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동구 인문학당 (2024.7.24.)
― 광주 〈동명책방 꽃이피다〉
우리말에는 ‘사춘기’가 없고, 우리나라에는 ‘사춘기’라 이를 만한 때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온나라가 마찬가지인데, “아이에서 어른으로 건너가는 즈음”은 “철드는 나이”요, 철드는 때란 따로 ‘봄나이(봄빛을 바라볼 줄 알고 품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숱한 나라는 ‘봄나이’로 무르익을 아이를 굴레(제도권입시지옥)에 가두느라 웬만한 아이는 몸앓이랑 마음앓이가 겹쳐서 지치고 앓아요.
스스로 철들며 스스로 바라보며 스스로 해보려는 무렵에 스스로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넘어지고 다치기에 비로소 봄나이를 이루면서 어른이라는 길에 접어들어요. 셈겨룸(입시)이란 아주 조그만 디딤돌입니다. 이 디딤돌 건너에서 삶과 살림과 사람을 함께 바라보는 보금자리를 이루자면, 아이랑 어버이는 늘 이야기하고 늘 함께 일하고 늘 숲을 마주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광주 〈동구인문학당〉에서 마련하는 ‘손바닥책 보임자리’에 곁들이처럼 ‘손바닥에 피어난 꽃과’라는 줄거리로 이야기를 폅니다. 일본말 ‘문고본(문고판)’이나 영어 ‘미니북·페이퍼백’이 있습니다만, 우리말로는 ‘손바닥책’에 ‘주머니책’에 ‘작은책’이요 ‘씨앗책’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바라보려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 길이 다릅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마치고서 〈동명책방 꽃이피다〉에 살짝 들릅니다. 산수동에서 동명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책집이름도 ‘동명책방’으로 갈아입습니다.
이 삶을 이루는 수수께끼로 스며들 수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사랑을 받지 못 했다고 여기면서 힘(권력)만 주워담은 길에 얽매이면 비틀비틀 절어서 절뚝절뚝하다가 쓰러지지요. 아이한테는 바보스런 몸짓이 아닌, 오늘 우리가 오늘 짓는 즐거운 하루를 이야기하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글책이건 그림책이건 오래오래 지켜보고 마음에 담은 숨빛으로 새롭게 여미기에 반짝입니다. 섣불리 목소리부터 앞세우면 다 망가지고 흩어져요. 봄에는 봄빛으로, 여름에는 여름빛으로, 갈겨울에는 갈빛과 겨울빛으로 물들며 씨앗을 맺으면 됩니다. 함께 노래하는 글꽃은 어디서나 피어날 수 있습니다. 혼자 노래하는 그림꽃도 언제나 돋아날 수 있어요.
작은사람은 작은손에 작은책을 작은씨앗으로 삼아서 작게 쥡니다. 작은몸에 책꾸러미를 큰등짐으로 메지만 다시금 작은걸음으로 걸어서 작은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멋져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조촐히 꿈꾸면 느긋합니다.
ㅍㄹㄴ
《니들의 시간》(김해자, 창비, 2023.11.24.)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조선남, 삶창, 2024.3.29.)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장재연, 동아시아, 2019.5.14.)
《호호호》(윤가은, 마음산책, 2022.2.5.)
《가불 선진국》(조국, 메디치, 2022.3.25.)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