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책읽기
지난 2011년 가을, 전남 고흥 시골마을로 보금자리를 얻어 들어오면서, 이웃 할아버지가 일구던 밭에서 자라던 치자나무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치자나무가 어느 나무인 줄 제대로 알아보지는 못했어요. 뒤꼍에 치자나무를 스무 그루쯤 심었다고 하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여겼지, 스무 그루쯤 되는 치자나무가 어느 녀석을 가리키는지 몰랐습니다.
한 해를 지나 여름을 맞이하니, 이웃 할아버지가 일구는 밭에서 자라는 나무에 하얗게 꽃망울 맺힙니다. 참으로 하얀 조각과 같다고 느끼며 바라보다가, 문득 이 꽃망울 맺히는 나무가 그 치자나무였다고 깨닫습니다. 소담스레 큼지막합니다. 눈부시게 하얗습니다. 늦봄에 피어 이른여름에 지는 찔레꽃은 올망졸망 앙증맞은 하양이라면, 이른여름에 피는 치자꽃은 한 떨기 햇살 같은 하양이로구나 싶어요.
여름바람이 치자꽃 하얀 꽃망울을 가볍게 스치며 온 들판을 두루 감돌아 갓 심은 볏모마다 사름빛을 반짝이며 시원스레 붑니다. (4345.6.10.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