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아빠 아기동물 사진 그림책 4
우치야마 아키라 글 사진, 이선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20

 


사진을 찍는 아버지 마음
― 고마워요, 아빠
 우치야마 아키라 글·사진,이선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2002.3.15./7500원

 


  큰아이 낳을 적과 작은아이 낳을 적을 돌아봅니다. 2008년 8월과 2011년 5월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아이들 태어나고부터 이제껏 깊이 잠잔 적은 하루도 없습니다. 언제나 토막잠을 자고, 늘 자다 깨곤 합니다. 2013년 올해에 석 돌을 꽉 채울 작은아이도 곧 밤오줌 가릴 때가 될 테니, 작은아이가 밤오줌 가리고 나면, 드디어 밤잠을 조금 느긋하게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을 먹이고 이를 닦이면서 작은아이 이를 살피니, 앞으로 한 달 사이에 위아래로 어금니 다 날 듯합니다. 이렇게 되면, 작은아이도 스스로 밥을 씹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두 팔 번쩍 치켜들며 만세를 부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금니 난대서 아이돌보기가 끝나지 않아요. 하나하나 새롭게 마주하며 새롭게 즐겁습니다. 작은아이가 ‘엄마 어머니 아빠 아버지’ 같은 말을 차츰 배우는 모습 즐겁고, 작은아이 스스로 신을 꿰려 용을 쓰는 모습 즐겁습니다. 배고픈 작은아이가 허둥지둥 밥그릇에 달라붙는 모습 예쁩니다. 밥상을 차리면 작은아이가 먼저 밥상 앞에 착 달라붙어 무릎 꿇고 앉아서는, “누우나!” 하고 부릅니다. 얼른 와서 같이 먹자는 뜻입니다. 아버지가 부엌에서 밥을 차리는 동안 작은아이는 눈 동글동글 빛내며 기다립니다. 더 어릴 적에는 안 기다리고 손을 뻗어 낼름낼름 했지만, 이제는 밥상 다 차려서 아버지가 “밥 먹자!” 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 뿐 아니라, 밥상 다 차리면 식구들을 불러요.


  작은아이는 세 살이지만 아직 스스로 신을 잘 못 뀁니다. 으레 큰아이가 도와줍니다. 아버지가 밥이랑 국 끓이면서 이것저것 부산하면 큰아이한테 동생 쉬 누여 달라고 말합니다. 큰아이는 동생 쉬 잘 누여 줍니다. 동생 옷도 입힐 줄 알고, 옷가지 갤 줄 알며, 동생이 물 쏟은 바닥을 걸레로 닦을 줄 압니다. 서로서로 같이 잘 놀고, 같이 잘 놀다가 툭닥거리고, 툭닥거리다가도 함께 노래하고 춤추면서 새롭게 놉니다.


  이 모든 모습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실컷 누립니다.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라면 이러한 모습을 날마다 즐겁게 부대낄 테지요. 초등학교 교사도 아이들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나날이 기쁘게 맞이할 테지요. 하루에도 숱하게 자라고, 그때그때 새롭도록 눈망울 밝히면서 어여쁜 이야기꽃 피웁니다.


  아이들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오늘 두 아이 앞에서 어버이요 아버지 자리에 있으나, 나도 서른 몇 해 앞서는 내 어버이한테 아이로 있었어요. 나 또한 갓난쟁이와 아기와 어린이 나날 누리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내 마음속에는 어린이 삶자락 고스란히 있어요. 나는 어른마음이면서 어린이마음입니다. 곧, ‘옹근 사람마음’으로 자랍니다. 아이들이 자라듯 어른들도 자라지요. 아이들이 크듯 어른들도 크지요.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나란히 큽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도 몸과 마음이 함께 커요. 어른들은 키는 더 크지 않을 테지만, 아이들 안고 씻기고 재우고 먹이고 놀리고 함께 다니고 하면서 손목과 발목과 팔뚝과 허벅지가 차츰 단단히 여뭅니다. 어버이로 지내는 사람들은 누구나 몸과 마음이 새삼스레 자라요.

