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13.


《기계전사 109 3》

 김준범 글·그림, 바다출판사, 2025.5.30.



창원대학교에서 낮에 이야기꽃을 펼 하루이다. 이웃마을 첫 시골버스부터 타려고 논둑길을 걷는다. 고흥읍을 거쳐서 순천으로 가고, 창원으로 가는 칙폭길로 갈아탄다. 어쩌저찌 7시간이 조금 안 걸려서 닿는다. 퍽 비싸 보이는 밥집에서 한끼를 먹는다. 한끼값이 장난아닌 듯싶은데 젊은손님이 붐벼 빈자리가 없다. 창원에서 스무 해 즈음 고을일꾼(공무원)으로 지낸 분이 새배움(재교육)을 퍽 길게 받는다는데, 다른 고을이나 고장에서도 이런 새배움을 하려나? 놀랐고 반가워서 두 시간 이야기꽃을 꾹꾹 눌러채우듯 이곳 고을일꾼한테 말씨앗을 한 톨씩 풀어놓는다. 일을 마치고서 〈책방19호실〉로 걸어간다. 오늘 쉬시네. 〈창원헌책방고도〉로 가는 100버스를 타다가 문득 말씀을 여쭈니 마침 바깥일을 본다며 비우셨단다. 버스에서 내려 마산으로 건너간다. 〈백석이 지나간 작은책방〉에 이르니 열었다. 해질녘에 드디어 책집에 깃드는구나. 《기계전사 109》가 새옷을 입었다. 뜻밖이네 싶으면서도 아쉽다. “일본과 미국만 ‘기계전사’를 그리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 손으로 ‘기계전사’를 그린다!”에 머무는 그림꽃이다. 오직 ‘죽임짓(전쟁)’을 ‘미움씨(분노·증오)’로 풀어내면서 ‘언제나 맞는이(피해자)인 인조인간’이라는 틀에 갇힌다. 우리는 언제 깨어날까? 우리는 언제 사랑을 할까? 우리는 언제 살림을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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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토리빵 1∼7》 펀딩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652&start=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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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살예방 2025.11.7.쇠.



앞으로 없기를 바란다면서 미리 무엇을 할 적에 ‘예방’이라 하더구나. ‘예방주사’를 놓아서 안 아프기를 바라고, ‘자살예방’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안 죽기를 바라네. 그렇지만 예방주사로는 더 아플 뿐이고, 자살예방으로는 더 죽음으로 내몬단다. 이 까닭을 읽을 수 있겠니? “망가진 나라·서울·마을·숲”은 안 돌보면서 예방주사만 만들어서 맞으라 한들, 돌림앓이는 걷어낼 수 없어. 모든 총칼(전쟁무기)을 치우고, 모든 찻길을 확 줄이고, 모든 공장을 확 줄이려 하지 않으면, 앞으로 100가지뿐 아니라 1000가지 예방주사가 나온들 몸을 더 망가뜨리거나 죽이고 말아. 어린이가 왜 스스로 숨을 끊을까? 푸름이(중·고등학생)도 괴로운 불늪(입시지옥)인데, 이제는 어린이(초등학교)한테도 모질고 무겁게 짐을 얹고서 억누르는걸. 이런 불늪을 손놓은 채 자살예방만 시끄럽게 벌인들, 외려 죽음길을 부채질한단다. ‘예방’하려고 하지 마. 네 몸을 오늘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가꾸렴. 네 길과 일과 집을 오늘 있는 그대로 품고 돌보고 노래하렴. 모두 오늘 이곳에서 하면 넉넉해. 억지로 없애려 하면 거꾸로 더 일어나지. 스스로 할 일을 하려는 마음이면 어느새 스스로 밝게 눈뜨면서 다 풀게 마련이야. 스스로 할 일을 잊으면서 “저걸 없애야지!” 하면서 힘쓰면, “없애려는 저것”은 도무지 안 없어지거나 더 뻗게 마련이야. 이동안 너는 “스스로 하려던 일과 길”을 더 빠르게 잊고 뒤로 미루다가 까맣게 사라진단다. ‘자살예방’은 ‘자살’을 부추기지. ‘백신’이 ‘병’을 키워. 삶을 그리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펼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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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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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싸더라도 2025.11.8.흙.



