐릿하다

 우리의 적을 풀어주지 마라 → 저쪽 놈을 풀어주지 마라

 책의 적은 물과 불이다 → 책은 물과 불을 꺼린다


  ‘적(敵)’은 “1. 서로 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 2. 어떤 것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경기나 시합 따위에서 서로 승부를 겨루는 상대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적’ 얼개라면 ‘-의’부터 털고서, ‘놈·놈팡이’나 ‘맞잡이·맞들이’나 ‘몹쓸것·몹쓸놈·몹쓸녀석’이나 ‘밉다·싫다·꺼리다·멀리하다·끔찍하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밉놈·밉것·두렵다·무섭다·무시무시하다’나 ‘저쪽·저켠·저곳·저기’로 풀어내어도 되고, ‘붙다·맞붙다·맞서다·다투다·싸우다·겨루다’나 ‘티격태격·툭탁거리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이렇게 보면 자연재해야말로 우리의 적이 아닐까 싶다

→ 이렇게 보면 벼락이야말로 우리가 미워할 만하지 싶다

→ 이렇게 보면 이아치기야말로 싫을 만하지 싶다

《나를 찾아서》(하일지, 민음사, 2006) 221쪽


이제부터 난 인어의 적이다

→ 이제 난 물사람과 싸운다

→ 이제 난 물사람을 죽인다

→ 이제 난 바딧사람이 싫다

→ 이제 난 바닷사람이 밉다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4》(TONO/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4) 107쪽


자본의 최대의 적(敵)은 자립한 삶이다

→ 손수짓는 삶을 싫어하는 돈이다

→ 살림짓기를 미워하는 돈다발이다

《민중의 이름으로》(이보 모슬리/김정현 옮김, 녹색평론사, 2022)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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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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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30.

까칠읽기 88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

 민음사

 2012.6.25.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삶을 바꾸는”처럼 으리으리하게 이름을 붙인다. 곰곰이 읽고서 다섯 달을 곰삭여 보았다. 글쓴이 뜻대로 이 책을 읽어도 “삶을 바꿀 만”할 텐데, 이 책을 읽고 따라하다가는 “유행가마냥 이리 기웃 저리 빼곰 남 꽁무니를 좇으면서 떠도는 삶으로 바꾸”겠구나 싶더라.


골목이 좁고 어수선하다고 말하는 마음에 이미 ‘쓸모없는’으로 보는 눈길이 묻어난다. 글쓴이는 ‘진부(陳腐)’라는 한자를 참말 모르나? 아니면 모른 척하나? “진부한 우리 삶”이란 “낡은 우리 삶”이라는, 고리타분하고 고약하고 썩어가고 뒤떨어지고 쓰잘데기없다는 뜻이다. 작은사람이 작은살림을 꾸리는 삶을 담는 책이라고 말하려는 뜻이라면 “수수한 우리 삶”이나 “작은 우리 삶”이라 말해야 맞다.


‘좋은길’을 골라야 할 까닭이 없다. 누구나 ‘삶길’을 골라서 숱한 나날과 사람과 하루를 누릴 뿐이다. 좋은책을 읽어야 삶을 좋게 바꾸지 않는다. 어느 책을 손에 쥐든 마음을 사랑으로 가꾸려는 눈빛을 밝힐 적에 비로소 ‘아름삶’과 ‘참삶’과 ‘빛삶’으로 나아간다. ‘아는 것(정보)’이 모자라서 못 고르지 않는다. 스스로 이 삶을 맞아들이려는 마음이 없으니 못 고르거나 안 고를 뿐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라는 책이면서, 어떻게 “혼자서는 바꿀 수 없다”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하지? 터무니없다. 바꾸려면 ‘나부터’ 바꿀 일이요, 나부터 바꾸는 길이란, 내가 나부터 혼자 고요히 바꾸어서 깨어나는 삶이다. 내가 나한테 묻고, 내가 나한테 얘기하고,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내가 나를 드디어 받아들여서 사랑할 때에,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태어난 몸과 마음에 맞게 반짝반짝 빛나는 즐거운 노래로 깨어나게 마련이다.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어느새 바꾸는 길로 접어드는 동안에 늘 곁에 두는 책이라면, 아주 부드럽게 오래오래 되새긴다. 읽은 책이 마음에 오래 남아야 하나? 오래 남기고 싶으면 되읽고 또 되읽으면 된다. 되읽지 않고서 오래 남기를 바랄 수 없다. 잘 들여다보거나 잘 헤아려야 오래 남을 수도 있다만, 이보다는 줄기차게 즐겁게 즈믄걸음으로 차근차근 되읽으면 마땅히 오래 남는다.


