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비단 緋緞


 비단 저고리 → 깁 저고리

 비단 한 동 → 누에천 한 동

 그녀의 말씨가 비단같이 부드럽다 → 그이 말씨가 부드럽다

 비단 한 필씩을 공양하였다 → 깁 한 자락씩 바쳤다

 비단을 실은 큰 배들이 → 누에천을 실은 큰배가

 입던 옷은 귀한 비단이었다 → 입던 옷은 값진 깁이다


  ‘비단(緋緞)’은 “명주실로 짠 광택이 나는 피륙을 통틀어 이르는 말 ≒ 견포(絹布)·단(緞)”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깁’이나 ‘누에천’이나 ‘부드럽다·반드럽다·곱다’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비단으로 만들어져 반드르르 빛이 나고

→ 누에실로 짜서 반드르르하고

《모자》(토미 웅게러/진정미 옮김, 시공주니어, 2002) 1쪽


연둣빛 땡땡이 무늬가 어른거리더니 서너 달 지나며 창은 짙푸른 비단으로 출렁거렸다

→ 옅푸른 얼룩무늬가 어른거리더니 서너 달 지나며 미닫이는 짙푸른 깁으로 출렁거린다

《열애》(신달자, 민음사, 2007) 53쪽


커튼 새로 스미는 햇살 비단에 감싸인 누드 / 알몸이 보일 때까지 바라보는 게 좋았죠

→ 가리개 새로 스미는 햇살 깁에 감싸인 맨몸 / 알몸이 보일 때까지 바라보면 좋았죠

→ 가림천 새로 스미는 햇살 누에천에 감싸인 알몸 / 알몸이 보일 때까지 바라보면 좋죠

《반지하 앨리스》(신현림, 민음사, 2017) 72쪽


고귀한 분의 처형은 경의를 담아서 비단 천으로 교살하는 것이 관례

→ 높은 분은 깍듯이 누에천으로 목졸라서 다스려 왔다

→ 거룩한 분은 받들며 깁으로 졸라매어 죽여 왔다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20》(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25)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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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교살 絞殺


 교살에 의한 살인이었다 → 목졸라서 죽였다

 교살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하다 → 졸라맨 짓을 찾아내다


  ‘교살(絞殺)’은 “목을 졸라 죽임 ≒ 교륙·교수·액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목조르다·목졸리다’나 ‘조르다·졸리다·졸라매다’로 고쳐씁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교살(矯殺)’을 “임금의 명령이라고 속여 사람을 죽임”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고귀한 분의 처형은 경의를 담아서 비단 천으로 교살하는 것이 관례

→ 높은 분은 깍듯이 누에천으로 목졸라서 다스려 왔다

→ 거룩한 분은 받들며 깁으로 졸라매어 죽여 왔다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20》(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25)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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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바람그림책 166
이세 히데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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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13.

그림책시렁 1617


《피아노》

 이세 히데코

 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2025.7.25.



  2011년에 나온 《木のあかちゃんズ》는 2014년에 한글판 《나무의 아이들》로 나옵니다. 1983년에 그렸다는 《おねえちゃんていいな》는 한글판이 안 나와서 아쉬운데, 2023년에 선보인 《ピアノ》가 2025년에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한글판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글판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이름을 뜬금없이 ‘소리’로 붙였습니다. 손가락으로 소리꽃을 피우는 줄거리하고 ‘소리’가 어울릴 수 있지만, 아이이름하고 줄거리하고 자꾸 겹치거나 뒤섞이니 오히려 어지럽습니다. 일본판에는 아이이름을 ‘のんちゃん’으로 적습니다. ‘노리코’를 귀엽게 ‘논짱’이라 일컫겠지요. 이제 일본이름을 굳이 ‘우리이름’으로 안 바꿔도 되니 ‘노리코’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이미 일본 그림책인 줄 뻔히 드러나는걸요. 아이이름 ‘논짱·노리코’는 굳이 ‘소리’라는 우리말로 바꾸지만, 정작 이 그림책에 깃든 글자락은 온통 일본말씨에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가 스스로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말빛과 말맛과 말결을 익히게끔 몽땅 바로잡거나 고칠 노릇이라고 봅니다. 일본글로 나온 일본그림책은 일본아이가 일본말을 헤아리고 익히는 틀로 수수하고 부드럽게 흐를 테지요. 이웃나라에서 피어난 작은 노래꽃을 옮길 적에는 ‘우리말꽃’에 ‘소릿가락’을 살필 노릇입니다.


