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2
이와모토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28

 


모든 것 다 있는 시골마을
―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2
 이와모토 나오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2011.1.15./5500원

 


  매화꽃이 피고 집니다. 볕 좋은 마을에서는 3월 첫머리부터 매화꽃 피더니, 이제 매화꽃 지고, 볕이 조금 적게 드는 마을에서는 이제 매화꽃 한창입니다. 서울이나 북녘에서는 아직 매화꽃 피기에 이르겠지요.


  동백꽃 붉게 타오릅니다. 봄철에는 봄꽃빛 옅은데, 꼭 동백꽃 한 가지만 붉게 타오릅니다. 소담스레 피어나 붉은잔치 벌이는 동백꽃 바라보다가, 바람에 톡 떨어진 꽃송이를 줍고, 또 숱하게 얼크러진 꽃송이 가운데 하나를 땁니다. 한나절 꽃내음 짙게 맡다가, 밥을 지으며 꽃잎 하나하나 따서 섞습니다. 봄날 봄밥이 꽃밥이 됩니다. 동백꽃밥이 됩니다.


  코딱지나물 뜯어 밥물에 함께 앉히면 코딱지나물밥, 또는 나물밥, 또는 봄나물밥이 됩니다. 유채잎은 나물로 먹고 유채꽃은 밥물에 함께 놓으면 유채꽃밥, 또는 꽃밥, 또는 유채꽃밥이 됩니다. 감꽃도 진달래꽃도, 모두 고운 먹을거리가 되고, 밥이 됩니다. 꽃내음과 함께 밥내음 고소하고, 풀내음과 함께 밥내음 싱그럽습니다.


- “뭐, 좋은 데서 잘 지내고 있다니 안심이긴 하다만, 난 또 다리 밑에 신문지 펴고 살면 어쩌나 했어.” “누나 만나니까 진짜 반갑다. 여긴 아는 사람이 전혀 없거든.” (12∼13쪽)
- ‘나 혹시, 지금 위험한 거 아냐? 드디어 나까지 일이 끝난 뒤 아저씨들과 술을 마시고 있잖아? 게다가 마음까지 편해진다.’(29쪽)

 


  멧새가 싱그럽게 노래합니다. 따스한 바람 부는 날에는 멧새도 따스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먹이를 찾고, 짝을 찾으며, 알을 낳아 새끼를 돌봅니다. 들판이나 숲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미새와 새끼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모두 똑같은 새소리는 없습니다. 언제나 다른 소리이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늘 노랫소리로구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꽃과 풀과 나무는 언제나 다른 무늬와 결로 고운 내음 퍼뜨립니다. 새와 벌레와 개구리는 늘 다른 무늬와 결로 고운 소리 흩뿌립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꽃과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와 개구리 사이에서 어떤 내음과 소리를 남길까요. 자동차나 경운기 모는 소리를 내나요. 농약이나 비료 뿌리는 내음을 남기나요.


  꽃도 풀도 나무도 새도 벌레도 개구리도 깃들기 어려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내음과 소리를 낼는지요. 도시사람이 남길 내음과 소리는 이 땅과 지구별에 어떤 이야기를 흩뿌릴는지요.


- “난 반대야. 타지 사람이 온다고 뭐 좋은 일이 있겠어?” “마을에 사람들 북적대는 거 난 싫어.” “아유, 카즈에 씨. 코즈 씨.” “가끔은 북적이는 것도 좋잖아.” “그딴 거 없어도 여태 잘만 살았구먼.” “그래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TV에서도 안 그러남? 그리고 벚꽃축제는 어디서나 다 하니까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아.” (20쪽)
- ‘여기서 뭔가가 되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한 거야.’ (84쪽)

 

 


  구름 한 조각 없이 파랗게 눈부신 하늘이 펼쳐집니다.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들이켭니다. 두 눈을 감고 온몸으로 스미는 빛살을 느낍니다. 높거나 낮은 멧자락은 눈을 가리지 않습니다. 멧자락은 새잎 움트는 나무들이 새빛 뽐냅니다. 다 다른 나무가 다 다른 잎빛 베풉니다. 숲을 바라보거나 나무를 바라보거나 풀을 바라보거나 멧자락을 바라볼 때에는 눈이 아프지 않습니다. 아니, 푸른 빛깔 바라보면서 눈을 가만히 쉽니다. 푸른 내음 맡으면서 눈이 한껏 살아납니다.


  눈을 들어도 파랗게 눈부신 하늘 보기 어려운 도시에는 어떤 이야기 있을까요. 눈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도 마음 활짝 열도록 이끄는 숲이 없는 도시에는 어떤 삶 있을까요.


  놀이공원이 있어야 놀 수 있지 않아요. 학원이 있어야 배울 수 있지 않아요. 영어교재 있어야 영어를 배울 만하지 않을 뿐더러, 영어를 배우는 까닭이나 뜻을 알 수 있지 않아요.


  우리 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마을에는 무엇이 있나요. 우리 겨레와 나라와 지구에는 무엇이 있는가요.


