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40 : -에 대한 것들 -게 되는 순간 명료해집


나에 대한 것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게 되는 순간 삶은 조금 더 명료해집니다

→ 나를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면 삶은 조금 더 또렷합니다

→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면 삶은 조금 더 말끔합니다

→ 내가 누구인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 적에 삶은 조금 더 환합니다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페리테일, 예담, 2017) 142쪽


나를 알아볼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내가 바라볼 사람은 먼저 나입니다.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더 알면 우리 삶은 한결 뚜렷하지요. 나를 바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면 이 삶은 조금 더 환하고요. 스스로 등돌리기에 흐릿합니다. 스스로 눈감기에 어두워요. ㅍㄹㄴ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순간(瞬間) : 1. 아주 짧은 동안 ≒ 순각(瞬刻) 2.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또는 두 사건이나 행동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

명료하다(明瞭-) : 뚜렷하고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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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할머니란 이름 (2025.9.21.)

― 부산 〈책과 아이들〉



  예부터 아무한테나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라 이르지 않았습니다. 어질지 않거나 철들지 않은 채 꼬장거리거나 윽박지르는 이라면 ‘늙은이’라 했어요. 아이가 있든 없든 어질고 철들면서 나무처럼 푸근하고 푸르게 품는 사람일 적에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아이곁’에 나란히 앉아서 노래(시)를 읊고 읽고서 함께 쓰고 생각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적에는, 아이어른이 언제나 나란히 반짝이는 오늘을 누린다고 느낍니다. 마을이며 길이며 들숲메에서며, 문득 만나는 풀꽃나무가 있으면 줄기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다가, 보드라운 잎사귀 하나를 가볍게 따서 천천히 맛을 보면, 풀꽃나무랑 한결 깊고 넓게 한마음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책과 아이들〉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할머니’라는 이름부터 풀이했습니다. ‘할’은 ‘한(큰·하나·해·하얗·함)’을 아우르는 낱말입니다. ‘할머니 = 해와 같고 큰빛이며 한길을 하얗게 밝히고 함께 나아가는 살림길을 어질게 들려주는 어른순이’라는 뜻이에요. ‘할아버지’도 나란합니다.


  어떤 이름이 붙느냐에 따라서 어떤 삶인지 다르게 마련입니다. ‘나이’란 ‘낳이’를 뜻하고, “낳을(새로 지을) 줄 아는 철빛과 슬기와 사랑”을 해마다 차근차근 머금기에 ‘나이들다’예요. 제대로 나이들기에, 아이가 있건 없건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이름을 받아요. 《미스 럼피우스》처럼 말이지요.


  나라 곳곳에 엉뚱하구나 싶은 큰집이 자꾸 서는구나 싶으면서도, 이따금 뜻깊은 큰집도 선다고 느껴요. 더 많이 드나들 만한 터전도 있을 노릇일 텐데, 숱한 다 다른 작은마을이라는 삶터를 갈아엎기(재개발)를 하기보다는 고스란히 살리면서, 작은마을 작은살림터(작은문화예술공간)로 가꾸는 마음도 피어날 수 있기를 바라요. 도지사·군수·시장 같은 분들은 ‘작은살림터’는 ‘삽값(공사비)’이 조금밖에 안 들어서 “고물(페이백)이 안 떨어져서 안 한다”고 여기는데, 고물이 없더라도 온나라와 온마을과 온사람을 헤아리는 새길을 여는 일꾼이 나오기를 빌 뿐입니다.


  낮나절에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 ㅋ’을 풀면서 ‘콩·코’이 ‘공·고’로 맞물리듯, 우리말에서 ‘ㅋ’하고 ‘ㄱ’이 늘 나란한 결을 짚습니다. 콩과 공은 푸른별을 나타내고, 코와 고는 이으면서 여는 길입니다. 낱말마다 숨듯 숨쉬듯 수수하게 빛나는 밑씨앗을 가만히 읽으면, 누구나 즐겁게 오늘 이곳을 읽고 잇는 마음을 북돋웁니다. 아이어른이 함께 누리며 푸르게 돌보는 오늘은 여기 있어요. 사람이 사랑으로 짓는 숨빛은 가장 작고 수수한 낱말 하나부터 싹틉니다.