 

 

 

 

 

 


  우치야마 아키라 님이 빚은 사진책 《고마워요, 아빠》(웅진주니어,2002)를 봅니다. 남극에서 ‘황제펭귄’ 삶을 사진으로 담은 책입니다. 펭귄 가운데에서도 황제펭귄 삶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 기나긴 해 꿈꾸며 기다렸다고 해요. 우치야마 아키라 님은 들짐승 삶자락을 사진으로 담은 지 서른 해 지나고서야 비로소 남극으로 찾아가 황제펭귄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찾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꿈속에서까지 보았던 어린 새끼를 발견한 것입니다. 너무 기뻐서 얼음 바닥에 납작 엎드려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렌즈 속의 새끼 펭귄도 나를 보고 웃음짓는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 열흘 동안, 눈보라가 치고 필름이 찢어질 만큼 추운 날도 있었지만 하루 중 언제든 마음이 내킬 때면 펭귄 서식지로 펭귄을 만나러 갔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얼마나 기뻤을까요. 얼마나 웃고 얼마나 눈물 흘리며 황제펭귄 식구들 삶을 사진으로 찍었을까요. 어미 황제펭귄이 새끼들 낳아 돌보는 모습 가만히 지켜보면서, 이들 삶이 참으로 사랑스럽고 따스하며 아름답다고 느꼈을 테지요. 그러니까, 이 사진책 《고마워요, 아빠》에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사진을 알뜰히 갈무리할 수 있겠지요.


  나는 펭귄이든 황제펭귄이든 잘 모릅니다. 나는 남극까지 가 보지 못했고, 남극 안쪽 깊은 곳에서 황제펭귄이 새끼를 낳아 돌보는 데가 어디인지 모릅니다. 황제펭귄을 만나려고 남극기지에서도 비행기로 여섯 시간이나 날아서 깊숙한 데까지 들어갔다고 하니, 참말 황제펭귄은 조용하고 고즈넉하며 정갈한 터전에서 새끼를 낳아 돌보는구나 싶어요.


  우치야마 아키라 님은 “황제펭귄은 극한 속에서 새끼를 키웁니다. 수컷은 새끼를 기르는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암컷은 추위를 무릅쓰고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먹이를 구하러 갑니다. 이 책을 통해 추위와 굶주림을 견뎌내는 황제펭귄의 생활력과 깊은 자식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수컷 황제펭귄이 넉 달 동안 아무것 안 먹으며 새끼를 돌본다 하는군요.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암컷 황제펭귄은 무엇인가 먹을까요? 먹이를 찾은 다음 먹이를 조금 먹고 나서 새끼한테 먹이를 건넬까요?


  너무 마땅한 일이라고 느끼는데, 수컷과 함께 암컷도 아무것 안 먹으며 넉 달에 걸쳐 새끼를 돌보리라 생각합니다. 암컷은 먹이를 찾아 입에 물고 돌아오더라도 이녁 몫으로 한 점조차 안 먹으며 통째로 새끼한테 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 어버이로 살아가는 나와 옆지기도 이와 같거든요. 아이들한테 먼저 밥을 주지, 어버이가 먼저 밥을 먹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먹는 밥상을 차리면, 작은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밥과 반찬을 잘근잘근 씹어서 다 먹여야 비로소 내 밥을 먹지, 내 밥 먹으면서 작은아이 밥을 먹이지 못해요. 큰아이 낳아 돌볼 때에도 이와 같았지요. 큰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챙겨서 먹입니다. 큰아이가 배부르게 다 먹었구나 싶어야 비로소 내 밥을 먹습니다. 아이들한테 밥을 먹이다가 내 어린 날 내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곤 해요. 그래, 내 어머니도 나한테 밥을 먹이려고 당신 밥은 늘 뒷전이었어요. 내가 다 먹고 나서야 어머니도 밥술을 들었어요. “어머니 밥 드셔요.” 하고 여쭈면, 어머니는 “너나 먹어.” 하고 대꾸했지요.