  그림책 줄거리를 들여다보면, 《피아노》는 지난 스무 해 사이에 나온 이세 히데코 님 다른 그림책처럼 ‘어린 가시내 + 나이든 아저씨·할아버지’로 짝을 맞추어서 ‘어쩐지 그리운 예전 풋사랑’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이런 줄거리로도 그림책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만, 또다시 이런 줄거리로 여미어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그저 아이가 아이로서 실컷 뛰노는 빈터와 들숲과 마당과 풀밭을 노래하면 넉넉할 텐데요.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 탓에 ‘마음이 멍들었다’는 줄거리를 자꾸자꾸 되풀이하느라 오히려 ‘난 이 빈자리를 메울 수 없어서 언제나 아파!’ 하고 생채기를 다시 들쑤시면서 도지고 덧나고 응어리가 맺는 굴레에 갇히는구나 싶기까지 합니다.


#いせひでこ #伊勢英子 #ピアノ


ㅍㄹㄴ


《피아노》(이세 히데코/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2025)


둘이서 이사를 왔습니다

→ 둘이서 옮겨옵니다

2


사람이 없는 집의 정원 같은데

→ 사람이 없는 집 마당 같은데

2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 어느 만큼 치웁니다

4


엄마는 오늘부터 출근입니다

→ 엄마는 오늘부터 일나갑니다

5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 걱정하지 마

→ 걱정하지 마. 잘할게

5


집은 순식간에 고요해졌습니다

→ 집은 곧 조용합니다

→ 집은 바로 조용합니다

6


혼자 있으니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혼자 있으니 걱정스럽습니다

→ 혼자 있으니 좀 무섭습니다

6


점심을 먹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 낮밥을 먹고 나니 할 일이 없습니다

7


종이 상자 안에는 겨울용 스웨터와 코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 종이 꾸러미에는 겨울 털옷과 겉옷이 있습니다

8


아빠에게 받은 장난감 피아노였습니다

→ 아빠한테서 받은 장난감 손가락틀입니다

→ 아빠가 준 장난감 손가락꽃입니다

8


보는 순간 금방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 보자마자 곧 그때가 떠오릅니다

9


소리가 나지 않게 되자

→ 소리가 나지 않자

9


아빠에게 배운 〈캐논〉이라는 곡을 쳐 보았습니다

→ 아빠한테서 배운 〈캐논〉을 쳐 봅니다

→ 아빠가 알려준 〈캐논〉을 쳐 봅니다

10


음이 이어져 그리운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 소리를 이어 그리운 가락이 흘러나옵니다

→ 소리를 이어 그리운 가락이 흐릅니다

10


다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 다시 소리가 납니다

→ 다시 들려줍니다

12


집 옆의 숲 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지요

→ 집 옆 숲에서 들려오는 듯해요

12


숲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밝았고

→ 숲은 생각보다 훨씬 더 밝고

14


그 모습이 마치 소리를 향한 손짓처럼 보였지요

→ 마치 소리한테 손짓하는 듯해요

→ 마치 소리를 손짓으로 부르는 듯해요

14


걷다 보니 큰 그루터기가 나왔습니다

→ 걷다가 만난 그루터기가 큽니다

16


소리는 그 집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 소리는 이 집에서 흘러나옵니다

18


계단 아래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었습니다

→ 디딤칸 옆에서 손가락꽃 소리를 들어요

20


어떤 사람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걸까

→ 누가 손가락꽃을 칠까

20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 어느새 디딤칸을 오릅니다

20


오늘 연주회 관객은 너 한 사람뿐인 것 같구나

→ 오늘 노래손님은 너 한 사람 같구나

→ 오늘은 네가 노래손님이로구나

→ 오늘은 네가 혼자 노래를 듣는구나

22


잘 닦여서 반짝반짝 까맣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 잘 닦아서 반짝반짝 까맣게 빛납니다

