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바라보는 책읽기
옆지기 어버이 살아가는 경기도 일산에서도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별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가 비죽비죽 올라선 틈바구니에서도 별 한두 조각 찾을 수 있다. 내 어버이 살아가는 충청북도 음성에서도 하늘을 찬찬히 올려다보면 별을 마주할 수 있다. 높고낮은 멧봉우리 사이사이 별 여러 조각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별이 이것밖에 없었을까. 별이 이것밖에 안 보일까.
밤이 되면 어느 곳이든 깜깜하다. 어둠이 내린다. 다만, 깜깜해지더라도 등불을 켜며 밝히는 데가 있고, 어둠이 내려도 수많은 가게마다 환하게 불빛을 쏘는 곳이 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등불을 켠 밑에 서면 밤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불빛 환한 가게 둘레에 설 적에는 밤하늘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별빛을 느끼지 않고, 우리를 어루만지는 달빛을 헤아리지 않는다.
내 어버이 시골집 마당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아침과 낮에 고운 햇살을 느끼지 않는 데에서는 저녁과 밤에 보드라운 달무늬와 별무늬를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아침과 낮에 고운 햇볕과 바람과 흙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서는 저녁과 밤에 보드라운 밤노래와 밤바람과 밤구름을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해를 잊는 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달을 잃고 별을 등지는 데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해가 흩뿌리는 빛과 볕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에 내 마음속에서 따순 이야기 천천히 피어난다. 달이 드리우는 무늬와 결을 꿈으로 맞아들일 적에 내 가슴속에서 너른 이야기 하나둘 샘솟는다.
별이 잔치를 이루는 곳에서 별똥이 흐른다. 별이 노래하는 곳에서 밤새와 밤벌레가 춤을 춘다. 별이 오순도순 얼크러지는 곳에서 사람들은 숲에 깃들어 풀과 꽃과 나무를 맑은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새근새근 잠든다. (4345.9.3.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