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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 바라보기 1

 


  빨래를 널다가 제비집을 바라본다. 어미 제비가 날아들어 새끼 제비한테 먹이를 주는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데, 어, 이번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꽁지를 뒤로 하며 둥지 밖으로 궁디를 내민 새끼 제비 똥구멍을 부리로 콕콕 찍더니 똥을 잡아당겨 뽑는다. 고양이나 개는 어린 고양이나 어린 개 똥구멍을 핥으며 똥을 누도록 돕는데, 어미 새는 새끼 새가 똥을 잘 눌 수 있도록 잡아당겨 주기도 하는구나. 아직 날갯짓을 못 하고, 조그마한 둥지에 여럿이 옹크려 지내기만 하니까, 아기들 똥누기를 이처럼 거들어야 하는구나. 곰곰이 생각하면, 사람도 어버이가 아기들 똥오줌 누기를 옆에서 거들고, 하나하나 치운다. 아기가 스스로 서며 똥오줌을 가리기 앞서 어버이가 아기들 똥오줌을 신나게 치운다. 똥오줌 잘 누라고 배를 쓰다듬기도 한다. (4345.6.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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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사랑을
들려주고 싶어,

 

꿈을
노래하고 싶어,

 

이야기꽃
피우고 싶어,

 

삶을 어여삐
빛내면서
넋을 고요히
어깨동무하는,

 

내 작은 글
편지.

 


4345.5.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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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 책읽기

 


  해거름에 뒷밭에 물을 주다가 뽕나무에서 까만 오디가 떨어진 모습을 본다. 바람이 그닥 안 불었는데 오디가 떨어지네 하고 생각하며 한 알 두 알 줍는다. 뽕나무 가지가 퍽 높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오디를 따겠거니 싶더니, 이렇게 한 알 두 알 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고 문득 깨닫는다. 안 떨어지고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달린 오디가 훨씬 많겠지. 날이 밝으면 오디를 더 줍고, 사다리를 챙겨서 신나게 오디를 따자고 생각한다. 들딸이랑 멧딸을 배부르도록 따먹으니, 이제 오디철이 되는구나 싶다. 식구들 모두 오디를 맛나게 먹으니 좋다. 말랑말랑한 오디는 흙과 햇살과 바람과 비가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면서 나무 한 그루를 살찌운 푸른 맛이다. (4345.6.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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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7.
 : 두 살 동생이 누나 태운 자전거

 


- 졸음이 쏟아지는 두 아이가 마당으로 내려와서 논다. 아이 어머니가 “이야, 저 구름 좀 봐!” 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마당으로 내려가서 드러누웠기 때문. 참말 오늘 구름과 하늘은 가없이 빛나는 파랑과 하양 물결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 옷가지를 네 차례 빨래하며 틈틈이 마당 빨랫줄과 빨랫대에 널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 혼자 놀랐고 나 혼자 즐거웠으며 나 혼자 웃었다. 그러고 보니, 빨래를 널며 식구들을 불러 함께 하늘을 보았으면 아침부터 다 함께 좋았을 텐데.

 

- 드러누워 마당에서 구름바라기를 하던 세 사람이 벌떡 일어난다. 이윽고, 첫째 아이가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둘째 아이가 바닥에 털푸덕 앉은 매무새로 자전거를 뒤에서 민다.

 

- 미는가, 미는 시늉인가? 아직 혼자서 씩씩하게 걸으려 하지 않는 둘째인데, 꽤 무거운 나무자동차를 한손으로 들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놀더니, 누나가 올라탄 자전거를 영차영차 밀기까지 한다. 자전거는 바퀴가 있어 잘 구른다고도 하지만, 어른들이 바퀴 달린 자동차를 잘 밀겠는가. 설마 이 아이는 천하장사? 소시지 같은 둘째 아이 팔뚝은 알고 보면 힘살덩어리?

 

- 엉덩이를 깔고 앉아 밀고, 무릎걸음으로 민다.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밀다가는, 다시 무릎걸음으로 민다. 다섯 살 누나는 두 살 동생이 미는 자전거가 재미나다. 좀처럼 자전거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고, 이제 힘든 티가 물씬 나는 동생더러 더 밀어 달라고 떼를 쓴다. 얘야, 너 졸려서 그러지? 이제 둘 다 자야 하거든. 동생 그만 부리고 서로 나란히 누워 새근새근 자야지.

 

-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둘째 아이가 바라보는 자전거는 어떤 모습이요 얼마만큼 되는 크기일까. 둘째 아이는 아버지가 수레에 앉혀 자전거를 달릴 때에 어떤 느낌이요 어떤 삶일까.

