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감은빛님의 "채식의 틀을 넘어 지구를 보자!"

 

'현재 농업 방식으로 전 세계 인구를 먹여살릴 수 없는가 있는가'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대목이곤 해요. 왜냐하면, '현재 농업 방식'보다 큰 문제라 할 '현재 도시 물질문명 방식' 사회에서는 사람들 누구나 '과식'을 너무 끔찍하게 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어마어마하게 내놓거든요.

 

저는 시골에서 살아가며 느끼지만, 시골사람 가운데 손수 논밭 일구는 사람치고 '밥쓰레기' 나오는 집은 아무 데도 없어요. 밥 먹고 남은 찌끄레기 조금 있으면, 소를 주거나 밭에 뿌려 거름으로 삼아요.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 사는 집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나올 일조차 없어요. 저희 집도 음식물쓰레기 나올 일이 참 없거든요.

 

무슨 말인가 하면, 현대 사회처럼, 도시 중심으로 흐를 뿐 아니라, 도시사람 스스로 과식과 음식물쓰레기 철철 넘치는 얼거리를 그대로 두면, 이러한 도시사람 먹여살릴 농업은 이루어지지 못해서, 유전자조작 곡식과 비료 많이 쓰는 농업이 될밖에 없어요.

 

그러나, 도시 문명 얼거리를 깨고, 사람들 스스로 텃밭을 일구면, '참말 누구라도 소식(적게 먹기)'이 되어요. 사람들이 고기집에 가서 삼겹살 먹으며 풀(상추) 많이 먹는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밭에 씨앗 뿌려 풀을 얻으면, 또는 그냥 저절로 자라는 풀을 뜯어서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더 못 먹지요.

 

"채식 신화"를 쓴 분은, 무엇보다 당신 몸 구조와 생체리듬을 똑똑히 밝혀서, 글쓴이 당신한테는 어떤 밥문화와 밥흐름이 알맞는가를 제대로 이야기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대로 알맞고 아름다운 길 걷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올바르고, 이 책이 한국에서도 올바르며 슬기롭게 읽히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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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천장

 


  2011년 3월 31일. 서울 혜화동에 마지막까지 남아 책살림 꾸리던 헌책방 한 곳을 찾아간다. 이곳은 이듬날 4월 1일에 문을 닫기로 했다. 헌책방 사장님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 마지막 모습 사진으로 찍으라 하셨기에, 먼길 마다 않고 부랴부랴 찾아갔다. 시외버스 타고 서울로 찾아가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혜화동에 있던 마지막 헌책방이 문을 닫으면, 난 앞으로 혜화동 갈 일 없겠네.


  필름 석 통쯤 찍을 무렵이던가, 문득 헌책방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책이 보인다. 오래도록 한 곳을 지킨 만큼, 오랜 나날 먼지 먹은 천장이 아련하다. 헌책방이 나가고 나면 분식집이 들어온다고 했던가. 분식집이 들어오건 다른 가게가 들어서건, 이곳에 헌책방 하나 서른 해 넘게 자리를 지켜 숱한 사람들 책쉼터 구실을 한 줄 떠올릴 수 있을까.


  책손 하나둘 줄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사람 늘어나던 어느 때, 혜화동 헌책방 사장님은 바깥 책꽂이에 둔 책들 햇볕에 바랠까 걱정스러워 50만 원 들여 넓게 펴는 해가리개를 달며 웃었다. “책 보러 사람도 안 오는데 이걸 해야 할까 말까 싶었는데, 그래도 책 때문에 ……. 하고 보니 좋네. 책도 안 다치고.”


  이듬날 다른 헌책방 한 곳에 이곳 책을 몽땅 넘기기로 했기에, 나는 이곳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책손이 되기는 했으나, 책을 한 권도 살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이곳 책을 몽땅 넘기기로 했다 하더라도, 꼭 한 권만 장만하고 싶다. 마지막 내 손자국 남길 책 하나 사고 싶다. “그냥 가져가. 통째로 넘기기로 했는데, 한 권 빼도 되지 뭐. 그래도, 통째로 넘기기로 했으니까 한 권이라도 빼면 안 되는데, 그 책은 가져가도 되겠네.”


  하루만 지나면 헌책방 간판까지 떨어지고 말 혜화동 헌책방 좁은 골마루에 서서 필름 여러 통 쓰다가 천장을 찍으려고 돌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내 사진기 렌즈로는 벌렁 드러누워야 비로소 천장이 사진으로 들어온다. 더 나은 사진기와 더 값진 렌즈가 있다면 굳이 벌렁 드러눕지 않고도 헌책방 천장 사진 찍을 수 있겠지. 그러나, 내가 쓰는 사진기로도 고마우며 좋다. 외려 더 즐거우며 반갑기도 하다. 화각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헌책방 돌바닥에 벌렁 드러누울 생각을 할 수도 있잖은가. “사진 찍느라 애쓰는구먼.”


