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손으로 쓴다 2

 


  공책에 글쓰기 놀이를 하기 앞서 연필이 뭉툭하다며 연필깎이 내려 달라 말한다. 아이 연필을 살핀다. 그리 뭉툭하지 않지만,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고 싶은 셈이니, 연필깎이를 내준다. 몇 번만 돌리라 이른다. 연필을 꺼낸다. 뾰족하다. 자, 이제 다 되었구나. 새로 깎고서 너무 힘을 주어 쓰면 또 연필심 부러지니까, 처음에는 힘을 가볍게 주고서 써야 해. 처음에는 연필깎이를 쓰고, 나중에 나이 더 먹으면 칼을 써. 네가 무언가 쓸 적마다 연필은 닳지. 쓰고픈 대로 마음껏 쓰노라면 연필은 자꾸자꾸 닳아 키가 줄고, 이윽고 몽당연필 될 테지. 몽당연필 되는 만큼 네 손이 자라고, 네 마음이 자라며, 네 꿈이 자랄 텐데, 이 손으로 네가 사랑하는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삶을 누리렴.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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