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481) 의례적 1 : 의례적 이야기

 

앞으로 시민단체와 사전에 협의하겠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귓전에 흘리느라 시간이 얼마 지나자, 비의도적 혼입률을 유럽과 일본의 중간인 3퍼센트로 타협하자는 제안을 들고 온다
《박병상-녹색의 상상력》(달팽이,2006) 94쪽

 

 “사전(事前)에 협의(協議)하겠다”는 “미리 이야기하겠다”나 “먼저 말하겠다”쯤으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그런데 “비의도적(非意圖的) 혼입률(混入率)”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말은 그대로 써도 어렵지만 다듬어도 어렵겠다 싶어요. “뜻하지 않게 섞이는 비율”을 이렇게 가리키는구나 싶지만, 전문가들만 알아듣는 낱말이라면 전문가한테조차 어렵고 알맞지 않으리라 느껴요. 말 한 마디를 더 살피고, 말 두 마디를 곱게 갈무리해야지 싶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중간(中間)인”은 “유럽과 일본 사이인”이나 “유럽과 일본 사이에서”로 손보고, “3퍼센트로 타협(妥協)하자는 제안(提案)을 들고 온다”는 “3퍼센트로 하자는 말을 한다”나 “3퍼센트로 맞추자고 말한다”로 손봅니다.


  ‘의례적(儀禮的)’은 “(1) 의례에 맞는 (2) 형식이나 격식만을 갖춘”을 뜻한다 합니다. ‘의례(儀禮)’는 “= 의식(儀式)”이라고 합니다. ‘의식(儀式)’은 다시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이라고 해요.


  첫째 뜻으로 쓰는 ‘의례적’으로 “의례적 행사”나 “의례적인 결혼식” 같은 글월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의례 같은 행사”나 “의례로 하는 혼인잔치”로 손보면 됩니다. 둘째 뜻으로 쓰는 ‘의례적’으로는 “의례적 치사(致謝)”나 “의례적인 인사말” 같은 글월이 있다고 해요. 이때에는 “형식 같은 칭찬”이나 “으레 하는 인사말”로 손볼 수 있어요.

 

 의례적 이야기를 귓전에 흘리느라
→ 으레 하는 이야기를 귓전에 흘리느라
→ 겉발린 말을 귓전에 흘리느라
→ 빛좋은 말을 귓전에 흘리느라
 …

 

  말뜻과 쓰임새를 더 헤아리면, 첫째 뜻으로 쓴다 할 적에 ‘아름다운’이나 ‘훌륭한’이나 ‘보기 좋은’ 같은 꾸밈말을 넣을 때에 한결 잘 어울립니다. 둘째 뜻으로 쓴다 할 적에는 ‘겉치레’나 ‘겉발림’ 같은 꾸밈말을 쓸 수 있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옛말에서 보기를 얻어, ‘빛좋다’라는 새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겉치레 같은 모습이니, ‘빛좋은’ 말이나 모습이라 하면 딱 어울려요.


  또는 “보기 좋은 말”이나 “듣기 좋은 말”처럼 적을 수 있어요. “그럴듯한 말”이나 “그럴싸한 말”이라 해도 돼요. 찾으면 다 있습니다. 즐겁게 찾으며 즐겁게 한국말 살찌우면 됩니다. 4339.3.21.불/4346.2.2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앞으로 시민단체와 미리 이야기하겠다는 빛좋은 말을 귓전에 흘리느라 얼마쯤 지나자, ‘뜻하지 않게 섞이는 비율’을 유럽과 일본 사이에서 3퍼센트로 맞추자고 말한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59) 의례적 2 : 의례적인 모임

 

의례적인 모임들은 가급적 줄이는 게 좋아
《고성국,남경태-열려라 인생》(철수와영희,2013) 51쪽

 

  ‘가급적(可及的)’은 ‘되도록’이나 ‘웬만하면’이나 ‘차근차근’이나 ‘앞으로’로 다듬습니다. “줄이는 게 좋아”는 “줄여야 좋아”나 “줄여”로 손질합니다.

 

 의례적인 모임
→ 형식만 있는 모임
→ 격식만 따지는 모임
→ 겉치레 모임
→ 그럴듯한 모임
→ 이름뿐인 모임
 …

 

  겉으로 내세우는 모임이라 한다면, “겉치레 모임”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겉치레와 같은 모임이면 ‘겉모임’이라 하면 되겠네요. 겉치레 같은 말이면 ‘겉말’이라 하고, 겉치레 같은 이야기에는 ‘겉이야기’라 하면 돼요. ‘겉모습’이나 ‘겉껍데기’나 ‘겉얼굴’이라고들 말해요. 속과 다른 어떤 모습이라 이렇게 말해요. 이러면서 ‘속모습’이나 ‘속얼굴’이라고들 말하지요.