  혜화동 헌책방 사장님 말씀에 조곤조곤 말벗을 하고 싶지만, 어쩐지 말 한 마디 꺼내려 하면 눈물이 흐를 듯해서 조용히 사진만 찍는다. “이제 그만 찍고 가지. 내 밥 한 그릇 살 테니, 밥 먹고 가세.”


  마음속으로는 한 장 더, 두 장 더, 석 장 더, …… 이렇게 소리를 친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듬날 일찍 혜화동을 다시 찾아와서 책 나가고 책꽂이 나가며, 마지막 쓰레기 다 치우는 모습까지 지켜본다. 필름을 얼마나 많이 썼을까. 그런데, 사진을 찍은 내 마음이 하나도 홀가분하거나 즐겁지 못해, 이태 동안 필름을 묵힌다. 이태만에 필름을 스캐너에 앉힌다. 아직 내 마음은 가붓하지 않다. 이태만에 ‘문닫고 사라진 헌책방 모습’을 스캐너로 긁으며 바라보는데, 내 마음속에는 이 헌책방이 아직도 그곳에서 씩씩하게 문을 열어 책손을 맞이한다는 느낌이다. “어, 왔는가?” 하며 인사하는 헌책방 사장님 목소리 들린다.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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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2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화동은 제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많은 곳이었고, 또 지금도 그런 곳이지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나니 앞으론 '혜화동 헌책방'이 또 하나 제 마음에 간직되겠군요..

파란놀 2013-03-29 10: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혜화동 드나드시던 때에 그 헌책방에도 가 보셨을까 궁금하네요. 아무튼, 이제 혜화동 명륜동 삼선교 길음동 성신여대 둘레까지 헌책방이 모두 사라지고 없답니다...
 

사진빚기
― 필름으로 찍어서 긁기

 


  어린 두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며 집살림 도맡다 보니, 필름사진을 찍은 뒤에는 스무 통 남짓 필름이 모일 즈음 비로소, 아하 필름 맡겨서 찾아야 하는데 하고 깨닫는다. 한 꾸러미 모인 필름을 주섬주섬 상자에 꾸려서 서울로 보낸다. 전라도 고흥 시골자락에서는 필름 찾을 데가 없기도 하고, 일포드 델타 400 프로페셔널이라 하는 흑백필름을 감도 1600으로 올려서 찍은 필름을 빛결 잘 살려 찾아 줄 만한 데를 찾기란 퍽 어렵기도 하다.


  서울로 보낸 필름은 이레 만에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스물대여섯 통쯤 찍은 필름 가운데 한 통은 아무것도 안 찍혔다. 틀림없이 다 감기는 모습까지 보고 나서 사진기 뚜껑을 닫았으나, 한 장씩 감으며 찍을 적에 어딘가 헐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막상 감아서 넣은 필름을 열어서 볼 수도 없고. 어쩌면 아무것도 안 찍힐는지 모른다 생각하며 그냥 찍으며 하늘에 맡겼는데, 참말 하늘에 맡겨서는 안 되겠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앞에서 찍은 몇 장 날린다 하더라도 뚜껑을 열어 필름이 제대로 감겼는가 다시 살펴야겠다고 느낀다. 제대로 감겼으면 한숨을 고르고, 제대로 안 감겼으면 아이쿠 잘 열었네 하고 생각할 테지.


  저녁은 깊어 간다. 작은아이는 졸립다 칭얼거린다. 안고서 쉬를 누여 본다. 쉬를 안 눈다. 그래, 그러면 누지 말아라. 자, 안아 줄 테니 코 자자. 작은아이 안고 작은이불로 감싼다. 셈틀 앞에 앉아 필름을 스캐너에 얹는다. 한손으로 아이 안고 한손으로 스캐너에 필름 얹어 움직이자니 퍽 힘이 든다. 그러나, 이 아이들 데리고 골목마실이나 책방마실 하면서 한손으로 아이 안고 한손으로 사진찍기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했던가. 그러고 보면, 밤에 자다가 똥을 눈 아이를 살며시 안아 깨지 않도록 다독이면서 밑을 씻긴 다음 똥바지 빨래까지 한 적도 있는걸.


