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헌책방에는 서울내음이 배어들고, 제주 헌책방에는 제주내음이 배어듭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착한내음을 나누고, 슬프게 살아가는 사람은 슬픈내음을 나눕니다. 책 하나에 사랑스러운 손길을 깃들인다면, 이 사랑내음을 언제까지나 고이고이 이을 수 있습니다.

 - 2010.11.15. 제주도 제주시 <책밭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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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만큼 읽는 책


 책을 더 많이 읽어 보았기에 새로운 책을 마주할 때에 한결 잘 읽어내지는 않습니다. 책을 덜 읽었기에 새로운 책을 맞이하면서 제대로 못 읽어내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읽는 만큼 읽는 책입니다. 누구나 느끼는 대로 느끼는 삶입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대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빈틈없이 잘 읽어내는 사람이 있으나, 언제나 빈틈없이 잘 읽어내지는 않습니다. 어설프거나 어수룩하게 읽어내는 사람이 있지만, 늘 어수룩하게 읽어내지는 않습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만큼 사람을 만나고, 어제오늘 살아온 만큼 이야기를 나누며, 모레글피 살아가고픈 만큼 책을 받아들입니다.

 글쓴이나 그린이 넋을 고스란히 톺아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글쓴이나 그린이 넋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도 즐겁습니다. 글쓴이나 그린이 넋을 엉뚱하게 읽는다면 좀 슬프거나 안쓰럽지만, 옳게 읽을 줄 모르는 사람한테 옳게 읽으라 말하거나 잡아당길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옳게 읽을는지 모르나, 언제까지나 옳게 안 읽으며 살아갈 수 있어요.

 익숙한 대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익숙한 대로라기보다 나 스스로 좋아하거나 몸에 맞다고 여기는 대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좋아한대서 참으로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올바르거나 착한 길은 아닙니다. 내 몸에 맞다고 여긴대서 거룩하거나 예쁘거나 슬기롭거나 참다운 삶은 아니에요.

 아름다운 삶을 좋아하거나, 좋아하는 삶을 아름다이 일구기란 참 어려운지 모릅니다. 아니, 어렵습니다. 내 무게를 내려놓고 내 자리를 내주며 내 이름을 지울 줄 알아야 비로소 아름다운 삶을 좋아합니다. 더 귀담아들을 줄 알고, 더 들여다볼 줄 알며, 더 몸을 맡길 줄 알 때에 내 삶을 아름다이 일굽니다.

 그렇지만, 내 무게를 내려놓거나 내 자리를 내주거나 내 이름을 지울 줄 안다면, 아름다운 삶을 좋아하기란 참 쉽습니다. 더 귀담아듣기를 즐기거나 더 들여다보기를 반기거나 더 몸을 맡기며 흐뭇해 한다면, 좋아하는 삶을 아름다이 일구기란 몹시 쉬워요.

 읽는 만큼 읽는 책이지, 아는 만큼 읽는 책일 수 없습니다. 읽는 만큼 읽는 책이기 때문에, 사는 만큼 일구는 삶입니다. 살고자 애쓰는 대로 살아갑니다. 살려고 마음쓰는 대로 살아냅니다. 못할 일이란 없으며, 안 하는 일이 있습니다. 할 만한 일이 가득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오늘 맞아들여 읽는 책으로 고맙습니다. 속속들이 알아챈다거나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샅샅이 읽어야 기쁜 책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한 줄을 읽어도 즐겁고, 열 줄을 읽어도 기쁘며, 한 권을 통째로 읽어도 고맙습니다. 읽지 못해도 나쁘지 않을 뿐더러, 여러 날 먼지만 쌓이도록 해도 괜찮습니다. 책을 읽으려는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바쁜 나날인데 어찌하겠습니까. 아이가 함께 놀자며 손을 잡아끄는데 책을 어찌 펼치겠습니까. 고단한 몸을 얼른 누여 쉬고픈데 책을 어떻게 넘기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모든 책을 낱낱이 읽을 수 없으며, 반듯하게 책상맡에 앉아 차분히 읽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틈을 쪼개어 읽습니다. 국을 끓이면서 살짝 손을 놓고 히유 한숨을 돌리는 겨를에 한두 줄 겨우 읽습니다. 밥과 찌개와 반찬 세 가지를 불에 올리고 이래저래 바지런히 손을 쓰다가 1분쯤 틈이 나서 손을 쉴 때에 한 쪽이나마 책을 펼칩니다. 버스나 택시를 모는 일꾼은 신호등에 걸린 1분이나 2분을 살려 책 한두 줄 읽을 수 있겠지요. 하루에 1분씩 한 달에 30분이고, 한 해에 365분입니다. (4344.3.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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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베개를 하고 책읽기