 

- 개구리들이 무논에서 우렁차게 노래부르며 힘을 내라 외친다. 제비들이 처마 밑에서 우렁차게 노래하며 기운을 내라 외친다. 아이들과 두 어버이는 개구리와 제비와 바람과 나무와 볏모와 풀꽃 노래를 골고루 들으면서 해거름을 마음껏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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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계 유산
문화재청 지음 / 눌와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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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좀 삐딱한 느낌글처럼 되었지만, 책은 더없이 예쁘장하며, 글과 사진은 참말 깔끔합니다 ^^;;;;

 

 

 


 유네스코가 바라보지 않아도 보배
 [책읽기 삶읽기 107] 문화재청 엮음, 《한국의 세계유산》(눌와,2010)

 


  유네스코에서 올린 우리 나라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한국의 세계유산》(눌와,2010)을 읽는다. 문화재청에서 엮은 책이라 하는데, 글과 사진이 퍽 깔끔하다고 느낀다. 이 나라 문화재청이 예전에도 이처럼 깔끔한 글과 사진으로 우리 나라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책을 내놓은 적 있었을까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좋은 자료가 있더라도 알차게 묶거나 어여삐 엮지 못하기 일쑤였다. 지난날 이 나라 공무원은 ‘자료집’만 내놓을 뿐이었다. ‘책’을 만들지 않았다.


  수원 화성을 다루는 자리에서 정조는 ‘튼튼하게만 쌓을 화성’이 아니라 ‘아름답게도 쌓을 화성’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힌다. 이 같은 말마따나 쓰임새를 살피는 한편, 눈썰미를 북돋우는 살림살이가 곧 문화유산이라 할 테지. 곰곰이 돌아보면, 이 나라 어머니들은 아이들 옷 한 벌을 지어도 ‘튼튼하면서 예쁜’ 옷을 지었고, 밥 한 그릇을 차려도 ‘알차며 맛나고 보기 좋게’ 밥을 차렸다.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랄 때에 더없이 기쁜데, 튼튼하게 자라면서 어여쁜 빛을 한결 뽐내면 그지없이 사랑스럽다. 아니, 씩씩하게 뛰놀며 튼튼히 자라는 아이들은 얼마나 어여쁜 모습인가.


.. 1592년 임진왜란 때 불국사는 피해를 입었다. 이때 2000여 칸이나 되는 건물은 모두 불타 버리고 석축과 계단, 석탑과 석등, 금동불상 등만이 화를 면했다 … 정조가 죽고 나자 정조가 계획했던 개혁도 모두 없던 일이 되었다. 물론, 화성 축성 이후 우리 나라에는 뚜렷한 축성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 사회의 기강이 극도로 문란해지고, 사회 각층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 형편에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축성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다 ..  (23, 73쪽)

 


  그런데 ‘세계유산’이란 무엇일까. 유네스코는 지구별 여러 나라 세계유산으로 무엇을 손꼽을까. 깨끗하며 아름다운 자연 삶터는 세계유산이 될까. 임금님이 살던 집터는 세계유산이 될까. 우람하게 지은 절터는 세계유산이 될까.


  불국사도 해인사도 종묘도 창덕궁도 화성도 경주도 왕릉도 온통 ‘나라님’이라 하는 ‘권력자’들이 누리던 삶이지 싶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도 세계유산으로 2010년에 이름을 올렸다 하는데, 두 마을에서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 때문에 세계유산이 되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참말, 세계유산이란 한국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나 ‘돈·이름·힘’을 부리는 사람들이 짓거나 누린 것 테두리에서 못 벗어나지는 않나 궁금하다.


  이를테면,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흙으로 벽을 바르며 돌로 바닥을 대고 풀로 지붕을 잇던 여느 살림집은 세계유산이 될 수 없을까. 아니, 세계유산에 앞서 한국유산이 될 수 없을까.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싹 밀어 없앤 풀집인데, 제주에 성읍마을이라든지 남녘땅 곳곳에 몇 군데 민속마을을 새로 돈을 들여 만들면서, 막상 사람들이 풀집이나 흙집이나 나무집에서 살아가도록 하지 않는다. 아직도 ‘새마을 깃발’은 전국 곳곳에서 나부낀다.


  너와집과 굴피집은 세계유산에 앞서 한국유산이 될 수 없을까. 수도물에 앞서 우물물과 냇물은 세계유산에 앞서 한국유산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빨래기계에 앞서 냇가 빨래터는 세계유산에 앞서 한국유산이 될 수 없었는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에 앞서 오솔길이랑 고샅길이랑 골목길은 세계유산에 앞서 한국유산으로 사랑받을 수 없었나.


.. 공군 대령 김영환은 1951년 9월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을 수행하면서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자신이 지휘하는 편대를 이끌고 출격했지만 김 대령은 가야산에 단 한 발의 폭탄도 떨어뜨릴 수 없었다. 그곳에는 바로 고려대장경판을 모셔 둔 해인사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 법보전의 뒷벽 창의 경우에는 칸마다 창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 또한 장경판전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로 짐작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원리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옛사람들의 경험에 의거한 과학적인 판단을 좇아가지 못하는 셈이다 ..  (32, 34쪽)

 

 


  《한국의 세계유산》은 예쁘게 잘 빚었다고 느낀다. 나라밖 사람들뿐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이 즐겁게 돌아보며 찬찬히 살필 만하다고 느낀다. 다만, 한 가지 아리송하다. 한국사람은 지구별에 손꼽힐 만한 세계유산을 여느 때에 얼마나 누리며 살아가는가. 한국사람은 나라밖으로 내세울 만큼 자랑스럽고 아름답다 여기는 세계유산을 이녁 삶터 둘레에 얼마나 가까이 두며 사랑하는가.


