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무엇을 보니?



비가 오는 날

비를 보니? 빗길을 보니?


해가 높은 날

해를 보니? 더위를 보니?


별이 밝은 날

별을 보니? 불빛에 불꽃놀이 보니?


내가 보는 대로

나를 이뤄


네가 보는 대로

네 모습이야


2025.10.24.쇠.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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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동무는 어디에?



풀밭에 들어가서 맨발로 걸으려다가

“길 아닌 곳 출입금지”라 크게 붙은 글에

딱딱한 돌바닥으로 돌아간다


시골에서도 서울과 큰고장에서도

들풀이 자라는 풀밭길이며 논둑길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멧골을 오르내릴 적에도

오솔길이나 숲길을 다 막는다


들숲에 사는 동무를 보기 힘들다

타고오를 나무가 자꾸 베여 넘어진다

또래는 거의 다 쇳덩이를 몬다

나란히 걸을 동무는 우리 아이들이네


2025.10.25.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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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아파트를 사다



  책벌레끼리 하던 말이 있다. “여, 자네는 몇 평짜리를 샀나?” “나? 이제 서른 평 되려나.” “서울 강남? 서울 강북?” “어, 서울은 안 되고 인천쯤 귀퉁이에서.” 얼핏 듣자면 ‘아파트’를 샀다는 말 같지만, 책벌레는 ‘아파트 값’에 빗대어 여태 책값을 얼마쯤 바쳤는지 가볍게 웃으며 주고받는다. “허허, 어느덧 서울 강남에 조고만 한 채를 샀네.” “서울 강서에 한 채 샀어도 잘 했지.”


  책벌레는 하루하루 값을 늘린다. 처음에는 “시골 멧밭 한 뙈기”만큼 돈을 들여서 책을 사읽었다면, 어느새 “시골논 한 마지기”만큼 돈을 들여서 책을 사읽고, 이윽고 광주나 대전 즈음으로 깃들고, 바야흐로 안산이나 구리 즈음 깃들더니, 인천이나 부천이나 의정부로 다가가고, 마침내(?) 서울로 들어서면 어쩐지 ‘어깨뿌듯’ 같으나, 삶자락은 참으로 조그마한 빌림집이기 일쑤이다.


  책벌레로서 서울에서 “내 집 장만”이란 엄두를 내기 버겁다. 책값에 들인 돈을 책에 안 들였다면 웬만한 책벌레는 “서울 강남 한 채쯤” 우습지(?) 않았을 만하다. 참말로 숱한 책벌레는 책이 아니라 잿더미(아파트)에 눈을 두었으면 “서울 강남 두 채”를 장만했을 만하다.


  그러나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잿더미는 값이 껑충껑충 뛴다. 이제는 “서울 강남 작은 한 채”는커녕 “서울 강서와 강북 작은 한 채” 값에 댈 수 없는 판이다. 요즈음 잿값(아파트 가격)을 보노라면, “서울이건 인천이건 부산이건 아예 발을 못 들이”는구나 싶고, “전남 고흥 읍내 아파트 한 채”로 여겨야 할 듯싶다.


  책벌레가 우스갯소리로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거니 말거니 하는 말을 더는 할 수 없는 나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물어볼 만하다. 서울 냇밑마을(강남)에서 잿더미 한 채를 굴리는 사람은 집에 책을 몇이나 둘까? 10억도 20억도 아닌, 50억이니 100억이니 춤추는 잿값인데, 잿값을 굴려서 샛돈(시세차익)을 억억억 소리 나게 긁어모으는 분들은 “책을 읽기”나 할까? 아예 안 읽지는 않을 수 있지만, 억억억 소리를 내는 분들은 돈더미에 파묻히거나 깔려서 숨막히는 나날이지는 않을까? 2025.10.2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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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어떤 걸까? 평화그림책 3
하마다 케이코 지음, 박종진 옮김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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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26.

그림책시렁 1662


《평화란 어떤 걸까?》

 하마다 케이코

 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1.4.25.



  나누는 사람은 스스로 즐겁습니다. 안 나누는 사람은 스스로 시커멓습니다. 나누는 사람은 스스로 눈망울이 반짝여요. 안 나누는 사람은 스스로 눈망울이 죽습니다. 나누는 사람은 스스로 가을빛에 물들고 봄꽃에 물들어요. 안 나누는 사람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면서 늘 짜증투성이입니다. 《평화란 어떤 걸까?》를 읽으면 쌈박질이 얼마나 멍청하고 어처구니없이 스스로 갉을 뿐 아니라 둘레를 좀먹는지 차분히 짚습니다. 다만, 조금 짚다가 끝납니다. 더 파고들지는 못 하고, 더 넓히지는 않아요. 왜 그럴까 하고 갸웃갸웃해 보는데, 아무래도 일본은 일본부터 스스로 어떤 멍청쌈박질을 했는지 스스로 뉘우치면서 둘레에 사랑씨앗을 나누는 일을 할 노릇인데, 이 대목을 슬그머니 지나치고 말아요. 또한 우리나라도 우리나라대로 멍청쌈박질을 스스로 일삼은 발자취가 있어요. 이웃나라가 쳐들어온 쌈박질만 쌈박질이지 않아요. 우리 스스로 이쪽저쪽으로 갈라서면서 끔찍하게 피비린내를 일으켰는데, 이 피비린내는 오늘날에도 안 가셨습니다. 어렵게 일본스런 한자말로 ‘평화’를 안 다뤄도 됩니다. 이미 우리말에 다 있어요.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면 됩니다. 우리는 서로 ‘동무’로 사귀면서 ‘두레’를 하면 됩니다. 우리는 ‘손잡기’를 하고 ‘발맞춰’ 걸으면 돼요. ‘나란히’ 서서 노래하기에 아름답습니다.


