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4.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글/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2016.1.25.



연산동 길손집에서 새벽을 맞는다. 등허리를 잘 폈다. 100-1 버스를 타고서 〈책과 아이들〉로 건너간다. 어제에 이은 ‘말닿기 마음닿기’ 모임을 꾸린다. 마음이 있어야 말이 있고, 마음이 없으면 꾸밈소리만 있다. “마음에 없는 말”이란 “겉으로 치레하는 소리”일 뿐이니, 마음에도 없지만 삶으로도 없이 생각조차 안 하는 채 흘러나오는 소리이기에 ‘이야기’나 ‘노래’로 안 뻗는다. 마음으로 지핀 말이기에 이야기와 노래로 피어난다. 마음을 살찌우는 말이란, 이미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노래한 말인 셈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는다. 우리는 한나 아렌트를 어떻게 읽는 오늘일까? ‘듣기 좋은’ 말만 고르면서 ‘나를 살피는 도움말’은 영 ‘듣그럽다’고 꺼리는 나라이지 않나? 피와 살이 되는 말과 밥과 바람과 볕은 마냥 달콤하지 않다. 쓰고 시고 맵고 짠 숱한 맛이 어울리기에 ‘나를 살리는 말·밥·바람·볕’인걸. 갈수록 온나라가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로 기울고 흔들린다. “쓰니 삼키고 달면 놓는다”라는 배움길을 알아보는 이웃을 그린다. 모든 다 다른 낟알과 잎과 남새와 열매가 다 다르게 푸른물인 줄 알아채는 동무를 그린다. 등짐을 묵직하게 짊어지고 걸으면 땀방울이 단내 같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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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4


어린이는 좀처럼 못 알아듣는 한자말과 영어가 꽤 많습니다. 그렇지만 숱한 어른은 어린이가 못 알아들으면 “못 알아들으니 잘못”으로 여기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른’이라면, 철들고 어진 사람이라는 뜻인 ‘어른’이라면, 바로 알아들을 뿐 아니라, 어른으로서 들려주는 낱말과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날개를 펴면서 새말을 손수 엮도록 북돋우는 길을 살필 노릇이지 싶습니다. 벼락을 모아서 땅밑으로 흘려보내는 작대기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한테 들려주어야 어울릴까요?



벼락바늘

어릴적에 어머니하고 마을길을 걷다가 “어머니, 저기 저 뾰족한 바늘 같은 작대기 뭐예요?” 하고 여쭌 적이 있다. 어머니는 “뭐? 어디?” 하셨고, 나는 “저기 지붕에 길게 솟은 뾰족한 바늘 같은 작대기요.” 하고 여쭌다. 어머니는 “아, 저거? 저거는 ‘피뢰침’이라고 해.” “네? 뭐라고요?” 하며 선뜻 알아듣지 못 했다. 이제 어버이로 살아가는 나는 우리 아이가 묻는 똑같은 말을 들었고, 나는 우리 어머니하고 다르게 들려준다. “아, 저 뾰족한 바늘? 저 바늘은 벼락을 모아. 벼락을 받아들이거나 모아서 땅밑으로 흘려보내는 작대기이지. 그래서 ‘벼락바늘’이라고 해. ‘벼락작대’라고 해도 될 테고.”


벼락바늘 (벼락 + 바늘) : 벼락·번개를 모으거나 받아들이는 바늘이나 작대. 벼락·번개가 칠 적에 받아들여서 땅밑으로 곧장 내려가거나 흘러가도록 놓은 길다랗게 끝이 뾰족한 쇠작대. 지붕에 놓곤 한다. (= 벼락작대·벼락막대·번개바늘·번개작대·번개박대·뾰족하다·뾰족이. ← 피뢰침)



잎뜰

잎을 우려서 마시기에 ‘잎물’일 테고, 한자로는 ‘차·다(茶)’라 한다. 해바람비와 이슬과 흙을 푸른숲에서 머금는 잎에 깃드는 기운을 우리거나 내리기에 ‘잎물’일 텐데, 잎내음과 잎빛을 누리는 자리라고 한다면 ‘잎자리’요, ‘잎마당’이면서 ‘잎뜰’이라 일컬을 만하다.


