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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쉽게 찾기 ㅣ Outdoor Books 9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22
삶을 이루는 아름다움 찍는 사진
― 봄꽃 쉽게 찾기
윤주복 사진
진선북스 펴냄,2008.4.25./10800원
우리 식구는 2010년 여름에 인천을 떠나 충청북도 음성 멧골자락에 깃들었습니다. 이윽고 2011년 가을에 음성을 떠나 전라남도 고흥 두멧자락에 깃듭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면서 윤주복 님 조그마한 ‘꽃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진선북스,2008)를 장만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골마을에서는 꽃 볼 일 잦겠다 싶어, 작은 사진책 뒷주머니에 꽂고는 멧마실이나 들마실 다니면 즐거우리라 생각했어요.
멧자락에서든 들판에서든 온갖 풀을 만나고 갖은 꽃을 구경합니다. 도시인 인천에서 살 적에도 골목마실을 하며 골목꽃을 흐드러지게 마주했지만, 시골에서는 마당으로 나오기만 해도 들꽃입니다. 길마다 들풀입니다. 숲속에는 숲풀과 숲꽃이 있어요. 숲나무가 푸른 그늘을 드리워요.
조그마한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를 몇 차례 들고 다니다가 이내 책꽂이로 옮겨 놓습니다. 가끔 들추어 죽 살핍니다. ‘아하, 늘 보던 그 꽃이 이 꽃이었네.’ 하고 알아보곤 합니다. 그렇지만, 꽃마다 사진 하나만 달랑 실은 사진책으로는 들꽃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 조그마한 사진책에는 ‘꽃 크기’나 ‘풀줄기 크기’나 ‘풀잎 너비’ 따위를 알려주지 않아요. 사진만 보아서는 꽃이나 풀 모양새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내가 시골사람이니 시골꽃 즐기자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예 사진으로만 볼 때에는 좀 다릅니다. 《봄꽃 쉽게 찾기》에 실린 꽃 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어여쁩니다. 이렇게 자그마한 사진으로 보기에 아깝습니다. 참말 아름답게 찍은 아름다운 꽃입니다. 아니, 누군가 애써 아름다이 찍으려 하지 않더라도, 이 풀꽃은 풀꽃 결대로 아름답습니다. 눈으로 보아도 아름답고, 만져 보아도 아름다우며, 살짝 꺾어 입에 넣고는 잘근잘근 씹어서 봄나물 맛을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누군가는, 자운영이나 냉이나 민들레를 ‘꽃 구경’으로 살피겠지요. 우리 식구는 자운영이든 냉이이든 민들레이든 나물로 먹습니다. 부추꽃을 기다릴 수 있지만, 부추꽃대 올라 하얀 꽃망울 터지기 앞서까지는 신나게 끊어서 부추나물로 먹습니다. 주홍서나물이 귀화식물이면 어떤가요. 민들레는 뭐 귀화식물 아닌가요. 아닌가요? 잘 모르겠어요. 우리한테는 그저 반가운 나물이에요. 감자도 고구마도 양파도 모두 귀화식물이에요. 고추도 배추도 귀화식물이거든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망초도 뜯어서 먹고 씀바귀이건 지칭개이건 광대나물이건 비듬나물이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쑥이건 갓이건 유채이건 반갑습니다.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는 참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엮음새도 예쁘고, 책에 실린 꽃 모습도 예쁘며, 꽃을 바라보는 사진쟁이 눈썰미도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이토록 많은 우리 들꽃을 우리 사진쟁이가 곱다시 담은 모양새가 더할 나위 없이 정갈하구나 싶어요. 그러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시골사람이라면 이 사진책을 들출 일이 좀 뜸합니다. 더구나, 시골사람은 ‘꽃으로 보기도 하지’만, 꽃에 앞서 ‘나물로 먹기 마련’이에요. 어느 풀은 꽃대가 오르면 못 먹어요. 꽃이 피고 나면 매운 기운이 드세서 못 먹는 풀이 있거든요. 사진책 《봄꽃 쉽게 찾기》는 꽃 한 송이 한살이나 생김새를 요모조모 잘 알려준다 할 만하지만, ‘봄꽃’은 바로 이 나라 시골마을 어디에서나 ‘봄풀’인 줄 미처 못 살핀다고 느껴요. 봄이 되어 맞이하는 꽃이기 앞서, 겨울나기를 마치며 반가이 맞이하는 봄풀이요 봄나물이며 봄푸성귀예요. 싱그러운 풀내음 맡으며 몸과 마음을 푸르게 적시도록 북돋우는 봄밥입니다.
한겨울로 접어드는 12월 한복판에 서서 《봄꽃 쉽게 찾기》를 새삼스레 넘깁니다. 두 달쯤 지나면 맞이할 새봄에 어떤 풀과 꽃이 우리 집과 마을에 가득가득 돋을까 꿈꾸면서, 내 눈에 새록새록 봄내음을 담아 봅니다. 삶을 이루는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삶을 이루는 푸른 숨결을 생각합니다. 조용히 눈을 감아 봅니다. 겨울날 바람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삶을 이루는 아름다운 사랑 곱게 피워내는 사진 한 장 생각합니다. 4345.1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