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똥누기

 


  작은아이가 이틀에 걸쳐 한 차례씩 오줌그릇에 똥을 눈다. 스스로 바지를 벗고 오줌그릇에 척 앉더니 응응 힘을 주고는 똥을 눈다. 다 컸구나. 이제 스스로 똥누기를 할 수 있구나. 그런데 아침에는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누었으나, 저녁에는 그냥 선 채로 바지에 똥을 눈다. 하기는, 똥을 오롯이 가리자면 조금 더 있어야겠지? 며칠에 한 차례쯤은 스스로 똥누기를 해 보렴. 네 아랫배 살살 아프다 싶으면 스스로 바지 벗고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누어 보렴. 4346.3.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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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농사'는 다르다. '채식'과 '풀먹기'도 다르다.

 

농업이란, 이 이름부터 산업이다. 사람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경제로 따지는 숫자놀음이자 돈잔치이다. 그래서, 곡물재벌이 나타나고, 큰회사가 가공식품공장을 끝없이 만들어, 사람들 입맛을 가공식품에 길들도록 꾀한다.

 

그러면, 농사란? 농사란 스스로 삶을 일구는 흐름을 말한다. 제 땅을 저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제 똥오줌으로 거름을 내어 흙을 북돋우고, 제 땅에서 나는 것을 즐겁게 먹는다.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삶은, 따로 '풀먹기'만 하지 않는다. 물고기를 낚아서 먹을 수 있고, 닭을 길러 알을 얻을 수 있으며, 닭을 잡아 먹을 수 있다. 열매나무 열매를 얻어 먹을 수 있다. '삶(목숨)'을 먹지, 어떤 영양소를 먹지 않는다.

 

이 책을 쓴 분은 농사꾼이기도 하다는데, 스스로 어떠한 길을 걸어가며 흙을 만졌고, 이러한 삶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들려주려 할까.

 

스스로 밭을 일구지 않으면서 식품을 사다 먹는 채식을 한다면, 이러한 채식주의는 끝이 뻔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흙을 만지면서 풀을 먹고, 맑은 숨과 물을 마실 때에는, 아주 마땅히 삶도 사랑도 사람도 달라진다.

 

시골 숲에 깃들어 일하면서 맑은 샘물만 마셔도 기운을 되찾는다. 그러니까, 문제는 '채식만 한다'고 해서 몸을 지키지는 않는다.

 

큰도시에 살면서도 삶을 지키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채소만 사다 먹는대서 몸이 나아질 수는 없다. 글쓴이가 이 대목만 짚으면 50%쯤은 찬성. 다만, 이 대목을 넘어서서, 도시이든 시골이든 어떤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밝혀야 비로소, 이 책을 사서 읽고 둘레에 알릴 만한 값이 있겠지. 앞 대목이야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뒷 대목 말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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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배신- 불편해도 알아야 할 채식주의의 두 얼굴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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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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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마치고 난 뒤

 


  큰아이가 꽃놀이 마치고 난 꽃송이를 밥상에 얹는다. 봄꽃은 작디작아 밥상에 올려놓아도 알아보기 참 힘들다.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꽃송이인걸. 그런데 이 작은 꽃송이와 꽃잎과 꽃줄기를 밥그릇에 얹으면 봄날 먹는 밥은 봄밥이 된다. 봄에 피어나는 꽃하고 놀면 봄꽃놀이 되고, 봄에 피는 꽃하고 노래하면 봄꽃노래 되니, 봄밥은 봄꽃밥이기도 하다.


  어여쁜 꽃을 바라보며 자꾸자꾸 어여쁜 생각을 떠올린다. 어여쁜 꽃빛을 헤아리며 한결같이 어여쁜 마음이 된다. 너, 봄꽃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써서 책 한 자락에 네 이야기를 쓰면, 봄꽃얘기 될 테고, 봄꽃책이 되겠지.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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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2

 


  한겨울 사이사이 따순바람 찾아들며 봄까지꽃이 일찌감치 피어나곤 했다. 아이들과 들마실을 하다가 봄까지꽃을 보고는 저기 저 예쁜 꽃 보이니, 하면서 놀았다. 꽃잎이 하도 작으니 아이들도 좀처럼 알아보지 못하는데, 이제 우리 집 마당 한켠에서도 논둑에서고 밭둑에서고 쉬 만날 수 있으니, 큰아이는 작은 꽃송이 하나 줄기랑 함께 따서 예쁘다고 보여준다. 꽃내음도 맡는다. 이쁘지? 꽃도 냄새도 이쁘고, 씹어먹어도 이쁘단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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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4) 별밭

 

그 역사의 / 진실 위에 서서 오늘 밤 / 별밭을 우러르며 / 역사로부터 우주를 보고
《별밭을 우러르며》(동광출판사,1989) 겨울 거울 2

 

  나락 심은 땅을 ‘논’이라 합니다. 푸성귀 심은 땅을 ‘밭’이라 합니다. 그런데, 능금나무 심어도 ‘능금밭’이고, 배나무 심어도 ‘배밭’이에요. 바닷마을 사람들 일하는 갯벌에서는 ‘뻘밭’이라고 해요. 바닷가는 ‘모래밭’이라 해요. ‘논’이라는 낱말은 나락 한 가지 심는 자리를 가리킬 때에 쓰고, ‘밭’이라는 낱말은 나락을 뺀 모든 것을 가리키는 자리에 써요.


  구름이 많으면 구름밭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사람밭이라 할 수 있어요. 벌레가 우글거리면 벌레밭이라 할 만합니다. 나비밭이라든지 잠자리밭 같은 말을 쓸 수 있어요. 책이 많아 책밭이요, 노래를 일구는 자리에서는 노래밭입니다. 내 마음을 일구기에 마음밭이 되고, 내 생각을 가꾸기에 생각밭이 됩니다. 내 사랑을 북돋우면서 사랑밭이요, 내 믿음을 키워 믿음밭입니다. 꿈을 이루고 싶기에 꿈밭을 돌봅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밭 함께 보듬지요.

 

 별밭
 하늘밭

 

  시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책 하나 읽다가 ‘별밭’이라는 낱말 만납니다. 참 그렇지요. 밤하늘에 가득가득 빛나는 별을 바라보셔요. 꼭 ‘별밭’이라 할 만합니다. 별밭처럼 잘 어울리는 낱말이 따로 없다 할 만해요.


  밤에는 별밭이 되다가, 낮에는 구름밭이 됩니다. 어느 날에는 무지개밭이 될 테지요. 바람이 휭휭 불면 바람밭이라 할까요. 햇살이 따사로우면 볕밭이나 햇살밭이라 할까요. 하늘은 아침저녁으로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하늘은 낮과 밤에 따라 새로운 하늘밭입니다.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마주봅니다. 서로서로 눈을 들여다봅니다. 눈망울은 눈밭 되어 서로를 그리는 애틋한 이야기 담습니다.


  아이들이 뛰놉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개구지게 뛰어놉니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놀이밭이 있을까요. 이 놀이 저 놀이 마음껏 캐고 돌보는 놀이밭 있기에, 이처럼 신나게 놀는지 몰라요.


  꽃밭을 따로 마련합니다. 애써 마련하지 않아도 봄들은 온통 꽃밭입니다. 숲은 나무밭일까요. 풀이 흐드러져 풀밭일까요. 자동차로 넘실거리는 서울은 자동차밭일까요, 아파트밭일까요. 아름다운 삶을 생각하면서, 누구나 삶밭을 보살핍니다. 살림을 꾸리며 살림밭을 거느립니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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