잎뜰 (잎 + 뜰) : 잎을 우리거나 내리는 물을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하거나 쉬거나 즐기는 뜰이나 자리나 모임. (= 잎뜨락·잎마당·잎자리·잎놀이·잎맞이·잎길. ← 차회茶會, 다회茶會)



손밥

먼먼 옛날 옛적부터 누구나 모든 일을 스스로 했다.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놀고 스스로 쉬고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바라보았다. 오늘날은 조그마한 집일이나 살림조차 스스로 안 하는 굴레로 내딛는다. 어느 틀(기계)에 넣어 단추만 누르면 그만인데, 이제는 단추조차 안 누르면서 말로 시키는 틀까지 나온다. 그런데 우리말을 보면, “집에서 하는 일”을 ‘집일·집안일’이라고도 하되, 이보다는 ‘살림·집살림’으로 나타내곤 한다. 누구나 보금자리에서 누리는 ‘집·밥·옷’을 놓고서 ‘집일·밥일·옷일’이라 안 했다. ‘집살림·밥살림·옷살림’이라 했다. 수수한 말씨인데, 요새는 ‘건축문화(집문화)·음식문화(밥문화)·복식문화(옷문화)’처럼 한자를 붙여서 나타내기도 하더라. 일본말 ‘문화(文化)’는 우리말로 옮기면 ‘살림’이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하며 살리는 길이니 ‘살림’이다. 지난날에는 언제나 누구나 ‘손일·손살림’이었기에 손수 짓고 가꾸고 빚고 차리고 일구었다. 이러한 결을 새삼스레 되새기며 ‘손밥’을 차리고 ‘손수밥’을 짓고 ‘스스로밥’을 하는 오늘을 누려 본다.


손밥 (손 + 밥) : 손수 짓거나 하거나 차려서 누리는 밥. 남이 차려주기를 바라지 않거나, 밖에서 돈으로 사먹지 않으며, 스스로 밥살림을 하면서 누리는 밥. (= 손수밥·스스로밥. ← 자취自炊, 자취생활, 백반白飯, 가정식家庭食, 가정식 백반, 가정식 요리, 가정요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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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3


포도술을 따는 분이 ‘와인 오프너’라 말씀하기에 여쭈어 본다. “포도술을 따면 ‘포도술따개’이지 않나요?” 병을 따니까 ‘병따개’이고, 병을 덮으니 ‘병뚜껑’이다. 꽈배기처럼 골을 내면 ‘꽈배기못’이고, 해와 바람과 비를 아우르면 ‘해바람비’이다. 한결같이 흐르는 마음을 생각하다가, 나는 ‘한꽃같이’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문득 그린다.



꽈배기못

꽈배기처럼 골을 낸 못이 있다. 소라처럼 빙그르르 돌린 모습으로 골을 낸 못이 있다. 생김새대로 ‘꽈배기못’에 ‘소라못’이다. 줄여서 ‘꽈못’이라 할 만하다. 포도술을 따는 살림은 꼭 꽈배기못이나 소라못을 닮는다. 포도술을 따기에 ‘포도술따개’일 텐데, ‘꽈배기못’이나 ‘소라못’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켜도 어울린다.


꽈배기못 (꽈배기 + 못) : 꽈배기처럼 골을 낸 못. 빙그르르 돌린 골을 낸 못. 골을 돌려서 낸 못은 단단히 박을 수 있다. 포도술을 따는 살림은 빙그르르 돌린 못과 같은 모습이라서, 포도술따개를 가리키기도 한다. (= 꽈못·소라못. ← 나사螺絲, 나사못螺絲-, 스크루screw, 와인 오프너)


포도술따개 (포도 + 술 + 따개) : 포도술을 따는 살림. 포도술은 으레 코르크나무한테서 얻은 껍질울 다뤄서 마련한 마개를 쓰는데, 코르크마개를 병 아가리에서 빼려면 꽈배기처럼 생긴 못·송곳 같은 살림을 돌려박고서 잡아당긴다. (= 송곳·꽈배기못·꽈못·소라못. ← 와인 오프너)



