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싸더라도 2025.11.8.흙.
즐겁게 짓고 다루며 쓰는 살림이라면,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안 따지게 마련이야. 안 즐겁게 사거나 빌리거나 얻은 살림이기에, 자꾸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따진단다. 너는 1만 원짜리나 100만 원짜리나 1억 원짜리를 짓거나 마련하거나 쓰지 않아. 너는 오롯이 ‘살림’을 짓거나 마련하거나 쓸 노릇이란다. 돈이나 금이나 값을 따질 적에는 ‘돈·금·값’에 마음을 기울이느라 ‘살림’을 쉽게 잊어. 네가 늘 살림을 건사하거나 다루거나 쓸 적에는, 그야말로 ‘살림’이라는 말씨를 온마음에 담는단다. 왜 비싸다고 여기겠니? 살림을 안 보거든. 왜 싸다고 여길까? 살림을 짓겠다는 마음을 잊거든. 비싸더라도 사거나 써야 하지 않아. 써야 하니까 기쁘게 맞이해서 즐겁게 쓰기에 살림살이로 자리를 잡아. 집에 들일 적부터 비싸다고 여기는 마음인 채, 내내 “비쌌어!” 하고 여기느라, 살림이 아닌 ‘비싼것’으로 뿌리내리면서 그만 못 쓰거나 잘못 쓰거나 쉽게 버리고 만단다. 늘 ‘제것’을 제대로 쓰면 될 일이야. 값은 안 대수롭지. 돈이야 벌어서 대면 어느새 다 갚고 메우고 아물지. 곁에 무엇을 어떻게 둘는지 헤아려 보렴. 너는 네 손끝에 무엇을 담거나 놓고서 하루를 어찌 누릴는지 살피렴. 즐겁기를 바라면, 어떤 돈·금·값이건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편단다. 더 싸기를 바라니까, 돈·금·값은 이대로 잔뜩 들이면서도 삶이 헛돌다가 그만 무너지지. 햇볕에, 비에, 바람에, 별에, 꽃에, 숲에, 바다에 누가 돈을 매기니? 해바람비에 값을 매기면, 이 별이 사라진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