 저녁이 깊어집니다. 잠자리에 아버지가 먼저 누워 아이를 부릅니다. 아이한테 치마는 이제 벗고 이듬날 아침이 되어 다시 입자고 말합니다. 한손에 그림책을 들고 아이를 눕힙니다. 아이는 아버지 곁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그림책 하나를 읽습니다. 날마다 이렇게 하면 좋으련만, 날마다 하자니 몸이 받치지 못한다며 자꾸 미루곤 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힘들거나 지치더라도 하루에 다문 한두 줄이라도 책을 읽자고 다짐한다면, 이렇게 아이를 팔베개하고 눕혀서 그림책 읽히는 일 또한 다문 몇 분만 들이면 될 일인데 못할 까닭이 있겠느냐 싶습니다. 둘째를 밴 옆지기 등허리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일 또한 몇 분만 들이면 되니까, 날마다 얼마든지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몸을 움직이면 될 노릇입니다.

 팔베개를 하고 책을 읽히고 좀 드러누우면서 허리를 폅니다. 누운 채 동시 하나를 욉니다. 내가 욀 줄 아는 동시는 얼마 없어서, 언제나 노래로도 부르는 이원수 님 동시 〈겨울 물오리〉를 두 낱말씩 끊어서 외다가는 두어 낱말을 묶어 토막토막 다시 욉니다. 아이는 이제 제법 잘 따라합니다. 숫자말을 하나부터 스물까지 셉니다. 아직 아이가 몸을 덜 움직였나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잡고 춤을 추듯 하면서 숫자를 스물까지 세다가는 서른 마흔으로 넘어가 백을 세고, 이때부터는 하나씩 낮추어 아흔아홉 아혼여덟 아흔일곱을 셉니다. 그런 다음에는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두 분, 여기에 이모와 외삼촌과 큰아버지 이름을 하나하나 읊습니다.

 여기까지 하고는 아버지는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얼핏 눈을 뜨니 옆지기가 실감기를 방으로 들어와서 하고, 아이한테 기저귀를 대 줍니다. 그 뒤로 아이도 아버지랑 같이 곯아떨어졌는지, 더 칭얼칭얼 놀다가 잠들었는지는 모릅니다. 밤 한 시가 조금 지날 무렵 옆지기도 잠자리에 드는가 싶었는데, 이때에 아이는 옆으로 굴러서 머리를 아버지 옆구리에 박습니다. 자면서도 몸을 얌전히 있지 못합니다. 제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면 거의 죽은 듯이 한 자리에 꼼짝을 않으면서 곯아떨어지는데. (4344.3.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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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꼭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배워야 하고, 영어로 어떤 일을 하거나 영어로 된 책이나 영화를 즐기고 싶으면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외국여행을 즐기고 싶거나 외국사람을 사귀고 싶을 때에도 영어를 배워야 할 테지요.

 44. 왜 맞춤법에 맞추어서 써야 하나요?
 : 맞춤법에 맞추어서 글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내 글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45. 왜 우리나라는 쉬운 우리말 놔두고 어려운 한자말을 섞어서 말을 할까요
 : 어쩌면, 우리는 너무 바보에다가 멍청이인 탓이 아닐까요. 그토록 일제강점기에 짓눌렸고, 조선 때에는 봉건신분제로 시달렸으면서도, 참말로 왜 어른들은 쉬운 우리말은 젖히고 어려운 한자말을 이토록 좋아할까요. 궁금하기 짝이 없이 없습니다.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46. 말에 영어나 한자말을 많이 섞어 쓰면 뭐가 문제가 되나요
 : 내 넋을 잃습니다.

 47.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서 쓴 글 또는 시를 나에게 보여주세요
 : 백석 님과 현덕 님과 이원수 님과 권정생 님과 임길택 님이 쓴 동화하고, 신동엽 님이 쓴 시를 읽으면 됩니다. 이오덕 님이 쓴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나 《나무처럼 산처럼》도 좋은 글입니다.