  지난날, 어머니한테서 사랑을 받아먹었습니다. 오늘날, 아이들한테 사랑을 먹입니다. 사진을 찍는 아버지 마음이란, 아이들 예쁘장한 모습을 예쁘장하게 찍는 마음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레 살아가는 나날을 사랑스러운 이야기 하나로 갈무리하려는 마음이 되어 사진을 찍습니다. 4346.4.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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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 아기동물 사진 그림책 1
유키 모이라 글, 후쿠다 유키히로 사진, 이선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19

 


아이들과 숲을 생각하기
― 엄마, 안녕
 후쿠다 유키히로 사진,유키 모이라 글,이선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2001.12.10./7500원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숲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숲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목숨은 건사할 수 있어도 사람답게 살림을 꾸리지 못합니다. 탄광마을이 시커멓고, 크고작은 도시마다 매캐한 바람 가득한 까닭은 숲이 없기 때문입니다. 숲이 없는 터에는 다툼과 싸움이 판칩니다. 숲이 없는 곳에는 돈과 권력이 떠돕니다. 숲이 없는 자리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깃들지 못합니다.


  서양 여러 나라는 숲 없는 도시를 짓다가 스스로 숨막히는 줄 깨닫고는, 도시 한복판에 널따랗게 ‘숲 비슷한 공원’을 따로 마련합니다. 도시 한복판이라 하면 땅값 몹시 비싸다 할 텐데, 땅값 비싸다 할 데에 건물이나 가게 아닌 ‘나무와 풀이 푸르게 자라는 공원’을 마련하지요.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시가 도시로서 굴러가지 못하는 줄 뼛속 깊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한국 도시에는 공원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는 흙땅 밟기조차 어렵습니다. 흙땅을 밟지 못하면 공원이랄 수조차 없지만, 그나마 풀이나 나무 자라는 손바닥만 한 공원조차 제대로 없는 한국 도시입니다. 서울 어디에, 부산 어디에, 대구나 인천 어디에, 대전이나 광주 어디에 ‘숲내음 그윽한 쉼터’가 도시 한복판에 있을까요. 새로 커지는 울산이나 거제나 용인이나 일산이나 분당 같은 도시 어느 한켠에 ‘숲바람 따사로운 쉼터’가 있는가요.


  나무그늘 누릴 숲터가 있어야 삶터라 할 만합니다. 들꽃 만날 숲자리 있어야 보금자리가 될 만합니다. 들새 둥지를 트도록 숲을 돌보고 아끼는 사람이 있어야 사람 살아가는 동네에서도 서로 어깨동무를 할 만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도시 한복판 공원’은커녕 ‘도시 변두리 공원’조차 바라기 어려워요. ‘도시를 벗어난 시골’에서도 정갈한 숲과 멧골과 들판을 바라기 힘들어요. 도시 바깥쪽에 ‘도시에 들이지 않는 위험·위해시설’을 잔뜩 둡니다. 도시 언저리 시골은 쓰레기밭으로 바뀝니다. 높고낮은 멧자락마다 우람한 송전탑 섭니다. 아름다운 들판을 가로질러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지나갑니다. 깨끗해야 할 바닷가에 공장과 발전소를 자꾸 지으면서, 바다와 갯벌이 끝없이 망가집니다. 더구나, 뭍에서 흘러나오는 쓰레기를 걸러내는 갯벌을 자꾸 메워 개발을 한다 외치는 바람에, 이 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맑은 물과 바람과 볕하고 나날이 멀어집니다.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스스로 숲을 생각하지 못할까요.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들하고 함께 숲을 헤아리지 않을까요.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스스로 숲을 누리려 하지 못할까요.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이 숲을 누리게끔 숲을 돌보고 지키며 물려줄 생각을 안 품을까요.

