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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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8.22.

다듬읽기 268


《동화 쓰는 법》

 이현

 유유

 2018.2.24.



  요즈음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이곁에서 사랑을 물려주려는 어른도 있을 테지만, 어린이책이 돈이 되는 책판이라서 어린이책을 쓰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동화 쓰는 법》 같은 책이라면 ‘글쓰기 + 글감찾기 + 글손질 + 줄거리’ 같은 겉모습에 안 얽매여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어린이책을 쓰거나 읽을 적에는 “아이어른은 서로 어떤 사이인가?” 하는 수수께끼부터 어질게 풀면서, “아이어른이 함께 가꿀 보금자리(집)는 어떻게 살림을 펼 노릇인가?” 하는 오늘을 바라볼 일이요, “아이어른이 함께 마음으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는 터전을 돌보는 길이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동화 쓰는 법》은 겉모습만 건드리고, 겉모습만 다루면 다 된다는 얼거리에서 멈춥니다. ‘사람(아이 + 어른)’이라고 하는 빛을 못 건드리고, ‘살림’과 ‘사랑’이라고 하는 꿈을 못 다루고, ‘들숲메바다’라고 하는 터전을 아예 못 봅니다. 이러면서 이 책에 담은 글결부터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나 중국말씨나 일본옮김말씨가 춤추는군요. 어른책이어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옳게 다스려야 합니다만, 어린이책이라면 더더욱 우리말과 우리말을 제대로 익혀서 펼칠 줄 알아야 합니다.


ㅍㄹㄴ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


배우는 건 ‘슬로 퀵퀵 슬로’뿐, 드레스도 없고 음악도 없었다

→ ‘느릿 휙휙 느릿’만 배울 뿐, 옷도 없고 노래도 없다

→ ‘천천 빨리 천천’만 배울 뿐, 빔도 없고 노래도 없다

11


명대사는 그야말로 사실무근 혹세무민이다

→ 꽃말은 그야말로 거짓 겉발림이다

→ 아름말은 그야말로 뻥 눈속임이다

12


이것은 스텝에 관한 책이다

→ 이 책은 발걸음을 다룬다

→ 이 책은 걸음새를 적는다

13


삐삐의 주관적 진실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 참한 삐삐를 보는 사람들은 놀란다

→ 착한 삐삐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놀란다

20


한국사람부터 먹는 음식인가

→ 한겨레부터 먹는가

→ 우리부터 먹는 밥인가

26


책이 나왔을 때 읽게 될 실제독자가 아닌 내포독자, 즉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다

→ 책이 나오면 곧 사읽을 사람이 아닌, 앞으로 읽어 주기 바라는 사람이다

→ 책이 나오면 바로 읽을 사람이 아닌, 처음으로 만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31


