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80 : -려는 시도



타려고 시도했을 때

→ 타려고 할 때

→ 탈 때


-려는 : ‘-려고 하는’이 줄어든 말

시도(試圖) :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함



  모르거나 못 느끼는 분이 많은데 “-려는 시도하는”은 겹말입니다. ‘-려다’만 살려서 “-려고 하는”으로 적으면 됩니다. ‘-려는’은 이미 “-려고 하는”을 가리킬 뿐 아니라, ‘시도하다 = 하다 + 하다’인 얼개인걸요. “얻으려 시도하다”는 “얻으려 하다”로 바로잡고, “살펴보려는 시도이다”는 “살펴보려고 한다”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너른 논의의 마당에서 살피려는 시도다

→ 너른마당에서 살피려고 한다

→ 널리 얘기하려는 뜻이다

→ 널리 나누고 싶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복거일, 삼성경제연구소, 2003) 7쪽


나이 든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나이 듦이라는 주제를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 나이든 사람들 생각을 엿보며 나이듦을 살펴보려고 한다

→ 나이든 사람들 생각을 읽으며 나이듦이란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 나이든 사람들 생각을 읽으며 나이듦이 무엇인가 하고 살펴보려고 한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존 버닝햄/김현우 옮김, 민음사, 2005) 5쪽


사채업자들의 횡포를 처벌함으로써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 시도하거나

→ 빚장수 막짓을 다스리면서 널리 눈길을 모으려 하거나

→ 빚노름꾼 괘씸짓을 다그치며 두루 눈길을 끌려 하거나

《박정희의 후예들》(김재홍, 책보세, 2012) 25쪽


처음 파도를 타려고 시도했을 때

→ 처음 파도를 타려고 할 때

→ 처음 파도를 탈 때

《파도수집노트》(이우일, 비채, 20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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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81 : 가문 집안



그 가문과 거래가 있었던 집안

→ 그 집안과 오간 집안

→ 그쪽과 오간 집안


가문(家門) : 가족 또는 가까운 일가로 이루어진 공동체. 또는 그 사회적 지위

집안 : 가족을 구성원으로 하여 살림을 꾸려 나가는 공동체. 또는 가까운 일가 ≒ 가내



  하나로 이루는 ‘집안’을 한자말로는 ‘가문’으로 나타냅니다. “가문과 거래가 있었던 집안”이라 하면 얄궂습니다. 앞뒤 모두 ‘집안’이라 하거나, 앞쪽을 살짝 손질해서 “그쪽과 오간 집안”이라 할 만합니다. ㅍㄹㄴ



그 가문과 거래가 있었던 집안의 딸들은 전부 해고시키게 됐대

→ 그 집안과 오간 집안 딸은 다 잘렸대

→ 그쪽과 오간 집안 딸은 다 내보냈대

《약사의 혼잣말 4》(휴우가 나츠·네코쿠라게/김예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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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12 : 큰 너울



큰 너울이 일고

→ 너울이 일고

→ 큰물결이 일고


너울 :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



  크게 이는 물결을 따로 ‘너울’이라 하고, 줄여서 ‘놀’이라 합니다. “큰 너울”은 잘못 쓰는 말씨입니다. ‘너울’이라고만 하거나 ‘큰물결’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부산항에는 큰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어

→ 부산나루에는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 부산나루에는 큰물결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우리 엄마 강금순》(강이경·김금숙, 도토리숲, 2017)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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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13 : 가득 들어찬



가득 들어찬 곳을

→ 가득한 곳을

→ 들어찬 곳을


가득 : 1. 분량이나 수효 따위가 어떤 범위나 한도에 꽉 찬 모양 2. 빈 데가 없을 만큼 사람이나 물건 따위가 많은 모양 3. 냄새나 빛 따위가 공간에 널리 퍼져 있는 상태 4. 감정이나 정서, 생각 따위가 많거나 강한 모양

들어차다 : 많이 들어서 가득 차다



  ‘가득하다’라 할 적에는 ‘들어찬’ 모습입니다. ‘들어차다’라 할 적에는 ‘가득’ 있다는 뜻입니다. “가득 들어찬”은 겹말이니, 두 낱말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ㅍㄹㄴ



배가 가득 들어찬 곳을 발견했어

→ 배가 가득한 곳을 보았어

→ 배가 들어찬 곳을 찾았어

《보물 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미겔 팡/김여진 옮김, 후즈갓마이테일, 202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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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유고 시집 - 이 지구에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운 지구가 될까? 이오덕 교육문고 5
이오덕 지음 / 고인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15.