  큰아이도 잠자리에 누인다. 큰아이한테 오늘 하루 더 즐겁게 놀지 못했다 이야기하고, 오늘 코 자고 이듬날에는 아버지가 한결 즐겁게 오래오래 놀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필름스캐너 다 긁었다는 소리 난다. 새 필름 얹는다. 다시 아이들 잠자리로 가서 머리카락 쓸어넘긴다. 가슴 토닥토닥 하면서 코코 꿈나라에서 훨훨 날며 예쁜 놀이 누리기를 빈다.


  지난해 팔월부터 올 삼월까지 찍은 필름들은 언제 다 긁을 수 있을까. 여섯 달 뒤 부산에서 사진잔치 할 수 있도록 바지런히 필름을 다 긁고, 다 긁은 사진파일 잘 갈무리해서 사진책으로 엮도록 보낼 수 있으려나. 이렇게 하자면 그야말로 바삐 움직여야 할 텐데, 하루에 필름 한 통씩 긁어 보자고 생각해 본다. 큰아이 글씨쓰기 가르치면서 필름 얹고, 또 그림그리기 함께하다가 필름 긁고, 이렇게 하노라면 하루에 한 통씩 어찌저찌 긁을 수 있으리라. 내 필름스캐너는 36장 필름 한 통 긁는 데에 한 시간 반쯤 걸린다.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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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사진책도서관 열며

<우리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를 냈고,

전남 고흥으로 도서관과 삶터 옮기며

<삶말>이라는 도서관 이야기책을 냅니다.

 

3월과 4월 사이에

'함께살기 7호'로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 22년>이라는 책을

한창 엮는데, 아직 글 갈무리와 사진 갈무리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서

시간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지나며,

무언가 하나 새롭게 꾸리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어요.

 

책과 삶과 사람 이야기를

조금 더 깊고 차근차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했는데,

이번에 <이야기밭>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책꾸러미(소품)를 엮어서

선보이면 어떠할까 싶어요.

 

80~90쪽 사이로 조그맣게 꾸리는 책이에요.

석 달에 한 차례쯤 <이야기밭>을 꾸릴까 하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사진책도서관을 도우면서

저한테 책을 받는 분들 눈길로 살피면,

 

ㄱ. 삶말

ㄴ. 함께살기

ㄷ. 이야기밭

 

이렇게 세 가지가 차근차근 돌아가며 나오는 셈이에요.

<삶말>은 되도록 두 달에 한 차례.

<함께살기>는 두 달이나 석 달에 한 차례.

<이야기밭>은 석 달에 한 차례.

 

이렇게 하면서 달마다 한 가지 책꾸러미 내놓으면서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전남 고흥에서 튼튼히 뿌리내리는 한편,

작은 이야기로

작은 삶과 사랑을 들려주는

작은 사람 노랫마디 퍼뜨리고 싶어요.

 

그나저나

돈 밑천은 거의 없는데

책 만들 생각만 하느라

살림살이 쪼그라드는데,

잘 되겠지요.

 

<이야기밭> 원고 갈무리 다 마쳐서

인쇄소로 넘기기 앞서까지

틀림없이 누군가

종이값 보태라고

척 하니 도서관 도움돈 보내 주리라 믿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 넋을 그러모아

아름답고 작은 책 하나 이루고 싶어요.

사랑스러운 봄날

제비 노랫소리와 아이들 노랫소리 들으며

씩씩하게 일합니다.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삶말》, 《함께살기》, 《이야기밭》 한 해 받기 + 도서관 한 평 지킴이
: 해마다 10만 원씩 (또는) 달마다 1만 원씩
(두 평 지킴이는 20만 원 또는 2만 원씩, 세 평 지킴이는 30만 원 또는 3만 원씩)
《삶말》, 《함께살기》 평생 받기 + 도서관 평생 지킴이
: 200만 원 한 번 (또는) 사진책 100권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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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4-01 17:42   좋아요 0 | URL
아, 덕분에 오늘 드디어 <이야기밭>을 주문했어요!
고맙습니다 ㅠ.ㅜ

예쁘게 잘 나오리라 믿어요~~~
 

내 삶에 한 줄, 빛내며 읽는 책

― 봄노래 나누는 책읽기

 