ㅍㄹㄴ


《그대 고운 손》(정영자, 하마터면, 2022.12.20.)

《백만 마리 고양이》(완다 가그/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6.20.)

#WandaGag #MillionsofCats (1928)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홍한별 옮김, 민음사, 2021.3.29.첫/2021.11.24.8벌)

#KLARAandtheSUN #KazuoIshiguro #石黑一雄

《이명현의 과학책방》(이명현, 사월의책, 2018.9.10.)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8.10.첫/2019.9.25.9벌)

#TheArchitectureofHappiness #AlaindeBotton (2006년)

《쿨보이》(사소 요코/이경옥 옮김, 생각과느낌, 2004.11.1.첫/2006.9.10.3벌)

#笹生陽子 #樂園のつくりかた (2002년)

《달콤쌉싸름한 꿀벌》(클레르 카스티용/김주경 옮김, 씨드북, 2018.2.28.)

#ClaireCastillon #Les piqures d'abeille (2017년)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문선희, 난다, 2016.5.18.)

- 담벼락에 묻힌 5월 광주

《1979 부마민주항쟁》(차성환, 현북스, 2023.1.5.)

《교실밖 수학여행》(김선화·여태경, 사계절, 1994.5.25.첫/2009.7.10.2판4벌)

《너를 위한 증언》(김중미, 낮은산, 2022.4.5.)

《달복이는 힘이 세다》(김자미 글·안예리 그림, 섬아이, 2016.6.24.)

《떡갈나무 바라보기》(주디스 콜·허버트 콜/후박나무 옮김, 사계절, 2002.6.28.첫/2004.4.15.4벌)

#TheViewfromtheOak #ThePivateWorldofOtherCreature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이안 무어/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6.5.9.)

#A La Mod #MySocalledTranquilFamilyLifeinRuralFrance

《태교는 이렇게 시작한다》(久德重盛/김정범 옮김, 참솔, 1990.1.10.)

- 규토쿠 시게모리

- 문예도서. 마음의 양식을 당신의 포켙에! 부산 남포동 육교옆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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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가까이 없는



  시골로 깃드는 사람만큼 시골을 등지는 사람이 있다. 안 살던 사람은 그리워한다. 살던 사람은 괴로워한다. 서울을 벗어나고 싶던 사람은 또다른 담벼락에 쓸쓸해서 떠난다. 꿋꿋이 맞서다가 더 두메로 숨어드는 분이 있다.


  시골에도 책읽는 사람이 있되 매우 드물다. 어느 모로 보면 “시골은 책 안 읽는 곳”이요, “이웃과 동무가 새로 일군 열매”를 받아들여서 배우려는 마음이 터무니없도록 얕다고 할 만하다. 서울이라서 책을 더 읽지는 않는다만, 서울과 부산과 제주와 경기는 마을책집이 꾸준히 싹튼다. 시골에 매우 드물게 책집이 싹트지만, 시골사람이 아닌 먼먼 서울사람이 찾아간다.


  책읽기는 안 해도 ‘테레비’에 기대던 시골사람인데, 이제는 ‘유튜브’에 기댄다. 그런데 이분들은 테레비도 유튜브도 여태껏 보던 대로만 본다. ‘다른 목소리’는커녕 ‘새로운 목소리’에 아주 귀를 닫는다. ‘살림소리’나 ‘들숲소리’나 ‘사람소리’나 ‘사랑소리’에는 오히려 귀를 안 열고 눈을 안 뜨는 시골사람 매무새를 숱하게 지켜본다.


