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읽기

 


  큰아이가 어머니하고 어떤 만화영화를 보았나 보다. 아버지가 혼자 읍내 저잣거리 마실을 다녀온다든지, 우체국에 가서 띄울 짐꾸러미를 수레 가득 싣고 면내에 홀로 다녀올 적에,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어머니하고 만화영화를 보곤 한다. 또는 영화를 보는데, 엊그제부터 양말을 한쪽만 꿰고 다른 한쪽은 양말목에 꽂는다. 너 뭐니? 한쪽은 맨발이면서 양말 두 쪽을 한쪽으로 몰아서 꿰는 모양새가 예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로서는 재미있으니 따라할 테지. 아이로서는 즐겁거나 반가우니 이내 배워서 받아들일 테지. 텔레비전이라든지 영화라든지 만화라든지 그림이라든지, 참말 쉬 파고들면서 곧장 스며든다. 좋고 나쁘고를 가릴 수 없다. 아주 쉽게 파고들며 몹시 빠르게 스며든다.


  생각해 보면, 나도 곧장 물들곤 한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든 귀로 듣든 하면, 나 또한 아름다운 삶을 누리고 싶어 곧장 물든다.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든 귀로 듣든 하면, 나 또한 사랑스러운 생각을 빛내고 싶어 곧바로 젖어든다.


  책읽기란 삶읽기이니까 그렇겠지. 아이로서는 만화영화를 보든 무엇을 보든, 고스란히 제 삶으로 받아들이니까 그렇겠지. 글을 써서 책을 엮는 이라면, 곁에 아이들을 두고서, 아이들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으면, 글쓰기가 얼마나 놀라우며 즐겁고 멋스러운가를 깨달으리라. 또, 글쓰기나 그림그리기가 얼마나 무서우며 슬프고 고단한가 또한 느끼리라. 좋거나 나쁘다고 가릴 수 없이 스며드는 이야기이다. 재미나게 읽지 않는다면 재미없는 삶이 된다. 재미나게 읽을 때에는 얄궂거나 짓궂은 이야기마저 슬기롭게 삭힐 수 있다. 4346.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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