 48. 토박이말은 한자말보다 말 만들기가 참말 어렵나요
 : 한국사람이 한국말 만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나 스스로 내 쓸모에 걸맞게 내 말을 써 버릇해야 내 한국말을 내 슬기로 아름다이 빛냅니다. 책을 읽으면 ‘책읽기’이고, 책을 쓰는 사람은 ‘책쓰기’를 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은 ‘책만들기’나 ‘책엮기’를 합니다. 책을 파는 사람은 ‘책팔이’를 하는 셈일 테지요. 책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이름은 ‘책꾼’이 될 테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쟁이’가 됩니다. 늦게 낳은 아이를 ‘늦둥이’라 하듯 늘 제때에 못 맞추는 사람을 가리켜 ‘늦기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말이기에 ‘새말’이며, 오랜 옛날부터 써 온 말이라 ‘옛말’이요, 새말을 빚는 일은 ‘말짓기’ 또는 ‘새말짓기’입니다.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까다롬쟁이’처럼 일컬을 수 있어요.

 49. 왜 한자말을 많이 쓰면 더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 예부터 궁궐사람이나 양반이나 지식인처럼 ‘여느 사람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문을 배워 한문으로 생각을 펴고 한문으로 말을 나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똑똑한 사람은 양반이거나 지식인으로 여겼고, 이들은 으레 한문을 썼기 때문에 한자말을 쓰면 똑똑해 보인다고 잘못 생각하는 버릇이 배고 말았습니다. 요사이는 영어를 써야 똑똑해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난날 한문(한자말) 쓰던 사람을 똑똑하게 보던 버릇하고 매한가지입니다.

 50. 동사무소나 군대나 법원에서 쓰는 말은 왜 생활에서 쓰는 말과 다른가요
 : 아직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찌꺼기를 털지 못했습니다. 동사무소 같은 관공서뿐 아니라 군대나 법원에서 쓰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스며든 일본 한자말이 수두룩합니다. 더구나 공무원이 되도록 시험을 치를 때에 보는 교재라든지 공무원이 되어 써야 하는 서류마저 지난날 일제강점기 일본 한자말 판입니다. 아마, 말사랑벗이 나중에 짝꿍을 만나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을 즈음 ‘출생신고서’를 쓰려 하면,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나라일을 맡은 공무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할 뿐, 스스로 여느 말로 여느 사람을 돕는 몫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관공서를 비롯해 군대나 법원, 여기에 기자들이 만드는 신문이나 잡지조차 쉬운 살림말(생활말)하고는 동떨어지고 맙니다. 말사랑벗이 읽을 역사책이나 인문책이나 철학책도 여느 자리 여느 말하고는 사뭇 돌떨어진 말로 가득합니다.

 51. ‘ㅋㅋㅋ’같은 말을 어른들은 ‘경박하다’며 안 좋아하시는데 우리끼리는 괜찮은가요
 : 가벼이 보든 무거이 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쓰고픈 말을 써야 좋습니다. 괜히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쓰는 말이 될 수 없어요. 다만, ‘ㅋㅋㅋ’를 쓰든 ‘ㄴㄴㄴ’를 쓰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말을 쓰니까 나쁘다는 잣대는 없습니다. 옳고 바른 마음을 착하며 곱게 담아서 쓸 수 있는 말인가 아닌가를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52. ‘뭥미’처럼 인터넷에서 ‘우리집’, ‘우리엄마’ 따위를 ‘울집’, ‘울엄마’로 줄여쓰는데, 나중에는 ‘울-’같은 말들이 사전에도 오를 수 있을까요
 : ‘울-’ 또한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말이 국어사전에 안 실리더라도 우리들이 이 말을 쓰고 싶어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으며, 국어사전에 안 실릴지라도 우리들은 즐겁고 신나게 쓸 수 있습니다.

 53. 어른들은 왜 이렇게 우리말을 못 할까요
 : 어른들은 어른들 삶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 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어른들 삶을 참답게 돌아보면서 올바로 아낄 수 있다면, 어른들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쓰거나 바르게 나누겠지요. 어른들부터 우리말을 알뜰살뜰 써야 말사랑벗 또한 우리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으며, 이렇게 모두들 우리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는 때에 비로소 우리 삶터에 착한 사랑과 너른 믿음이 아름다이 자리잡으며 좋은 민주와 평화와 독립과 통일과 평등이 뿌리내리리라 봅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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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안 써서 없어진 한글에는 무엇이 있나요
 : ‘ㆁㆆㅸㅱㆍㆅㆀ’ 같은 한글을 오늘날에는 쓰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글을 쓸 까닭이 없어서 안 쓸는지 모르나, 나날이 말소리가 달라질 뿐 아니라 좁아지기 때문에 ‘더 넓게 더 많은 소리값을 담던’ 낱말 쓰임새가 줄어듭니다. 앞으로 이런 한글이 다시 쓰임새가 생길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 한글은 안 쓰일 수 있습니다.