즐겁게 짓고 다루며 쓰는 살림이라면,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안 따지게 마련이야. 안 즐겁게 사거나 빌리거나 얻은 살림이기에, 자꾸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따진단다. 너는 1만 원짜리나 100만 원짜리나 1억 원짜리를 짓거나 마련하거나 쓰지 않아. 너는 오롯이 ‘살림’을 짓거나 마련하거나 쓸 노릇이란다. 돈이나 금이나 값을 따질 적에는 ‘돈·금·값’에 마음을 기울이느라 ‘살림’을 쉽게 잊어. 네가 늘 살림을 건사하거나 다루거나 쓸 적에는, 그야말로 ‘살림’이라는 말씨를 온마음에 담는단다. 왜 비싸다고 여기겠니? 살림을 안 보거든. 왜 싸다고 여길까? 살림을 짓겠다는 마음을 잊거든. 비싸더라도 사거나 써야 하지 않아. 써야 하니까 기쁘게 맞이해서 즐겁게 쓰기에 살림살이로 자리를 잡아. 집에 들일 적부터 비싸다고 여기는 마음인 채, 내내 “비쌌어!” 하고 여기느라, 살림이 아닌 ‘비싼것’으로 뿌리내리면서 그만 못 쓰거나 잘못 쓰거나 쉽게 버리고 만단다. 늘 ‘제것’을 제대로 쓰면 될 일이야. 값은 안 대수롭지. 돈이야 벌어서 대면 어느새 다 갚고 메우고 아물지. 곁에 무엇을 어떻게 둘는지 헤아려 보렴. 너는 네 손끝에 무엇을 담거나 놓고서 하루를 어찌 누릴는지 살피렴. 즐겁기를 바라면, 어떤 돈·금·값이건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편단다. 더 싸기를 바라니까, 돈·금·값은 이대로 잔뜩 들이면서도 삶이 헛돌다가 그만 무너지지. 햇볕에, 비에, 바람에, 별에, 꽃에, 숲에, 바다에 누가 돈을 매기니? 해바람비에 값을 매기면, 이 별이 사라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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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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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핵잠수함  2025.11.9.해



바다밑으로 숨듯 잠겨서 다니는 배라서 ‘잠수함’이라는데, 이 ‘물밑배’는 바다를 읽거나 느끼거나 알려고 뭇지 않아. 남몰래 파고들어서 펑펑 터뜨릴 셈으로 뭇는단다. 물밑에서 더 오래 버티며 옆나라로 파고들려는 뜻으로 ‘핵잠수함’을 뭇지. 어깨동무나 이웃사랑이란 한 줌조차 없기에 잠수함·핵잠수함을 뭇는데, 이곳에 드는 돈이 엄청나. 이런 물밑배를 거느리는 돈도 엄청나고. 너는 헤아릴 수 있을까? 얼마나 어깨동무·이웃사랑(평화·민주)을 안 바라기에, 이토록 목돈을 들여서 멍텅구리를 자꾸 뭇고 거느리고 자랑하려 할까? 전쟁무기와 군대를 늘릴수록 사람들 모두 가난에 허덕이고 굶주리는데, 힘꾼(권력자)과 똑똑이(지식인·과학자)와 벼슬아치는 오히려 떼돈을 벌어. 어느 살림살이에도 못 쓰는 ‘쓰레기 쇠붙이’를 무으려고 돈·짬·품·땀·빛(전기)·물을 끝없이 써대며 푸른별을 더럽히고 망가뜨린단다. 나라를 지키려면 핵잠수함·핵미사일·핵폭탄·핵발전소가 있어야 할까? 아무래도 ‘나라’가 아닌, 또 ‘나라지기·나라일꾼’도 아닌, 힘꾼·똑똑꾼·벼슬아치·돈꾼·이름꾼이 우쭐대며 우두머리로 서려는 속셈으로 벌이는 짓이야. 쓸모없는 짓이 마치 뜻있고 값지기라도 하다고 눈속임을 하지. 넌 생각을 해야 해. ‘살림살이’가 아닌 ‘불장난’을 하려는 속뜻을 읽어내고 알아차려야 하고, 이런 불장난이 아닌 ‘살림짓기’를 하자고 목소리를 내야겠지. 네가 손수 살림짓기를 하면서 멧새노래마냥 들려주는 작은 목소리가 온누리를 바꿀 수 있어. 살림을 안 짓는 무리는 멍청한 목소리를 높일 만한데, 너는 그저 웃으면서 살림노래를 부르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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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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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동구 인문학당 (2024.7.24.)

