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유고 시집 - 이 지구에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운 지구가 될까? 이오덕 교육문고 5
이오덕 지음 / 고인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15.

노래책시렁 519


《이오덕 유고 시집》

 이오덕

 고인돌

 2011.7.10.



  1925년에 멧골마을에서 태어난 이오덕 님은 언제나 멧골자락 작은배움터에서 작은아이 곁에 서려고 했습니다. 2025년은 떠난 어른이 태어난 지 온돌(100돌)입니다. 나고, 자라고, 일하고, 걷고, 돌아보고, 쓰고, 읽고서, 마지막으로 숨을 마시고서 잠든 곳은 멧숲입니다. 언제나 멧새노래를 들었고, 멧새노래를 글결로 옮기면서 들려주었고, 스스로 멧새로 돌아가서 온누리 어린이하고 꿈을 그리겠다는 마음을 오래오래 남겼다고 할 만합니다. 《이오덕 유고 시집》을 펴낸 ‘고인돌’은 이오덕 님 책을 함부로·몰래 찍어서 여러모로 말밥에 올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오덕 온돌’을 기린다며 서울 덕수궁에서 모이는 자리가 어제(11.14.) 있었다는데, 왜 굳이 서울 한복판을 고르는지 얄궂습니다. 멧새로 돌아가려 하던 멧사람을 그리려는 뜻이라면 ‘멧숲과 가장 먼 서울’이 아닌, 겨울에도 노래하는 작은새가 깃든 멧자락을 살펴야 맞을 테지요. 큰어른이 아닌 작은사람으로서 나즈막이 일하는 손끝을 헤아리는 작은이웃을 기다립니다. 모든 숲은 처음에 작은씨앗이었습니다. 모든 나라는 언제나 작은아이가 신나게 뛰놀고 자랄 적에 일어설 수 있습니다. 작은집과 작은책과 작은꿈을 품으려고 한다면 노래 한 줄 함께 읽을 테지요.


ㅍㄹㄴ


어둠이 쌓여 이렇듯 고요한 밤엔 / 먼 별나라로 날아가 버린 꾀꼬리와 산새들 / 다시 돌아올 것 같구나. (한 그루 나무가 되어 1958.5./87쪽)


물동이 이고 오는 어머니께 / 눈인사를 보내고 // 마을 앞을 나오면 / 나를 부르는 소리 // 저쪽 못자리 물속에 / 빨강  파랑 그림자가 달려간다 (학교 가는 길/241쪽)


거기 / 학교를 그만두고 식모살이 가던 / 순이의 인동꽃 같이 노오란 얼굴이 살아나고, / 짐을 진 채 벼랑에서 떨어져 병원에 갈 수도 없이 죽어간 / 석이 아버지의 상여가 넘어가던, / 진달래 피고 물들인 고갯길이 보이고, (산나물/323쪽)


대학생 언니가 쇠몽둥이에 맞아 죽었답니다. / 대학생 누나가 불타 죽었답니다. / 선생님, 시를 어떻게 써야 합니까? (시를 어떻게 써야 합니까/500쪽)


아, 우리가 어렸을 때 부르던 그 노래 / 그 노래를 부르지만 이 땅에ㅐ / 제비는 볼 수 없구나 / 제비가 왜 찾아오지 않나 // 제비가 찾아와도 집 지을 곳이 없고 / 집을 지어도 이 땅의 사람들 / 모조리 놀부가 되어 집을 뜯어버리고 / 제비집 더럽다 제비 똥 더럽다고 (제비/645쪽)


이 세상에서 모두가 쳐다보고 부러워하는 / 천국 중에서도 천국이 / 갑자기 끔찍하게 말도 할 수 없는 지옥으로 /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날 / 그날 저녁 나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 밤을 까먹고 있었다. (천국의 끝장 1 2001.9.14./774쪽)


이제 나도 그 날이 왔구나. / 돌아갈 그곳을 나는 잘 알 수 없지만 / 다만 황홀한 빛 가득하고 아름다운 노래가 / 들리는 곳이라는 굳게 믿는다. / 그곳은 내 본향, / …… / 내 본향으로 / 어머니 품에 안기려는 산새같이 / 한 마리 새가 되어 두 날개 파닥거리며 / 빛과 노래가 가득한 그곳으로 간다. (이승은 하룻밤 2003.8.16./9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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