 34. 우리말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영어나 일본말 같은 외국말을 즐겨쓸까요
 : 사람들 생각과 마음이 올바르거나 튼튼하거나 아름답게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라사랑이나 겨레사랑 때문에 옳고 바르게 쓰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아름다이 다스리는 길을 찾으며 저절로 알맞으며 바르게 가다듬는 우리말입니다. 굳이 영어나 일본말을 써야 내 이름값이나 얼굴이나 학력이나 지식이 높아 보인다고 여기니, 오늘날 같은 모습은 앞으로도 바뀌기 어렵습니다. 입시지옥을 우리 손으로 걷어내고, 학력차별이나 도시문명이 잦아들도록 힘쓰지 않는다면, 또한 밥과 옷과 집을 내 손으로 알뜰히 일구는 ‘작으면서 예쁘고 착한 내 삶’을 돌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말보다 영어나 일본말 사랑은 그칠 수 없습니다.

 35. 꼭 표준어를 써야 하나요
 : 표준말이란 내가 인천에 살든 울릉섬에 살든 마산에 살든, 서로서로 생각과 마음을 나누려고 마련한 말입니다. 표준말을 쓰지 않으면 내 생각이나 마음을 내 동무나 이웃이 알아들을 수 없겠지요.

 36. 편지로 욕을 써도 되나요
 : 말사랑벗이 편지에 욕을 썼을 때에, 이 욕을 읽을 사람이 어떠한 마음이 될는지를 헤아려 보셔요.

 37. 맞춤법이 뭐죠
 :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내가 하는 말이나 내가 쓰는 글을 남들이 옳고 바르며 알맞게 알아듣도록 맞추어서 쓰자는 말법입니다.

 38. 꼭을 책을 많이 읽어야 우리글을 잘 쓰나요
 : 옳지 못하고 바르지 못한 글로 된 책이 무척 많습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책을 좀 읽는다 해서 우리말을 잘 쓰지는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어야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곧바로 알아채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느냐를 살펴야 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대로 내 말이 되니까, 내 삶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따라 내 말을 내 이웃과 동무가 어떻게 알아듣거나 받아들이느냐가 달라집니다.

 39. 우리나라에서 왜 사람이름은 세 글자인가요
 : 한자로 두 글자로 이름을 지어 버릇하니까, 성씨하고 더해서 세 글자이기 일쑤입니다. 성씨가 두 글자인 분들 가운데 이름을 한 자로 쓰는 분이 많아, 성씨가 두 글자여도 성과 이름을 더해 세 글자인 사람이 매우 많아요.

 40. 우리글 이름을 왜 한글이라고 하나요
 : 우리나라를 이룬 겨레는 ‘한겨레’입니다. ‘한’은 토박이말로 우리 겨레한테 붙는 이름입니다. 한자로 우리나라 이름을 ‘韓國’으로 쓰지만, 토박이말로는 ‘한나라’로 씁니다. 지난날 한힌샘 주시경 님이 ‘훈민정음’이던 우리 글이름에 ‘한글’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겨레 말이기에 ‘한말’이라는 뜻이고, ‘한’에서 가지를 치는 낱말로 ‘한길-하늘-하나-하느님’이 있어서, ‘한글’일 때에는 ‘큰글’이나 ‘높은 글’이나 ‘하나 있는 하나된 글’을 뜻하기도 합니다.

 41. 왜 서울사람들이 쓰는 말을 표준어라고 하나요
 : 서울이 우리나라 한복판에 자리한 곳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모두 이곳에 모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쓰는 말을 표준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준말이 곧 서울말이지는 않습니다. 표준말을 쓰는 사람이 서울에 가장 많이 살기 때문에 표준말이 서울말처럼 들릴 뿐입니다. 그러니까, 나라를 다스리면서 온 나라 사람들이 두루 알아듣도록 세운 표준말을 서울사람이 먼저 쓰도록 하면서 표준말이 서울말처럼 되는데, 서울에도 서울 사투리가 있어서 표준말과 서울말이 아주 똑같지는 않아요.

 42. 우리말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고 우수하다고 하는데 왜 세계어로 안 쓰나요
 : 세계어란 세계를 주름잡거나 세계 권력을 움켜쥐는 나라가 쓰는 말입니다. 오늘날 지구별을 뒤흔드는 권력을 움켜쥔 나라는 미국입니다. 이와 함께 유럽 여러 나라가 권력이 대단히 셉니다. 우리가 배우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말과 독일말이 있는데, 미국말·프랑스말·독일말은 지구별 권력을 누리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우리 이웃에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있는 터라, 이들 나라 말을 함께 배우도록 이끌기도 합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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