  높은 건물 있어 좋은가요. 커다란 공원시설 있어 아름다운가요. 으리으리한 경기장이나 극장 있어 기쁜가요. 문화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이며, 삶이란 무엇인가요.


- “썩은 부위에 수지를 채워 넣으면 됩니다. 그나저나, 너(벚나무) 정말 복받았구나. 마을에서 널 위해 축제를 열어 준다니.” (37∼38쪽)
- 유우키 씨. 아까 타츠에 씨도 말했지만 신문 1면을 써서 마을 선전을 하는 건 어떨까요?” “하하. 1면은 2천만 엔 정도 든다지 아마?” ‘그거면 축제를 66만 번 할 수 있다고!’ (106∼107쪽)

 

 


  이와모토 나오 님 만화책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대원씨아이,2011) 둘째 권을 읽습니다. 도시하고 한참 떨어진 시골자락 조그마한 곳에서 면사무소 일꾼으로 있는 젊은이가 ‘늙어서 사라질 마을’ 아닌 ‘사람이 즐겁게 살아갈 마을’을 생각하면서 무언가 일 하나 꾀합니다. 마을 한쪽 멧기슭에 우람한 벚나무 한 그루 있어, 이 우람한 벚나무를 앞세워 마을잔치(벚꽃잔치)를 열자고 생각합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시골자락 벚나무는 300∼400해쯤 묵었다고 합니다. 일본 어느 시골자락에서는 삼사백 해쯤 묵은 벚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될 만하다고 나옵니다. 그러면, 전남 고흥군 마을마다 으레 있는 당산나무는, 마을나무는, 시골나무는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고흥읍 한쪽에는 팔백 살 훌쩍 넘은 느티나무 있어요. 고흥 곳곳에는 삼사백 살이나 오백 살 넘은 나무 꽤 있어요. 그러나 이들 아름드리나무를 놓고 나무잔치 열자고 생각하는 면사무소 일꾼이나 읍사무소 일꾼, 또는 군청 일꾼은 아직 없어요. 백 해 조금 더 있으면 천 살 넘는 읍내 느티나무 둘레에 쓰레기 잔뜩 어질러 놓고도, 군청 일꾼이나 읍사무소 일꾼 어느 하나 돌아보지 않아요.


- “난 오늘 추워서 못 가겠다. 코즈 씨랑 우리 집은 산기슭에 곤약을 심기로 했어. 연금도 내야 하고, 무엇보다 전후에 사서 코즈 씨 어머니가 쭉 일군 땅이잖아. 다시 쓸 수 있게 돼서 다행이야.” (114∼115쪽)
- ‘다들 여기엔 아무것도 없다고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지 않나? … 모두의 소중한 것뿐이니까.’ (116, 119쪽)


  시골마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골마을에는 아무것 없을까요. 도시에는 무엇이 있나요. 도시에는 모든 것 다 있나요.


  나는 생각합니다. 시골마을에는 모든 것 다 있습니다. 숲이 있고 들이 있습니다. 멧골 있으며 바다 있어요. 시골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밥을 얻고 옷을 짜며 집을 지을 수 있어요. 도시가 없어도 시골사람은 즐거이 이야기꽃 누리며 살아갈 만합니다. 이와 달리, 도시사람은 시골 없으면 하루조차 살아가지 못해요. 시골에서 먹을거리 보내지 않으면, 시골에서 옷감 될 실을 보내지 않으면, 시골에서 지하자원 캐서 보내지 않으면, 시골에 지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내지 않으면, 시골에 지은 공장에서 물건 보내지 않으면, 또 시골에서 태어난 씩씩하고 똑똑한 젊은이 도시로 가지 않으면, 도시는 하루조차 못 버티고 무너집니다.


  모든 것 다 있지만,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시골마을 사람들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올바로 다루지 않으며, 책에서조차 슬기롭게 이야기하지 않으니, 시골사람은 시골마을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옳게 모르는구나 싶습니다.


  할머니가 가르쳐야지요. 할아버지가 물려주어야지요. 시골 할매가 시골 아이를 가르쳐야지요. 시골 할배가 시골 젊은이한테 슬기와 꿈과 사랑을 물려주어야지요. 모든 것 다 있는 시골마을에서 모든 것 다 누리는 하루를 엽니다. 새 아침에 새로운 멧새 노랫소리 듣고 새로운 봄꽃내음 누립니다. 4346.3.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들보라 밥그릇과

 


  산들보라 밥을 먹는다. 그러나, 혼자 먹으라 밥그릇 내밀면 꼴딱꿀꺽 삼키기만 한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씹어서 주어야 비로소 뱃속에서 잘 삭힐 수 있다. 그래도 가끔, 아이더러 수저질 해 보라며 그냥 밥그릇 내밀어 본다. 어금니 아직 다 안 났으니 씹기 힘들어 그냥 삼키겠지. 꼴랑꿀떡 삼키는 모습을 보고는 냠냠 씹어서 숟가락을 내민다. 잘 먹으며 무럭무럭 커라. 그러면 이제 어머니나 아버지도 안 씹어 주면 되고, 너도 누나처럼 젓가락질 숟가락질 예쁘게 하면서 너 먹고픈 대로 다 먹을 수 있어. 4346.3.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동백꽃밥

