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님이 시집을 새로 선보였구나. 즐겁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빈다. 이 시집도 사랑받고, 이 시집을 내놓는 동안 땀흘려 일한 출판사에서 내놓은 여러 책들도, 나란히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빈다. 박지웅 님은 '호미' 출판사 편집자이다. 시 쓰는 사람 손길을 타며 태어나는 책들에는 보드라운 노래결이 묻어나겠지.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박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2년 12월 17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뒷모습 보는 마음

 


  집에 있을 적에는 아이 뒷모습을 볼 일이 매우 드물다. 집에서는 아이가 언제나 나(어버이)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늘 아이 앞모습만 본다. 나한테 붙고 나한테 달려오며 나한테 안긴다.


  집 바깥으로 나가면 아이들은 으레 뒷모습만 보여준다. 너른 누리를 바라보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푸른 들판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집 바깥에서는 언제나 아이 꽁무니를 좇듯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나는 내 뒷머리를 한 갈래로 묶는 일조차 어설피 한다. 어설피 한다기보다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 긴 머리카락을 그냥 묶을 뿐이다. 흘러내리지 않기만을 바란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가 큰아이 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자니, 좀 힘든 일이 아니었다. 묶고 묶고 또 묶고 자꾸 묶으며 천천히 솜씨가 는다. 어떻게 빗질을 하고, 어떻게 머리끈을 돌려서 매듭을 지어야 하는가를 손과 몸과 눈으로 알아챈다. 큰아이가 일곱 살쯤 된다면, 또 열 살쯤 된다면, 어버이로 함께 살아가는 내 손매는 퍽 야무지면서 단단하게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아이 뒷모습이 정갈해지는 만큼 내 뒷자리도 정갈해지리라 본다.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늦가을에도 시원한 책읽기

 


  지난 2011년 늦가을에 고흥 시골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고흥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한다. 지난 2011년 겨울에는 12월에 동백꽃이 활짝 피었는데, 올 2012년 겨울에는 아직 우리 집 동백꽃 봉오리가 터지지 않는다. 봄까지 모두 봉오리를 꼭 다문 채 겨울나기를 하려나. 그러나 12월 한복판에 들어선 올 2012년 마을 논둑마다 광대나물꽃이랑 봄까지꽃이랑 별꽃이 곳곳에 피었다. 유채꽃이나 갓꽃이 핀 데도 보인다. 열흘 즈음 제법 스산한 바람이 불고 눈이 소복소복 내리기도 했기에, 그예 이 따스한 남녘땅에도 추위가 찾아드나 싶더니, 참말 따사로운 시골 터전다운 따스함이 온 고을에 감돈다.


  문득 지난해 늦가을 사진 몇 장 들춘다. 해가 떨어지는 밤이면 바람이 차지만, 해가 높이 솟는 낮에는 살짝 덥다고 느끼곤 한다. 이리하여, 지난 2011년 11월 28일에도 한낮에는 큰아이가 민소매에 짧은치마를 입으며 문지방에 발을 척 올리고는 그림책을 읽으며 놀기도 했다. 올해에도 이와 엇비슷하다.


  따스해, 따스해 노래를 부른다. 포근해, 포근해 노래를 부른다. 좋아, 좋아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아, 이 따스함 포근함 좋음을 듬뿍 안으며 살자. 4345.1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잠든 아이 책읽기

 


  아버지랑 어머니가 안 자면 아이들도 안 잔다 하지만, 아버지랑 어머니가 드러누워도 아이들은 안 자곤 한다. 더 놀고 싶으니까. 더 뛰고 싶으니까. 더 노래하고 싶으니까. 그래, 그러면 더 놀자. 더 뛰자. 더 기운을 내어 움직인 다음, 너희 스스로 곯아떨어질 때까지 그야말로 신나게 놀자. 놀다가 지쳐 잠들면 안아 줄게. 놀다가 곯아떨어지면 살포시 안아서 무릎에 누이다가 잠자리로 옮겨 줄게. 4345.1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봄꽃 쉽게 찾기 Outdoor Books 9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22

 


삶을 이루는 아름다움 찍는 사진
― 봄꽃 쉽게 찾기
 윤주복 사진
 진선북스 펴냄,2008.4.25./10800원

 


  우리 식구는 2010년 여름에 인천을 떠나 충청북도 음성 멧골자락에 깃들었습니다. 이윽고 2011년 가을에 음성을 떠나 전라남도 고흥 두멧자락에 깃듭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면서 윤주복 님 조그마한 ‘꽃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진선북스,2008)를 장만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골마을에서는 꽃 볼 일 잦겠다 싶어, 작은 사진책 뒷주머니에 꽂고는 멧마실이나 들마실 다니면 즐거우리라 생각했어요.


