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보는 마음

 


  집에 있을 적에는 아이 뒷모습을 볼 일이 매우 드물다. 집에서는 아이가 언제나 나(어버이)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늘 아이 앞모습만 본다. 나한테 붙고 나한테 달려오며 나한테 안긴다.


  집 바깥으로 나가면 아이들은 으레 뒷모습만 보여준다. 너른 누리를 바라보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푸른 들판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집 바깥에서는 언제나 아이 꽁무니를 좇듯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나는 내 뒷머리를 한 갈래로 묶는 일조차 어설피 한다. 어설피 한다기보다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 긴 머리카락을 그냥 묶을 뿐이다. 흘러내리지 않기만을 바란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가 큰아이 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자니, 좀 힘든 일이 아니었다. 묶고 묶고 또 묶고 자꾸 묶으며 천천히 솜씨가 는다. 어떻게 빗질을 하고, 어떻게 머리끈을 돌려서 매듭을 지어야 하는가를 손과 몸과 눈으로 알아챈다. 큰아이가 일곱 살쯤 된다면, 또 열 살쯤 된다면, 어버이로 함께 살아가는 내 손매는 퍽 야무지면서 단단하게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아이 뒷모습이 정갈해지는 만큼 내 뒷자리도 정갈해지리라 본다.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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