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예쁜 꽃 좋아

 


  덩굴꽃을 한 줄기 꺾어서 산들보라한테 건넨다. 산들보라는 어머니 품에 안긴 채 한손으로 꽃줄기를 들고는 좋아라 웃는다. 꽃이 예쁘니? 꽃이 곱니? 꽃내음이 좋니? 다 좋고, 다 에쁘구나. (4345.8.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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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8.12.
 : 자전거수레를 손질하다

 


- 어제(8.11.)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는 우리 마을 뒷산인 천등산 자락을 올랐다. 비알이 꽤 가팔랐지만 그리 높지 않은 길인 만큼 얼마든지 갈 만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길은 퍽 힘들었고, 힘든 길을 용을 쓰며 오르다가 자전거수레가 망가졌다. 오늘은 자전거수레를 손질하기로 한다. 이 수레를 못 쓰면 면소재지로 나다닐 수 없다.

 

- 두 아이는 마당 고무통에 물을 받아 물놀이를 시킨다. 나는 땡볕을 받으며 수레를 손질한다. 먼저, 끊어진 버팀끈을 바느질로 꿰맨다. 다음으로 수레 앉는 자리 밑바닥을 노끈으로 친친 감는다. 아이 둘 아닌 어른이 앉아도 무너지지 않게끔 튼튼히 묶는다. 아이들 엉덩이가 안 아프도록, 아니 아이들 엉덩이가 폭신하다고 느끼도록 촘촘히 묶는다.

 

- 자전거수레를 만드는 회사에서 처음부터 바닥을 더 튼튼히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버팀끈 두 줄로는 오래 못 버틸 노릇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런 손질은 자전거수레를 쓰는 사람들 스스로 해야 할는지 모른다. 회사나 공장은 물건을 만들어 팔 뿐, 어떻게 알뜰히 쓰는가를 헤아릴 겨를은 없을 테니까.

 

- 수레 손질이 끝날 무렵 아이들은 고무통에서 나온다. 평상에 알몸으로 올라와서 아버지가 무얼 하나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제 다 고쳤어! 어디 한번 타 볼까? 탈 만한 좋은 느낌인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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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8.11.
 : 숲길을 달린 자전거수레

 


- 아이들과 천등산을 오른다. 아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고, 아직 옆지기를 만나기 앞서, 나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수레에 책을 200∼300권쯤 싣고 아홉 시간을 낑낑 달리곤 했기에, 두 아이 태우고 천등산 멧길을 오를 수 있으리라 여긴다.

 

- 막상 두 아이 태우고 멧길을 오르자니 꽤 힘이 부친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오른다. 오르막을 얼추 올랐다 싶을 무렵, 큰아이가 내려서 달리고 싶다 말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달리거나 걷을 때에 더 빠른 듯하다고 느끼나 보다. 다른 한편으로는 큰아이가 아버지 다리힘을 헤아리며 수레에서 내리겠다는 뜻이 되겠지.

 

- 큰아이가 내린 수레는 한결 가볍다. 그렇지만 자전거로만 이 길을 오르기에도 퍽 벅찰 만하다고 느낀다. 어쨌든, 끝까지 다 오른다. 온몸은 땀으로 젖는다. 그리 높지 않은 멧자락이지만, 이러한 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일이란 여느 일은 아니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아이들한테 물을 먹이고 나도 물을 마신다. 이제는 내리막을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여기며, 오늘 새로 가려는 길로 접어든다.

 

- 처음에는 즐겁게 내리막이다. 그런데 이내 흙길이 나오고 풀섶이 우거진다. 게다가 오르막으로 바뀐다. 이게 뭔가? 고흥군에서 만들어 나눠 주는 길그림하고 다르잖아? 고흥군 길그림에는 포두면으로 이어지는 ‘포장된 길’로 나오는데. 기어를 낮추고 또 낮춘다. 처음 멧길을 오를 때보다 훨씬 버겁다. 흙길에 풀섶이 우거진데다 비알이 지니 자전거가 달리기 아주 나쁘다. 씩씩하게 흙길을 한참 헤치며 지나니 비로소 시멘트길이 나온다. 그런데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린다. 무슨 갈림길인가 하고 왼쪽으로 가 본다. 아주 가파른 비알길이라 자전거에서 내려 미는데, 자꾸자꾸 뒤로 쏠린다. 이러다가 수레가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꿋꿋하게 버티며 위로 올라간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숲속 절집이 나타난다. 어라. 이 길은 절집 가는 길? 길그림에도 안 나오는 자그마한 암자 같은 절집이 나온다.