 

 

 


  후쿠다 유키히로 님 사진하고 유키 모이라 님 글이 어우러진 사진책 《엄마, 안녕》(웅진주니어,2001)을 들여다봅니다. ‘하프물범’이라 하는 ‘북극 바다짐승’ 삶자락을 살그마니 보여줍니다. 하프물범이 새끼를 낳아 어떻게 돌보고, 새끼 하프물범은 어미 하프물범한테서 어떤 사랑을 어떻게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는가를 알뜰히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사진책입니다.


  사진을 찍은 후쿠다 유키히로 님은 “얼음 위는 영하 20도로 매우 춥지만, 아기물범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때나마 추위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혹독하게 추운 곳에도 하프물범이라는 정겨운 동물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날마다 놀라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하프물범들이 새끼를 기르는 장소인 바다 위의 얼음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얼음장이 없는 바다에서는 안전하게 새끼를 기를 수 없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몹시 추운 곳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하프물범을 바라보면서, 사진쟁이 한 사람도 씩씩하게 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북극 바다짐승을 만나며 아름다움을 누렸기에, 이 아름다움을 사진 한 장으로 담아 지구별 어린 벗님들과 나누려고 한 뜻을 잘 알겠습니다.


  바다짐승은 바다가 깨끗해야 삶을 즐거이 누립니다. 들짐승은 들이 깨끗해야 삶을 아름다이 누립니다. 멧짐승은 멧자락이 깨끗해야 삶을 사랑스레 누립니다.


  사람은 삶터가 어떠할 때에 삶을 누릴까요. 우리 삶은 얼마나 즐거운가요. 우리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우리 삶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요. 이웃한 다른 나라는 살짝 잊고, 바로 이 나라 삶을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은 스스로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하루를 빛내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일자리 찾아 돈을 벌어 아이들 먹여살리는 어른들은 스스로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삶을 헤아리며 누리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어른들은 한국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터 누리면서 어떤 이야기꽃 길어올리는 즐거운 삶 누리도록 마음을 기울이는지 궁금합니다.


  먼 앞날, 곧 아이들 앞날을 헤아려 고속도로 잔뜩 깔고 새 고속도로 늘리면 즐거운 삶 될까요? 먼 뒷날, 곧 아이들 뒷날을 생각해 숲을 지키고 돌보면서, 도시 한복판이든 시골 어디이든, 푸르게 빛나는 맑은 숲터 가꾸면서 사랑과 꿈을 물려줄 마음이 있는지요? 아이들과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찾으며,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이야기하며, 무엇을 보살피고, 무엇을 사랑할 때에, 삶이 삶다울 수 있는지 하루 빨리 깨닫기를 빕니다. 4346.4.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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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핑계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 되게 분다. 아침에 편지꾸러미 싼 다음, 우체국에 들러 책을 부치고 나서, 아이들 자전거에 태워 이웃 풍양면 별학산 너머까지 마실을 해 볼까 생각했으나, 바람을 핑계 대고 길을 나서지 않는다. 봄바람치고 너무 되게 불어, 이 바람으로는 두 아이 태운 자전거 끌다가 아주 ‘바람 맞고’ 애먹을까 싶더라.


  그러나 다 핑계이지. 태풍이 온 날에도, 한겨울에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더라도 자전거를 몰았으면서 고작 봄바람 갖고 뭘. 외려, 바람 분다며 아이들 바람 느끼기도 해야 한다면서 자전거 씩씩하게 몬 적도 있잖나.


