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예쁘게 그린 그림책이로구나 싶다. 그런데 그림책에 '까망'이 참 많이 깃든다. 깊은 밤에 눈을 보았다는 뜻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밤에 눈이 오더라도, 밤에 눈마당을 내다보면 매우 환하다. 하늘도 하얗고 들도 하얗다. 그림책 무대가 도시 아닌 시골이로구나 싶은데(도시에서는 기찻길이 저렇게 산과 산 사이에 놓이면서 들에다가 기둥 박고 달리지 않으니까), 왜 시골마을 밤빛을 담지 못했을까. 예쁘기는 무척 예쁜 그림책이로되, 아름다운 눈결을 조금 더 사랑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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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박보미 글.그림 / 한솔수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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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을 앞둔 할머니가 쓴 시집이라고 한다. 어제 면소재지 닭집에 들렀다가, 책상에 놓인 신문을 보니, 이 할머니가 얼마 앞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실으면서, 할머니 시집이 처음 나올 적 사람들 가슴을 크게 울렸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백 살 가까이 살아온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사람들 가슴이 촉촉하게 젖을 수 있구나. 그런데 백 살 할머니 아닌 열 살 어린이 삶빛을 귀기울여 들을 수 있어도, 저마다 가슴이 촉촉히 젖으리라. 목소리를 들을 줄 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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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살아가는 힘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문서빈 사진 / 지식여행 / 2011년 12월
9,900원 → 8,91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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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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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17. 큰아이―숫자 옆 해파리

 


  큰아이는 여섯 살로 접어들며 하루가 다르게 숫자를 알아챈다. 나와 옆지기는 아이들한테 숫자나 한글을 굳이 가르칠 마음이 없지만, 아이가 바라니 그때그때 알려주곤 한다. 큰아이는 천천히 또박또박 숫자를 깨닫는다. 다섯 살에서 여섯 살로 넘어선다는 새해에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이 숫자 지나가는 흐름을 받아들인다. 이제는 아버지더러 숫자 한 번 써 달라 하고는, 다음부터는 아버지더러 써 달라 하지 않고 혼자 줄줄 써 내리기도 한다. 다만, 아직 ‘다섯(5)’을 뒤집어 그리기도 하는데, 곧장 바로잡기도 하고, 뒤집어 그린 뒤에는 혼자 빙그레 웃으며 “뒤집어 그렸네.” 하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은 숫자쓰기 놀이를 하더니, 옆에다가 해파리를 그린다. 그래, 너 만화영화 스폰지밥을 봤구나. 스폰지밥 만화에서 해파리가 잔득 나왔지? 그런데, 해파리를 그리다가 해는 왜 그렸니? 음, 문득 해가 떠올랐으니 해를 그렸겠지. 4345.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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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20. 작은아이―죽죽 긋기 (2)


  작은아이가 아버지 공책에 죽죽 긋는 놀이를 한다. 아버지는 늘 공책을 펼쳐 무언가 적고, 누나도 아버지 흉내를 낸다며 종이에 무언가 쓰는 놀이를 하니, 작은아이 또한 아버지하고 누나를 바라보며 연필이나 볼펜 쥐는 놀이를 즐긴다. 작은아이 놀이짓을 바라보며, 이 아이가 ‘연필 아닌 호미 쥐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연필을 쥘 적에는 함께 쥐고, 부엌칼 쥘 적에도 함께 쥐며, 호미를 쥘 적에도 함께 쥐면 되니까. 아무튼 네 아귀힘 바지런히 길러야, 앞으로는 네 수저로 네 밥을 네 배 부르도록 먹을 수 있으리라. 4346.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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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읽기

 


  큰아이가 어머니하고 어떤 만화영화를 보았나 보다. 아버지가 혼자 읍내 저잣거리 마실을 다녀온다든지, 우체국에 가서 띄울 짐꾸러미를 수레 가득 싣고 면내에 홀로 다녀올 적에,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어머니하고 만화영화를 보곤 한다. 또는 영화를 보는데, 엊그제부터 양말을 한쪽만 꿰고 다른 한쪽은 양말목에 꽂는다. 너 뭐니? 한쪽은 맨발이면서 양말 두 쪽을 한쪽으로 몰아서 꿰는 모양새가 예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로서는 재미있으니 따라할 테지. 아이로서는 즐겁거나 반가우니 이내 배워서 받아들일 테지. 텔레비전이라든지 영화라든지 만화라든지 그림이라든지, 참말 쉬 파고들면서 곧장 스며든다. 좋고 나쁘고를 가릴 수 없다. 아주 쉽게 파고들며 몹시 빠르게 스며든다.


  생각해 보면, 나도 곧장 물들곤 한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든 귀로 듣든 하면, 나 또한 아름다운 삶을 누리고 싶어 곧장 물든다.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든 귀로 듣든 하면, 나 또한 사랑스러운 생각을 빛내고 싶어 곧바로 젖어든다.


  책읽기란 삶읽기이니까 그렇겠지. 아이로서는 만화영화를 보든 무엇을 보든, 고스란히 제 삶으로 받아들이니까 그렇겠지. 글을 써서 책을 엮는 이라면, 곁에 아이들을 두고서, 아이들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으면, 글쓰기가 얼마나 놀라우며 즐겁고 멋스러운가를 깨달으리라. 또, 글쓰기나 그림그리기가 얼마나 무서우며 슬프고 고단한가 또한 느끼리라. 좋거나 나쁘다고 가릴 수 없이 스며드는 이야기이다. 재미나게 읽지 않는다면 재미없는 삶이 된다. 재미나게 읽을 때에는 얄궂거나 짓궂은 이야기마저 슬기롭게 삭힐 수 있다. 4346.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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