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울꽃

 


돌로 쌓은 울타리 타고
짙푸르게 자라던 덩굴
하얗고 노란
돌울꽃 피운다.

 

시멘트 울에서도 덩굴꽃
하얗고 노랗게 피겠지
쇠가시 울에서도 덩굴꽃
하얗고 노랗게 필 테지

 

여름햇살 뜨겁게 내리쬐고
여름바람 시원하게 간질이고
여름들판 푸르게 빛나고
여름옷 입은 아이
마당에서 대청마루에서 논둑에서
꽃내음 물씬 풍기며
신나게 뛰고 달린다.

 


4345.6.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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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못 뜬다
억지로 힘을 주나
눈은 스르르 감긴다
아이 둘 고이 잠든
깊은 밤
아이 어버이는
그예
아이들 곁에 벌렁
드러눕는다
한갓지고 조용하니
책장을 넘기든
연필을 놀리든
바늘을 붙잡든
빨래를 개든
드디어 홀가분하네
생각하지만
그예 홀가분하게
드러누워
눈을 감고
손을 뻗어
아이들 머리
살살 어루만지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4345.6.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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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에서 먹는 밥

 


  고흥을 떠난 네 식구는 충청북도 음성을 지나 경기도 일산으로 온다. 경기도 일산에서 옆지기 어버이와 바깥밥을 먹기로 한다. 집에서 밥을 차려서 먹으면 번거로우면서 이야기할 겨를이 줄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막상 바깥 밥집에서 돈을 치러 밥을 사먹으려 하는데, 밥집이 너무 시끄럽다. 서로서로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 만큼 시끄럽다. 바깥밥은 맛있다 하지만 맛을 느낄 엄두를 못 낸다. 마음을 가다듬지 못한달까. 시끄러운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가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시끄럽다 느끼지 않으면서 내가 바라보고픈 모습을 바라보고 내가 느끼고픈 이야기를 느끼려 한다면 내 삶을 스스로 누리는 나날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도시사람은 이토록 시끄러운 소리를 시끄럽다고 못 느끼나? 어디에서나 시끄러우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나? 사람을 살찌우는 소리를 생각하지 못하나? 사람을 살리는 소리를 사랑하는 길을 모를까?


  고흥에서 살아가며 늘 듣는 풀벌레 노랫소리가 그립다. 고흥에서 지내며 언제나 듣는 들바람 노랫소리가 그립다. 들풀과 들나무가 햇살을 받고 바람을 누리며 춤추는 사그락사그락 사부작사부작 노랫소리가 그립다. (4345.9.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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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9-04 09:49   좋아요 0 | URL
아니요 도시에 사는 저도 식당에 가면 정말 시끄럽다는 생각을 하지요 , 옆지기가 제일 싫어하는데,,그래서 언제나 조용한곳을 찾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만 빼고,,그래서 옆지기는 친정을 참 좋아해요, 조용해서 좋다고,,

파란놀 2012-09-04 20:52   좋아요 0 | URL
네, 어디이든 서로 사랑스러운 소리와 빛깔과 냄새가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요...
 


 일자리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 정부에서 만들어 나누어 주는 일자리는 다달이 일삯을 주되 어떤 일을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하도록 한다. 회사에서 만들어 나누어 주는 일자리도 이와 같다. 오늘날은 모든 사람들이 회사원이 되거나 공무원이 되도록 부추기거나 다그친다. 그런데, 정부이든 회사이든 ‘돈을 벌어 돈을 쓰는 삶’이 되도록 하는 일자리는 만들지만, 사람들 스스로 ‘흙을 일구어 밥을 누리는 삶’이 되도록 하는 삶자리는 마련하지 않는다.


  가만히 셈을 해 본다. 정부나 회사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다달이 100만 원을 준다 하면 한 해에 1000만 원이요, 다섯 해면 5000만 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나누어 주고서는 한 달만 일하도록 한다든지 딱 한 해만 일하고 그치라고 하지는 않으리라. 언제까지나 일하도록 하겠지. 그러니까, 스무 해나 서른 해쯤은 일할 자리를 준다 할 테고, 서른 해쯤 일하고 ‘정년퇴직’을 하면 연금을 주어야 한다. 이때에는 일은 안 하더라도 나라에서 돈을 주어야 한다.


