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 트라우마>를 읽고 나서 살펴보니, 2004년에 나온 <박헌영 전집> 9권은 아직 판이 안 끊어졌다. 다행이로구나 싶으면서, 9권에 60만 원이라는 값을 언제쯤 기쁘게 치러내어 장만할 수 있을까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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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박헌영 전집 - 전9권
이정 박헌영전집 편집위원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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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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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97 : 마음이 읽는 책

 


  사월 육일 아침부터 봄비 내립니다. 봄에 내려 봄비인데 바람이 되게 드셉니다. 웬 봄날에 이리도 드센 봄바람 부는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그러나, 불 만하니 이런 바람 불겠지요. 그리고, 이 드센 바람이 제아무리 하루나 이틀 또는 사흘쯤 몰아친다 하더라도 가라앉을밖에 없습니다. 봄이거든요.


  갑자기 몰아치는 봄바람 때문에 앵두꽃 모두 떨어질는지 모릅니다. 드세게 몰아치는 봄바람 맞으면서도 꽤 많은 앵두꽃 씩씩하게 나뭇가지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떨어진 앵두꽃은 흙으로 돌아갈 테고, 나뭇가지에 남은 앵두꽃은 차츰 꽃잎을 지면서 바알간 앵두말로 거듭날 테지요.


  브뤼노 몽생종 님이 쓴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포노,2013)를 읽습니다. 음악가를 가르친 음악가라는 나디아 불랑제 님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나디아 불랑제 님은 당신이 바흐를 참 사랑한다면서, 문득 “바흐가 제게 하도 큰 기쁨을 주었기에 저도 그 기쁨의 어느 정도는 다른 이들에게 전해 주려고 하는 것이죠(112쪽).” 하고 말합니다. 기쁨이로군요. 기쁨을 누렸기에 노랫길 걸었고, 노랫길 걸어가며 이웃과 동무한테 기쁜 노랫가락 나누는 사랑 펼칠 수 있군요.


  들에서 자라는 머위꽃 한 줄기 꺾습니다. 들에서 자라니 들머위라 할 만합니다. 머위꽃 여럿 꺾을 수 있지만, 앞으로 더 널리 퍼져 머위밭 되기를 바라며 한 줄기만 꺾습니다. 이 머위꽃은 내가 안 먹고 건사했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옆지기한테 건넵니다. 나는 들에서 머위꽃 바라보면서 마음이 넉넉하게 불렀거든요. 입으로 먹어도 배가 부르고, 눈으로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귀로 들어도 온몸이 따스하고, 가슴으로 들어도 온몸이 따스해요. 봄빛이 내 몸을 곱게 안아 줍니다.


  책이란 무엇이 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책은 눈으로 읽는지, 머리로 읽는지, 곰곰이 따져 봅니다. 아마, 눈이 아니라면 숱한 글책 못 읽겠지요. 한국에는 점글로 찍는 책 얼마 없어 내 눈이 안 밝으면 날마다 수없이 쏟아지는 글책 못 읽겠지요. 그런데, 날마다 쏟아지는 ‘눈으로 읽는 글책’은 사람들한테 얼마나 마음밥 될까요. 얼마나 마음밭 일굴 밑거름 될까요.


  그레그 마리노비치 님과 주앙 실바 님이 함께 쓴 《뱅뱅클럽》(월간사진,2013)을 읽습니다. 퓰리처상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을 온누리에 밝히며 이녁 고향나라에 평화 찾아오기를 바란 발자국을 담습니다. 여기에, 두 사람 오랜 사진벗인 케빈 카터 님이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지구별 이웃한테 사랑을 나누고 싶었는가를 들려줍니다. “주앙은 두려웠고, 혼란스러웠다. 이것은 그가 상상해 오던 종류의 전쟁 사진이 결코 아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지만, 그는 뒤로 물러서면서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사진을 찍어 나갔다(76쪽).”와 같은 외침처럼, 젊은 사진벗 네 사람 마음은 총알 빗발치고 죽음 흐드러지는 싸움터에서 아프게 시듭니다. 죽음과 같은 북새통에서 스스로 빛을 찾고 싶었고, 이웃한테 빛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왜 찍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 되새기며, 따순 눈물 한 방울이 무지개 웃음 한 자락으로 태어나기를 빌었습니다. 곧, 봄철 된바람 저물겠지요. 4346.4.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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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7 15:59   좋아요 0 | URL
아, 나디아 블랑제님이 그렇게 말하셨군요.
"바흐가 제게 하도 큰 기쁨을 주었기에 저도 그 기쁨의 어느 정도를 다른 이들에게 전해 주려고 하는 것이죠(112쪽)."
저도 바흐를 좋아해서 더 마음에 와닿고, 그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 주려고 한다는 말씀이 감사히 마음을 울립니다.

머위잎은 쌈으로는 먹어 보았는데, 머위꽃은 또 어떻게 생겼을까요?
함께살기님 덕분에 이젠 모든 꽃이 저마다의 빛으로 피어남을 깨닫게 되어 날마다 기쁘고 행복합니다. ^^
정말 마음밥이 될 수 있는 책읽기, 마음밭을 일굴 밑거름이 되는 책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어요.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블랑제>와 <뱅뱅클럽>은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책, 좋은 글 주셔서 감사드려요~^^

파란놀 2013-04-07 17:14   좋아요 0 | URL
오, 바흐를 좋아하시는군요.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바흐는 노래를 지을 적에
'하늘나라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놀라운 노래를
선물할 수 있다고 하네요.

