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만지는 손으로 책읽기
첫째가 태어난 2008년 8월 16일부터 하루도 똥을 안 만지면서 보낸 날이 없습니다. 아기는 날마다 똥을 누니까 날마다 똥을 만집니다. 때로는 속이 안 좋은지 며칠 똥을 못 누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똥을 뿌지직 누어, 이 똥을 아버지가 치웁니다.
둘째가 우리 집에 온 날부터 똥치우기 일은 늘어납니다. 둘째를 낳은 어머니는 몸이 몹시 나빠서 집에 좌변기를 놓고 똥을 누도록 합니다. 첫째는 제법 커서 제 오줌그릇에 똥을 눌 줄 압니다. 어미 돼지 하나와 새끼 돼지 둘이 누는 똥을 아비 돼지가 치웁니다. 처음 이틀 배냇똥을 누어 똥빛이 푸르던 아이는 어머니젖을 차츰차츰 받아먹으면서 똥빛 또한 노오란 빛깔로 바뀝니다. 고작 젖을 먹고도 요런 똥이 나오는구나 여길 수 있지만, 바로 젖을 먹었기 때문에 이같이 똥을 누네 하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젖이 이러한 똥으로 바뀐단 말이지?
갓난쟁이 둘째가 기저귀에 누는 똥을 빨면서 헤아립니다. 첫째가 기저귀에 똥을 누던 때에는 어떠했을까. 첫째도 처음 세이레 동안에는 똥기저귀를 하루에 스무 장씩 내놓았던가.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아침까지, 똥기저귀를 그치지 않으면서 제 아비를 잠 못 자게 했던가.
밤새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마다 둘째 똥기저귀를 치웁니다. 옆지기가 여보 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를 때마다 벌떡 일어납니다. 업어 가도 모르도록 곯아떨어진 주제에 옆에서 부르는 소리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납니다. 딱히 부르지 않더라도 갓난쟁이가 뿌직 하는 소리를 내면 어지러운 꿈결을 깨고 일어납니다. 시계를 보아 첫째가 잠든 지 세 시간이 지난 한 시 십구 분에 번쩍 안아 쉬를 누이려는데 번쩍 안을 때에 그만 이불에 쉬를 지릅니다. 그래도 오줌그릇에 앉아 쉬를 또 눕니다. 다시 세 시간이 지난 네 시 이십일 분에 쉬를 더 누입니다. 둘째가 우리한테 와서 함께 살아가니까, 젖을 먹이는 어미는 젖을 물리느라 밤새 잠을 못 자고, 기저귀를 치우는 아비는 기저귀를 치우느라 밤새 잠을 못 자지만, 이동안 곧 석 돌을 맞이할 첫째 밤오줌 가리기를 할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첫째 낮오줌 가리기를 하던 지난날, 첫째가 아직 오줌을 제대로 가눌 줄 몰라 방구석 여기저기를 오줌바다로 만들어도 아이고 에그그 하면서 날마다 수없이 걸레질을 해대고 빨래를 했듯이, 밤오줌을 가리기까지 또 숱하게 걸레질을 하고 빨래를 해야 할 테지요. 내가 내 아이한테 오줌 가리기를 하자며 잠을 못 이루듯이, 내 어버이는 내가 갓난쟁이요 어린이였을 때에 숱한 밤을 잠을 이루지 못하며 애쓰셨겠지요.
어느덧 날이 밝고, 날이 밝은 김에 밤새 나온 똥기저귀 다섯 장하고 옆지기 핏기저귀에다가 첫째가 오줌으로 버린 바지와 치마 한 벌씩 신나게 빨아서 넙니다. (4344.5.28.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