 


  옆지기가 동백꽃송이를 하나 딴다. 함초롬히 피어난 동백꽃송이는 동백나무에서 흐드러지게 붉게 탈 적에도 어여쁘고, 다른 풀과 함께 어우러져도 어여쁘다. 잘 헹구어 물기를 뺀 다음, 밥을 지으면서 꽃잎을 톡톡 따서 넣는다. 새로 짓는 밥은 동백꽃잎으로 물들면서, 꽃밥이 된다. 동백꽃밥이다. 꽃내음과 꽃맛이 감도는 꽃밥을 먹는다. 아이들도 먹고 어른들도 먹는다. 마당에서는 동백내음 감돌고, 밥그릇에는 동백맛 어린다. 4346.3.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3-24 08:39   좋아요 0 | URL
세상에..동백꽃밥도 있군요.
동백꽃잎으로 물들면서 꽃내음과 꽃맛이 나는 동백꽃밥.
'마당에서는 동백내음 감돌고 밥그릇에는 동백맛 어린다'
정말 정말 부럽고 아름답습니다.~*^^*

파란놀 2013-03-24 08:54   좋아요 0 | URL
애기똥풀꽃이나 감자꽃 빼고는... 웬만하면 다 할 수 있어요.
매화꽃으로는 매화꽃밥 되고,
모과꽃으로는 모과꽃밥 된답니다~~
 

꽃가지 쥔 어린이

 


  꽃망울 달린 가지를 꺾으며 놀고 싶단다. 꽃가지를 잡아당긴다. 그러나 꽃가지는 선뜻 꺾이지 않는다. 아이야, 꼭 가지를 꺾어야겠니. 나무가 아프다고 하는데. 꽃송이는 바람 불면 여럿 떨어지곤 하니, 몇 송이는 솎아도 돼. 꽃송이를 몇 따서 놀자. 꽃가지 꺾으면 꽃놀이 할 때에만 예쁠 테지만, 이듬해와 다음해에는 이제 꽃을 더 볼 수 없단다. 4346.3.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6) -의 열광 1 : 청중의 열광

 

청중의 열광은 점점 더해만 가서, 처음에는 다들 연주가 너무 좋다며 수런대다가 나중엔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브뤼노 몽생종/임희근 옮김-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포노,2013) 152쪽

 

  ‘청중(聽衆)’은 “듣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그래서 말뜻 그대로 “듣는 사람들”로 적으면 되고, ‘사람들’이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점점(漸漸)’은 ‘조금씩’이나 ‘차츰’이나 ‘자꾸’로 다듬습니다. “너무 좋다며”에서 ‘너무’는 잘못 넣었습니다. 좋다거나 기쁘다거나 할 적에는 ‘너무’를 쓸 수 없어요. “참 좋다며”나 “매우 좋다며”나 “몹시 좋다며”로 손질합니다. ‘경악(驚愕)’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뜻풀이가 “소스라치게 깜짝 놀람. ‘놀라움’으로 순화”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경악을 금(禁)치 못했어요”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나 “놀랄밖에 없었어요”나 “깜짝 놀랐어요”로 바로잡습니다.

 

 청중의 열광은 점점 더해만 가서
→ 청중은 더 열광하다가
→ 청중은 차츰 더 열광하더니
→ 사람들은 차츰차츰 달아오르더니
→ 사람들은 조금씩 달아오르다가
 …

 

  ‘(무엇)의 (무엇)’과 같은 말투는 일본 말투요, ‘무엇’에 들어가는 한자말 또한 으레 일본 한자말이기 일쑤인데, “청중의 열광”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말투와 낱말은 한국사람이라면 안 써야 마땅하지만, 자꾸 퍼지고 차츰 뿌리내립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여 ‘열광(熱狂)’ 말뜻을 찾아봅니다. “너무 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을 뜻한다 합니다. ‘흥분(興奮)’도 찾아봅니다.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을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열광’이란 “너무 기쁘거나 마음이 북받쳐 일어남”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요, 한국말로는 ‘달아오르다’라는 소리입니다.


  한국말 ‘달아오르다’를 ‘(무엇)의 (무엇)’이라는 말투에 넣어 봅니다. “청중의 달아오름은 점점 더해만 가서”와 같은 말꼴이 될 텐데, 이러한 말마디는 말이 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이처럼 말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한데, 이렇게 적어서는 참으로 한국말이 되지 못합니다. “청중은 차츰 더 달아오르다가”처럼 손질해야 비로소 한국말답다 할 만해요. 한자말 ‘열광’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청중은 더 열광하다가”라든지 “청중은 차츰 더 열광하더니”쯤으로 손질해야 알맞아요.


  마음을 조금 더 기울일 수 있다면 ‘청중’이나 ‘열광’ 같은 낱말까지 쉽고 바르게 다듬어 줍니다. 4346.3.2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람들은 차츰 달아오르더니, 처음에는 다들 연주가 아주 좋다며 수런대다가, 나중엔 모두 깜짝 놀랐어요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