 

- 하는 수 없이 돌아선다. 이제 비탈길 내리막을 브레이크 꽉 잡으며 아주 힘들게 내려온다. 자전거에 탈 수 없다. 두 다리로 가까스로 버티듯 천천히 내려온다. 아까 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아직 비탈이 너무 가팔라 자전거에 탈 수 없다. 몇 분쯤 낑낑대듯 자전거를 버틴 끝에 자전거에 오른다. 내리막이 아주 무시무시하달 만큼 길다. 수레에 탄 아이들은 비로소 시원한 바람을 쐰다. 더운 날 아버지하고 애먹는다.

 

- 우리 동백마을하고 이웃한 봉서마을로 내려온다. 길그림에 잘못 나온 길을 몸으로 잘 익힌다. 작은아이는 어느새 잠들었다. 작은아이 몸이 자꾸 앞으로 쏠리기에 자전거를 세운다. 작은아이를 뒤로 반듯하게 누이려 하는데 안 된다. 왜 그런가 하고 살피니, 자전거수레를 버티는 끈 한쪽이 끊어졌다. 아까 비탈길에서 용을 쓸 무렵 무게를 버티지 못한 듯하다. 너무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수레도 아주 힘들었나 보다.

 

- 수레에 아이들 앉는 자리를 버티는 한쪽 끈이 끊어졌어도 어찌할 길이 없다. 게다가 작은아이는 잠들었다. 면소재지까지 가기로 한다.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며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떻게 고쳐야 할까. 버팀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면 노끈을 사서 아이들 앉는 자리 밑에 촘촘하게 대면 어떨까 싶다. 마을 어르신들이 경운기 앉는 자리를 으레 노끈으로 친친 감아 앉곤 하던데, 이렇게 끈으로 감으면 될까 싶다. 면소재지에 닿아 철물점에 들러 노끈 한 타래를 오천 원 주고 장만한다.

 

- 집에 닿기까지 작은아이는 깨지 않는다. 집에 닿아 작은아이를 살살 안아 방에 누인다. 큰아이도 나란히 잠들었다. 큰아이도 가만히 안아 방에 누인다. 오늘은 고단해서 자전거수레 손질을 못한다. 이듬날 하자.

 

 

아직까지 멀쩡한 자전거수레. 곧 작은아이 앉은 자리 버팀끈이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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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울타리 고양이 식구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이끌고 돌울타리를 걷는다. 이 녀석들은 때때로 돌울타리를 무너뜨린다. 고양이라면 더 사뿐사뿐 조용히 예쁘게 걸으리라 여겼는데, 집 둘레에서 ‘우르르’ 소리를 곧잘 듣는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돌울타리를 무너뜨린다. 새끼 고양이도 어미 고양이처럼 돌울타리를 딛고 거닐다가 새삼스레 돌울타리를 와르르 무너뜨리려나. (4345.8.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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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심 책읽기

 


  네 식구 나란히 걷는다. 옆마을 논길을 걷고 밭 사이를 걷는다. 어느 논둑에 몹시 고운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주는 꽃이 있어서 한참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쑥꽃인가 싶더니, 꽃잎이 붙은 줄기를 찬찬히 더듬으니 덩굴꽃이다. 어느 덩굴꽃일까. 이렇게 작은 꽃을 피우는 덩굴풀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 시골집 돌울타리를 타고 꽃을 피우는 하늘타리하고 같은 갈래인 덩굴풀일까. 풀이름 또는 꽃이름이 궁금해서 마을 할머님한테 여쭌다. 마을 할머님은 “지심이여, 지심.” 하고 말씀한다. 딱히 이름을 알 까닭 없이, 논밭에서 뽑아야 할 ‘지심(김)’이라고 한다.


  엉겅퀴나 지칭개도 언제나 지심이 되어 뽑힌다. 갓이나 유채도 따로 나물이나 김치를 담가 먹지 않으면 지심으로 여겨 뽑는다. 모시는 이제 거들떠보는 사람 없을 뿐 아니라 아주 빨리 훌쩍 자라니 낫으로 치거나 약을 뿌려 죽인다. 깻잎만 하더라도 다 못 먹는 판이니 모시잎까지 먹으려 하는 시골사람이란 만날 길이 없다. 생각해 보면, 깻잎뿐 아니라 콩잎도 고추잎도 다 먹는 잎이다. 어느 잎이든 다 먹는 잎이요, 밥이 되는 잎이 있고 약이 되는 잎이 있다.


  할머니들이 지심이라 하는 덩굴꽃 두 줄기 꺾는다. 한 줄기는 작은아이 손에 쥐어 준다. 한 줄기는 큰아이 손에 쥐어 준다. 두 아이는 지심꽃을 들고 한참 재미나게 논다. (4345.8.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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