― 광주 〈동명책방 꽃이피다〉



  우리말에는 ‘사춘기’가 없고, 우리나라에는 ‘사춘기’라 이를 만한 때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온나라가 마찬가지인데, “아이에서 어른으로 건너가는 즈음”은 “철드는 나이”요, 철드는 때란 따로 ‘봄나이(봄빛을 바라볼 줄 알고 품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숱한 나라는 ‘봄나이’로 무르익을 아이를 굴레(제도권입시지옥)에 가두느라 웬만한 아이는 몸앓이랑 마음앓이가 겹쳐서 지치고 앓아요.


  스스로 철들며 스스로 바라보며 스스로 해보려는 무렵에 스스로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넘어지고 다치기에 비로소 봄나이를 이루면서 어른이라는 길에 접어들어요. 셈겨룸(입시)이란 아주 조그만 디딤돌입니다. 이 디딤돌 건너에서 삶과 살림과 사람을 함께 바라보는 보금자리를 이루자면, 아이랑 어버이는 늘 이야기하고 늘 함께 일하고 늘 숲을 마주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광주 〈동구인문학당〉에서 마련하는 ‘손바닥책 보임자리’에 곁들이처럼 ‘손바닥에 피어난 꽃과’라는 줄거리로 이야기를 폅니다. 일본말 ‘문고본(문고판)’이나 영어 ‘미니북·페이퍼백’이 있습니다만, 우리말로는 ‘손바닥책’에 ‘주머니책’에 ‘작은책’이요 ‘씨앗책’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바라보려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 길이 다릅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마치고서 〈동명책방 꽃이피다〉에 살짝 들릅니다. 산수동에서 동명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책집이름도 ‘동명책방’으로 갈아입습니다.


  이 삶을 이루는 수수께끼로 스며들 수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사랑을 받지 못 했다고 여기면서 힘(권력)만 주워담은 길에 얽매이면 비틀비틀 절어서 절뚝절뚝하다가 쓰러지지요. 아이한테는 바보스런 몸짓이 아닌, 오늘 우리가 오늘 짓는 즐거운 하루를 이야기하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글책이건 그림책이건 오래오래 지켜보고 마음에 담은 숨빛으로 새롭게 여미기에 반짝입니다. 섣불리 목소리부터 앞세우면 다 망가지고 흩어져요. 봄에는 봄빛으로, 여름에는 여름빛으로, 갈겨울에는 갈빛과 겨울빛으로 물들며 씨앗을 맺으면 됩니다. 함께 노래하는 글꽃은 어디서나 피어날 수 있습니다. 혼자 노래하는 그림꽃도 언제나 돋아날 수 있어요.


  작은사람은 작은손에 작은책을 작은씨앗으로 삼아서 작게 쥡니다. 작은몸에 책꾸러미를 큰등짐으로 메지만 다시금 작은걸음으로 걸어서 작은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멋져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조촐히 꿈꾸면 느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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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의 시간》(김해자, 창비, 2023.11.24.)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조선남, 삶창, 2024.3.29.)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장재연, 동아시아, 2019.5.14.)

《호호호》(윤가은, 마음산책, 2022.2.5.)

《가불 선진국》(조국, 메디치, 2022.3.25.)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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