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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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3
포도술을 따는 분이 ‘와인 오프너’라 말씀하기에 여쭈어 본다. “포도술을 따면 ‘포도술따개’이지 않나요?” 병을 따니까 ‘병따개’이고, 병을 덮으니 ‘병뚜껑’이다. 꽈배기처럼 골을 내면 ‘꽈배기못’이고, 해와 바람과 비를 아우르면 ‘해바람비’이다. 한결같이 흐르는 마음을 생각하다가, 나는 ‘한꽃같이’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문득 그린다.
꽈배기못
꽈배기처럼 골을 낸 못이 있다. 소라처럼 빙그르르 돌린 모습으로 골을 낸 못이 있다. 생김새대로 ‘꽈배기못’에 ‘소라못’이다. 줄여서 ‘꽈못’이라 할 만하다. 포도술을 따는 살림은 꼭 꽈배기못이나 소라못을 닮는다. 포도술을 따기에 ‘포도술따개’일 텐데, ‘꽈배기못’이나 ‘소라못’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켜도 어울린다.
꽈배기못 (꽈배기 + 못) : 꽈배기처럼 골을 낸 못. 빙그르르 돌린 골을 낸 못. 골을 돌려서 낸 못은 단단히 박을 수 있다. 포도술을 따는 살림은 빙그르르 돌린 못과 같은 모습이라서, 포도술따개를 가리키기도 한다. (= 꽈못·소라못. ← 나사螺絲, 나사못螺絲-, 스크루screw, 와인 오프너)
포도술따개 (포도 + 술 + 따개) : 포도술을 따는 살림. 포도술은 으레 코르크나무한테서 얻은 껍질울 다뤄서 마련한 마개를 쓰는데, 코르크마개를 병 아가리에서 빼려면 꽈배기처럼 생긴 못·송곳 같은 살림을 돌려박고서 잡아당긴다. (= 송곳·꽈배기못·꽈못·소라못. ← 와인 오프너)
해바람
해가 쬐면서 따뜻하거나 포근하다. 바람이 불면서 푸르고 파랗게 기운이 일어나고 숨을 맞아들인다. 비가 내리면서 온누리가 촉촉하고 싱그러이 솟고 흐르는 물을 마신다. 흙이 있어서 씨앗이 싹트고 풀과 나무가 푸르게 우거진다. 온누리를 이루는 바탕은 처음에는 ‘해바람’이었을 테고, ‘해바람비’에 ‘해바람비흙’으로 잇는다. 북돋우고 살찌우는 바탕을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해바람 (해 + 바람) : 해와 바람. 또는 해와 바람과 비와 흙을 모두 나타내는 말. 온누리를 이루는 바탕이면서, 온누리가 푸르게 살아숨쉬도록 북돋우는 바탕을 나타낸다. 모든 목숨·숨결이 빛나면서 살아가는 바탕을 나타내기도 한다. (= 해바람비·해바람비흙) ← 자연, 자연환경, 자연조건, 자연스럽다, 자연적, 자연주의, 자연숭배, 섭리攝理, 자연법칙, 천지자연, 대자연)
한꽃같다
저쪽도 그쪽도 기웃거리지 않기에 ‘한결같다’고 한다. 그러나 ‘한결’은 ‘외곬·외길’하고 다르다. 외곬이나 외길은 어느 곳만 쳐다보거나 들여다보느라 다른 곳은 팽개치거나 모르쇠인 매무새도 담지만, ‘한결’이라 할 적에는 하늘처럼 크고 넉넉하며 하나인 빛으로 아름답게 나아가는 매무새를 그린다. 숨결을 한결같이 다스린다면 이 매무새로도 빛나는데, 이곳에서 새롭게 피어나듯 둘레를 한바탕 안거나 품는다는 뜻으로 ‘한꽃같다’로 할 수 있다. 한결같아서 ‘한결넋·한결마음’이라면, 한꽃같아서 ‘한꽃넋·한꽃마음’이다. ‘한마음’에 ‘한넋’이라는 낱말 곁에 ‘한꽃빛’과 ‘한꽃길’과 ‘한꽃사랑’이라는 낱말을 나란히 놓아 본다.
한꽃같다 (한 + 꽃 + 같다) : 하나인 꽃과 같다. 꽃송이 하나로 오래오래 깊고 향긋하고 곱고 맑고 밝게, 잇거나 있거나 흐르거나 빛나는 마음·뜻·숨결·삶·길·몸짓·일·넋·매무새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꽃 한 송이와 같이 오래오래 깊고 향긋하고 곱고 맑고 밝고 빛나다. (= 한꽃마음·한꽃사랑·한꽃빛·한꽃길·한결같다·한결꽃·한결마음. ← 물아일체, 태극太極, 수어지교水魚之交, 일심동체, 일심불란一心不亂, 감응, 조응, 조화調和, 하모니harmony, 혼성混成/混聲, 혼연일체, 영원불멸의 사랑, 일편단심, 부부애, 금실琴瑟, 만년萬年, 수미일관, 시종일관, 백년해로, 초지일관, 영원, 영구, 영속永續, 지속가능. 변함없이, 불변不變, 진심眞心, 정성精誠, 항상성, 롱런long-run, 만고불변, 사시청청四時靑靑, 성평등, 페미니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