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 책읽기

 


  네 식구 나란히 걷는다. 옆마을 논길을 걷고 밭 사이를 걷는다. 어느 논둑에 몹시 고운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주는 꽃이 있어서 한참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쑥꽃인가 싶더니, 꽃잎이 붙은 줄기를 찬찬히 더듬으니 덩굴꽃이다. 어느 덩굴꽃일까. 이렇게 작은 꽃을 피우는 덩굴풀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 시골집 돌울타리를 타고 꽃을 피우는 하늘타리하고 같은 갈래인 덩굴풀일까. 풀이름 또는 꽃이름이 궁금해서 마을 할머님한테 여쭌다. 마을 할머님은 “지심이여, 지심.” 하고 말씀한다. 딱히 이름을 알 까닭 없이, 논밭에서 뽑아야 할 ‘지심(김)’이라고 한다.


  엉겅퀴나 지칭개도 언제나 지심이 되어 뽑힌다. 갓이나 유채도 따로 나물이나 김치를 담가 먹지 않으면 지심으로 여겨 뽑는다. 모시는 이제 거들떠보는 사람 없을 뿐 아니라 아주 빨리 훌쩍 자라니 낫으로 치거나 약을 뿌려 죽인다. 깻잎만 하더라도 다 못 먹는 판이니 모시잎까지 먹으려 하는 시골사람이란 만날 길이 없다. 생각해 보면, 깻잎뿐 아니라 콩잎도 고추잎도 다 먹는 잎이다. 어느 잎이든 다 먹는 잎이요, 밥이 되는 잎이 있고 약이 되는 잎이 있다.


  할머니들이 지심이라 하는 덩굴꽃 두 줄기 꺾는다. 한 줄기는 작은아이 손에 쥐어 준다. 한 줄기는 큰아이 손에 쥐어 준다. 두 아이는 지심꽃을 들고 한참 재미나게 논다. (4345.8.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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