노래책시렁 519


《이오덕 유고 시집》

 이오덕

 고인돌

 2011.7.10.



  1925년에 멧골마을에서 태어난 이오덕 님은 언제나 멧골자락 작은배움터에서 작은아이 곁에 서려고 했습니다. 2025년은 떠난 어른이 태어난 지 온돌(100돌)입니다. 나고, 자라고, 일하고, 걷고, 돌아보고, 쓰고, 읽고서, 마지막으로 숨을 마시고서 잠든 곳은 멧숲입니다. 언제나 멧새노래를 들었고, 멧새노래를 글결로 옮기면서 들려주었고, 스스로 멧새로 돌아가서 온누리 어린이하고 꿈을 그리겠다는 마음을 오래오래 남겼다고 할 만합니다. 《이오덕 유고 시집》을 펴낸 ‘고인돌’은 이오덕 님 책을 함부로·몰래 찍어서 여러모로 말밥에 올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오덕 온돌’을 기린다며 서울 덕수궁에서 모이는 자리가 어제(11.14.) 있었다는데, 왜 굳이 서울 한복판을 고르는지 얄궂습니다. 멧새로 돌아가려 하던 멧사람을 그리려는 뜻이라면 ‘멧숲과 가장 먼 서울’이 아닌, 겨울에도 노래하는 작은새가 깃든 멧자락을 살펴야 맞을 테지요. 큰어른이 아닌 작은사람으로서 나즈막이 일하는 손끝을 헤아리는 작은이웃을 기다립니다. 모든 숲은 처음에 작은씨앗이었습니다. 모든 나라는 언제나 작은아이가 신나게 뛰놀고 자랄 적에 일어설 수 있습니다. 작은집과 작은책과 작은꿈을 품으려고 한다면 노래 한 줄 함께 읽을 테지요.


ㅍㄹㄴ


어둠이 쌓여 이렇듯 고요한 밤엔 / 먼 별나라로 날아가 버린 꾀꼬리와 산새들 / 다시 돌아올 것 같구나. (한 그루 나무가 되어 1958.5./87쪽)


물동이 이고 오는 어머니께 / 눈인사를 보내고 // 마을 앞을 나오면 / 나를 부르는 소리 // 저쪽 못자리 물속에 / 빨강  파랑 그림자가 달려간다 (학교 가는 길/241쪽)


거기 / 학교를 그만두고 식모살이 가던 / 순이의 인동꽃 같이 노오란 얼굴이 살아나고, / 짐을 진 채 벼랑에서 떨어져 병원에 갈 수도 없이 죽어간 / 석이 아버지의 상여가 넘어가던, / 진달래 피고 물들인 고갯길이 보이고, (산나물/323쪽)


대학생 언니가 쇠몽둥이에 맞아 죽었답니다. / 대학생 누나가 불타 죽었답니다. / 선생님, 시를 어떻게 써야 합니까? (시를 어떻게 써야 합니까/500쪽)


아, 우리가 어렸을 때 부르던 그 노래 / 그 노래를 부르지만 이 땅에ㅐ / 제비는 볼 수 없구나 / 제비가 왜 찾아오지 않나 // 제비가 찾아와도 집 지을 곳이 없고 / 집을 지어도 이 땅의 사람들 / 모조리 놀부가 되어 집을 뜯어버리고 / 제비집 더럽다 제비 똥 더럽다고 (제비/645쪽)


이 세상에서 모두가 쳐다보고 부러워하는 / 천국 중에서도 천국이 / 갑자기 끔찍하게 말도 할 수 없는 지옥으로 /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날 / 그날 저녁 나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 밤을 까먹고 있었다. (천국의 끝장 1 2001.9.14./774쪽)


이제 나도 그 날이 왔구나. / 돌아갈 그곳을 나는 잘 알 수 없지만 / 다만 황홀한 빛 가득하고 아름다운 노래가 / 들리는 곳이라는 굳게 믿는다. / 그곳은 내 본향, / …… / 내 본향으로 / 어머니 품에 안기려는 산새같이 / 한 마리 새가 되어 두 날개 파닥거리며 / 빛과 노래가 가득한 그곳으로 간다. (이승은 하룻밤 2003.8.16./9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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