책을 이야기할 적에는 언제나 ‘책을 쓰고 엮고 짓고 묶고 나누고 사고팔고 읽고 말하는’ 모든 사람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책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이 그립다고 군말을 붙인다면 그저 군말이자 거짓말이기도 하다. ‘책이야기 = 사람이야기’인 터라, 책을 잔뜩 이야기했으면서 사람이 그립다고 말한다면, 여태 책이야기를 안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책이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몇몇 책에 허울을 씌운 겉훑기’로 사람을 홀리려 했다는 민낯이기도 하다.


ㅍㄹㄴ


골목은 좁고 어수선했지만 쓸모없는 물건들의 집하장은 아니었습니다. (29쪽)


더구나 책은 정말 진부한 우리 삶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56쪽)


더더욱 좋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도 우린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69쪽)


그런데 우선 혼자서는 변할 수 없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믿음과 의지를 발휘하고, 용기를 갖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117쪽)


책을 오래 기억하려면 읽을 때 일단 주의 깊게 읽고 자꾸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책에서 최고의 것을 받으려면 관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162쪽)


책 이야기를 잔뜩 했더니 인간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이제 책에게서 인간에게로 돌아갑니다. (244쪽)


+


《삶을 바꾸는 책 읽기》(정혜윤, 민음사, 2012)


책 읽기와 관련이 없는 그 질문은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 책읽기와 먼 일을 물어봐서 어리둥절했습니다

→ 책읽기가 아닌 일을 물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7쪽


주최 측은 승부 조작을 했다고 모함하며

→ 그곳은 뒷짓을 했다고 몰아대며

→ 그쪽은 꿍꿍이였다고 물어뜯으며

→ 그곳은 손맞춤이라고 뜯으며

→ 그쪽은 거짓질이라고 몰아부으며

7쪽


사실 책에서만 사는 법을 배우는 건 아닙니다

→ 책에서만 삶길을 배우지 않습니다

→ 삶은 책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9쪽


“책을 왜 읽어요?”라는 질문에 저는 무수히 많은 디테일로 답하고 싶습니다

→ “책을 왜 읽어요?” 하고 물으면 구석구석 짚고 싶습니다

→ “책을 왜 읽어요?”에는 하나하나 얘기하고 싶습니다

17쪽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을 하려면 이 스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이다음은 이 스승 이야기로 풀려고 합니다

→ 둘째 이야기는 이 스승 이야기로 하겠습니다

23쪽


시 수업이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요? 농부 할머니에게 서정주나 김수영 같은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 할머니는 노래를 왜 배웠을까요? 시골 할머니는 서정주나 김수영 같은 글을 읽으며 무엇을 느꼈을까요?

25쪽


이런 물건들이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몸에 다 새기고 이젠 벼룩 시장에 누워 있었습니다

→ 이제 이런 살림이 한집안 빛그늘을 속에 담고서 벼룩마당에 나옵니다

→ 이제 이런 세간이 한집안 기쁨슬픔을 품고서 벼룩저자에 나옵니다

29쪽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사랑입니다

→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새길을 짓기에 사랑입니다

→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새빛을 빚으니 사랑입니다

55


더더욱 좋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 더더욱 잘 고르고 싶습니다

→ 더더욱 제대로 뽑고 싶습니다

69


나에겐 배움에 대한 갈증이 좀 있었던 거 같아

→ 나는 좀 배우고 싶었어

→ 나는 목말라서 배우고 싶었어

88


취재차 통영에 내려갔습니다

→ 알아보러 통영에 갔습니다

→ 살펴보러 통영에 갑니다

→ 일로 통영에 다녀옵니다

119


책은 우리를 능력자로 만들어 줍니다

→ 책을 읽으면 힘이 솟습니다

→ 책을 읽기에 기운이 납니다

143


요즘은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 요즘은 책글을 쓰는 사람이 꾸준히 늡니다

→ 요즘은 책을 말하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167


목소리는 정말 특이했어요. 목소리 자체가 좀 성스러웠어요

→ 목소리는 참 달랐어요. 목소리부터 좀 거룩했어요

→ 목소리가 남달랐어요. 목소리부터 고즈넉했어요

174


이제 책에게서 인간에게로 돌아갑니다

→ 이제 책에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 이제 책을 덮고 사람한테 갑니다

24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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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7.


