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얼얼 빨래


 집에서 먹는 쌀이 다 떨어져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 어귀 보리밥집으로 가서 4.5킬로그램을 사다. 쌀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씻는다. 씻으면서 민소매 웃옷하고 아기 똥기저귀 한 벌을 빤다. 겨울에는 뼛마디가 꽁꽁 얼어붙는다고 느끼도록 차갑던 물은 이른여름을 앞둔 오월 끝무렵에는 손가락이 얼얼하다고 느낄 만큼 시원하다. 똥기저귀는 따순 물로 빨아야 하는데, 차디찬 물로 몸을 씻으면서 그냥 찬물로 북북 비벼서 빤다. 다른 똥기저귀가 두 벌 더 나오면 삶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제 곧 여름이니 여름답게 차디찬 물로 손이 시리도록 빨래를 한 번쯤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 이렇게 찬물로 몸을 씻을 때에는 내 몸에서 튕기는 차디찬 물이 똥기저귀로 후두둑 떨어지면서 저절로 헹구어지는 느낌이 좋다.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수도물이니까 여름이든 겨울이든 물온도가 엇비슷하다. 시골에서도 여름이든 겨울이든 물온도가 엇비슷하다 할 만한데, 시골물은 쓰면 쓸수록 물이 더 차갑다. 땅밑에서 길어올리는 물로 신나게 씻고 빨래를 하고 나면 몇 시간쯤 더위란 오간 데 없다. (4344.5.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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