  박물관에 모시기에 세계유산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언제나 누리는 삶일 때에 세계유산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언제나 누리는 삶일 때에는 따로 세계유산이나 한국유산 같은 이름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가없이 고운 빛과 무늬를 살가이 드러낸다고 느낀다. 세계유산이든 한국유산이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모신 유물이나 유적이 아니라, 늘 내 삶에 녹아들며 누리는 살림살이 이야기일 때에 값어치가 있다고 느낀다.


  갓난쟁이를 돌보며 아기한테 대던 천기저귀 한 장이 나로서는 한국유산이나 세계유산이라 느끼지만, 따로 아무런 유산이 안 되어도 즐겁다. 아이들과 복닥이며 읽어 주고 읽던 그림책 하나가 나한테는 한국유산이나 세계유산이라 느끼지만, 굳이 어떠한 유산이 안 되어도 좋다. 시골집 감나무 한 그루, 뽕나무 한 그루, 후박나무 한 그루, 모과나무 한 그루, 동백나무 한 그루가,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될 만하지만, 어떤 유산이라 이름 붙이기 앞서 늘 바라보며 쓰다듬는 좋은 벗님이기에 반갑다.


  밥그릇 하나 수저 한 벌 같은 살림살이가 문화유산이라 할 테지. 빗자루 하나 호미 한 자루 같은 연장붙이가 문화유산이라 할 테지. 일하며 부르는 노래, 아이들 재우며 부르는 노래, 식구들이 나누는 이야기 한 보따리가 문화유산이라 할 테지.


.. 우리 나라에는 실로 ‘고인돌 왕국’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많은 수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남한에서 약 3만여 기, 북한에서 약 1만 기에서 1만5천 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세계 고인돌의 40퍼센트 이상에 해당하는 수이다 ..  (87쪽)

 

 


  식구들 저녁 밥상에 올리려고 당근이랑 연뿌리랑 무를 가늘게 썰고 달걀 석 알을 풀어 달걀말이를 부친다. 당근이랑 연뿌리랑 무를 가늘게 썰면서, 이 달걀말이를 식구들이 맛나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쁘게 썰자고 생각한다. 석석 썰리는 당근이랑 연뿌리랑 무 빛깔이 좋다. 좋게 느끼는 빛깔이니 좋게 섞일 테고 좋게 부칠 수 있겠지. 쌀을 씻어 밥물을 안친다. 푸성귀를 갈고 짜서 풀물을 마련한다. 얕은 멧자락에 올라 멧딸을 딴다. 모든 먹을거리가 좋은 먹을거리요, 좋은 삶을 북돋우고, 좋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좋은 밥을 먹으며 좋은 꿈을 꾼다. 좋은 하루를 누리며 좋은 이야기가 태어난다.


.. 남사당놀이는 일반 서민에게는 환영을 받았지만, 양반들에게는 크게 멸시를 받았다. 그래서 남사당패는 함부로 마을에 출입할 수가 없었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에서 가장 잘 보이는 언덕을 골라 온갖 재주를 보여주는 한편 마을로 들어가 마을의 양반이나 이장 등에게 놀이판을 벌여도 좋다는 승낙을 얻어야 했다 … 남사당놀이는 일반 서민을 상대로 일반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 주는 놀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반 서민들은 남사당놀이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회 풍자를 통해 그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었고, 농사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쉴 수 있었다 ..  (144∼145쪽)

 


  유네스코가 바라보지 않아도 삶은 보배이다. 문화재청이 다스리지 않아도 사람은 사랑이다. 작은 시골마을 논개구리 소리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하루가 보배라고 느낀다. 작은 시골집 처마에서 둥지를 틀며 한식구로 지내는 제비들이 보배라고 느낀다. 시원스레 부는 바람에 따라 흐르는 구름 빛깔이 하얗고 맑다. 바람은 모내기를 마친 들판에 사름빛을 뽐내며 분다. 바람은 고운 햇살을 온누리 구석구석 따사로이 퍼뜨린다.


  내가 바라보는 보배가 저녁을 맞이해 천천히 곯아떨어진다. 나와 한삶을 누리는 보배가 곁에서 뜨개질을 한다. 나 스스로 아낄 보배인 내 손으로 식구들 옷가지를 빨래하고 개며 추스른다. 달빛과 별빛이 고르게 내려와 내 마음으로 스며든다. (4345.6.7.나무.ㅎㄲㅅㄱ)

 


― 한국의 세계유산 (문화재청 글·그림,눌와 펴냄,2010.12.27./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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