  오른쪽에 선다면 왼목소리를 들을 노릇이다. 왼쪽에 선다면 오른목소리를 들을 노릇이다. 그동안 책은 왼오른을 아우르거나 넘어서면서 “우리별에서 우리가 우리집을 일구는 울력”을 베풀고 선보였다. 여태까지 온갖 책은 “이 파란별(푸른별)에서 다 다른 너와 나를 느끼고 만나고 어울리면서 짓는 살림과 사랑”을 풀어놓고 그려냈다. 그러니까 책읽기란, ‘온목소리’를 듣고 새기고 나누면서, 서로 ‘온사람’으로 서는 즐거운 마실길이다. 다 다르기에 다같이 ‘파란길’과 ‘푸른숲’을 가꾸려는 노래길이면서 놀이길에 일꽃길이라고 느낀다.


  시골에는 가까이 없는 책집이니까, 시골에서 살림짓는 사람으로서 “시골하고 먼 서울·큰고장”으로 책집을 찾아간다. 서울·큰고장에 다다르면, 마을에 살포시 깃드는 작은책집으로 걸어간다. 새벽길부터 나선다. 논둑길을 지나서 옆마을에 닿는다.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시골은 버스나루도 가까이에 없다. 그래서 사뿐사뿐 논둑길을 거닐며 하늘바라기를 하는 두다리는 ‘다리꽃’을 이룬다.


  가까이에 있는 들녘 모시꽃을 쓰다듬는다. 가까이를 날아가는 멧비둘기와 물까치를 바라본다. 아직 논에는 흰새가 날아앉는다. 부들꽃도 피었다. 차조기도 나란히 꽃을 피운다. 달개비 파란꽃에 돌콩꽃도 줄줄이 오른다. 가까이 있는 파란바람을 온몸에 안는다. 가까이 없는 마을책집과 골목책숲을 헤아린다. 가까이 있는 빗방울과 이슬방울과 눈물방울을 돌아본다. 가까이 없는 꽃씨와 숲씨와 풀씨를 곱씹으면서 말씨를 품는다. 2025.9.1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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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강금순 - 강제동원과 군함도 그리고 일제 강점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도토리숲 평화책 3
강이경 지음, 김금숙 그림, 이재갑 사진 / 도토리숲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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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6.

다듬읽기 234


《우리 엄마 강금순》

 강이경 글

 김금숙 그림

 도토리숲

 2017.8.15.



  ‘강제동원·군함도·일제강점기’를 한동아리로 다룬다고 하는 《우리 엄마 강금순》인데, 막상 책을 펴면 일본말씨가 너무 잦습니다. 옆에 있는 나라가 ‘이웃나라’가 아닌 ‘사납나라’로 으르렁거리면서 숱한 사람을 짓밟고 괴롭히고 죽일 적에 그들 우두머리가 ‘어떤 말글’을 휘둘렀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멍에와 굴레를 털어내면서 새길로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지으려 할 적에는, 가장 조그맣고 나즈막한 ‘말글’부터 되찾을 노릇입니다. 그래서 차가운 사슬나라(식민지)이던 무렵에 숱한 사람이 온힘을 다해서 우리말·우리글부터 가르치려 했고, 말글부터 제대로 배우는 바탕으로 뭇갈래 뭇살림을 스스로 익힐 수 있습니다. 지난자취를 되새기면서 오늘길을 바로세울 뿐 아니라 앞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려면, 가장 더뎌 보이더라도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부터 다독일 노릇입니다. 불씨(불타는 미움씨)로는 못 살릴 뿐 아니라 못 가꿉니다. 말씨(마음을 담은 생각씨)를 하나씩 사랑으로 가꾸려고 할 적에 시나브로 응어리와 생채기를 씻어내는 길을 스스로 찾게 마련입니다. 줄거리도 알뜰히 짜야겠습니다만, 줄거리를 어떤 말글로 짜는지 들여다볼 때라야 비로소, 우리 엄마와 할매와 아빠와 할배가 흘린 눈물을 닦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우리 엄마 강금순》(강이경·김금숙, 도토리숲, 2017)