#浜田桂子 #へいわってどんなこと #PeaceWhatisit


ㅍㄹㄴ


《평화란 어떤 걸까?》(하마다 케이코/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1)


평화란 분명 이런 거야

→ 꽃길은 틀림없이 이래

→ 들빛은 아마 이렇지

→ 사랑은 참말 이럴 테지

1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

→ 집과 마을을 부수지 않기

→ 집과 마을을 안 깨뜨리기

6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할 수 있는 것

→ 동무와 함께 배우기

→ 동무랑 배우는 하루

12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 싫으면 싫다고 혼자서라도 씩씩히 말하기

→ 싫으니 싫다고 혼자서라도 떳떳이 말하기

17


죽임을 당해도 안 돼. 무기 따위는 필요 없어

→ 죽어도 안 돼. 불화살은 쓸데없어

→ 빼앗길 수 없어. 불벼락은 버리자

29


모두 함께 잔치를 준비하자

→ 모두 함께 잔치를 벌이자

→ 모두 함께 잔치를 하자

31


다 같이 신 나게 행진을 하자

→ 다같이 신나게 걷자

→ 다같이 신나게 나아가자

33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하는 것

→ 네가 참말 잘 태어났다고 하기

→ 네가 참 잘 태어났다고 말하기

3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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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5
마츠무시 아라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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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26.

책으로 삶읽기 1069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5》

 마츠무시 아라레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8.31.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5》(마츠무시 아라레/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을 읽었다. ‘빵순이’ 아가씨가 여태 입밖으로 제대로 뱉지 못 한 숱한 응어리 가운데 더없이 커다란 어둠을 스스로 떨쳐내기로 다짐하면서 둘레가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줄거리가 흐른다. 남이 해줄 수 없고, 남이 해주면 안 된다. 내가 할 노릇이고, 내가 하기에 네가 다가와서 손을 맞잡고서 함께 일어선다. 애벌레가 고치를 틀 적에 온숲이 숨을 죽이며 지켜본다. 애벌레는 고치에 깃드느라 모를 수 있는데, 참말로 온숲이 애벌레 한 마리한테 마음을 기울인다. 애벌레가 혼자 끙끙 앓아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섣불리 고치를 열면 안 되고, 함부로 고치를 건드려도 안 된다. 애벌레는 홀로 눈물앓이를 하다가 지쳐서 꿈을 그리는데, 이때에 비로소 온몸이 사르르 녹아서 나비라고 하는 새몸으로 거듭난다. 그러니까 온숲은 애벌레가 스스로 날개돋이를 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본다. 날개돋이를 마친 애벌레가 새몸으로 고치에 구멍을 내고서 밖으로 나오면 활짝 웃으면서 반긴다. 풀꽃도 나무꽃도 꽃꿀가루를 베풀며 반기지. ‘빵순이’가 고치에 웅크려 끙끙 앓던 나날을 풀어내려고 할 적에 둘레에서 해줄 일이란 없다. 그저 지켜보다가 마침내 빵순이 스스로 외친 말마디를 곁에서 거들며 어깨동무를 한다. 사랑이란, 바로 이때부터 한다.


ㅍㄹㄴ


“그러지 마. 짖는 소리는 이 아이의 목소리란 말이야.” (36쪽)


“(아빠는) 개도 고양이도 키울 자격이 없어.” (38쪽)


“료헤이 군은 참 신기한 사람인 것 같아. 나처럼 ‘이건 이런 거다’라고 단정 짓는 게 없어서 좀 부러워.” (96쪽)


“그건 진짜 프러포즈인 줄 알았다.” “곤란하게 만든 거야?” (138쪽)


#自轉車屋さんの高橋くん #松蟲あられ


+


그건 진짜 프러포즈인 줄 알았다

→ 참말 사랑찾기인 줄 알았다

→ 참말 사랑바라기인 줄 알았다

138


곤란하게 만든 거야?

→ 힘들었어?

→ 성가셨어?

→ 번거로웠어?

→ 버거웠어?

13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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