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텃새



참새를 하루 내내 지켜보면

짹짹짹이 아니라

찌빗찌빗 찟찟 쫏 쫑 주루루

짯짯 쫍 쪼비비 째비비

갖은 가락으로 수다를 한다


참새 곁에 박새와 딱새가 앉고

이 둘레로 할미새와 동박새가 오고

어느새 굴뚝새와 때까치가 끼고

직박구리 콩새가 따라와서

함께 놀자고 한다


마당과 뒤꼍을 나무로 두르니

한 해 내내 새롭게 노래집이다


2025.2.1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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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미운놈 ㄷ



고흥에서 새벽길을 나서며

동트는 하늘을 가르는

작은새와 겨울새를 본다


시외버스는 충청도 경기도를 지나고

곧 서울곁에 들어서려는데

버스 창밖 하늘로 조롱이가 보인다


서울에 내리니 뿌옇다만

하늘 보는 발걸음은 안 보인다

부천으로 건너와도 매캐한데

길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도 못 본다


그러나

원미동 골목에 작은책집이 있다


2025.1.22.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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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봐주다



곁님이 걷는 길을 본다

나비가 타는 바람을 본다

어린이가 노는 몸짓을 본다

어른이 하는 살림을 본다


하나씩 보는 사이에 눈을 뜬다

겨울이면 잎눈이 돋으면서

새봄이면 잎망울이 부푼다


모두 보고 돌아보고 들여다보며

어느새 나는 나를 보아주고

보살피는 하루를 함께 걷는다


2025.1.22.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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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독·숲·숲 1 - S코믹스 S코믹스
세가와 노보루 지음, 박연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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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7.

책으로 삶읽기 1064


《독·독·숲·숲 1》

 세가와 노보루

 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9.10.



《독·독·숲·숲 1》(세가와 노보루/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를 곱씹는다. 여러 버섯이 나오고, ‘수수살림(평범한 생활)’을 외치고 바라는 마음이 엇갈리고 흔들리고 섞이는 줄거리이다.


‘평범·보통·일반·보편·일상·정상·소박·소소’ 같은 한자말은 언제부터 누가 왜 퍼뜨렸을까 하고 돌아보면, 하나같이 “삶을 등진 채 힘을 거머쥔 우두머리·벼슬아치”로 가닿는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모든 아이는 “다 다르”거든. 우리말 ‘다르다’는, “닮고 닿고 다가가고 담되, 담 너머라고 하는 너”를 가리킨다. ‘나’하고 ‘너’는 사람이자 숨결이자 빛이자 사랑이자 씨앗이라는 대목으로는 고스란히 똑같되, 몸과 마음으로는 아주 다르다. 누구나 다르면서 같게 마련인데, ‘다른’ 결을 그저 다르다고 하지 않고 ‘특별·특수·특이·판이·상이·차이·차별·구별’처럼 덧씌우려고 하면서 그만 갈라서면서 싸운다.


이 그림꽃하고는 멀어 보이지만 나란한데, 한나 아렌트 님이 헤아린 “누구나 사납다(악의 평범)”는 말마디 뜻이란, “다 다른 너와 나”를 ‘평범’이라는 틀에 가두려고 할 적에, 그야말로 ‘누구나(평민·보통시민)’ 이웃을 때려죽이고 만다는 무서운 싸움불씨를 속깊이 짚은 대목이라고 느낀다. “누구나 히틀러가 되고, 누구나 아이히만이 된다”는 뜻일 테니까. 왜냐하면 “평범한 생활과 시민”이란 “안 평범해 보이는 이웃”은 “솎아내어 죽여야 할 적군”일 수밖에 없다. “평범한 독일민족”이라는 허울을 내세우기에 그토록 숱한 사람을 참으로 ‘평범하게 죽일’ 수 있던 끔찍한 ‘일상폭력’을 차분하게 담아낸 붓 한 자루란 언제 되읽어도 놀랍기만 하다.


《독·독·숲·숲》에 나오는 버섯을 보면, ‘착한쪽’이건 ‘안 착한쪽’이건 아무렇지 않게 죽임질을 일삼는다. “평범한 폭력·살인”이다. ‘수수살림(평범한 생활)’을 이루고 ‘수수마을(마을의 평화)’을 지키겠다고 내세우면서 죽이고 죽는다. 그냥 우리 민낯이다.