  시골 논밭은 한 평에 얼마쯤 할까. 네 사람 한식구, 또는 여섯 사람 한식구가 살아가며 밥을 얻을 논밭은 몇 평쯤이면 넉넉할까. 삼천 평? 오천 평? 네 식구한테 오천 평을 나라에서 준다고 하면, 땅값으로 얼마쯤 들까. 이렇게 땅을 네 식구한테 내주고, 이곳에서 스스로 밥을 지어서 먹도록 한다면, 네 식구 삶은 어떻게 될까.


  오천 평에서 거둘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는 네 식구가 먹고 훨씬 남는다. 네 식구뿐 아니라 다른 네 식구한테 나누어 주어도 남을 만큼 넉넉하다. 100평 밭에서 푸성귀를 거두면 여덟 식구뿐 아니라 다른 여덟 식구한테 나누어 주어도 다 못 먹을 만큼 넉넉하다. 곧, 네 식구 오천 평 ‘보금자리숲’을 마련해서 저마다 누릴 수 있으면, 이 보금자리숲에서 스스로 흙을 일구고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사랑스레 살아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공산품을 쓸 일이 없고 가공식품을 먹을 일이 없으니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쓰레기가 없는 보금자리숲이 얼크러진 마을에서는 쓰레기 묻을 땅이나 쓰레기 치울 일꾼이 없어도 된다. 쓰레기차 또한 없어도 된다. 이곳에는 수도물이 없어도 되며 이들을 걱정할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 없어도 된다. 스스로 일구어 스스로 짓는 삶일 때에는 아픈 사람도 앓을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걱정 아닌 사랑을 누리면서 생각하기에, 언제나 따스하며 너그러운 나날을 빚는다.


  ‘사회적 기업’이라느니 ‘공공근로’라느니 하고 나서지 않아도 된다. 애써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 무슨무슨 일자리를 만들어 다달이 돈을 나누어 주느라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연금을 대주느라 허리가 휘지 않아도 되고, 연금을 대줄 밑돈을 마련한다며 주식투자를 하거나 투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날마다 똑같은 몸짓을 되풀이하는 일이란 얼마나 일다운 일인가 생각해 본다. 나라에서 마련하는 일자리는 허울은 ‘일자리’이지만, 알맹이로는 ‘톱니바퀴’이지는 않을까. 속내로는 ‘쳇바퀴’이지는 않을까.


  삶자리·사랑자리·꿈자리·생각자리·노래자리 들이 될 때에 비로소 일자리요 놀이자리가 되리라 느낀다. (4345.9.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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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바라보는 책읽기

 


  옆지기 어버이 살아가는 경기도 일산에서도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별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가 비죽비죽 올라선 틈바구니에서도 별 한두 조각 찾을 수 있다. 내 어버이 살아가는 충청북도 음성에서도 하늘을 찬찬히 올려다보면 별을 마주할 수 있다. 높고낮은 멧봉우리 사이사이 별 여러 조각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별이 이것밖에 없었을까. 별이 이것밖에 안 보일까.


  밤이 되면 어느 곳이든 깜깜하다. 어둠이 내린다. 다만, 깜깜해지더라도 등불을 켜며 밝히는 데가 있고, 어둠이 내려도 수많은 가게마다 환하게 불빛을 쏘는 곳이 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등불을 켠 밑에 서면 밤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불빛 환한 가게 둘레에 설 적에는 밤하늘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별빛을 느끼지 않고, 우리를 어루만지는 달빛을 헤아리지 않는다.


  내 어버이 시골집 마당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아침과 낮에 고운 햇살을 느끼지 않는 데에서는 저녁과 밤에 보드라운 달무늬와 별무늬를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아침과 낮에 고운 햇볕과 바람과 흙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서는 저녁과 밤에 보드라운 밤노래와 밤바람과 밤구름을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해를 잊는 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달을 잃고 별을 등지는 데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해가 흩뿌리는 빛과 볕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에 내 마음속에서 따순 이야기 천천히 피어난다. 달이 드리우는 무늬와 결을 꿈으로 맞아들일 적에 내 가슴속에서 너른 이야기 하나둘 샘솟는다.


  별이 잔치를 이루는 곳에서 별똥이 흐른다. 별이 노래하는 곳에서 밤새와 밤벌레가 춤을 춘다. 별이 오순도순 얼크러지는 곳에서 사람들은 숲에 깃들어 풀과 꽃과 나무를 맑은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새근새근 잠든다. (4345.9.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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