22


조금 전까지 친 곡을 한 번 더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 여태 친 노래를 다시 칩니다

→ 이제껏 친 가락을 새로 칩니다

22


왠지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곳처럼 그리움이 몰려왔습니다

→ 왠이 아주 예전부터 알던 노래처럼 그립습니다

22


이것도 모차르트야

→ 모차르트야

24


여러 색깔의 유리구슬이 한꺼번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여러 빛깔 구슬이 한꺼번에 톡톡 구르는 듯합니다

→ 여러 빛구슬이 한꺼번에 톡톡톡 구르는 듯해요

24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새들의 날갯짓이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 이 소리에 깜짝 놀란 새가 날갯짓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요

24


피아노 안에는 오케스트라가 들어 있거든

→ 손가락꽃에는 노래숲이 있거든

26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28


음 하나하나가 둘의 기분과 포개지면서 저녁 무렵의 숲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 소리 하나하나는 두 마음과 포개어 저녁숲으로 퍼져갑니다

→ 소리 하나하나는 두 손길로 어울려 저녁숲으로 퍼집니다

29


둘의 연주는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 두 사람 노래는 오붓하게 이야기하듯 울려퍼집니다

→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하듯 노랫가락을 울립니다

29


마음이 고요해졌습니다

→ 마음이 고요합니다

30


소리의 뺨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 소리는 뺨에 눈물이 흐릅니다

30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야

31


왠지 두 번 다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 왠지 다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을 듯합니다

32


울타리 건너편에서 소리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울타리 건너에서 엄마가 소리를 부릅니다

→ 울타리 건너에서 엄마가 부릅니다

33


할아버지의 〈캐논〉이 등 뒤에서 점점 작아져 갔습니다

→ 할아버지 〈캐논〉이 등 뒤에서 차츰 작게 들립니다

33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 이야기를 하려는데

34


한 번 더 숲으로 되돌아갔지요

→ 숲으로 돌아갔지요

34


그대로 그루터기 위에 있었습니다

→ 그대로 그루터기에 있습니다

35


해가 진 숲속에 가라앉은 것처럼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 해가 진 숲에 가라앉은듯 사람 기척을 느낄 수 없습니다

36


라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해서 계속 피아노를 쳤습니다

→ 라 소리가 나니 놀라워 자꾸 손가락틀을 칩니다

38


라 소리가 사라진 것도 되돌아온 것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 라 소리가 사라진 줄도 돌아온 줄도 모르는가 봅니다

3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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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보리 어린이 그림책 11
박소정 지음 / 보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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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13.

그림책시렁 1616


《안녕》

 박소정

 보리

 2021.9.15.



  우리는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적에 ‘안녕(安寧)’ 같은 한자말을 안 썼습니다. 쓸 일이 없습니다. 일본스러운 말씨이거든요. 우리는 “잘 잤니?”나 “잘 있었니?”나 “잘 지냈니?” 하고 말했고, “밥먹었니?”나 “반가워.” 하고 말했습니다. 헤어질 적에는 “잘 가!”나 “들어가!”나 “살펴가!” 하고 말했습니다. 《안녕》은 ‘딸아이’가 앞으로 ‘잘’ 지내거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붓끝이지 싶은데, 딱 여기서 끝입니다. 서로 다르거나 다 다르면서 함께 어울리고 놀고 사랑하는 길을 밝히려고 한다면, ‘둥글둥글 귀여운 여러 짐승’이 아닌 ‘가시내와 사내’를 나란히 그리면서 둘이 한빛은 눈길과 손길로 뛰놀고 자고 먹고 노래하는 하루를 들려주면 됩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귀염귀염 그림을 붓끝으로 펼쳐야 하지 않습니다. 투박하거나 수수해도 됩니다. 멋스런 나비하고 꽃만 소담스레 그려야 할 까닭이 없어요. 그릇에 담은 풀꽃이 아닌, 맨발로 타는 나무에 맨몸으로 뒹구는 풀밭이면 됩니다. 빗물을 마시고 냇물에 뛰어들고 바닷물과 하나로 어울리면서 바람하고 춤추는 모든 아이들을 그리면 됩니다. 이러면서 하나 더 살필 노릇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말을 잊은 채 서로 일본말씨나 영어로만 부를 셈인가요?


