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쓰레기 캐기, 이틀째

 


  뒷밭에서 시멘트덩이와 쓰레기를 파낸다. 우리한테 지게차 있으면 하염없이 대놓고 파낼 테지만, 다른 분 지게차를 빌려서 쓰는 만큼 파낼 만큼만 파내고 땅을 깊이 갈아엎는다는 뜻에서 마무리짓기로 한다. 땅바닥에서 파낸 시멘트덩이로는 울타리 없는 곳을 빙 둘러 쌓는다. 지난가을까지 무화과나무가 울타리 구실을 했는데, 우리 식구 이레쯤 집을 비우고 마실을 다녀오는 사이, 마을 누군가 무화과나무를 몽땅 베었다. 울타리 없이 뒷밭이 바깥에서 훤히 들여다보이기에, 바깥에서 뒷밭을 들여다보지 못할 만한 높이로 새 울타리를 쌓는다. 울타리 언저리에는 수세미 씨앗을 뿌려야지. 울타리 언저리 탱자나무와 매화나무와 후박나무가 씩씩하게 자라서 푸르며 어여쁜 새 울타리가 될 수 있기를 빈다. 뒷밭 가장자리를 따라 올봄에 어린나무 몇 그루 장만해서 심자. 뒷밭은 푸성귀밭으로 하기에는 힘들 듯하니, 나무밭으로 해도 좋으리라 느낀다. 고흥에서도 찾을 수 있다면, 잣나무 두 그루 찾아서 심고 싶다.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심고 싶다. 능금나무와 배나무를 심고 싶다. 땅심 살리려면 은행나무 한 그루도 심어야지. 이들 나무는 열매도 싱그럽고, 꽃도 싱그러우며, 잎사귀도 싱그럽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어른도 한갓지게 노닐면서 나무바람 쐬고 나무그늘 즐기며 해바라기 할 만한 쉼터로 꾸미면 참 좋겠지. 일흔넉 평짜리 조그마한 땅으로도 아기자기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먼저 쓰레기를 파내고 쓰레기를 치우며 흙이 고운 숨 마실 수 있도록 하고 난 다음에. 앞으로 오래도록 쓰레기를 더 파고 치워야 한다. 4346.2.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