《산시내》

 목일신 글, 문학수첩, 2021.3.12.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짙구름으로 덮는 하늘이지만 드문드문 해가 비춘다. 나라 곳곳에 물벼락과 큰물로 어지럽다고 한다. 들숲메바다를 터럭만큼도 안 헤아리면서 갈아엎은 우리 스스로 돌려받는 눈물이라고 느낀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틈이 없을 만큼 잿더미(시멘트·아스팔트)로 잔뜩 뒤덮었으니,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차고넘칠밖에 없다. 풀밭과 숲과 맨흙으로 이룬 땅이 있어야 빗물이 스미고, 푸나무가 빗물을 받아들여서 온누리를 푸르게 건사한다. ‘기름쇠(석유 먹는 자동차)’를 ‘빛쇠(전기 먹는 자동차)’로 바꾼들 푸른길(친환경)하고 멀다. 이제는 “한 집에 쇳덩이 하나”를 넘으면 ‘벼락낛(폭탄세금)’을 매길 일이다. 살림집과 쇳덩이와 땅(부동산)을 넘치도록 거느리는 이들이 벼락낛을 안 맞으니, 멀쩡한 사람들이 물벼락을 맞을밖에 없다. 《산시내》를 돌아본다. 목일신 님은 고흥에서 태어났지만, 전주·순천·일본에서 중·고·대를 거쳤고 경기 부천에서 내내 살았다지. 이녁 책도 부천에서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서 여미었단다. 곰곰이 보면 전남 고흥이건 어느 시골이건 똑똑하거나 뜻있는 사람이 숱하게 태어났되, 하나같이 시골을 떠났다. 서울이나 서울곁으로 들어서야만 뜻을 편다면, 막상 시골에서는 똑똑이를 얼른 서울로 내보내서 돈(고향사랑기부금)만 받기를 바란다면, 나라가 통째로 곪아가는 굴레만 깊어가는 셈이다.


ㅍㄹㄴ


매일경제 남기현 : 정은경의 추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22955?sid=11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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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8.


《사상계 재창간 1호》

 조성환 엮음, 사상계미디어, 2025.4.1.



두 아이 손길을 받으면서 〈숲노래 책숲 1021〉을 꾸려서 글자루에 담는다. 큰아이는 읍내 나래터까지 함께 가서 부친다. 셋이서 땀을 실컷 뺐다. 저녁에는 〈티처스 2〉을 본다. ‘민사고 + 의대’를 노린다는 아이가 ‘아빠 밑그림(계획표)’에 휘둘리는 줄거리가 흐른다. 이미 강원도에서 ‘갓반중’을 다닌다는데, 그야말로 온나라 아이들이 ‘시험문제’를 어린날·푸른날 열두 해를 바쳐서 붙잡느라 정작 ‘책다운 책’을 읽고 누릴 틈이 없다. 아니, 놀고 쉬며 수다를 즐길 짬마저 없다. 시험문제만 붙잡고서 스무 살을 맞이하는 젊은이가 넘치는 이 나라 앞날은 끔찍하고 까마득하지 않나? 《사상계 재창간 1호》를 읽었다. 1953년에는 일본말로 글을 익힌 사람이 수두룩했으니 ‘思想界’ 같은 이름을 붙였을 테지만, 2025년이라면 ‘생각밭’이며 ‘생각숲’이며 ‘생각꽃’이며 ‘생각바다’처럼, 생각을 틔우고 넓히고 여는 길을 헤아려야 어울릴 텐데 싶다. 그런데 김언호 같은 샛장수가 끼어들고, 정우성 같은 얼굴을 내세우려 한다면, 참 부질없다. 생각나라를 열고, 생각나무를 가꾸고, 생각철을 깨우고, 생각빛을 나누고, 생각길을 걸을 때라야, 비로소 모든 담벼락을 허물면서 어깨동무를 이루겠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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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39 : 친구 항상 신실 신실함 친구 만드는 것


친구는 항상 신실하지만 신실함이 친구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 동무는 노상 미덥지만 미덥대서 동무를 사귀지는 않습니다

→ 동무는 늘 믿음직하지만 믿음직하기에 사귀지는 않습니다

《우정이란 무엇인가》(박홍규, 들녘, 2025) 31쪽


미더운 사이라서 동무입니다. 그러나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동글게 둥그렇게 두레를 이루면서 돕고 돌보는 사이인 동무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그저 믿다가는 그만 밀치는 사이로 치달아요. 여러모로 믿음직할 동무이되, 믿음직하지 않더라도 착하고 참하며 어진 마음인 동무이게 마련입니다. 동무는 ‘만들’지 않아요. 동무는 ‘사귀’거나 ‘만나’거나 ‘마주합’니다. ㅍㄹㄴ


친구(親舊) :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 친고(親故)·동무·벗·친우(親友)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항상(恒常) : 언제나 변함없이

신실(信實) : 믿음직하고 착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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