  멧자락에서든 들판에서든 온갖 풀을 만나고 갖은 꽃을 구경합니다. 도시인 인천에서 살 적에도 골목마실을 하며 골목꽃을 흐드러지게 마주했지만, 시골에서는 마당으로 나오기만 해도 들꽃입니다. 길마다 들풀입니다. 숲속에는 숲풀과 숲꽃이 있어요. 숲나무가 푸른 그늘을 드리워요.


  조그마한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를 몇 차례 들고 다니다가 이내 책꽂이로 옮겨 놓습니다. 가끔 들추어 죽 살핍니다. ‘아하, 늘 보던 그 꽃이 이 꽃이었네.’ 하고 알아보곤 합니다. 그렇지만, 꽃마다 사진 하나만 달랑 실은 사진책으로는 들꽃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 조그마한 사진책에는 ‘꽃 크기’나 ‘풀줄기 크기’나 ‘풀잎 너비’ 따위를 알려주지 않아요. 사진만 보아서는 꽃이나 풀 모양새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내가 시골사람이니 시골꽃 즐기자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예 사진으로만 볼 때에는 좀 다릅니다. 《봄꽃 쉽게 찾기》에 실린 꽃 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어여쁩니다. 이렇게 자그마한 사진으로 보기에 아깝습니다. 참말 아름답게 찍은 아름다운 꽃입니다. 아니, 누군가 애써 아름다이 찍으려 하지 않더라도, 이 풀꽃은 풀꽃 결대로 아름답습니다. 눈으로 보아도 아름답고, 만져 보아도 아름다우며, 살짝 꺾어 입에 넣고는 잘근잘근 씹어서 봄나물 맛을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누군가는, 자운영이나 냉이나 민들레를 ‘꽃 구경’으로 살피겠지요. 우리 식구는 자운영이든 냉이이든 민들레이든 나물로 먹습니다. 부추꽃을 기다릴 수 있지만, 부추꽃대 올라 하얀 꽃망울 터지기 앞서까지는 신나게 끊어서 부추나물로 먹습니다. 주홍서나물이 귀화식물이면 어떤가요. 민들레는 뭐 귀화식물 아닌가요. 아닌가요? 잘 모르겠어요. 우리한테는 그저 반가운 나물이에요. 감자도 고구마도 양파도 모두 귀화식물이에요. 고추도 배추도 귀화식물이거든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망초도 뜯어서 먹고 씀바귀이건 지칭개이건 광대나물이건 비듬나물이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쑥이건 갓이건 유채이건 반갑습니다.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는 참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엮음새도 예쁘고, 책에 실린 꽃 모습도 예쁘며, 꽃을 바라보는 사진쟁이 눈썰미도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이토록 많은 우리 들꽃을 우리 사진쟁이가 곱다시 담은 모양새가 더할 나위 없이 정갈하구나 싶어요. 그러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시골사람이라면 이 사진책을 들출 일이 좀 뜸합니다. 더구나, 시골사람은 ‘꽃으로 보기도 하지’만, 꽃에 앞서 ‘나물로 먹기 마련’이에요. 어느 풀은 꽃대가 오르면 못 먹어요. 꽃이 피고 나면 매운 기운이 드세서 못 먹는 풀이 있거든요.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는 꽃 한 송이 한살이나 생김새를 요모조모 잘 알려준다 할 만하지만, ‘봄꽃’은 바로 이 나라 시골마을 어디에서나 ‘봄풀’인 줄 미처 못 살핀다고 느껴요. 봄이 되어 맞이하는 꽃이기 앞서, 겨울나기를 마치며 반가이 맞이하는 봄풀이요 봄나물이며 봄푸성귀예요. 싱그러운 풀내음 맡으며 몸과 마음을 푸르게 적시도록 북돋우는 봄밥입니다.


  한겨울로 접어드는 12월 한복판에 서서 《봄꽃 쉽게 찾기》를 새삼스레 넘깁니다. 두 달쯤 지나면 맞이할 새봄에 어떤 풀과 꽃이 우리 집과 마을에 가득가득 돋을까 꿈꾸면서, 내 눈에 새록새록 봄내음을 담아 봅니다. 삶을 이루는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삶을 이루는 푸른 숨결을 생각합니다. 조용히 눈을 감아 봅니다. 겨울날 바람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삶을 이루는 아름다운 사랑 곱게 피워내는 사진 한 장 생각합니다. 4345.1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