마을에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 마을은 온통 목메는 소리야

→ 마을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 마을은 온통 우짖는 소리야

13쪽


왜 그렇게 가난해졌는지

→ 왜 그렇게 가난했는지

15쪽


선녀가 따로 없었지

→ 곰네가 따로 없었지

→ 꽃님이 따로 없었지

19쪽


부산항에는 큰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어

→ 부산나루에는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 부산나루에는 큰물결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28쪽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어

→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했어

→ 밤이 이슥하도록 마음을 나눴어

35쪽


영양실조에 걸려 죽고, 강에 묻혀 죽고

→ 못 먹어 죽고, 냇물에 묻혀 죽고

→ 배곯다 죽고, 냇물에 묻혀 죽고

40쪽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렀어

→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렀어

43쪽


그곳의 아침은 일찍도 시작되었어

→ 그곳은 아침도 일찍 열어

→ 그곳은 아침도 일찍부터야

→ 그곳은 아침도 이르지

44쪽


엄마의 손발은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어

→ 엄마는 손발이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어

49쪽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 훌륭한 나라인 줄 알았거든

→ 훌륭한 나라라고 배웠거든

64쪽


우리는 열 명, 일본 애들은 백 명이어도 우리가 먼저 공격해라

→ 우리는 열 사람, 일본 아이는 온 사람이어도 우리가 먼저 쳐라

→ 우리는 열, 일본은 온이어도 우리가 먼저 달려들어라

66쪽


이것이 우리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지침이었어

→ 우리 언니한테서 내려오는 길그림이야

→ 우리 언니부터 내려오는 밑그림이야

66쪽


마음속에는 엄청난 분노가 끓고 있었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들끓었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불탔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불타올랐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치밀었으니까

66쪽


민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

→ 겨레배움터 길잡이를 해도 될 듯했어

→ 겨레배움터에서 가르쳐도 될 듯싶었어

6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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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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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6.

다듬읽기 14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8.28.



  우리말에 ‘무당’이 있습니다. 한자로 ‘무(巫)’가 있고, 일본은 ‘무속(巫俗)’처럼 ‘속(俗)’을 붙여서 우리 무당을 얕보았습니다. 하늬녘에는 ‘witch’가 있고, 일본은 ‘위치(witch)’를 ‘마녀(魔女)’로 옮겼습니다. 삶터마다 다르게 붙이는 이름인 ‘무당·witch·魔女’일 텐데, 이름은 달라도 살림길은 나란합니다. 숲을 알고 품을 줄 알면서, 넋과 마음과 빛을 풀 수 있는 가시내를 나타냅니다. 숲빛을 잊은 사람한테 숲빛을 푸르게 베푸는 길이라고 할 만합니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는 어느 날 내림빛을 받았구나 하고 느껴서 무당길을 가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홍칼리 님은 ‘늘일(연중무휴)’을 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온누리 누구나 ‘늘일’을 합니다. ‘돈벌기’를 하는 숱한 사람은 날마다 어느 만큼 토막을 쳐서 이레 가운데 몇 날만 일터를 오가는 얼거리일 테지만, 온누리 들숲바다는 늘 움직이고 피어나고 시들고 숨쉽니다. 우리 몸과 마음도 늘일입니다. 우리 몸이나 마음이 살짝(1초)이라도 일을 안 하면, 우리는 누구나 곧바로 죽습니다. 다만, 몸마음을 ‘숨돌릴 틈’이 없도록 몰아댄다면 몸마음은 지치게 마련입니다. ‘숨쉴 짬’을 내어야 ‘일을 알맞게 하면서 포근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하루를 살아요. 그래서 우리는 ‘몸이 들려주는 소리’와 ‘마음이 보는 나’를 늘 귀담아듣고 눈여겨볼 노릇입니다. 내림빛을 받는다고 할 적에는, 바로 내가 나부터 제대로 들여다보고 귀기울이라는 뜻입니다. 바깥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 안팎을 스스로 고르게 가다듬고 추스르면서 ‘사랑’을 찾아나서라고 넋이 귀띔하는 일이 내림빛입니다. 빛(영·영혼·신령)은 밖에 없습니다. 밖에는 떠돌이인 톳제비가 있습니다. 스스로(속·안) 품은 빛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풀어내려고 할 적에는 앙금이나 응어리가 아닌 오롯이 ‘삶’인 줄 알 수 있습니다.