해바람

해가 쬐면서 따뜻하거나 포근하다. 바람이 불면서 푸르고 파랗게 기운이 일어나고 숨을 맞아들인다. 비가 내리면서 온누리가 촉촉하고 싱그러이 솟고 흐르는 물을 마신다. 흙이 있어서 씨앗이 싹트고 풀과 나무가 푸르게 우거진다. 온누리를 이루는 바탕은 처음에는 ‘해바람’이었을 테고, ‘해바람비’에 ‘해바람비흙’으로 잇는다. 북돋우고 살찌우는 바탕을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해바람 (해 + 바람) : 해와 바람. 또는 해와 바람과 비와 흙을 모두 나타내는 말. 온누리를 이루는 바탕이면서, 온누리가 푸르게 살아숨쉬도록 북돋우는 바탕을 나타낸다. 모든 목숨·숨결이 빛나면서 살아가는 바탕을 나타내기도 한다. (= 해바람비·해바람비흙) ← 자연, 자연환경, 자연조건, 자연스럽다, 자연적, 자연주의, 자연숭배, 섭리攝理, 자연법칙, 천지자연, 대자연)



한꽃같다

저쪽도 그쪽도 기웃거리지 않기에 ‘한결같다’고 한다. 그러나 ‘한결’은 ‘외곬·외길’하고 다르다. 외곬이나 외길은 어느 곳만 쳐다보거나 들여다보느라 다른 곳은 팽개치거나 모르쇠인 매무새도 담지만, ‘한결’이라 할 적에는 하늘처럼 크고 넉넉하며 하나인 빛으로 아름답게 나아가는 매무새를 그린다. 숨결을 한결같이 다스린다면 이 매무새로도 빛나는데, 이곳에서 새롭게 피어나듯 둘레를 한바탕 안거나 품는다는 뜻으로 ‘한꽃같다’로 할 수 있다. 한결같아서 ‘한결넋·한결마음’이라면, 한꽃같아서 ‘한꽃넋·한꽃마음’이다. ‘한마음’에 ‘한넋’이라는 낱말 곁에 ‘한꽃빛’과 ‘한꽃길’과 ‘한꽃사랑’이라는 낱말을 나란히 놓아 본다.


한꽃같다 (한 + 꽃 + 같다) : 하나인 꽃과 같다. 꽃송이 하나로 오래오래 깊고 향긋하고 곱고 맑고 밝게, 잇거나 있거나 흐르거나 빛나는 마음·뜻·숨결·삶·길·몸짓·일·넋·매무새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꽃 한 송이와 같이 오래오래 깊고 향긋하고 곱고 맑고 밝고 빛나다. (= 한꽃마음·한꽃사랑·한꽃빛·한꽃길·한결같다·한결꽃·한결마음. ← 물아일체, 태극太極, 수어지교水魚之交, 일심동체, 일심불란一心不亂, 감응, 조응, 조화調和, 하모니harmony, 혼성混成/混聲, 혼연일체, 영원불멸의 사랑, 일편단심, 부부애, 금실琴瑟, 만년萬年, 수미일관, 시종일관, 백년해로, 초지일관, 영원, 영구, 영속永續, 지속가능. 변함없이, 불변不變, 진심眞心, 정성精誠, 항상성, 롱런long-run, 만고불변, 사시청청四時靑靑, 성평등, 페미니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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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27. 우체국 체크카드



  부산에서 광주로 넘어왔다. 어제는 고흥에서 광주로 넘어갔기에 거꾸로 돈 셈이다. 버스표를 끊고 광주전철을 탈 때까지 우체국 체크카드를 쓸 수 있더니, 낮부터는 못 쓴다. 대전에서 밑동(서버)이 불탔다더니, 이럴 수 있구나. 곧 AI시대라면서, 밑동을 건사하지 못 하면 우리나라는 이런 모습이로구나.


  시골사람이라 은행은 우체국 아니먼 농협인데, 농협은 논밭지기 등골을 뽑기에, 또 늘 글월을 부치기에, 나는 우체국은행을 쓴다.


