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곰 티모 비룡소의 그림동화 38
게르다 바게너 글, 얀 레니카 그림,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5

 


꿈꾸는 사람한테 찾아오는 빛
― 꿈꾸는 곰 티모
 얀 레니카 그림,게르다 바게너 글,김중철 옮김
 비룡소 펴냄,1996.12.27./7500원

 


  어제는 한낮에 마당에 넌 이불과 옷가지를 미처 걷지 않은 채 바깥마실을 다녀왔습니다. 그만 이불이며 옷가지에 축축한 기운이 스밉니다. 이를 어쩌나 싶지만, 이듬날 아침부터 다시 해바라기 시키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침을 맞이하고부터 하늘을 가만히 살핍니다. 새벽 다섯 시부터 여섯 시 사이에는 잿빛 구름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비가 오지 않을 날씨일 텐데 저 구름은 무얼까 싶습니다. 바람이 제법 세게 붑니다. 이러다가 해가 안 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기다리면 곧 나겠지 하고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아침 일곱 시 반 즈음 되니 비로소 구름이 거의 모두 걷힙니다. 어제 해바라기 시키다가 다시 눅눅해진 이불이랑 옷가지를 모두 마당에 내놓습니다. 이불 넉 채와 아이들 옷가지와 옆지기 옷가지를 넙니다. 이 이불과 옷가지가 잘 마르면 바로 다른 옷들 널어야지요. 그러고 나면 겨울옷도 햇볕을 쪼여 눅눅함을 빼야지요.


  빨래를 널고 옷가지와 이불을 말릴 때마다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햇볕이 있어 우리 삶이 더없이 포근하고 즐겁습니다. 햇살이 드리워 우리 보금자리가 참으로 따사롭고 밝습니다.


.. 어느 날 밤에 티모가 꿈만 꾸지 않았다면, 아마 이 모든 게 그대로 있었을 거야 ..  (8쪽)

 


  해님은 지구별에 빛과 볕과 살 세 가지를 나누어 줍니다. 햇빛을 비추어 골골샅샅 환하게 밝힙니다. 햇볕을 내리쬐며 풀과 나무를 살찌우고 사람들 살결과 뼈마디를 튼튼하게 해 줍니다. 햇살을 드리우며 고운 꿈을 꾸도록 북돋웁니다.


  햇빛을 바라보며 눈빛이 트입니다. 햇볕을 누리며 몸빛이 무르익습니다. 햇살을 받으며 마음빛이 열립니다. 빛과 볕과 살 세 가지를 골고루 받아먹을 때에 생각과 사랑과 꿈을 키우고, 빛과 볕과 살 세 가지는 먼먼 옛날부터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선물입니다.


  햇빛은 슬기로운 생각으로 거듭납니다. 햇볕은 따사로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햇살은 눈부신 꿈으로 샘솟습니다.


  가만히 보면, 햇빛이나 햇볕이나 햇살 어느 한 가지만 못 받더라도 삶이 우중충해요.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가 모자라더라도 삶이 어둡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가 빠진 삶이라면 하루하루 퀴퀴합니다.


  사람이 꾸리는 삶에서 빛과 볕과 살이란, 생각과 사랑과 꿈인 만큼, 사람은 누구나 이 세 가지를 알뜰살뜰 엮거나 일구어야지 싶어요. 일터에서 땀을 흘리거나 학교에서 바지런히 배운다 할 적에도, 늘 생각과 사랑과 꿈을 곱씹으면서 즐겁게 웃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아야지 싶어요.


.. 티모는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걸어갔어. 얼마 후에는 눈과 얼음이 보이지 않았어. 땅은 점차 잿빛에서 갈색, 초록이 되었어 ..  (16쪽)

 

 


  아침에 아침밥을 짓고, 저녁에 저녁밥을 짓습니다. 낮에는 샛밥을 먹습니다. 아침저녁을 지어서 아이들과 먹고, 낮에 샛밥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어버이 스스로 맛나게 먹으려는 마음일 적에 참말 맛난 밥을 지어서 차릴 수 있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배고픈 아이들 배만 채우려는 생각일 적에는 그닥 맛있는 밥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누리는 밥이고, 다 함께 기쁘게 맞이하는 아침저녁이에요.


  자전거를 끌고 아이들과 마실을 다닐 때에도 어버이 스스로 즐거운 몸이어야 합니다. 아이들 바깥바람 쐬어 주겠다는 생각이라면 몸이 쉬 지칩니다. 어버이 또한 바깥마실 널리 즐기면서 이웃 삶터와 숲을 한껏 누리려는 생각이라야, 아이들도 바깥마실을 하는 동안 푸른 숨결을 마셔요.


  밤에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 잠을 잘 때에도 어버이 스스로 기쁘게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아이들 빨리 재우려는 마음이 되면 목소리가 하나도 안 고와요. 게다가 아이들은 빨리 잠들지도 않아요. 두 아이와 여섯 해를 살아오며 자장노래 부르며 돌아보니, 아이들하고 삼십 분쯤은 노래를 부르며 놀아야 사르르 잠듭니다. 어느 때에는 한두 시간쯤 지치지 않고 잠들지 않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이런 날대로 아이들이 노래를 말밥이나 이야기밥 삼아 받아먹는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그러니, 나는 아이들하고 두 시간쯤 노래를 부르다가 제풀에 지쳐, 아이구 이제는 몰라 아버지 쓰러져 잘래,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희끼리 깔깔대고 놀다가 어느새 스르르 잠들어요.