어린이 독자에 대한 존중감이 없다면, 부디 딴 일을 알아보면 좋겠다

→ 읽는 어린이를 안 헤아리려면, 부디 딴 일을 알아보기를 빈다

→ 읽을 어린이를 안 살핀다면, 부디 딴 일을 알아보기를 바란다

32


나는 무모한 탈출을 시도하며 옹벽에 몸을 던지는 듯

→ 나는 답치기로 달아나려고 띳장에 몸을 던지는 듯

→ 나는 그저 벗어나려고 담벼락에 몸을 던지는 듯

→ 나는 되는대로 내빼려고 담에 몸을 던지는 듯

33쪽


그렇게 짧은 프롤로그를

→ 그렇게 짧은 노둣길을

→ 그렇게 짧은 글머리를

→ 그렇게 짧은 첫머리를

→ 그렇게 짧은 말머리를

35쪽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과 같다

→ 이는 누구 이야기를 하려느냐고 묻는 셈이다

→ 이는 누구를 이야기하려느냐고 묻는 말이다

39쪽


그토록 눈물을 쏟게 되는 건 네로가 가지가지로 불행한 탓이 아니다

→ 네로가 가지가지로 불쌍하기에 그토록 눈물을 쏟지 않는다

→ 네로가 가지가지로 안된 탓에 그토록 눈물을 쏟지 않는다

46쪽


독자로 하여금 인물을 동정하게 만들지 말라

→ 사람을 딱하게 그리지 말라

→ 사람을 불쌍하게 그리지 말라

→ 읽는 사람이 가엾게 여기면 안 된다

→ 읽을 적에 안쓰럽게 여기면 안 된다

47쪽


도토리라는 별명을 가진

→ 도토리라고 하는

→ 도토리라는 이름인

→ 도토리라고도 하는

51쪽


약자를 마냥 순진한 존재로, 달리 말하면 아무 욕망 없는 존재로 그려서는 안 된다

→ 여린이를 마냥 곱게, 달리 말하면 아무 꿈도 없이 그려서는 안 된다

→ 힘없다고 마냥 깨끗하게, 달리 말하면 아무 뜻도 없이 그려서는 안 된다

56쪽


열 권짜리 사연은 이야기가 될 수 없는데

→ 열 자락 삶은 이야기하자면 넘치는데

→ 열 자락 삶길은 이야기가 넘치는데

67쪽


스토리가 일어난 일이라면, 플롯은 일어난 일을 작가가 들려주는 방식이다

→ 이야기가 일어난 일이라면, 밑감은 일어난 일을 글쓴이가 들려주는 길이다

8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디는

→ 그러나 하이디는

→ 그렇지만 하이디는

→ 그런데 하이디는

128쪽


창작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 쓰려면 생각해야 한다

→ 지으려면 살펴야 한다

→ 글쓰는 길을 짚어야 한다

→ 지음길을 헤아릴 노릇이다

→ 짓는길을 알아둘 일이다

137쪽


우선 차분해져야 한다

→ 먼저 차분해야 한다

148쪽


문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 글결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 글빛을 근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15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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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15.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글, 책공장더불어, 2016.11.30.



큰아이가 일어나서 아침길 배웅을 한다. 아침볕이 넉넉한 논두렁을 달려서 옆마을에 닿는다. 07:40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간다. 08:57 부산버스를 기다린다. 빈자리 없는 시외버스는 잘 달린다. 어느새 어디를 오가도 시외버스가 빼곡하다. 이제 모두 잘 돌아다니면서 이웃을 만나는구나 싶다. 사상나루에 내려서 〈무사이〉를 찾아간다. 마을 한켠에 폭 깃든 ‘책집 + 보임터(독립극장)’라니, 놀랍도록 빛나는 길이로구나 싶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가 처음 나온 지 아홉 해이다. 이 책이 나온 뒤부터 들빛길(동물권)을 다루는 책이 꽤 나왔으나, 이 책만큼 줄거리를 짜서 들려주는 책은 없다고 느낀다. 푸른별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할 적에는 ‘사람 = 사랑 + 살림 + 사이’인 줄 안다는 뜻이다. 너와 나로서 사람인 줄 알아보기에, 사람 곁에 ‘뭇숨’인 ‘짐승’이 있는 줄 바라보고 받아들인다. 사람과 짐승은 몸과 삶이 다를 뿐, 푸른별에서 함께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펴고 나누는 즐거운 이웃이다. 이 대목을 차분히 마음과 몸에 새기면서 바라보려고 할 적에 들빛길을 참하게 풀어낼 만하다. 목소리만 높이거나 앞세워서는 그르친다. 푸르게 어울리면서 서로 사랑을 헤아릴 적에 비로소 눈뜬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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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14.


《빈둥빈둥 투닉스 왕》

 미라 로베 글·수지 바이겔 그림/조경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1.12.5.



볕날을 잇는다. 빨래가 잘 마른다. 이불과 베개도 말린다. 뒤꼍 풀을 조금 베고서,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치운다. 두바퀴로 들녘을 가르는데, 제비무리가 논과 하늘 사이에서 춤춘다. 올해는 훨씬 일찍 무리를 짓네. 발판을 천천히 구르며 어림하자니 오늘 제비무리는 100이 살짝 넘는 듯싶다. 너무 적은데, 모두 의젓하고 야물게 여름살림을 일구었다. 너른바다를 가르며 너른바람을 맞이하는 길에 기운을 내고서, 새터에서도 겨울살림을 느긋이 나면, 이듬해 새봄에 반가이 만날 테지. 앞으로 몇날 더 제비무리를 볼 수 있으려나. 부디 이동안 어느 곳에서도 풀죽임물을 안 뿌리기를 빈다. 《빈둥빈둥 투닉스 왕》을 돌아본다. 임금이라는 자리는 굳이 있어야 하지 않다. 한집에서 ‘밖일로 돈버는 사람’만 기둥이 아니듯, 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벼슬을 쥔 사람’만 기둥이 아니다. 한집안 모두가 기둥이듯, 한나라 누구나 기둥이요, 함께 이야기하고 살피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갈 노릇이다. 나라일이건 고을일이건 제비뽑기로 모든 사람이 돌아가며 일을 맡아야 깨끗하고 아름답게 마련이다. 이쪽 무리나 저쪽 떼가 끼리끼리 벼슬을 움켜쥐니 온나라와 온고을이 뒤죽박죽에 추레하다. 고을지기도 나라지기도 다달이 바꾸면 참말로 일을 하리라.