ㅍㄹㄴ


《신령님이 보고 계셔》(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


모태 신앙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 말로 기도를 마무리하곤 했다

→ 배냇믿음인 나는 어릴 때부터 이 말로 비손을 마무리하곤 했다

23쪽


아침에 일어나면 일기예보 대신

→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알림 말고

→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새뜸 아닌

23쪽


계속 신의를 가지고 기도하라는 뜻으로 준 것이었다

→ 늘 곧이듣고 빌라는 뜻으로 주었다

→ 언제나 믿고 바라라며 주었다

40쪽


내 몸은 내 신당이다

→ 내 몸은 내 넋집이다

→ 내 몸은 거룩하다

41쪽


가까운 곳에 있어 언니와 동행했다

→ 가까운 곳에 있어 언니와 갔다

51쪽


삐까번쩍한 신당에서 점사를 본다

→ 번쩍거리는 절집에서 앞길을 본다

→ 번쩍번쩍한 절칸에서 길눈을 본다

51쪽


신병을 앓고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 님앓이를 한다고 느끼긴 했지만

→ 하늘내림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53쪽


각종 무속신앙에 관심이 있던 터라 거부감만 있진 않았다

→ 여러 비나리를 눈여겨보던 터라 싫지만은 않았다

→ 여러 텃믿음을 지켜보던 터라 꺼리지만은 않았다

54쪽


그 온도차가 낯설게 느껴졌다

→ 이 숨이 낯설었다

→ 이 터울이 낯설었다

56쪽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산마을

→ 티베트 기슭나라가 있는 인도 멧마을

→ 티베트 바깥살림이 있는 인도 멧마을

59쪽


모두와 합일이 되는 엑스터시, 황홀경이었다

→ 모두와 하나되는 기쁨길, 꽃길이었다

→ 모두와 한꽃으로 즐겁다. 눈부셨다

→ 모두와 어울리며 아름답다. 푹 빠졌다

→ 모두 아우르며 넋나갔다. 곱다

→ 모두 품으며 빛나는, 빛길이다

65쪽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 햇볕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65쪽


명상을 깊이 한 나머지 유체이탈을 했던 것일까

→ 마음을 깊이 닦은 나머지 몸을 벗었을까

→ 고요빛이 깊은 나머지 몸에서 나갔을까

77쪽


빙의를 체험한 후

→ 씌여 본 다음

→ 깃들어 본 뒤

81쪽


한과 흥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 멍과 신을 그리는 일이라서 그렇다

→ 눈물과 기쁨을 담는 일이기에 그렇다

90쪽


억압받는 존재들의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억눌린 멍울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짓눌린 고름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날개꺾인 응어리를 푸는 사람이 무당이다

91쪽


많은 노동자가 그렇듯 나도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노동을 한다

→ 숱한 일꾼이 그렇듯 나도 낮밥과 쉴참을 빼면 내내 일을 한다

→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낮참과 쉬는참을 빼면 늘 일을 한다

137쪽


나는 상담 중에 웃음이 나왔다

→ 나는 얘기하다 웃음이 나왔다

→ 나는 말을 섞다가 웃었다

179쪽


친구, 사업 파트너들과의 궁합도 볼 수 있다

→ 벗, 일동무와 맞는지도 볼 수 있다

→ 동무, 띠앗과 한마음인지도 볼 수 있다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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