  ‘겉생각’이나 ‘겉지식’이나 ‘겉꾸밈’이나 ‘겉자리’ 같은 낱말을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겉사랑’이나 ‘겉믿음’ 같은 낱말도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으리라 느껴요. ‘겉차림’과 ‘속차림’을 나눌 수 있고, ‘겉꿈’과 ‘속꿈’을 나누며, ‘겉내음’과 ‘속내음’을 나누는 한편, ‘겉마음’과 ‘속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겉모습을 내세우는 모임이라면 ‘겉잔치’를 한다고 가리킬 만합니다. 4346.2.2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겉잔치 모임은 되도록 줄여야 좋아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갯기름나물 책읽기

 


  나물은 입에 넣고 씹어도 맛나고,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도 배부르다. 입에 넣은 나물을 혀로 맛을 느끼면서 즐겁고, 나물을 캐기 앞서 손가락으로 살며시 어루만지는 동안 고운 잎결을 느끼며 즐겁다. 내가 심어서 기르면 푸성귀이고, 풀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자라면 나물이다. 밭에서 얻는 푸성귀로도 내 숨결을 살찌우지만, 들나물과 멧나물은 얼마나 싱그럽게 내 숨결을 살찌우는가. 갯기름나물은 왜 갯기름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어떤 까닭으로 이러한 이름 얻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풀잎을 만지작만지작한다. 지난해에 너희가 뿌린 씨앗 올해에 곳곳에서 돋으며 우리 식구들 숨결 곱게 살찌워 주기를 빈다. 너희 곁에 다른 나물 예쁘게 돋아 우리 식구 밥상에 푸른 빛깔 베풀어 주기를 빈다. 4346.2.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밭에서 쓰레기 캐기, 이틀째

 


  뒷밭에서 시멘트덩이와 쓰레기를 파낸다. 우리한테 지게차 있으면 하염없이 대놓고 파낼 테지만, 다른 분 지게차를 빌려서 쓰는 만큼 파낼 만큼만 파내고 땅을 깊이 갈아엎는다는 뜻에서 마무리짓기로 한다. 땅바닥에서 파낸 시멘트덩이로는 울타리 없는 곳을 빙 둘러 쌓는다. 지난가을까지 무화과나무가 울타리 구실을 했는데, 우리 식구 이레쯤 집을 비우고 마실을 다녀오는 사이, 마을 누군가 무화과나무를 몽땅 베었다. 울타리 없이 뒷밭이 바깥에서 훤히 들여다보이기에, 바깥에서 뒷밭을 들여다보지 못할 만한 높이로 새 울타리를 쌓는다. 울타리 언저리에는 수세미 씨앗을 뿌려야지. 울타리 언저리 탱자나무와 매화나무와 후박나무가 씩씩하게 자라서 푸르며 어여쁜 새 울타리가 될 수 있기를 빈다. 뒷밭 가장자리를 따라 올봄에 어린나무 몇 그루 장만해서 심자. 뒷밭은 푸성귀밭으로 하기에는 힘들 듯하니, 나무밭으로 해도 좋으리라 느낀다. 고흥에서도 찾을 수 있다면, 잣나무 두 그루 찾아서 심고 싶다.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심고 싶다. 능금나무와 배나무를 심고 싶다. 땅심 살리려면 은행나무 한 그루도 심어야지. 이들 나무는 열매도 싱그럽고, 꽃도 싱그러우며, 잎사귀도 싱그럽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어른도 한갓지게 노닐면서 나무바람 쐬고 나무그늘 즐기며 해바라기 할 만한 쉼터로 꾸미면 참 좋겠지. 일흔넉 평짜리 조그마한 땅으로도 아기자기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먼저 쓰레기를 파내고 쓰레기를 치우며 흙이 고운 숨 마실 수 있도록 하고 난 다음에. 앞으로 오래도록 쓰레기를 더 파고 치워야 한다. 4346.2.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책 읽기모임>을 합니다. 시간 되는 분들은 즐거이 '도서관마실' 해 보셔요.

 

..

 

사진책 읽기모임


- 2013.2.24.일요일.14시.
-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 ‘옛 흥양초등학교’에 있는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도화면 신호리 신호보건소 맞은편에 있습니다)
- 이야기 꾸리는 사람 : 최종규 011.341.7125


사진을 읽는 마음, 사진을 즐기는 넋, 사진으로 삶을 헤아리면서 생각 나누는 길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2월 24일에 〈사진책 읽기모임〉 첫 번째 자리를 열고, 이날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1. 사진책이란 무엇인가
2. 사진책은 어떻게 읽는가
3. 사진책은 왜 읽는가
4. 사진책을 읽으며 어떤 넋을 돌보는가
5. 사진과 책과 삶이란 무엇인가


〈사진책 읽기모임〉에 오시려면 모임삯 3000원을 내면 됩니다. 모임삯 3000원은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한 권 값입니다. 즐겁게 모여서, 즐겁게 사진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44) 외부의 1 : 외부의 힘

 

외부의 힘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은 전통적인 권력은 거의 언제나 어떤 특정한 발전 단계를 거친다
《버트란드 러셀/안정효 옮김-권력》(열린책들,1988) 74쪽

 

  “힘에 의(依)해서”는 “힘에 따라서”나 “힘에 밀려서”로 손봅니다. ‘파괴(破壞)되지’는 ‘부서지지’나 ‘무너지지’로 다듬고, “전통적(傳統的)인 권력”은 “오래된 권력”나 “오래 이어진 권력”으로 다듬습니다. “특정(特定)한 발전(發展) 단계(段階)를 거친다”는 “틀에 따라서 발돋움을 해 나간다”나 “틀에 맞추어 발돋움을 하곤 한다”로 손질해 줍니다.