#KonicTunix (1979년)

#MiraRobe #SusiWeigel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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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13.


《동쪽 빙하의 부엉이》

 조너선 C. 슬래트 글/김아림 옮김, 책읽는수요일, 2022.3.31.



비가 그치고 해가 날 듯하더니 아침에 비가 좍 뿌린다. 이러고서 구름이 조금씩 걷히면서 해가 난다. 빨래를 마치고서 집에 넌 옷가지를 내놓는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다녀오고서 늦은낮 빨래를 새로 한다. 풀벌레노래가 깊어가고, 매미노래는 조금 수그러든다. 《동쪽 빙하의 부엉이》를 다시 읽는다. 되읽으면서도 아쉬운 대목은 고스란히 아쉽다. 글쓴이가 미국을 떠나서 러시아 시베리아 한켠에서 날마다 술(보드카)에 절어야 하는 나날을 버팅기면서 끝끝내 부엉이를 살피고 만나서 발자취를 아로새기는 길은 대단하다고 여길 만하다. 그런데 이런 수다가 너무 길다.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서 더 숲으로 깊이 숨어들면서 더 사람손이 안 닿는 곳을 바라는 멧새가 어떤 마음일는지 읽을 만하지 않았을까? 사람끼리 부대끼는 나날도 수다로 곁들일 만하되 ‘곁들일 수다’가 넘치도록 자리를 차지한다면 뜬금없지 않을까? 글쓴이 삶을 적는 글은 안 나쁘지만, 얼음밭과 눈밭 사이에서 어떤 새와 나무와 풀이 어울리는지, 또한 ‘사람눈’이 아닌 ‘숲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에다가, ‘서울(도시)하고 한참 먼 두멧시골 눈빛’으로도 숲을 바라보는 이야기에 좀더 마음을 기울였다면, 이 책이 사뭇 달랐으리라고 느낀다.


#OwlsoftheEaster Ice #TheQuesttoFindandSavetheWorldsLargestOwl #JonathanCSlaght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덤 :


(더스쿠프) "옹호할 것 아니면 쓰지마!"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과 대출협의 항변 [추적+]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5624?cds=news_media_pc&type=edi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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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17. 이세 히데코 옆에



  깃새지기(상주작가)를 맡는 책집한테 이름을 새긴 나무판을 하나씩 주는 듯싶다. 그런데 둘을 새겨서 책집과 글꾼한테 주면 한결 나을 텐데.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에 이름을 새긴 판이라서 나도 하나 누리고 싶다. 나무판을 쓰다듬으니 나무내음이 싱그럽다.


  모든 책은 숲에서 온다. 먼저 “책에 담는 이야기”부터 들숲메바다에 해바람비에 풀꽃나무가 있어야 밥옷집이란 살림을 지으니, 모든 이야기는 이런 “살림이야기를 그리는 오늘 이곳”에서 태어난다. 종이는 늘 나무가 베푸는 몸이기에, 우리가 책을 손에 쥘 적에는 “나무를 품은 나무”를 품는 셈이다.


  내가 쓰고 지은 책을 이세 히데코 그림책 옆에 놓는다. 얼결에 나란히 있다. 지난날에는 이세 히데코를 비롯한 뭇책을 그저 읽기만 하던 책벌레였는데, 어느새 책나비(책쓰는이)로 거듭났구나. 쑥스러우면서 고맙다.


  인천과 부산은 닮기에 다르고, 전라도랑 경상도는 다르기에 닮는다. 둘이 나란히 걷는 길에 작은씨앗으로 서는 오늘을 누린다. 늦여름볕이 따뜻하다. 이제 그야말로 가을 어귀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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