  깊은 밤 되니 바람이 조용하다. 바람 한 점 없다. 별빛 초롱초롱 맑다. 시골 밤하늘 별을 올려다볼 적마다, 참말 ‘초롱초롱’이라는 낱말 아니고는 별빛을 못 가리겠다고 느낀다. 옛사람은 어쩜 낱말 하나 이렇게 싱그럽게 빚었을까. 오늘 살아가는 나는 옛사람이 빚은 ‘초롱초롱’에 이어, 어떤 새 낱말 맑게 빚으며 저 별빛을 가리킬 수 있을까.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자장노래 부르면서 곰곰이 헤아려 보아야겠다. 아이들한테 물어 봐야지. 얘들아, 밤하늘 별빛 어떻게 보이니? 4346.4.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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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스랑개비꽃 책읽기 (가락지나물, 양지꽃)

 


  볕 잘 드는 곳에서 무리지어 곱게 피어나는 꽃이라 한다며 ‘양지꽃’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양지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참말 옛날 시골사람도 이런 꽃이름으로 이 꽃을 바라보았을까? 시골사람이 한자말 ‘양지(陽地)’를 썼을까? 나는 어릴 적에 ‘양달’과 ‘응달’이라는 낱말을 썼다. 둘레 어른들도 이런 낱말을 썼다. 나중에 ‘볕받이’라는 낱말을 듣기도 했다. 볕이 잘 드는 곳이라 ‘볕받이’라 한단다.


  그러니까, 한겨레 옛사람이 노랗게 피어나는 꽃한테 붙인 이름이라 한다면 ‘양지꽃’ 아닌 ‘볕받이꽃’이라든지 ‘양달꽃’이라든지 ‘볕달꽃’이라야 맞다.


  그러나, 시골사람이 이런 이름으로 풀포기를 가리켰으리라고도 느끼지 못하겠다. 더 생각하고 찾아본다. 이리하여, ‘쇠스랑개비’라 하는 풀이름 알아낸다. 같은 풀을 가리켜 다른 이름으로 ‘가락지나물’이라고도 한단다. 그래, 바로 이런 이름이지. 손가락 다섯처럼 꽃잎 다섯이 벌어져서 가락지나물일까. 쇠스랑하고 어떻게 이어지는 실타래 있어 쇠스랑개비라는 이름 붙었을까. 이런 이름도 고장마다 다 다를 테지. 전라도와 경상도와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기도, 또 함경도와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저마다 다 다른 이름으로 이 들꽃 들풀 들나물 이름 가리키겠지. 권정생 할배는 ‘민들레’를 안동 고장말로 ‘말똥굴레’라고 이야기한다. 쇠스랑개비와 가락지나물은 고장마다 어떤 예쁘고 재미난 이름 있을까 궁금하다. 4346.4.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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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꽃 책읽기 (노랑매미꽃)

 


  봄날에 피어나는 풀과 꽃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어 반가우면서 즐겁다. 재미있고 고맙다. 숲은 얼마나 너른 품이 되어 우리한테 밥잔치를 차려서 베푸는가. 한 발자국 살며시 들어가도 나물이고, 두 발자국 가만히 디뎌도 나물이며, 세 발자국 살포시 걸어도 나물이다.


  피나물에 핀 꽃을 바라본다. 왜 ‘피’나물인가를 생각하기 앞서 피‘나물’이라 이름을 붙였구나 하고 생각한다. 피나물 이름 알려주는 분 말씀이 떨어지기 앞서, 낼름 한 닢 똑 따서 입에 넣고 씹는다. 음, 피나물은 이런 맛이로구나.


  큰아이는 피나물 노란 꽃송이를 손에 쥐며 논다. 노랗게 꽃송이 피어나기에 노랑매미꽃이라고도 할까. 참말 봄날 봄들은 노란 물결이다. 우리 어머니가 노란꽃 좋아한다는 말씀 잘 알 만하다. 이렇게 어여쁜 꽃이 피어나는 반가운 나물이 온 들과 숲과 멧골 뒤덮으니, 우리 어머니 어릴 적 시골살이 누리면서 노란 웃음 피웠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가 우리 아이들만 했을 어린 나날 시골자락 모습을 떠올려 보며, 다시 한 닢 똑 따서 먹는다. 4346.4.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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