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기
― 보고 싶은 대로 찍는다

 


  보고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은 사진으로 못 찍습니다. 안 찍는다고 해야 할까요.


  나누고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나누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면 애써 바라보지 않을 뿐더러, 딱히 사진으로 담을 일이 없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사랑스레 느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좋다 느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그러나,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면, 보고 싶지 않거나 나누고 싶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좋다 느끼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어야 할 수 있겠지요. 이를테면, 사진관에서 일한다거나 스튜디오에서 일하면 이런 사진도 찍을밖에 없습니다.


  한국에는 무기공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군대가 있거든요. 군인이 입을 옷을 만드는 공장이 있고, 군인이 먹는 밥을 만드는 공장도 있어요. 군수품을 만드는 공장은 모두 ‘전쟁에 이바지하는 일’을 하는 셈입니다. 탱크를 만들거나 전투기를 만들거나 군함을 만드는 일도 모두 ‘전쟁놀이’라 할 만합니다. 아마, 누군가는 ‘군대가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는 생각일 테고, 누군가는 ‘군대가 있으니 평화가 없다’는 생각이지만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냥 공장 일꾼으로 지내리라 봅니다.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진입니다. 보고 싶은 모습을 스스로 즐겁게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내가 이 사진을 바라보면서 빙긋 웃기’도 하지만, 내 이웃이나 동무도 이 사진을 바라보면서 빙긋 웃을 만해요. 그렇지만, 내가 썩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돈을 벌어야 해서 찍는 사진일 때에는, 겉보기로는 퍽 그럴싸하거나 예쁘장해 보인다 하더라도, 빙긋 웃을 만하지 않아요. 꾸몄거든요. 치레했거든요. 꾸미거나 치레한대서 잘못이지는 않은데, 꾸미거나 치레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 넋과 삶과 꿈과 사랑’이 담기지 못해요.


  시골집에서 두 아이와 살아가며 두 아이 담는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내가 찍은 내 사진을 내가 가만히 바라봅니다. 엊저녁 조용히 사진을 바라보다 보니, 내 사진에 두 아이가 나란히 담기는 사진이 나날이 늘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작은아이가 돌을 지나 한참 걷고 뛰고 하느라 부산할 적에는 큰아이 따로 작은아이 따로 찍곤 했는데, 요즈음은 두 아이가 나란히 담기는 사진이 퍽 많아요. 아무래도, 내 삶이란, 내가 느끼는 하루란, 두 아이가 서로 사이좋게 놀고 어울리면서 빛내는 모습이기 때문일까요. 둘이 활짝 웃으며 놀고 어깨동무하기를 바라니까, 이 바람이 내 사진에 살포시 담길까요. 모두모두 어여쁩니다.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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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온 54000원짜리 매그넘 사진책이 반값으로 나온다. 어, 이래도 괜찮을까. 반값이라 하더라도 27000원이기는 하나, 이 사진책을 이렇게 팔아도 될는지 걱정스럽다. 독자로서 이 값으로 사도 출판사에 도움이 될는지 근심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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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20th C: 매그넘(MAGNUM) 1947~2006- 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
매그넘 에이전시 사진, 에릭 고두 글, 양영란 옮김 / 마티 / 2007년 10월
54,000원 → 48,60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12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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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12.16.
 : 봄꽃 미리 보는 겨울

 


- 맑은 햇살 여러 날 이어진다. 이 좋은 날 ‘마실’ 나가면 참 좋은데, 이 좋은 볕에 빨래와 이불을 말리자 생각하며 바지런히 집안 곳곳 쓸고 닦는다. 허리가 휜다. 그러나 이 겨울볕을 지나칠 수는 없잖아. 이듬날도 오늘처럼 맑기를 빌며, 이듬날 마실을 나가면 되리라 생각한다.

 

-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뭐 하고 그러니 등허리가 쑤신다. 드러눕고 싶다. 그렇지만, 작은아이 눈가 벌건 모습이 졸음 한 가득이다. 어떻게 재우면 좋을까. 오늘은 서재도서관에 들러 책 갈무리 할 일이 있으니, 자전거 끌고 나와 볼까.

 

- 자전거마실을 하려고 작은아이 불러 양말 신기고 옷을 입힌다. 큰아이는 벌써 낌새를 알아챈다. 작은아이 옷 입히는 동안 네 남은 밥 먹으라 이른다. 큰아이는 아침에 먹다 남은 밥을 싹싹 비운다. 밥 먹자 할 때 먹으면 얼마나 예쁘니. 이제 두 아이는 신을 꿰고 마당에 선다. 작은아이는 벌써부터 수레 앞에서 알짱거린다. 큰아이는 얼른 수레에 타고 싶어 아버지를 자꾸 부른다.