머위잎이나 머위꽃이나 다 맛있어요~ ^^
 

동생과 빗길 걷는 어린이

 


  여섯 살 사름벼리는 세 살 산들보라와 함께 걷는다기보다, 앞서 달린다. 누나가 앞서 달리면 동생은 뒤에서 공공공 달리려 용을 쓰지만 어른 걸음새하고 엇비슷하다. 누나처럼 콩콩콩 달리려면 다리힘 더 길러야 하리라. 군내버스 타는 데까지 걷는 길에 비오는 봄날 새삼스레 느낀다. 지난해 맞이하던 봄이랑 그러께 맞이하던 봄이랑 또 다른 봄날 새로 느낀다. 하루하루 다르고, 철마다 다르며, 해마다 다른 날이다. 어제는 어떤 빛이었고 오늘은 어떤 빛이요 모레는 어떤 빛이 될까. 4346.4.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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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7 16:03   좋아요 0 | URL
^^ 귀여운 사름벼리와 산들보라!
참, 동네가 깨끗하고 너른하니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

파란놀 2013-04-07 17:15   좋아요 0 | URL
그러나... 비료 뿌리고 농약 칠 때에는,
또 비닐농사 지을 때에는
참 거시기해요 ^^;;
 

산들보라 비오는 봄들 걷기

 


  세 식구 마실 가는 길, 봄비 살몃살몃 흩뿌린다. 빗물 먹은 봄들은 한결 짙고 푸르게 빛난다. 새로 돋은 풀빛은 새로 돋은 풀빛대로, 겨우내 시든 풀빛은 겨우내 시든 풀빛대로 곱다시 빛난다. 누나가 입는 뜨개옷 물려받고, 누나가 입던 웃옷과 바지 모두 물려받으며, 누나가 꿰던 긴신 물려받은 산들보라 봄들길 걷는다. 4346.4.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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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 때도 안 보던 마이클 잭슨

 


  국민학생을 지나고 중·고등학생을 지날 무렵 나는 마이클 잭슨 노래를 듣지 않았고, 마이클 잭슨 노래영상 또한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무렵에 아바 노래조차 듣지 않았고, 스콜피온즈라든지 퀸이라든지 숱한 외국 노래꾼들 노래는 하나도 듣지 않았다. 등을 질 생각까지는 아니었으나, 한국말로 된 노래 아니라면 딱히 내 마음으로 스며들지 못한다고 느꼈다. 다섯 학기 다니고 그만둔 대학교에서도 외국말로 된 노래는 하나도 안 들었다.


  그러던 지난달, 전북 남원에 꼭 하나 남았으나 이제 문방구로 바뀌고 만 오래된 헌책방 책시렁 한켠에서 1980년대에 한국말로 나온 마이클 잭슨 책(평전) 하나를 보았다. 마이클 잭슨 님이 고작 스물 갓 넘었을 적에 나온 평전이니, 너무 빨리 나온 책일 수 있지만, 오늘에 와서 돌아보니, 그무렵에 나온 마이클 잭슨 평전은 알맞춤하게 나왔구나 싶다.


  참 새삼스럽구나 하고 느끼며 들추다가, 유투브라고 하는 데에서 찾아보면 예전 모습과 예전 노래 찾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마이클 잭슨 지난날 노래를 하나하나 찾아서 듣고 영상을 본다. 갓 무대에 나올 적 모습부터 한창 사랑받을 때, 그리고 나이 서른 끝무렵이 되고 마흔을 넘으며 쉰 가까운 나이에 했던 공연 모습을 본다. 스물을 조금 넘길 무렵 춤사위와 마흔 훌쩍 넘긴 뒤 춤사위는 퍽 다르다. 어쩔 수 없는 대목이 있으리라. 스물 갓 넘길 적에는 몸이 대단히 가벼우면서 잽쌌다면, 쉰 가까운 나이에는 퍽 무디면서 무겁다. 춤사위는 거의 비슷하고 어떤 틀이 있다. 지난날에는 아예 안 봤으니 몰랐을 테지만, 이제 와서 마이클 잭슨 님 춤사위를 들여다보니, 이녁은 탭댄스라고 해야 할까, 발놀림이 몹시 재며 가볍고 싱그럽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나오는 아이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걸어가면서 살았다고 느낀다.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런데 왜 삶을 등져야 했을까. 얼굴은 뽀얗게 고칠 수 있어도 몸은 한창 때 몸으로 고칠 수 없기에? 몸이 한창 때와 같지 않다면, 스스로 좋아하며 즐기는 노래와 춤을 새롭게 꽃피우면 될 텐데.


  〈heal the world〉라는 노래와 〈black or white〉라는 노래를 여러 차례 다시 들으며 또 생각한다. 지구별 사람들이 스스로 지구별을 따사롭게 돌볼 때에 아름답듯, 마이클 잭슨 님도 이녁 마음밭을 찬찬히 따사롭게 돌보면서 새로운 노래와 춤을 누리고 나눌 때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을 텐데. 마이클 잭슨 님이 예순을 살고 일흔을 살며 여든을 살았으면, 얼마나 어여쁘며 밝고 맑은 노랫가락 우리한테 들려줄 수 있었을까. 4346.4.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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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7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마이클 잭슨,하면 'BEN'이 생각나요. 그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이 14살에 부른 이 BEN의 노래가 아주 오래전에 좋았어요.
<빌리 엘리어트>도 너무 좋아 여러번 보았고, DVD로 선물을 한 기억이 납니다. ^^

파란놀 2013-04-07 17:2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벤 노래 좋아해요.
알라딘서재에는 노래를 붙이지 못하지만,
제 네이버블로그에 벤 노래도 600원 주고 사서 걸쳤답니다 ^^

<빌리 엘리어트>는 아이들과 함께 열 차례 넘게 아마
스무 차례나 서른 차례 즈음 본 듯하네요 @.@

아이들하고 끝없이 되풀이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참 좋고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