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농사'는 다르다. '채식'과 '풀먹기'도 다르다.

 

농업이란, 이 이름부터 산업이다. 사람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경제로 따지는 숫자놀음이자 돈잔치이다. 그래서, 곡물재벌이 나타나고, 큰회사가 가공식품공장을 끝없이 만들어, 사람들 입맛을 가공식품에 길들도록 꾀한다.

 

그러면, 농사란? 농사란 스스로 삶을 일구는 흐름을 말한다. 제 땅을 저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제 똥오줌으로 거름을 내어 흙을 북돋우고, 제 땅에서 나는 것을 즐겁게 먹는다.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삶은, 따로 '풀먹기'만 하지 않는다. 물고기를 낚아서 먹을 수 있고, 닭을 길러 알을 얻을 수 있으며, 닭을 잡아 먹을 수 있다. 열매나무 열매를 얻어 먹을 수 있다. '삶(목숨)'을 먹지, 어떤 영양소를 먹지 않는다.

 

이 책을 쓴 분은 농사꾼이기도 하다는데, 스스로 어떠한 길을 걸어가며 흙을 만졌고, 이러한 삶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들려주려 할까.

 

스스로 밭을 일구지 않으면서 식품을 사다 먹는 채식을 한다면, 이러한 채식주의는 끝이 뻔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흙을 만지면서 풀을 먹고, 맑은 숨과 물을 마실 때에는, 아주 마땅히 삶도 사랑도 사람도 달라진다.

 

시골 숲에 깃들어 일하면서 맑은 샘물만 마셔도 기운을 되찾는다. 그러니까, 문제는 '채식만 한다'고 해서 몸을 지키지는 않는다.

 

큰도시에 살면서도 삶을 지키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채소만 사다 먹는대서 몸이 나아질 수는 없다. 글쓴이가 이 대목만 짚으면 50%쯤은 찬성. 다만, 이 대목을 넘어서서, 도시이든 시골이든 어떤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밝혀야 비로소, 이 책을 사서 읽고 둘레에 알릴 만한 값이 있겠지. 앞 대목이야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뒷 대목 말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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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배신- 불편해도 알아야 할 채식주의의 두 얼굴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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