 

- 서재도서관에 들러 책 갈무리를 조금 하고 나오는데, 건물 한쪽으로 푸른 잎사귀 가득 보인다. 어쩜 이곳은 한겨울에도 푸른 잎 가득하니. 그러나 자전거를 몰며 이웃마을 논 사잇길을 달리고 보니, 빈 논마다 푸른 잎사귀 보송보송 돋는다. 저 잎사귀를 맨발로 밟고 거닐면 느낌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풀잎 새로 푸르게 돋는 데마다 잘디잔 들꽃이 보인다. 자전거를 세우고 들여다본다. 어라, 광대나물이 꽃을 피웠네. 여기에는 봄까지꽃도 피었네. 봄까지꽃 곁에는 별꽃이 나란히 보이네. 새봄을 가장 먼저 부르는 ‘봄 들꽃 세 가지’가 나란히 피었구나. 이월이 저물며 삼월로 넘어서는 길목에 온 논둑과 밭둑에 흐드러지는 봄 들꽃이 십이월 한복판에 이렇게 곳곳에 피다니. 너희는 추위를 잊었니. 너희는 추위를 견디면서 따순 햇살만 보면 피어날 수 있니. 너희를 늘 봄나물로 먹었는데, 이 한겨울에 너희를 겨울나물 삼아 뜯어먹어도 되겠니.

 

- 면소재지에 들어설 무렵, 작은아이가 수레에서 잠든다. 앞으로 폭 엎드려 잠든다. 면소재지 어귀에는 어느 분 아들내미가 ‘미국 무슨 대학교’에 붙었다면서, 이를 기리는 걸개천이 큼직하게 나부낀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아무개 걸개천도 두 가지 걸린다. 이 조그마한 시골 면소재지에도 대통령 후보 걸개천이 걸리는구나. 고흥군 읍내에조차 대통령 후보 가운데 어느 한 사람조차 다녀가지 않은 듯한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모른다.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은 표를 더 모으려 할 사람이지, ‘사람 적게 살아가는’ 조그맣고 외진 시골마을 삶자락 따사로이 보듬을 만한 사람은 아직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도 참 용하다 싶은 대목은, 대통령 후보라 하는 이들이 시골마을로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지만, 시골마을 투표율이 도시보다 훨씬 높다. 시골에 주소만 두고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부재자투표를 잘 안 해서 그렇지, 주소와 삶자락을 시골에 둔 사람 투표율은 아주 높으리라 느낀다.

 

- 바람이 따숩다. 구름이 예쁘다. 하늘이 곱다. 겨울빛 감도는 멧자락이 포근하다. 마을 들판이 고요하다. 지붕 낮은 시골집이 옹기종기 모인다. 봄꽃은 왜 이 겨울에 미리 피었을까 생각해 본다. 겨울에도 봄꽃처럼 맑은 넋 고이 건사하라는 이야기를 띄우는 길동무일까 하고 어림해 본다. 이 겨울날 찬바람만 생각하지 말고, 따순 넋과 고운 손길 스스로 곱다시 북돋우라는 이야기 건네는 길벗일까 하고 가늠해 본다.

 

(최종규 . 2012 - 자전거와 함께 살기)

 

 

 

 

 

 

 

 

광대나물꽃

 

 

 

 

봄까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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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작은아이는 어느덧 열아홉 달째 함께 살아가는데, 아직 혼자서 양말을 못 신는다. 그러나 혼자 양말을 벗을 수 있다. 벗기는 참 잘 한다. 큰아이는 아주 일찍부터 혼자 양말을 꿰고 신을 꿰었다.


  두 아이를 견주려는 뜻은 없다. 두 아이가 저마다 다른 삶을 누리는구나 하면서 즐겁게 지켜본다. 큰아이는 일찌감치 혼자 단추를 꿰고 신을 꿰며 양말을 꿰더니, 저보다 어린 동생이나 저 또래 아이들을 보면, 옷입기나 신신기나 양말신기를 거들려고 한다. 아주 스스럼없이 곁에서 도와준다.


  네 예쁜 몸짓은 어디에서 비롯했니. 네 가슴에서 비롯했겠지. 네 어여쁜 손짓은 어디에서 태어났니. 네 마음에서 태어났겠지.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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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서 노는 글쓰기

 


  들에서 노닐던 사람은 들내음을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눈부신 등불 휘번뜩이는 도시 한복판에서 노닐던 사람은 밤에도 별빛을 잠재우는 등불 빛깔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겨울바람 콧등 귓등 얼어붙게 하는 들에서 노닐던 사람은 들바람을 되새기며 글을 씁니다. 한겨울 따순 에어컨, 한여름 추운 에어컨, 여름 겨울 철모르며 살아온 사람은 철모르는 채 글을 씁니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무엇을 물려주었나 헤아립니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나 도시로 와서 살아간 내 어버이는 나한테 무엇을 남겼는가 떠올립니다. 그래, 나는 도시에서 도시내음 도시빛깔 도시무늬 받아먹으며 자랐구나. 그나마 어린 나날 동무들과 개구지게 뛰놀았으니 이 ‘놀이’로 내 한삶을 누리는구나.


  아이들이 겨울들에서 뛰놉니다. 나는 살짝 떨어진 채 멀거니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논둑길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바싹 마른 풀포기 뜯어서 놀기도 합니다. 구르는 돌을 줍기도 하고, 흙을 만지기도 합니다. 너희 마음껏 놀아라. 바람이 시려 따스한 곳으로 가고 싶으면 그때 나한테 오렴. 한참 놀다가 추우면, 그때 함께 손 잡고 따순 집으로 돌아가자.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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