“겁먹을 시간이 있으면 칼을 갈아. 이 숲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것밖에 없어. 날카롭게 갈고 또 갈아서 죽여!” (46쪽)


“이름도 싫으면 바꾸면 그만이에요.”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아직 머리도 몸도 굳어 있는 모양이네요. 저도 같이 생각해 볼게요!” (121쪽)


“우리는, 우리는 있지,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장소를 원할 뿐이야!” (178쪽)


#どくどくもりもり #背川昇


+


포자를 뿜을 줄 알아도 내 몸이 약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 홀씨를 뿜을 줄 알아도 내 몸이 여리면 아무 값도 없다고

39


우화부전인가 보군

→ 덜나래돋이로군

→ 설날개돋이로군

→ 못나래돋이로군

97


누군가가 마음대로 지은 분류에 지나지 않아

→ 누가 그냥 지은 갈래야

→ 누가 함부로 갈래를 지었어

→ 누가 아무렇게나 나눴어

109


시체를 거점으로 삼아 마을이 만들어지기 쉽거든요

→ 주검을 밑자리로 마을을 세우기 쉽거든요

→ 송장을 바탕으로 마을을 일구기 쉽거든요

12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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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폭포 瀑布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 물이 쏟아진다

 거대한 폭포 앞에 선다 → 커다란 쏠물 앞에 선다


  ‘폭포(瀑布)’는 “1. 절벽에서 곧장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 폭포수 2. 물이 곧장 쏟아져 내리는 높은 절벽”을 가리킨다지요. ‘쏠·쏠물’이나 ‘쏟아지다·쏟물’로 손봅니다. ‘쏟다·쏟아내다·쏟아대다·쏟아붓다’로 손볼 수 있고, ‘좔좔·좔좔좔·좌르르’나 ‘철철·철철철·찰찰·찰찰찰·촬촬·촤르르’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발·줄기·줄기차다’로 손보기도 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폭포(瀑布)’를 “[문학] 김수영이 지은 시. 현실에 대한 태도가 자연 현상에 전이되어 표현된 작품으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이미지가 세상을 향한 올곧은 정신에 비유되어 선명한 시상을 형성하고 있다”처럼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구름 위에서 폭포구경을 하다가

→ 구름에서 쏠을 구경하다가

→ 구름에 앉아 쏟물을 구경하다가

《산정묘지》(조정권, 민음사, 1991) 93쪽


미니스커트에서 폭포처럼 곧고 하얗게 쏟아져내리는 다리

→ 깡똥치마에서 곧고 하얗게 쏟아져내리는 다리

《사무원》(김기택, 창작과비평사, 1999) 17쪽


우표 수집가가 폭포 밑에 앉아서 뭐하는 거지?

→ 나래꽃 모음이가 쏠 밑에 앉아서 뭐하지?

→ 날개꽃 모음벗이 쏟물 밑에 앉아서 뭐하지?

《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 1》(마스무라 히로시/이은숙 옮김, 대원씨아이, 2003) 131쪽


말은 소리 없이 우리의 뇌 안에서 폭포처럼 떨어지고 있다

→ 말은 소리 없이 우리 머리에서 좔좔 떨어진다

→ 말은 소리 없이 우리 골에서 촤르르 떨어진다

《함께 살아가기》(주디 카라시크·폴 카라시크/권경희 옮김, 양철북, 2004) 232쪽


꼬추를 조준해서 아빠의 오줌 폭포를 맞혔다

→ 꼬추를 겨냥해서 아빠 오줌발을 맞힌다

→ 꼬추를 잡고서 아빠 오줌줄기를 맞힌다

《콧구멍만 바쁘다》(이정록, 창비, 2009) 46쪽


흰 폭포처럼 위용있게 쌀을 뿜어내는 정미소는 어린 나에게 정말 대단한 존재로 다가왔다

→ 흰쏠처럼 기운차게 쌀을 뿜어내는 방앗간은 어린 나한테 참말 대단해 보였다

→ 하얗고 드세게 쏟아지듯 쌀을 뿜어내는 방아집은 어린 나한테 참 대단했다

《감자꽃》(김지연, 열화당, 2017) 23쪽


폭포를 생각해 보렴

→ 쏠을 생각해 보렴

→ 쏟물을 생각해 보렴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2》(이리에 아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212쪽


겨울에는 폭포 물이 얼어붙어 커다란 고드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 겨울에는 쏠물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커다랗기도 하다

《우리 동네, 구미》(임수현·이진우·남진실, 삼일북스, 2022)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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