ㅍㄹㄴ


《안녕》(박소정, 보리, 2021)


봄이 오고 있어

→ 봄이 와

→ 봄이 온다

2쪽


만약 나를 보면

→ 나를 보면

→ 네가 나를 보면

6쪽


그리고 내 마음을 나누어 줄 거야

→ 그리고 마음을 나누어 줄래

8쪽


옆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될 거야

→ 옆에 있으면 힘이 나

→ 옆에 있기만 해도 기운나

14쪽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 서로 다르게 즐길 수도 있으니까

→ 서로 다르게 반길 수도 있으니까

26쪽


누구를 만나든 인사할 거야

→ 누구를 만나든 말을 나눠

→ 누구를 만나든 말을 섞어

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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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눈이 올까요? 산하작은아이들 33
마사코 야마시타 글.그림, 최혜기 옮김 / 산하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13.

그림책시렁 1615


《내일도 눈이 올까요?》

 마사코 야마시타

 최혜기 옮김

 산하

 2012.12.25.



  겨울나라 눈사람을 보여주면서 ‘바뀐날씨’가 ‘벼락날씨’로 출렁이다가는 푸른별이 다 망가져서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내일도 눈이 올까요?》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눈사람’으로 빗대기만 했을 뿐입니다. ‘그냥 사람’ 모습이에요. 더구나 ‘눈사람·사람’으로서 손쓸 일이 없다고 여기는 얼거리에, 애써 ‘푸른별 모든 눈사람’이 ‘호텔’에서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면서도 정작 ‘밥부터 먹는’다고 그리는데, ‘푸른별 곳곳에서 날아온 밥’이 맛있다고만 여기는군요. ‘바뀐날씨·벼락날씨’를 걱정한다면서 ‘으리으리 호텔’에서 모임을 하고, 이야기보다는 맛밥이 먼저인데다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한다는 실마리는 아예 없이 ‘바꾸는 길에 함께 나서자’는 목소리만 냅니다. 동글동글 귀엽게 빚은 눈사람 그림(캐릭터)을 내세우지만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집과 마을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푸른별을 살리거나 돌볼 만한지는 하나조차 못 건드리다가 어영부영 끝나는 줄거리입니다. 비록 판이 끊겨서 사라진 그림책이기는 합니다만, 요즈음 새로 나오는 글책과 그림책도 비슷비슷한 틀이에요. 누구나 스스로 할 일을 차분히 짚지 않는다면, ‘넋나간 나라’를 만든 사람은 바로 우리 스스로인 줄 되새기지 않는다면, 이처럼 목소리만 귀엽게 내다가 흩어지고 말 테지요.


ㅍㄹㄴ


《내일도 눈이 올까요?》(마사코 야마시타/최혜기 옮김, 산하, 2012)


더위가 심해지고 바다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요

→ 더 덥고 바다는 자꾸자꾸 따뜻해요

→ 더욱 덥고 바다는 자꾸만 따뜻해요

4쪽


함께 의논할 문제가 많습니다

→ 함께 다룰 얘기가 많습니다

→ 함께 얘기할 일이 많습니다

21쪽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식사를 시작할까요

→ 모임을 하기 앞서 밥부터 들까요

→ 모임에 앞서 밥 먼저 먹을까요

→ 얘기하기 앞서 밥부터 먹을까요

20쪽


눈사람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어요

→ 눈사람은 아직 싸워요

→ 눈사람은 여태 싸워요

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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