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그림놀이

 


  큰아이가 그림책 한 번만 읽어 달라 하더니, 세 권째 읽는다. 이 녀석, 한 번만이라 해 놓고, 벌써 세 번이고 다시 네 번을 바라다니. 꾀를 부리는구나 싶으면서도, 이렇게 같이 놀며 귀로 듣는 즐거움 누리겠다는 마음이라고 느낀다. 그래, 그러면 네 그림책에 나오는 글을 공책에 한 줄씩 옮겨적으며 글씨쓰기도 하자. 한참 글씨쓰기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에 나오는 글월을 간추려 깍뚜기공책 한 줄에 꽉꽉 채워 적는다. 한 쪽 다 적는다. 천천히 천천히 오래오래 적는다. 그러고 나서 큰아이는 그림을 그리겠단다. 공책에 아이 모습을 그리고는 아이 이름을 적는다. 큰 종이를 꺼낸다. 이듬날 일찍 일어나 읍내마실 다녀오려 했는데, 이러다 또 늦게 자겠구나 싶다. 그렇지만, 아이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아버지 혼자 다녀오면 되지. 아이가 개구리를 그리고 물고기를 그리는 곁에서 그림놀이 함께 한다. 먼저 작은아이 이름을 쓴다. 큰아이 이름을 쓸 적에 슬쩍 꾀가 난다. 아이 이름을 그림처럼 그려 본다. 그러고 보니, 나 어릴 적에 글을 이렇게 그림처럼 쓰며 꽤 놀았구나 싶다. 아버지하고 누나가 그림놀이를 하니 작은아이가 달라붙는다. 저도 빛연필 하다 달라면서 복복 금을 그으며 논다. 작은아이야, 넌 아직 손아귀힘이 덜 여물었으니, 연필 쥐는 아귀힘부터 기르렴. 그렇게 복복 긋고 또 긋다 보면 아귀힘 생겨, 네 누나처럼 너 스스로 그리고픈 무언가 신나게 그릴 수 있을 테니. 그림놀이 하노라니 한 시간은 훌쩍 지난다. 미술공부였으면 한 시간 어떠했을까. 그림놀이로는 한 시간뿐 아니라 두어 시간도 어렵지 않다.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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