  지난밤에 우체국 밑동도 불탔다고 하는데, 다른 은행도 비슷한 일이 터질 수 있으리라. 갈수록 “현금없는 버스”에 “현금결재 없는 키오스크”가 늘어나는데, 이런 일이 터지면, 이 나라는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 아마 아무 마음도 뜻도 없는 듯싶다.


  광주 ACC(아시아문화전당)라는 곳에 앉아서 노래꽃을 옮겨쓰고 넉줄꽃을 옮겨쓴다. “책읽는 ACC”라는 책마당이 한창이다. 배워쓰기(필사)를 하는 분한테 하나씩 드린다. 부지런히 쓰자. 이따가 글붓집도 다녀와야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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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사용설명서



모르는 분이 무척 많기도 한데, ‘두바퀴(자전거)’를 새로 사면, 두바퀴 손잡이에 대롱대롱 ‘길잡이글(사용설명서)’이 달린다. 그런데 두바퀴를 아이한테 새로 장만해 주든, 어른으로서 스스로 새로 장만하든, ‘두바퀴 길잡이글(자전거 사용설명서)’을 챙겨서 읽는 사람은 거의 1/1000이라고 한다. 어쩌면 1/2000이나 1/5000이라고까지 여길 수 있다. 그래서 두바퀴집(자전거포) 일꾼은 으레 이 길잡이글을 처음부터 떼어서 버린다더라. 손님한테 챙겨 가서 읽어 보시라고 여쭈어도 하나같이 안 챙기고 안 읽는다고 한다.


‘두바퀴 길잡이글’을 읽은 아이어른과 안 읽은 아이어른은 엄청나게 다르다. ‘두바퀴 길잡이글’을 안 챙기고 안 읽는다면, ‘운전면허증을 안 따고서 자동차부터 사서 부릉부릉 몬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길잡이로 삼는 글인 사용설명서란 ‘입문서’나 ‘안내서’라는 뜻이고, 우리더러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이 삶을 즐기는 길을 들려줄게” 하고 풀어낸 줄거리라고 여길 만하다. 글쓰기(문학창작)나 책집지기라는 삶에 따로 틀(기준)이란 있을 까닭이 없지만, 옆에서 이 길을 나란히 걷는 ‘길동무’ 같은 ‘길잡이글’은 있게 마련이다. 구태여 서두를 까닭이 없고, 애써 조바심을 낼 까닭이 없이, 느긋이 넉넉히 둘레를 보는 마음을 스스로 가꾸는 작은길이자 작은글이 ‘길잡이글’이라고 느낀다.


나는 낱말책(사전)을 쓴다. 낱말책이 태어나기까지 꽤나 걸리지만 느긋이 찬찬히 북돋우고 여미고 가다듬는다. 낱말책이란, 글쓰기와 말하기와 삶짓기와 사랑하기라는 이 하루하루에 조촐하고 조그맣게 ‘길잡이글’이다. 이른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누구한테나 ‘길잡이글(사용설명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숱한 낱말책은 ‘길잡이글’이라기보다는 ‘굴레(강제·억압·표준·시험공부·학력·지식·서울화)’이기 일쑤이다. 말이 무엇이며 글이 무엇인지 먼저 차분히 짚고 읽어낸 뒤에라야 글쓰기도 말하기도 저마다 느긋이 즐겁게 펼 만하다. 학교를 오래 다니거나 인문강좌를 챙겨서 듣거나 책을 잔뜩 읽더라도 글쓰기나 말하기를 잘 하지 않는다.


두바퀴 길잡이책을 달포쯤 들여서 느긋이 읽고 나서 두바퀴를 달리는 이웃님을 기다린다. ‘숲노래 낱말책’을 한두 해나 서너 해나 너덧 해에 걸쳐서 천천히 읽으면서 말빛을 느긋이 헤아리고 살찌우면서 기쁘게 글빛과 말씨를 심는 이웃님을 기다린다. ‘길잡이’는 잡아끌거나 잡아당기지 않는다. 길잡이는 언제나 우리 곁에 가만히 서서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며 지켜보는 동무요 이웃이다. 2025.8.26.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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