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44) 외부의 1 : 외부의 힘

 

외부의 힘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은 전통적인 권력은 거의 언제나 어떤 특정한 발전 단계를 거친다
《버트란드 러셀/안정효 옮김-권력》(열린책들,1988) 74쪽

 

  “힘에 의(依)해서”는 “힘에 따라서”나 “힘에 밀려서”로 손봅니다. ‘파괴(破壞)되지’는 ‘부서지지’나 ‘무너지지’로 다듬고, “전통적(傳統的)인 권력”은 “오래된 권력”나 “오래 이어진 권력”으로 다듬습니다. “특정(特定)한 발전(發展) 단계(段階)를 거친다”는 “틀에 따라서 발돋움을 해 나간다”나 “틀에 맞추어 발돋움을 하곤 한다”로 손질해 줍니다.


  ‘외부(外部)’는 “(1) 바깥 부분 (2) 조직이나 단체의 밖”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바깥’이나 ‘밖’이라는 소리입니다. “외부 공사”나 “외부 공기”는 한국말이 아니요, “바깥 공사”나 “바깥 바람”이 한국말입니다. “외부 기관”이나 “외부 사람”이나 “외부의 적”은 “바깥 기관”이나 “바깥 사람”이나 “바깥에 있는 적”으로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외부의 힘
→ 바깥에서 쳐들어온 힘
→ 밖에서 밀려든 힘
→ 바깥힘
 …

 

  그러고 보면, 한자말로는 ‘外部’이고, 한국말로는 ‘밖’이나 ‘바깥’인 한편, 한자말로는 ‘內部’이고, 한국말로는 ‘안’이나 ‘속’입니다.


  밑뿌리가 한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우리가 쓸 만한 말이면 넉넉하게 쓰고, 우리가 쓸 만하지 않은 말이면 거리낌없이 걷어내야 합니다. 바탕은 영어이더라도 우리한테 알맞다 싶으면 넉넉히 받아들일 만하고, 바탕은 토박이말이지만 사람들이 자꾸 안 쓰면서 사라지거나 죽은 말이 있어요.


  쓸 만하지 않은데 우리 겨레 스스로 빚은 낱말이란 없습니다. 모두 쓰임새에 걸맞게 빚은 낱말이지만, 우리 겨레 스스로 한국말보다 바깥말에 더 눈길이 끌리거나 마음이 사로잡히면서 그만 한국말 가운데 조용히 스러지거나 죽는 낱말이 생깁니다.

 

 외부의 적 (x)
 밖에 있는 적 (o)

 

  우리가 쓰는 모든 낱말을 하나씩 돌아보면서 ‘이 낱말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따지기란 몹시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웬만큼 나이가 든 분들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라면 아이들이 안다는 낱말 숫자는 아주 적어서 쉽게 털거나 거두기를 할 수 있으나, 어른들이 안다는 낱말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이 가운데 어느 낱말은 쓰고 어느 낱말은 털어내야 할는지 가리기란 참말 괴로울 테니까요.


  그렇지만, 솎을 말은 언제가 되든 솎아야 합니다. 방부제와 항생제와 화학첨가물로 그득한 지엠오 곡식을 죽는 날까지 먹어야 하겠습니까, 이 땅에서 우리 흙일꾼 손으로 거두거나 내가 손수 지은 곡식을 먹어야 하겠습니까.


  아이들 밥상에는 어떤 곡식을 올려야 할는지 스스로 살펴야 합니다. 지엠오 곡식을 올리시렵니까, 지엠오가 아닌 몸에 좋은 곡식을 올리시렵니까. 저마다 하루 빨리 생각을 추슬러야 합니다. 생각을 추스르면서 삶을 고쳐야 합니다. 삶을 고치면서, 내가 하는 일이 내 삶터와 이웃한테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느껴야 합니다. 서로서로 어떻게 보람과 즐거움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를 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4341.9.18.나무/4346.2.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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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힘에 밀려서 무너지지 않은 오래된 권력은 거의 언제나 어떤 틀에 맞추어 발돋움을 하곤 한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4) 외부의 2 : 외부의 누구도

 

그건 외부의 누구도 알지 못해요
《레나/문혜정 옮김-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 125쪽

 

  ‘그건’은 ‘그것은’을 줄인 말투인데, 그대로 두어도 되고 ‘그 대목은’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버릇으로 굳은 대로 쓸 말이 아닌, 즐겁게 쓸 말입니다. 익숙한 틀대로 쓸 말이 아닌, 내 삶을 밝히는 얼거리를 살펴 쓸 말입니다.

 

 외부의 누구도
→ 다른 누구도
→ 어느 누구도
→ 밖에 있는 누구도
→ 나 아닌 누구도
 …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일구는 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빛내는 말입니다. 밖에 있는 누가 가꾸는 말이 아니에요. 바로 나 스스로 가꾸는 말입니다. 삶을 가꾸고 넋을 가꾸면서 말을 가꿉니다. 삶을 사랑하고 넋을 사랑하면서 말을 사랑합니다. 4346.2.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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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목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해요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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