  일본사람 오다 히데지 님은 《미요리의 숲》(삼양출판사,2008)이라는 만화책을 그렸고, 이 만화는 만화영화로도 나옵니다. 《미요리의 숲》 1권 186쪽을 보면, “적어도 1년은 있을 거예요. 가을 숲과 겨울 숲, 봄 숲도 보고 싶으니까요. 내년에는 벚꽃도 필 거고.”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정갈한 시골마을 숲을 지키고 싶은 어린 미요리는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시골마을에서 지내며 여름뿐 아니라, 가을과 겨울, 여기에 그 다음으로 찾아올 봄을 함께 누리고 싶다는 말을 해요. 손전화 기계는 냇물에 던져서 버리고, 과자를 찾지 않으며,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요. 마을 아이들하고 숲에서 달리고 뒹굴어요. 도쿄라는 큰도시로 돌아갈 생각을 잊어요. 미요리 가슴에서 곱게 피어나는 꽃은 숲바람과 숲햇살을 먹으면서 자라는 줄 깨달아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며,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즐기는 삶일 때에 스스로 아름다운가를 시나브로 알아채요.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하루가 아름답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이 나라 시골마을마다 노래가 넘쳤어요. 모내기를 하면서 모내기노래를 부르고, 베틀을 밟으며 베틀노래를 불렀어요. 밥을 지으며 밥짓기노래를 부르고, 아기를 재우며 자장노래를 불렀어요. 풀을 뽑을 적에는 풀뽑기노래를 부르고, 길을 거닐 적에는 길노래를 불렀어요. 이 나라 거의 모든 사람이 흙에 기대어 흙을 누리며 살던 지난날에는, 어린이와 늙은이 모두 노래를 부르는 삶이었어요. 놀면서도 노래, 일하면서도 노래, 쉬면서도 노래, 먹으면서도 노래, 웃으면서도 노래, 울면서도 노래였지요.


  시골이 차츰 줄고 서울이 커지고 도시가 늘어납니다. 시골이 차츰 줄면서 젊은이가 몽땅 서울이나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시골에서 노래가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서울이나 도시에 노래가 흐르는가 하면, 사람들 스스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는 찾아볼 수 없어요. 텔레비전에 얼굴 비추는 이쁘장한 사람들 대중노래만 판쳐요.


  독일사람 에냐 리겔 님은 판에 박힌 학교를 떨치고 아름다운 배움터가 되기를 꿈꾸며 학교살림을 꾸립니다.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착한책가게,2012)라는 책 167쪽을 보면, “아이가 가진 능력에 대해 학교는 그저 잘해야 ‘기특한 재능’ 정도로 여길 뿐 졸업성적을 평가할 때 이런 것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그의 인생을 멋지게 가꿔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이런 재능들이다. 연극이 없었다면 요샤는 학교에서 한 가지 경험은 톡톡히 했을 것이다. 즉, 나는 바보구나, 라는 경험 말이다.”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성적평가를 안 하는 학교로 꾸리며 아이들마다 다 다르게 잘 하며 좋아할 길을 열고 싶었답니다. 성적평가를 안 할 뿐 아니라, 성적평가에 마음을 두지 않으니, 독일에서 ‘전국 공통 성적평가 시험’을 치를 때에조차 오히려 다른 학교보다 더 높은 성적이 나온다고 해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누구나 스스로 가장 하고 싶은 길을 걸으며 가장 누리고 싶은 삶을 누리도록 북돋우니, 학과공부이든 꿈찾기이든 더없이 아름답게 빛난다지요.


  한국사람 안재인 님이 쓴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호미,2007)라는 책이 문득 떠오릅니다. 54쪽을 펼칩니다. “보이지 않아도 향기로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꽃은 봄에만 피는 줄 알았는데, 여름엔 여름대로, 가을엔 가을대로 꽃이 피어납니다.”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바야흐로 새로 찾아드는 봄날 봄꽃이 논둑과 밭둑마다 피어요. 시골은 어디에나 논밭이니 논꽃과 밭꽃을 만납니다. 서울이나 도시는 논도 밭도 없기에 꽃집이 아니라면 봄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지거나 밝은 빛깔로 바뀌어야 비로소 ‘봄이로구나!’ 하고 깨달으리라 느낍니다. 봄은 봄바람과 봄볕 누리는 봄풀에서 오는데. 봄은 봄노래 부르는 봄사랑으로 봄마음 되는 우리들 환한 눈망울에서 비롯하는데.


  눈망울 빛내는 봄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눈초리 보드랍게 보듬는 봄빛을 가슴 깊이 담아 봄길을 걸어 봄맞이 책읽기를 즐겨요. 마음자리 포근하게 적시는 책 하나 쓰다듬어요. 마음결 따사롭게 어루만지는 책 하나 쥐어요. 마음밭 너그러이 살찌우는 책 하나 펼쳐요. 봄책 읽는 맑은 눈빛으로 우리 곁 봄동무와 봄이웃하고 웃음꽃 나누어요. 4346.2.1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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