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흙을 만지면서
흙에 깃든
풀과 꽃과 나무 이야기
읽습니다.

 

물을 만지면서
물이 살찌우는
밥과 살림과 빨래 이야기
읽습니다.

 

책을 만지면서
책으로 나누는
사랑과 꿈과 믿음을
읽습니다.

 

바람이 불며
바람 이야기 흐르고
햇볕이 퍼지며
햇볕 이야기 감돌고
별이 뜨며
별 이야기 빛나요.

 


4346.1.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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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손으로 쓴다 2

 


  공책에 글쓰기 놀이를 하기 앞서 연필이 뭉툭하다며 연필깎이 내려 달라 말한다. 아이 연필을 살핀다. 그리 뭉툭하지 않지만,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고 싶은 셈이니, 연필깎이를 내준다. 몇 번만 돌리라 이른다. 연필을 꺼낸다. 뾰족하다. 자, 이제 다 되었구나. 새로 깎고서 너무 힘을 주어 쓰면 또 연필심 부러지니까, 처음에는 힘을 가볍게 주고서 써야 해. 처음에는 연필깎이를 쓰고, 나중에 나이 더 먹으면 칼을 써. 네가 무언가 쓸 적마다 연필은 닳지. 쓰고픈 대로 마음껏 쓰노라면 연필은 자꾸자꾸 닳아 키가 줄고, 이윽고 몽당연필 될 테지. 몽당연필 되는 만큼 네 손이 자라고, 네 마음이 자라며, 네 꿈이 자랄 텐데, 이 손으로 네가 사랑하는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삶을 누리렴.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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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글쓰기

 


  생각을 글로 씁니다. 오늘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습이 글로 태어납니다. 사랑하면서 사랑을 글을 씁니다. 꿈을 꾸면서 꿈을 글로 씁니다. 노래를 하며 노래를 글로 담고, 웃음을 지으며 웃음을 글로 엮습니다. 마음이 바쁘다 싶으면 생각도 옳게 추스르지 못하고 말아, 바쁜 티 물씬 나는 글을 씁니다. 마음이 너그러웁다 싶으면 느긋하게 쉬면서 푸른 숨결 내뿜는 나무와 같은 글을 씁니다.


  일과 놀이란 따로 없습니다. 삶은 일하고 놀이로 나누지 않습니다. 모든 일과 놀이는 하나로 얼크러지며 삶입니다. 곧,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일과 놀이가 하나이고, 일하면서 쉬는 셈이고 쉬면서 일하는 셈입니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셈입니다. 즐겁게 살아갈 때에 즐겁게 생각을 빛내어 즐겁게 쓰는 글입니다. 기쁘게 살아갈 때에 기쁘게 마음을 일구고 기쁘게 흙을 만집니다. 곱게 갈아서 곱게 고랑을 내고 곱게 씨앗을 심어 곱게 돌보는 밭입니다. 힘차게 움직이는 몸에 맞추어 맑게 쉬는 마음이요, 한갓지게 드러눕는 몸에 따라 기운차레 날갯짓하는 꿈을 꾸는 마음입니다. 포근히 쉬면서 글을 씁니다.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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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3.3. 큰아이―사름벼리

 


  아이가 공책에 제 모습을 그린다. 그러고는 제 이름을 적는다. 그러더니 아버지더러 머리끈 풀라 한다. 아버지도 제 그림 밑에 그려 주겠단다. 사람을 몸통만 그린 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머리카락이며 손발에다가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그린다. 스스로 잘 자란다. 스스로 잘 느끼고 잘 받아들인다. 너 스스로 네 모습을 곱고 착하며 참답게 잘 아로새길 수 있기를 빈다. 네 그림은 곧 네 마음이란다.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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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그림놀이

 


  큰아이가 그림책 한 번만 읽어 달라 하더니, 세 권째 읽는다. 이 녀석, 한 번만이라 해 놓고, 벌써 세 번이고 다시 네 번을 바라다니. 꾀를 부리는구나 싶으면서도, 이렇게 같이 놀며 귀로 듣는 즐거움 누리겠다는 마음이라고 느낀다. 그래, 그러면 네 그림책에 나오는 글을 공책에 한 줄씩 옮겨적으며 글씨쓰기도 하자. 한참 글씨쓰기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에 나오는 글월을 간추려 깍뚜기공책 한 줄에 꽉꽉 채워 적는다. 한 쪽 다 적는다. 천천히 천천히 오래오래 적는다. 그러고 나서 큰아이는 그림을 그리겠단다. 공책에 아이 모습을 그리고는 아이 이름을 적는다. 큰 종이를 꺼낸다. 이듬날 일찍 일어나 읍내마실 다녀오려 했는데, 이러다 또 늦게 자겠구나 싶다. 그렇지만, 아이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아버지 혼자 다녀오면 되지. 아이가 개구리를 그리고 물고기를 그리는 곁에서 그림놀이 함께 한다. 먼저 작은아이 이름을 쓴다. 큰아이 이름을 쓸 적에 슬쩍 꾀가 난다. 아이 이름을 그림처럼 그려 본다. 그러고 보니, 나 어릴 적에 글을 이렇게 그림처럼 쓰며 꽤 놀았구나 싶다. 아버지하고 누나가 그림놀이를 하니 작은아이가 달라붙는다. 저도 빛연필 하다 달라면서 복복 금을 그으며 논다. 작은아이야, 넌 아직 손아귀힘이 덜 여물었으니, 연필 쥐는 아귀힘부터 기르렴. 그렇게 복복 긋고 또 긋다 보면 아귀힘 생겨, 네 누나처럼 너 스스로 그리고픈 무언가 신나게 그릴 수 있을 테니. 그림놀이 하노라니 한 시간은 훌쩍 지난다. 미술공부였으면 한 시간 어떠했을까. 그림놀이로는 한 시간뿐 아니라 두어 시간도 어렵지 않다.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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