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서 노는 글쓰기

 


  들에서 노닐던 사람은 들내음을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눈부신 등불 휘번뜩이는 도시 한복판에서 노닐던 사람은 밤에도 별빛을 잠재우는 등불 빛깔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겨울바람 콧등 귓등 얼어붙게 하는 들에서 노닐던 사람은 들바람을 되새기며 글을 씁니다. 한겨울 따순 에어컨, 한여름 추운 에어컨, 여름 겨울 철모르며 살아온 사람은 철모르는 채 글을 씁니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무엇을 물려주었나 헤아립니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나 도시로 와서 살아간 내 어버이는 나한테 무엇을 남겼는가 떠올립니다. 그래, 나는 도시에서 도시내음 도시빛깔 도시무늬 받아먹으며 자랐구나. 그나마 어린 나날 동무들과 개구지게 뛰놀았으니 이 ‘놀이’로 내 한삶을 누리는구나.


  아이들이 겨울들에서 뛰놉니다. 나는 살짝 떨어진 채 멀거니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논둑길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바싹 마른 풀포기 뜯어서 놀기도 합니다. 구르는 돌을 줍기도 하고, 흙을 만지기도 합니다. 너희 마음껏 놀아라. 바람이 시려 따스한 곳으로 가고 싶으면 그때 나한테 오렴. 한참 놀다가 추우면, 그때 함께 손 잡고 따순 집으로 돌아가자.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