.. 티모와 갈색곰은 초원과 길가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색색의 꽃들을 꺾어 다발로 묶었어 ..  (20쪽)

 

  얀 레니카 님 그림하고 게르다 바게너 님 글이 얼크러진 그림책 《꿈꾸는 곰 티모》(비룡소,1996)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이들한테 읽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펼쳐 읽기도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티모’라는 어린 곰은 스스로 꿈을 꾸기에 스스로 삶을 바꿉니다. 스스로 고운 꿈을 꾸면서 스스로 고운 길을 걸어요.


  어린 곰 티모가 꾼 꿈은 하늘에서 똑 하고 떨어지지 않아요. 티모 스스로 고운 삶을 바라며 하루하루 누렸기에, 시나브로 이 마음이 모이고 쌓여서 아름다운 빛으로 꿈속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티모는 티모 스스로 빚은 아름다운 빛이 어디엔가 꼭 있으리라 생각해요. 씩씩하게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곁을 떠나요. 홀로 꿋꿋하게 길을 나서지요. 그러고는 티모 마음으로 꾼 꿈 그대로 고운 빛으로 환한 꽃밭을 만납니다.


  티모는 꿈을 꾸는 곰입니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티모는 티모 스스로 꾼 고운 꿈을 이웃하고 동무랑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꾸는 고운 꿈을 이웃하고 동무랑 나눌 때에 한결 즐겁습니다.


  웃음은 나눌 때에 한껏 큰 웃음 되고, 눈물은 나눌 적에 한껏 살가이 녹아들면서 사그라들어요. 밥은 나눌 때에 더 맛있어요. 돈은 나눌 때에 더 넉넉해요. 사랑은 나눌 때에 더 따스하지요. 믿음은 나눌 때에 더 홀가분히 두레를 하는 밑힘이 돼요. 이야기는 나눌 때에 더 반갑고, 말은 나누면 나눌수록 새로운 빛이 감돌며 고운 낱말이 하나둘 태어납니다. 4346.7.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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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6. 2013.7.10.


  오늘은 옥수수 섞은 볶음밥이다. 어제 남은 밥에다가 고구마랑 당근이랑 감자랑 가지랑 양파랑 송송 썰어서 볶은 다음 옥수수와 밥을 넣고 비볐지. 고구마는 어디 숨었느냐고? 잘 찾아봐. 먹어 보면, 아 고구마맛 나네, 하고 느낄 테니까. 그리고, 밥 한 술에 풀 하나씩 나란히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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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1 08:57   좋아요 0 | URL
옥수수 섞은 볶음밥에
푸른 돗나물 살포시 얹으니 더 예쁘고 맛있게 보이는군요. ^^

파란놀 2013-07-11 09:24   좋아요 0 | URL
이제는 아이들 모두 '들나물' 살짝 씁쓸한 맛을
다 맛나게 먹어 주니 아주 고맙답니다.

아이들도 바깥밥은 그닥 안 좋아해요~
 

책아이 28. 2013.7.4. ㄴ

 


  책에는 그리 눈길을 안 두던 작은아이였는데, 누나와 함께 모든 놀이를 하나하나 하는 사이, 어느덧 책에도 곧잘 눈길을 두는 작은아이가 된다. 이제 작은아이는 누나가 들여다본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모두 제 손으로 만지면서 혼자서 넘겨야 한다. 굳이 말리지는 않고, 따로 부추기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책놀이를 하겠다면 책놀이를 한껏 즐겨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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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1 08:54   좋아요 0 | URL
어~? 보라가 보고 있는 그림책
<겨울잠쥐 쿨쿨이의 꿈> 아닌가요~?^^

파란놀 2013-07-11 09:2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
 

책아이 27. 2013.7.4. ㄱ

 


  밥 한 술 뜨고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가지로 방으로 뽀르르 달려가는 큰아이. 누나가 책 하나 가져와서 밥상맡에서 펼치니, 동생도 방으로 콩콩콩 달려가서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가져와서 밥상맡에서 펼치고. 누나가 무언가 읽으면 스스로 마음속에 새겼다가 나중에 작은아이 혼자서 넌지시 종알종알 누나가 읊은 말을 따라하고. 큰아이가 동생한테 말을 가르친다고 하는 얘기를 날마다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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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56] 잎빛

 


  하늘은 하늘빛입니다. 흙은 흙빛입니다. 바다는 바다빛이요, 풀은 풀빛입니다. 감은 감빛이고, 살구는 살구빛입니다. 물이라면 물빛일 테고, 땅이라면 땅빛이 되겠지요. 무지개는 무지개빛입니다. 안개는 안개빛이에요. 눈은 눈빛이고, 꿈은 꿈빛입니다. 사랑이기에 사랑빛이며, 마음이기에 마음빛입니다. 나무는 저마다 달라 나무빛입니다. 나무에 돋는 잎사귀는 나뭇줄기와는 사뭇 다른 잎빛이에요. 꽃을 볼 적에는 꽃빛을 느낍니다. 씨앗은 씨앗빛 되고, 열매는 열매빛 됩니다. 우리 둘레 모든 숨결에는 숨빛이 깃들어 다 다른 이름이 돼요. 개구리는 개구리빛이고, 벼는 벼빛입니다. 사람은 사람빛이며, 제비는 제비빛이에요. 빛을 살피고 빛을 읽습니다. 빛을 헤아리고 빛을 맞아들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고운 글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말을 들려주는 사람들은 맑은 맑빛을 밝히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한테서 배움빛을 물려받아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서 놀이빛을 건네받으면서, 서로 웃음빛을 나눕니다. 나무그늘에서 그늘빛을 누리고, 책 한 권 손에 쥐어 책빛을 받아먹습니다. 내 삶을 돌아보면서 삶빛 일구는 길을 걷습니아. 이 길에는 길빛이 환합니다. 4346.7.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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