  ‘외부(外部)’는 “(1) 바깥 부분 (2) 조직이나 단체의 밖”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바깥’이나 ‘밖’이라는 소리입니다. “외부 공사”나 “외부 공기”는 한국말이 아니요, “바깥 공사”나 “바깥 바람”이 한국말입니다. “외부 기관”이나 “외부 사람”이나 “외부의 적”은 “바깥 기관”이나 “바깥 사람”이나 “바깥에 있는 적”으로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외부의 힘
→ 바깥에서 쳐들어온 힘
→ 밖에서 밀려든 힘
→ 바깥힘
 …

 

  그러고 보면, 한자말로는 ‘外部’이고, 한국말로는 ‘밖’이나 ‘바깥’인 한편, 한자말로는 ‘內部’이고, 한국말로는 ‘안’이나 ‘속’입니다.


  밑뿌리가 한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우리가 쓸 만한 말이면 넉넉하게 쓰고, 우리가 쓸 만하지 않은 말이면 거리낌없이 걷어내야 합니다. 바탕은 영어이더라도 우리한테 알맞다 싶으면 넉넉히 받아들일 만하고, 바탕은 토박이말이지만 사람들이 자꾸 안 쓰면서 사라지거나 죽은 말이 있어요.


  쓸 만하지 않은데 우리 겨레 스스로 빚은 낱말이란 없습니다. 모두 쓰임새에 걸맞게 빚은 낱말이지만, 우리 겨레 스스로 한국말보다 바깥말에 더 눈길이 끌리거나 마음이 사로잡히면서 그만 한국말 가운데 조용히 스러지거나 죽는 낱말이 생깁니다.

 

 외부의 적 (x)
 밖에 있는 적 (o)

 

  우리가 쓰는 모든 낱말을 하나씩 돌아보면서 ‘이 낱말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따지기란 몹시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웬만큼 나이가 든 분들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라면 아이들이 안다는 낱말 숫자는 아주 적어서 쉽게 털거나 거두기를 할 수 있으나, 어른들이 안다는 낱말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이 가운데 어느 낱말은 쓰고 어느 낱말은 털어내야 할는지 가리기란 참말 괴로울 테니까요.


  그렇지만, 솎을 말은 언제가 되든 솎아야 합니다. 방부제와 항생제와 화학첨가물로 그득한 지엠오 곡식을 죽는 날까지 먹어야 하겠습니까, 이 땅에서 우리 흙일꾼 손으로 거두거나 내가 손수 지은 곡식을 먹어야 하겠습니까.


  아이들 밥상에는 어떤 곡식을 올려야 할는지 스스로 살펴야 합니다. 지엠오 곡식을 올리시렵니까, 지엠오가 아닌 몸에 좋은 곡식을 올리시렵니까. 저마다 하루 빨리 생각을 추슬러야 합니다. 생각을 추스르면서 삶을 고쳐야 합니다. 삶을 고치면서, 내가 하는 일이 내 삶터와 이웃한테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느껴야 합니다. 서로서로 어떻게 보람과 즐거움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를 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4341.9.18.나무/4346.2.2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바깥힘에 밀려서 무너지지 않은 오래된 권력은 거의 언제나 어떤 틀에 맞추어 발돋움을 하곤 한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4) 외부의 2 : 외부의 누구도

 

그건 외부의 누구도 알지 못해요
《레나/문혜정 옮김-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 125쪽

 

  ‘그건’은 ‘그것은’을 줄인 말투인데, 그대로 두어도 되고 ‘그 대목은’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버릇으로 굳은 대로 쓸 말이 아닌, 즐겁게 쓸 말입니다. 익숙한 틀대로 쓸 말이 아닌, 내 삶을 밝히는 얼거리를 살펴 쓸 말입니다.

 

 외부의 누구도
→ 다른 누구도
→ 어느 누구도
→ 밖에 있는 누구도
→ 나 아닌 누구도
 …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일구는 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빛내는 말입니다. 밖에 있는 누가 가꾸는 말이 아니에요. 바로 나 스스로 가꾸는 말입니다. 삶을 가꾸고 넋을 가꾸면서 말을 가꿉니다. 삶을 사랑하고 넋을 사랑하면서 말을 사랑합니다. 4346.2.2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대목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해요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