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독·숲·숲 1 - S코믹스 S코믹스
세가와 노보루 지음, 박연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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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7.

책으로 삶읽기 1064


《독·독·숲·숲 1》

 세가와 노보루

 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9.10.



《독·독·숲·숲 1》(세가와 노보루/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를 곱씹는다. 여러 버섯이 나오고, ‘수수살림(평범한 생활)’을 외치고 바라는 마음이 엇갈리고 흔들리고 섞이는 줄거리이다.


‘평범·보통·일반·보편·일상·정상·소박·소소’ 같은 한자말은 언제부터 누가 왜 퍼뜨렸을까 하고 돌아보면, 하나같이 “삶을 등진 채 힘을 거머쥔 우두머리·벼슬아치”로 가닿는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모든 아이는 “다 다르”거든. 우리말 ‘다르다’는, “닮고 닿고 다가가고 담되, 담 너머라고 하는 너”를 가리킨다. ‘나’하고 ‘너’는 사람이자 숨결이자 빛이자 사랑이자 씨앗이라는 대목으로는 고스란히 똑같되, 몸과 마음으로는 아주 다르다. 누구나 다르면서 같게 마련인데, ‘다른’ 결을 그저 다르다고 하지 않고 ‘특별·특수·특이·판이·상이·차이·차별·구별’처럼 덧씌우려고 하면서 그만 갈라서면서 싸운다.


이 그림꽃하고는 멀어 보이지만 나란한데, 한나 아렌트 님이 헤아린 “누구나 사납다(악의 평범)”는 말마디 뜻이란, “다 다른 너와 나”를 ‘평범’이라는 틀에 가두려고 할 적에, 그야말로 ‘누구나(평민·보통시민)’ 이웃을 때려죽이고 만다는 무서운 싸움불씨를 속깊이 짚은 대목이라고 느낀다. “누구나 히틀러가 되고, 누구나 아이히만이 된다”는 뜻일 테니까. 왜냐하면 “평범한 생활과 시민”이란 “안 평범해 보이는 이웃”은 “솎아내어 죽여야 할 적군”일 수밖에 없다. “평범한 독일민족”이라는 허울을 내세우기에 그토록 숱한 사람을 참으로 ‘평범하게 죽일’ 수 있던 끔찍한 ‘일상폭력’을 차분하게 담아낸 붓 한 자루란 언제 되읽어도 놀랍기만 하다.


《독·독·숲·숲》에 나오는 버섯을 보면, ‘착한쪽’이건 ‘안 착한쪽’이건 아무렇지 않게 죽임질을 일삼는다. “평범한 폭력·살인”이다. ‘수수살림(평범한 생활)’을 이루고 ‘수수마을(마을의 평화)’을 지키겠다고 내세우면서 죽이고 죽는다. 그냥 우리 민낯이다.



“겁먹을 시간이 있으면 칼을 갈아. 이 숲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것밖에 없어. 날카롭게 갈고 또 갈아서 죽여!” (46쪽)


“이름도 싫으면 바꾸면 그만이에요.”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아직 머리도 몸도 굳어 있는 모양이네요. 저도 같이 생각해 볼게요!” (121쪽)


“우리는, 우리는 있지,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장소를 원할 뿐이야!” (178쪽)


#どくどくもりもり #背川昇


+


포자를 뿜을 줄 알아도 내 몸이 약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 홀씨를 뿜을 줄 알아도 내 몸이 여리면 아무 값도 없다고

39


우화부전인가 보군

→ 덜나래돋이로군

→ 설날개돋이로군

→ 못나래돋이로군

97


누군가가 마음대로 지은 분류에 지나지 않아

→ 누가 그냥 지은 갈래야

→ 누가 함부로 갈래를 지었어

→ 누가 아무렇게나 나눴어

109


시체를 거점으로 삼아 마을이 만들어지기 쉽거든요

→ 주검을 밑자리로 마을을 세우기 쉽거든요

→ 송장을 바탕으로 마을을 일구기 쉽거든요

12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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